사과나무 길/윤보영 맛 좋은 사과가 생각나 문경읍 팔령리 사과나무 길로 들어서고 있다. 이곳은, 내 유년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 지금이야 문경에 사과나무가 많지만 내 유년 속으로 들어가면 사과나무 심어놓은 과수원이 읍내 몇 집과 팔령리가 고작이었지 돈 안들이고 사과 먹고 싶은 날 또래 아이들이 모여 찾아가기에 동화 속 성처럼 서 있는 읍내과수원보다 산과 들, 마당까지 사과나무를 심어둔 팔령리 사과 골이 제격이었다. 읍내과수원 속을 어슬렁거리는 늑대만한 개의 눈빛도 제압하기 어려웠고 넘기 어려운 탱자나무 울타리도 부담이 되었지만 그 보다는, 양심상 운운하며 많은 곳에서 취하는 게 낫다는 논리를 앞세워 풋사과 같은 아이들은 팔령리로 향했다. 발 빠른 아이가 과수원에 들어가기로 하고 겁 많은 아이를 망보기로 세워 둔 채 순식간에 사과 서리 작전은 성공으로 끝나고 주인이 알아도 찾지 못할 고개 너머로 달려가 가슴 불룩하게 따온 사과를 내려놓았다. 이곳 사과 맛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세상이 눈으로 덮인 어느 날 가족들이 둘러앉아 팔령리에서 가져 온 사과를 먹을 때였다. 꿀 반, 물 반 사과를 구입해 친구에게 보내며 팔령 황가네 농원 사과라고 자랑을 하고 싶었던 그날 사과나무로 따지면 몇 대를 더 지났을 터 할아버지나무의 할아버지 적 이야기를 앞에 있는 나무들이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반가운지 가지를 흔든다 묻혔던 기억들이 길가에 모여서고 나를 실은 차가 사과나무 속으로 달린다. 불빛이 비치더니 내 안에 낯익은 차 한 대가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