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28일 서울 광화문 케이스퀘어시티빌딩 앞에는 아침부터 장사진이 펼쳐졌다. ‘서울 대표 오피스 상권이 맞나’ 싶을 생각이 들 정도로 유독 1020대 젊은 남성이 500명 넘게 몰려들었다. 정체는 무지개 케이크로 유명한 ‘도레도레’와 이른바 ‘김계란 걸밴드’로 불리는 ‘QWER’이 함께 만든 팝업스토어 ‘최애의 산도’ 방문객. QWER은 인기 여성 스트리머 4명이 뭉쳐 만든 아이돌 걸밴드다. 트위치와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보유한 스트리머 ‘쵸단’을 필두로 250만명 이상 SNS 팔로워를 거느린 ‘마젠타’, 410만 틱톡커 ‘히나’, 일본 아이돌 NMB48 출신 스트리머로 유명한 ‘시연’이 뭉쳐 만든 걸밴드다. 이번 팝업에는 4명의 멤버가 총출동해 ‘도레도레 1일 알바생’으로 활약했다. 첫날에만 1000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QWER 멤버에게 직접 굿즈를 주문·구입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경하 도레도레 대표는 “기존 도레도레를 잘 모를 수밖에 없는 젊은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 경험을 확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런 기획을 준비했다”며 “QWER이 온라인 팬덤이 두터운 만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SNS 채널로 고객 접점을 넓혀갈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꾸려진 ‘푸바오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자이언트판다 푸바오를 주인공으로 한 팝업이다. 인기를 실감케 하듯 매장 밖 예약 대기줄은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로 북적였다. 그나마도 ‘온라인 오픈런’을 통과한 승리자들이다. “온라인에서 사전 예약 방문 티켓이 5분 만에 매진돼 현장 예약도 극소수 인원만 받고 있다”는 에버랜드 관계자 설명이 이어졌다.
어렵사리 매장에 들어서니 20대 대학생부터 50대 주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푸바오 굿즈 쇼핑에 삼매경이다. 인기 있는 굿즈는 이미 품귀. 푸바오가 태어났을 때 몸무게인 197g을 기념해 197개만 한정 판매한 고급 가죽 키링은 6만원이라는 가격에도 개장 첫날 오후 금세 동이 났다. 푸바오 팝업 관계자는 “개장 첫날 굿즈 200만원어치를 구매한 사람도 있다”고 자랑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이도 많았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주부 박민지 씨(가명·46)는 “푸바오 팬카페 ‘주토피아’에서 팝업 예약 정보를 얻었다”며 “굿즈는 포토 카드, 인형 등 다양하게 구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북 전주에서 온 송영현 씨(25)는 “푸바오 같은 인기 팝업은 주로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에 지방 사람들은 방문하기 너무 어렵다”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팝업스토어(이하 팝업)’가 반짝 인기를 넘어 유통가 대세 채널로 자리 잡았다. 팝업은 짧은 기간 동안 운영하다 접는 ‘임시 매장’을 일컫는 말이다.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잠깐’ 떴다 사라지는 ‘팝업창’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보통은 2주에서 한 달, 짧게는 하루 이틀만 열었다가 접는 팝업도 많다. 상설 매장을 열기에는 운영과 비용이 부담스러운 기업·브랜드가 단기 홍보용으로 주로 쓰는 전략이다.
2021년 이후 인기가 급등하더니 최근에는 ‘정점’을 찍은 분위기다. 시장 규모 공식 통계는 없지만 ‘팝업 열풍’을 가늠할 수 있는 힌트는 많다. ‘헬로키티’ ‘세븐틴’ 등 1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팝업 사례가 속속 늘어나는 중이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팝업 공간으로 꼽히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은 올해 11월 누적 기준 지하 2층에서만 160개가 넘는 팝업이 열렸다.
‘팝업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서는 10월 마지막 주 일주일 동안 열린 팝업만 60개에 달했다. “원래도 많았지만 지금이 역대 최대”라는 게 업계 관계자 전언이다.
‘성수동 전역이 광고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건물 벽면 이곳저곳에 팝업을 홍보하는 대형 광고가 드리워져 있다. ‘임대 문의’보다 ‘팝업 문의’라는 문구가 적힌 공실이 더 흔해졌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건물주들이 단기 임대료가 높은 팝업을 유치해 건물 전체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게 요즘 분위기다. 앞으로 6개월 치 팝업 예약이 차 있는 공간도 많다”며 “일주일 임대료가 억대가 넘는 공간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1)최근 도레도레와 함께 팝업스토어를 연 걸밴드 ‘QWER’. 기존 도레도레 고객층과 다른 젊은 남성 방문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2)11월 14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푸바오 팝업스토어 ‘푸바오의 행복한 집’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이 팝업스토어를 관람하고 있다. (도레도레 제공, 조동현 기자)
팝업 트렌드 (1) 아이템의 진화
푸바오, 무라카미 하루키가 팝업을?
최근에는 이전과 달라진 팝업 트렌드도 포착된다.
먼저, 팝업을 여는 기업이나 브랜드 업종이 다양해졌다. 기존에는 패션·뷰티 브랜드에서 기획한 팝업이 대부분이었다. 트렌디하고 세련된 브랜드 이미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기간 한정 제품이나 신제품 위주로 구성한 팝업이 많았다.
최근에는 그야말로 ‘업종 불문’이다. 제품·브랜드를 넘어 IP(지식재산권)나 콘텐츠 등 영역이 빠르게 확장되는 분위기다. 아이돌 팝업을 비롯해 게임, 영화, 드라마, 웹툰, 뮤지컬 등 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팝업이 급증했다.
최근 전국적 화제가 됐던 팝업 면면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헬로키티(캐릭터), 푸바오(동물), 무라카미 하루키(작가), 엽떡(프랜차이즈), 데뷔 못 하면 죽는병 걸림(데못죽·웹툰), 무빙, 이두나(이상 드라마), 닌텐도(게임) 등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세븐틴, 에스파 같은 정상급 아이돌도 협업이 아닌, 순전히 자체 홍보를 위한 팝업을 열기도 했다. 보수적인 금융사도 팝업 삼매경이다. 하나금융은 성수동에 여행 콘셉트의 ‘성수국제공항’ 팝업을, 신한카드 역시 싱가포르항공을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한다는 콘셉트로 꾸민 ‘크리스플라이어 팝업스토어’를 최근 열었다.
윤영현 스위트스팟 MD팀장은 “요즘 팝업이 워낙 많아지다 보니 ‘이런 것도 팝업을 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독특한 아이템이 아니면 크게 화제가 되기 어렵다. 아직은 생경한 IP를 주제로 한 팝업이 호응을 얻는 이유”라며 “특히 아이돌, 애니메이션, 웹툰 같은 콘텐츠 시장은 마니아층이 뚜렷한 덕분에 성공적인 팝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7일부터 11월 5일까지 약 한 달간 성수동 연무장길에서 선보인 버버리 스트리트 프로젝트. 건물 3동을 뒤덮는 듯한 초대형 천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버버리 제공)
팝업 트렌드 (2) 방식의 진화
성수동 ‘점령’한 버버리·세븐틴
“버버리가 성수동을 점령했다.”
영국 럭셔리 패션 브랜드 ‘버버리’ 팝업이 한창 운영되던 지난 10월, 성수동 직장인과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버버리를 상징하는 잉글리시 로즈 문양이 들어간 보랏빛 깃발이 성수동 곳곳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건물 하나 전체를 보랏빛 천으로 씌워 팝업 ‘성수 로즈’로 운영하고 양쪽으로 두 개 팝업을 추가 배치해 총 3개 건물을 썼다. 3개 매장을 잇는 거리 곳곳에 대형 옥외 광고와 입식 간판 등을 설치해 이른바 ‘버버리 스트리트’를 만들어냈다.
팝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별화 노력도 두드러진다. 최근 트렌드는 ‘지역 점령’이다. 단순히 매장 한 개나 건물 한 층이 아니라, 일정 지역 전체를 팝업 무대로 활용하는 식이다. 건물 전체를 뒤덮는 옥외 광고를 곳곳에 배치하고 지역 내 여러 매장이나 카페 등과 제휴를 맺어 관련 굿즈를 판매하는 형태다.
버버리뿐 아니다. 예를 들어 아이돌 그룹 세븐틴이 컴백 프로모션으로 활용한 ‘세븐틴 스트리트 인 성수’는 성수동 건물 3곳에 대형 옥외 광고를 설치하고 로컬 매장 16곳과 컬래버를 진행했다. 지난 10월 엿새 동안 총 10만명이 다녀가는 대흥행을 기록했다. 한섬이 지난 9월 오픈한 ‘이큐엘 그로브 성수’는 로컬 맛집과 핫플레이스 18곳과 함께 컬래버 메뉴와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성수동 관련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인플루언서로 유명한 ‘제레박’은 “방문객이 특정 팝업을 굳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지역 점령 팝업의 장점”이라며 “특히 여러 로컬 매장과 제휴를 할 경우 고객 접점이 크게 늘어나면서 SNS 마케팅 효과도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한눈에 확 띄는 ‘초대형 조형물’도 지역 점령 팝업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방문객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SNS에 올릴 만한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어 입소문을 내는 방식이다. 지난 3월 열린 ‘푸빌라×펭수’ 팝업은 신세계백화점 1층 분수광장에 17m 크기의 초대형 푸빌라를 만들었다. 최근 강남 신세계백화점 1층에는 3m 높이의 초대형 ‘헬로키티 조형물’을 설치해 인증샷을 남길 수 있도록 꾸미면서 홍보 효과와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최첨단 기술로 튀어보고자 하는 시도도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서 자사 AI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한 ‘A. 프렌즈’ 팝업을 열었다. AI 캐릭터와 직접 대화는 물론 3D 홀로그램으로 함께 영상을 촬영하는 공간을 마련해 친근하고 현실감 있는 AI 경험을 제공했다. 온라인 메타버스를 현실과 연계해 브랜드 세계관을 확장시킨 제주삼다수 팝업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웅장하고 화려한 공간 효과를 배로 넓히는 ‘미디어 아트’도 주목받는다. 롯데웰푸드가 지난 6월 성수동에 연 팝업 ‘시크릿가든’은 미슐랭 원스타 셰프가 나뚜루 제품을 활용한 음식을 제공하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으로 꾸며졌다. 음식이 바뀔 때마다 미디어 아트와 음악이 바뀌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를 설계한 최원석 프로젝트렌트 대표는 “나뚜루 브랜드가 가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레스토랑을 열었다.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이후 미디어를 쓰는 팝업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이 지난 8월 롯데월드에서 진행한 A.(에이닷) 팝업스토어에서 방문객이 에이닷 서비스와 홀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다. (SKT 제공)
제주개발공사가 제주삼다수 출시 25주년을 맞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더스테어스에 메타버스 팝업스토어인 ‘BE:CYCLING(비사이클링)을 운영했다. (제주개발공사 제공)
팝업 트렌드 (3) 공간의 진화
철거 빌딩·해외에 여는 팝업
팝업이 열리는 공간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백화점 같은 상업 공간 내 입점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일반 음식점이나 카페 등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상가주택, 다가구주택, 창고 등을 개조하거나 야외에서 플리마켓 형태로 팝업을 진행하는 곳도 많다. 아예 해외에 나가 팝업을 여는 기업도 있다.
지난 5월 수입 건축자재 유통 브랜드 ‘윤현상재’는 2년 뒤 철거 예정된 강남구 논현동 문영빌딩을 매입해 팝업 대여 공간을 꾸리는 ‘8 Seasons’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주연 윤현상재 부사장은 “2년이라는 유통 기한이 생긴 이 장소를 ‘여덟 계절’로 나눠 다양한 문화예술 팝업,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팝업 기획사 ‘마켓메이커’가 여는 팝업은 ‘야외 축제장’이다. 전국 각 지역의 특산품을 모아 진행하는 형태로, 수도권 신도시 중심으로 지금까지 총 560회 팝업을 개최했다. 지역 셀러와 공연자들을 섭외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최근에는 널찍한 공간이 아닌 카페나 바 같은 개인 매장에서도 팝업이 활성화됐다. 성수동 와인 페어링바 ‘위키드와이프’는 와인과 어울리는 다양한 식음료나 소품숍 브랜드와 손잡고 가게에서 ‘연대 팝업’을 진행한다. 치즈와 어울리는 와인이 나오는 날에는 ‘무브먼트 치즈’, 사과와 어울리는 와인 서비스 중에는 ‘애플카인드’, 한식 페어링 땐 ‘한라식품’ 등과 협업해 팝업을 진행하는 식이다. 캠핑, 스키, 서핑 등 아웃도어 관련 브랜드만 20개 넘게 함께 입점해 있는 성수동 ‘프라이데이 무브먼트’도 연대 팝업의 좋은 예다. 이영지 위키드와이프 대표는 “소규모 브랜드는 자체 팝업 기획과 운영, 마케팅, 홍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빈 공간에 잠깐 이사 왔다 나가는 것 같은 팝업이 아니라, 카페나 바처럼 실제 영업 중인 매장과 브랜드가 연대하는 방식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다 건너 해외서도 한국 팝업이 성황이다. 특히 최근 K컬처 인기가 뜨거운 ‘일본’에서 팝업 대박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BTS·트와이스 등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아이돌 팝업은 열었다 하면 수억엔 넘는 매출을 올린다는 후문이다. 최근 토종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가 도쿄에 연 팝업도 좋은 예시다. 지난 10월 맘스터치가 사상 최초 해외서 선보인 팝업 누적 방문객은 약 3만3000여명을 기록했다. 30초마다 1명꼴로 방문한 셈이다.
K패션 브랜드들의 일본 팝업 진출 수요도 급증하는 중이다. 일본에 직진출해 있는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디네댓)’은 최근 일본 내 자사몰 건물 지하 1층을 아예 ‘팝업 전용 공간’으로 개조, 국내 브랜드에 대관하는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일본에 제품과 브랜드를 테스트해보고 싶은 수요자 심리를 잘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관비를 비롯해 제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가 급증하면서 매출이 급등, 올해 연말까지 자사몰 매출만 60억원을 바라본다.
한국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돕는 최한우 MXN재팬 대표는 “일본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채널 중 하나로 팝업을 선택하는 기업과 브랜드가 많다”며 “고객사 ‘마뗑킴’ 팝업의 경우 시부야파르코 백화점에서 해당 백화점 팝업 역사상 단일 면적당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설치된 헬로키티 조형물. 헬로키티 팝업은 11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등 대흥행에 성공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팝업 열풍, 언제까지 지속될까
포화 논란, 폐기물 이슈는 ‘과제’
‘팝업이 한동안은 대세로 군림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투자한 비용과 시간 대비 효율이 그 어떤 마케팅 채널보다 좋다는 게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오프라인 경험을 중요시하는 1020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데다 SNS 바이럴 마케팅 효과가 크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온라인에 특화된 브랜드나 B2B 기업 입장에서는 팝업 외에는 소비자와 직접 만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원석 대표는 “기업이 가장 많은 마케팅 비용을 쓰고 있는 TV 광고 화제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단순 시청각에 의존한 매체 광고보다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팝업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팝업 전망이 아주 밝지만은 않다.
먼저 최근 ‘팝업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가 적잖다. 너무 많은 팝업이 생겨나고 사전 예약과 대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오히려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내 수많은 팝업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인상이 흐릿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세운 마켓메이커 대표는 “엇비슷한 팝업이 늘어나다 보니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며 “브랜드나 상업 공간의 지루함은 곧 팝업의 죽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팝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건물주들이 너도나도 임대료를 올렸다. 다른 팝업과 차별화를 위해 규모를 키우고 설치에 공을 들이다 보니 제작비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워낙 단기간에 승부를 봐야 하는 팝업 특성상 홍보에 필요한 광고비도 만만찮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환경 문제’도 리스크다. 입점 브랜드가 계속 바뀌는 팝업 특성상 공사가 워낙 많다. 문제는 공사 중 나오는 ‘폐기물’이다. 특히 설치·해체가 용이한 목재와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폐기물이 급증하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팝업 인근에 쌓인 폐기물과 각종 먼지 때문에 고통이 크다”는 성수동 거주민과 직장인 호소가 이어진다. 인플루언서 제레박은 “팝업은 최근 확산 중인 ESG 트렌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운영 형태”라며 “각종 폐기물을 줄이지 않는 지금 상황이 유지된다면,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연 팝업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팝업 인기는 소비자에게 다양한 경험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지속될 것으로 보지만, 지금 호응을 유지하려면 일회용품 배출 등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문제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11월 HDC아이파크몰 용산점 리빙파크 3층에서 열린 ‘닌텐도 팝업스토어 인 서울’. (윤관식 기자)
인터뷰 | 김정수 스위트스팟 대표
누적 팝업 7500건…‘팝업 열풍’에 흑자전환 성공
김정수 대표가 이끄는 ‘스위트스팟’은 상업용 건물 유휴 공간에 원하는 브랜드가 팝업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스타트업이다. 팝업 공간 중개를 넘어 기획부터 시공, 홍보, 정산까지 종합 관리해주는 솔루션도 한다. 지금까지 오픈한 팝업 수만 7500여건, 그중에는 디즈니·짱구·푸바오 같은 ‘대박 팝업’ 사례도 포함돼 있다.
Q. 최근 팝업 열풍을 실감하는지.
A. 기업의 팝업 문의와 팝업 내 매출이 늘어날수록 실적이 개선되는 스위트스팟 특성상 직접적으로 체감한다.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20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창업 7년 만에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는 사상 첫 연간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Q. 성공하는 팝업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A. 고객은 이미 많은 팝업을 경험해왔다.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처음 보는 팝업’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푸바오 팝업은 모르기는 몰라도 ‘첫 동물 팝업’이 아닐까 싶다. 지난 6월 말 운영했던 ‘샵사이다’ 팝업도 좋은 사례다. 패션이라는 아이템 자체는 흔하지만 ‘글로벌 브랜드가 해외에서 첫 번째로 낸 팝업’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Q. 시장이 커지면서 팝업 관련 대행사도 늘어나고 있다. 스위트스팟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A. 7년 넘게 운영하면서 쌓인 ‘데이터’가 가장 큰 자산이다. 예를 들면 어떤 업종이 어떤 상권에 들어가면 매출이 잘 나오는지에 대한 데이터다. 또 ‘기획’ ‘광고’ ‘시공’ 등 특정 영역만 대행해주는 다른 기업과 달리 토털케어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전문 MD 컨설팅팀은 물론 시공과 기획을 위한 전문 인력도 있다.
Q. 팝업 시장, 어떻게 전망하는지.
A.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본다. SNS나 구글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2022년 이후 검색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중이다. 앞으로는 팝업을 넘어 ‘플래그십스토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일시적인 형태 매장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한 상설 매장의 효과에 대한 인식이 확산 중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5호 (2023.11.22~2023.11.2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