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시제 하루전에
팔순 사촌 형님과 고향길에 동행했다
2시간을 더 달려 괴산 올갱이국으로 이른 점심을 하고
초겨울 속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70, 80 타향살이 설움 길
예천 용궁면 회룡포로 향했다 강모래는 옅은 금색을 띠고...
잔잔히 흐르는 강줄기는 힘이 있었다
넉넉하게 퇴적된 강모래는 옅은 황백색
뿅뿅다리라 해서 궁금했는데 공사판에 사용하는
구멍 뚫린 철판 3장을 상판으로 밭침대는 ㄷ자형 철판으로 하여
강다리가 되고 섬 같은 마을로 가는 손님들에게 엣추억을 떠오르게 해준다
"회룡포로 돌아가련다"라는 노랫말처럼
그토록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노구들의 심정은
삼포로 가는 이상향 처럼 얼마나 그리워하던 안식처인가
타향땅에서 보낸 청춘은 어느새 얼그러진 모습이 되고
산전수전 다 겪은 후에야 찾는 우리의 이상향은 어딘가
이곳도 여느 고향마을 들어가는 길처럼 평온한 느낌이다
상주에서 안동 가는 길로 가다보면 용궁 표지판이 보이고
회룡포 이정표를 따라 가는 길에 나목이 된 벗꽃나무가
봄 길의 화려했던 세월을 잊으라하며 줄지어 서있다
회룡포도 손때가 묻었을까 내심 걱정도 했는데
굽이굽이 돌아가는 내성천의 물길은 무심천이다
그 흔한 팬션이나 풀빌라 같은 숙도도 보이지 않고
강 입구 주막이 한채 주변과 어울어진 모습이 정겹다
뿅뿅다리 양편으로 넓다란 백사장은 엄마의 치마폭 같고
발목까지 잡는 고운 모래는 천천히 가라고 그러는가보다
다래마을 앞 금빛백사장은 강돌과 금잔디가 어울어지고
외나무 다리는 이웃마을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건네주었지
호수가 된지 벌써 50여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눈감으면 아스라히 떠오르는 평화롭던 그 강마을
그 곳에서 어린 꿈들을 꾸며 희망가를 불렀는데...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멀대같은 남,여 장승이 마을 문지기로 서 있다
자연 뚝방을 올라서니 아직 초록 농작물이 가득하고
마을 안쪽 까지는 직선으로 된 길이 또 새롭기도 하다
마을인구는 고작 10여명, 외부의 시시비비에는 관심이 없다
비룡산이 내성천을 감싸고 있는지 내성천이 비룡산을 굽이 돌아
회룡포가 되었는지 물 흐르는대로 돌아가는 자연의 멋이 살아있다
욕심이 생기면 흘려보내고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의 역할을 할 뿐
이곳에 세속의 먼지를 묻혀서는 안된다 그래야 회룡포가 된다
하회마을은 이미 색바랜 겉모습에 덧칠을 한지 오래 되었지
살아 숨쉬는 이 곳 멈추지 않으면서 돌아가는 회룡포
다래마을과 그 품격이 많이도 닮아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