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고대도시 폴론나루와(Polonaruwa)와 갈 비하라야(Gal Viharaya) 사원
다시 담불라로 돌아와 자고, 다음날 버스로 1시간 40분을 달려 폴론나루와에 도착하였다.
시골 완행버스(버스비 68루피)는 털털거리며 비포장도로를 먼지를 날리며 달리는데 차창으로 이따금 논도 보이고 야자와 바나나밭도 보이지만 거의 밀림 지역이다. 날씨가 너무 더워 차 타기도 너무 힘이 든다. 달리면 뜨거운 바람, 서면 온통 땀으로 흠뻑 젖는다.
파라크라마 사무드라야(Parakrama Samudraya) 호수 옆에 조성된 폴론나루와(Polonaruwa)는 신시가지(New Town)를 중심으로 작은 마을이 형성되었고 구시가지는 사람이 살지 않는 상당히 넓은 밀림 지역인데 온통 유적이고, 유명한 갈 비하라야 사원은 그 가장 안쪽 바위산에 조성되어 있다.
세계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폴론나루와 유적과 갈 비하라야 사원은 박물관 입장료를 포함하여 5.550루피(50달러)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숙소를 정하고 제일 먼저 세 바퀴짜리 툭툭이를 200루피에 대절하여 제일 안쪽의 비하라야 사원으로 향하였다.
툭툭이 기사는 기다릴 테니 사원을 보고 나서 툭툭이를 타고 가면서 왕궁유적을 보라며 흥정을 하잔다. 사원을 둘러본 후 걸어 나오며 유적을 보겠다니 혀를 차며 멀기도 하고 더워서 도저히 못할 거라고 조르는 것을 쫓아 보냈다.
갈 비하라야 사원은 허술한 정문을 지나면 비교적 잘 정비된 공원이 나타난다.
넓고 잘 손질된 잔디밭과 나무들, 작고 아담한 호수 사이로 조성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유적이 나타나는데 사원건물은 없고 자그마한 바위 언덕에 조성된 엄청난 불교 유적과 마주하게 된다.
불탑 다고바(Dagoba) / 폴론나루와 왕궁유적
AD 12세기, 외적의 침입으로 싱할라 왕국은 수도를 아누라다푸라에서 이곳 폴론나루와로 옮기게 되는데 그때 이 갈 비하라야 사원도 건축되었다고 한다.
부처 좌상 / 와불상 / 불제자 아난타 입상(立像)
바위산을 쪼아 조성한 5m 높이의 명상하는 부처 좌상(坐像), 연꽃 위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부처님의 제자 아난타의 7m 입상(立像), 오른팔로 머리를 괴고 누워있는 길이 14m의 부처님 열반상(涅槃像)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또 부처님 좌상과 아난타 입상 사이에는 자그마한 석굴을 조성하고 다시 조금 작은 부처님 좌상을 모셔서 창살로 막아놓고 있었는데 좌상 뒷면의 조각이 특이하고 아름답다.
5m 높이의 부처님 좌상 뒷면의 바위도 광배와 비슷한 조각으로 둘려 있어 신비롭다.
이곳 안내인의 설명으로 부처님이 누워있는 모습은 발이 포개진 모양을 보고 열반상(死亡)인지 주무시거나 쉬고 있는 모습인지 판별한다고 한다. 아무튼, 신발을 벗고(성스러운 곳이므로) 뜨거운 마당을 걸어 들어가 가까이에서 살펴본 유적의 구석구석 모습은 감탄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맨 안쪽의 갈 비하라야 사원과 연이어져 있는 폴론나루와 고대 신성도시(Sacred City) 유적은 대부분 석조로 된 궁궐이나 불교사원 건물 유적들로 목조 부분은 흔적도 없고 석조건물 일부와 기둥과 벽, 그 초석 등은 비교적 잘 보존되고 정비되어 있었다.
외세의 침입으로 11세기 초 2.000년간 수도였던 북쪽 아누라다푸라를 떠나 이곳 폴론나루와로 천도하였다가 다시 타밀족의 침입을 받자 13세기 더 남쪽의 캔디로 수도를 옮기면서 이곳은 폐허로 변하였다.
높이 12~30m, 벽두께 3m, 방이 50개에 이르렀다는 거대한 왕궁은 7층 규모였다고 하는데 흩어진 건물 잔해와 허물어진 초석들만이 쓸쓸히 밀림 속에 누워있었다.
그 밖에도 수많은 불교사원, 부처님 진신치아사리를 모셨던 사원건물, 반듯하게 뻗어있는 도로들과 그 양옆으로 들어섰던 건물들의 초석들만이 당시의 화려했던 도시 면모(面貌)가 짐작된다.
엄청난 유적 숲속에서 혼자 어슬렁거리다 보니 금방 지쳐버렸다. 너무 더운 데다 밀림 속 왕궁을 둘러싼 도시유적이 너무나 넓게 펼쳐져 있어 둘러 보다 보니 너무 힘들어 툭툭이 기사를 쫓아 보낸 것이 금방 후회가 된다.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주요 건물 유적만도 15개나 된다.
11세기에 건축되었다는 거대한 다고바(Dagoba)의 키리베헤라(Kiri Vehera), 조금 아래쪽의 또 하나의 다고바(둥근 탑)인 랑코트베헤라(Rankoth Vehera), 승려들의 숙소였다는 투파라마야와타다게(Thuparamaya Watadage), 입구 부근의 시바 데바라야(Siva Devalaya), 목욕시설이었던 쿠마라 포쿠나(Kumara Pocuna) 등 대부분 둘러보았는데도 나중에 사진을 보니 어느 것이 어느 건물인지 분간(分揀)도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