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암 발병률 중 12위인 방광암. 특히 남성의 발병률을 보면 위암, 대장암, 간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완치율이 높지만, 재발률이 수술 후 70%에 이를 정도로 높아 주의를 요하는 병이다. 국내 최고 권위자인 일산 국립암센터 서호경 박사와 그의 치료로 방광암을 완치한 이선우 씨를 통해 방광암에 대해 알아봤다.
단순 염증으로 착각한 방광암
“어느 날부턴가 소변이 잘 안 나오고 소변에 붉은 피가 비췄어요. 큰 통증이 없었기 때문에 단순한 방광염이나 피곤해서 그런 거라 가볍게 여겼죠. 그래서 동네 비교기과에서 제조한 약만 복용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도 혈뇨가 없어지지 않는 거예요. 그때 직감했죠. ‘아! 내 몸에 이상이 생겼구나!’ 하고. 아주 섬뜩했어요.”
이선우 씨는 일산 국립암센터 전립선암센터 서호경 박사를 찾아가 정밀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소변하고 접하는 점막인 요로상피세포에 암세포가 생기는 비근침윤성 방광암 판정을 받았다. 방광암은 종양세포의 근육 침범과 전이 유무에 따라 비근침윤성 방광암(전 표재성 방광암)과 근침윤성 방광암 그리고 전이성 방광암 등으로 나뉜다. 이 씨의 암은 방광암의 뿌리가 점막상피세포부터 시작해 근육까지 가지 않은 암이었다. 덕분에 이선우 씨는 방광을 다 들어내는 대신 암과 주위의 점막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운이 없었던 걸까요. 수술 한 달 후 근침윤성 방광암으로 병이 진행됐고 결국 방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때 소변을 저장하는 방광이 없어지는 상황이라 요로전환술(요로변경술)은 필수예요. 인공 소변주머니를 차지 않기 위해서는 장을 잘라 방광이 있던 자리에 넣어주는 인공방광 대치술을 시행하죠. 하지만 저는 수술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인공 소변주머니를 달 수밖에 없었어요.”
방광암은 수술 후 임파절에 전이가 되면 5년 생존율이 30%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선우 씨는 방광암 완치 판정을 받고,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발병률 증가 추세, 여성 발병률도 늘어
2012년에 발표된 201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0년 20만 명의 암환자가 발생했다. 그중 방광암은 남녀를 합쳐 3천416건이고 전체 암 발생의 1.7%로 1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남성의 발병률을 보면 위암, 대장암, 간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발병률 수치는 계속 증가 추세이며, 여성 발병률도 점차 늘고 있다. 방광암은 완치율이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지만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방광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바로 혈뇨입니다. 다른 혈뇨와 다르게 통증이 없습니다. 40대 이상, 무통증 혈뇨가 보인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방광암은 완치율이 높고, 수술 후 합병증 발병률이 낮은 것으로 유명하지만 재발률이 높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 때문에 철저한 치료가 필요합니다.”
서호경 박사는 방광암은 금연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또 발암물질을 내뿜는 ‘방향족 아민(방향족 탄화수소 유도체에 속하는 아민류의 총칭. 대표적인 화합물에 아닐린이 있다)’을 취급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화학 물질을 안전하게 다루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그 외에도 방광암은 높은 재발률로 악명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 주기적인 검진으로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선우 씨의 방광암 극복하는 건강 생활법
“무리하지 않고 적정한 체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정해진 시간에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로 몸의 컨디션을 항상 좋게 하죠. 컨디션이 좋으니깐 고민이나 안 좋은 생각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또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지방이 적은 육류를 섭취해 체력을 보충해요. 아내가 치매에 걸려 제가 옆에서 항상 도와줘야 해요. 씻기는 것에서부터 옷 입히는 것까지 하나하나 챙겨주다보니 활동량도 그만큼 늘면서 운동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몸을 자주 움직이죠. 이제까지 옆에서 건강을 챙겨주던 아내가 아프니 제가 더욱더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더라고요. 제가 건강해야 옆에서 돌봐줄 수 있으니까요. 특별히 몸에 좋다는 걸 챙겨 먹기보다는 제철 채소와 과일을 균형 있게 섭취하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생활하고 있어요.
서호경 박사가 밝히는
방광암에 대한 오해와 진실
Q1 혈뇨가 나오면 무조건 방광암을 의심해야 한다?
혈뇨가 있다고 무조건 방광암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염이나 결석이 혈뇨의 더 흔한 원인입니다. 하지만 통증이 동반되지 않은 혈뇨가 있는 경우 방광암을 의심해야 합니다. 특히 40세 이상의 남자라면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2 흡연은 방광암 발병의 가장 큰 원인이다?
흡연은 방광암의 가장 주요한 단일 위험인자로, 상대적 위험도는 보고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비흡연자에 비해 2~7배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또 염료, 고무, 직물, 화학 공장에서 4-아미노바이페닐(4-aminobiphenyl), 벤지딘(benzidine) 등 각종 방향족 아민에 노출된 경우도 발생 위험성이 증가합니다.
Q3 방광암 수술을 받으면 평생 인공 방광을 달아야 한다?
비근침윤성 방광암의 치료는 내시경을 요도로 삽입해 방광 종양과 주위 점막을 절제합니다. 근침윤성 방광암의 치료는 근치적 방광적출술입니다. 이 경우 방광이 제거되기 때문에 요로전환술(요로변경술)을 함께 시행합니다. 요로전환술의 방법에는 소변주머니를 복벽에 부착하는 ‘회장도관조성술’과 장을 공 모양으로 성형 후 방광에 넣어주는 ‘자연배뇨형 인공방광 조성술’이 있습니다.
Q4 당뇨병 치료제는 방광암에 치명적이다?
당뇨병치료제인 ‘액토스(Actos, pioglitazone)’를 2년 이상 먹으면 방광암 발생이 두 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Q5 수영장에 자주 가는 것도 방광암에 좋지 않다?
비소에 오염된 물을 마시면 방광암 발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식수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 염소로 소독한 수돗물을 장기간 많이 마시면 방광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평가된 바가 없습니다.
Q6 소시지, 햄, 베이컨 등은 방광암을 유발하는 식품이다?
붉은 고기, 가공 육류(햄, 베이컨, 소시지) 등 동물성 지방 섭취는 방광암 발생을 두 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고지방식 역시 방광암 발생을 1.4~1.7%배 증가시키고 포화지방산 섭취는 2.3배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