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안 프로이트(Lucian Freud, 1922~2011), ‘엘리자베스 2세(Queen Elizabeth II) ’, 2001년. 대리운전 이야기(1) 2017년 9월, 해 오던 약간의 일들이 동시에 싹 끝나버렸습니다. 그때 마침 지역 장애인 재활원에서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제안을 받아들여 10월부터 12월 사이에는 생애 처음으로 지적장 애인들을 돌보는 일을 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는 2018년 1월부터 대리운전 일을 시작했습니다. 시간 관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선택의 한 이유였습니다. 그즈음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의 김정운 소장이 신문에 쓴 칼럼을 읽었습니다. 친구 교수들을 향해 은퇴한 뒤에는 손가락을 사용하 는 일을 해 보라고 권하였습니다. 그의 의도가 맞는지 모르겠으나 정신노동을 하던 사람은 육체노동 을 해 보라는 뜻으로 읽었습니다. 그 글도 참고는 되었습니다. 그해 1월 초에 시작해서 2019년 7월까지, 중간의 석 달 다른 일을 한 시기를 제외하면 열여섯 달 동 안 계속했습니다. 재활원에서의 아르바이트도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대리운전도 새로운 세상을 겪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르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얼마간 채웠습니다. 평생 한정된 사람들과 만 교유해 왔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처음 며칠 사이에(아마도 1주일 정도) 통과의례라 할 만한 일들을 겪었습니다. 눈 내린 날 밤 경기 도 용인시의 어느 동네까지 갔습니다. 주변 거리가 캄캄했습니다. 콜(대리운전 호출)도 없어 서쪽으 로 가는 버스가 있는지 살펴보니 다 끊긴 시간이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본 도로 표지판을 기준으로 하면 9킬로미터 정도 걸었습니다. 서울행 붉은 버스 표지가 있 는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용인경전철의 기흥역 부근이었습니다. 새벽 세 시 좀 넘었는데 시간표 를 보니 첫차가 출발하려면 다섯 시가 지나야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거리 불빛이 밝은 곳까지 옮 겨 갔습니다. 거기서 콜을 기다려 보았지만 헛수고였습니다. 근처에 있는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으로 추위에 떨던 몸을 녹였습니다. 긴 시간을 추위 속에서 지 냈는데 라면과 함께 하는 편안한 시간은 얼마나 짧게 느껴졌던지! 그날은 단 두 건의 운행만 처리한 채로 첫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이틀 쯤 뒤에는 김포의 어딘가로 갔다가 판단 잘못으로 용인에서처럼 긴 시간 걷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은 좀 늦게 시작했지만 성적이 좋았습니다. 고양시의 원흥 지구까지 갔는데 그곳에서 콜이 이어져 남양주로 갔습니다. 운 좋게 서울 방향으로 가는 버스 막차가 있어 타고 나오다가 구리 시내 에 접어들자 콜을 받았습니다. 서울의 우장산 근처 아파트로 갔는데 거기서 곧바로 경기도 동탄 지 구까지로 연결되었습니다. 매우 긴 거리를 별로 쉬는 시간 없이 운행했으니 시간 대비 수입은 높았 습니다.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그곳은 동탄 중에서도 새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 거대한 벌판이었습니 다. 2018년의 1월은 대단한 추위를 기록한 달인데 그날이 그 기록적인 추위가 닥친 날 중 하나였습 니다. 새벽 두 시가 좀 넘어서부터 한 시간 남짓 추위를 견뎌내다가 택시를 잡아타고 사우나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달라고 했습니다. 택시 기사가 내려준 곳은 북광장이란 곳이었는데 다행히 택시 요금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우나 간판은 찾질 못했지만 상관없었습니다. 식당과 주점, 호텔이 모여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그 러나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을 먹은 게 그 밤의 마지막 일정이었습니다. 1호선 서동탄역을 찾아내 어 서울행 첫차를 탔습니다. 먼 거리를 걷거나 대책 없이 추위에 떨거나 한 건 대리운전 생태계를 전혀 몰랐기에 겪은 일입니다. 일하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대중교통 운행이 다 끊긴 시간에 대리운전 기사의 이동을 위 한 수단이 있습니다. 이 사회에서는 ‘셔틀’이라고 부릅니다. 도시 외부 지역에서 도심 지역까지 운행 하는 차량입니다. 대체로 개인들이 팀을 만들어 노선을 정하고 승합차로 서비스합니다. 이천 원 또는 삼천 원 정도의 요금을 받습니다. 거리에 따라서는 천 원이나 사천 원 하는 경로도 있습니다. 이 셔틀의 망(網)은 꽤 나 촘촘합니다. 그러나 그 노선이 버스나 지하철처럼 공고되지 않습니다. 한번 이용해 본 사람이라 야 압니다. 사고가 날 경우 보험 처리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교통수단도 있습니다. 택시 합승입니다. 도시 바깥 지역에서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용인의 기 흥이나 성남의 분당에서 네 명의 기사가 모여 서울 택시를 타면 강남의 번화가까지 가는데 한 사람 당 삼천 원씩 부담합니다. 장거리를 빨리 이동할 수 있으니 효율적이지요.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미 터 요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돈이지만 빈 차로 서울 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계산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택시 기사는 시간이 걸려도 미터 요금 낼 손님을 기다리느라고 이 합승을 거부합니다. 택시 기 사의 이 선택은 대리기사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대리기사도 운전하여 어느 지역에 도착하면 거기서 콜을 기다릴 것인가 콜 접수할 확률이 높은 곳으로 이동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니까요. 서울 시내에는 심야버스가 있어 도움을 받습니다. 노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자정에 첫차가 출발하고 새벽 3시경에 막차가 출발을 합니다. 서울의 외곽 경계선에서 대각선 방향의 경계선 가까 이 운행하니까 대리운전자의 이동에 긴요한 수단이 됩니다. 대리 기사를 위한 무료 애플리케이션도 있습니다. 셔틀 정보, 대중교통 정보 등 필요한 정보를 알려 주는 서비스인데 설치했다가 작동하기 불편해서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이 업계의 정보들은 셔틀이나 합승 택시 속에서 또는 도시 외곽의 주점가에서 대기하다가(다른 기 사와 문답하여) 대리 기사들 사이에 유통됩니다. 셔틀 속에서는 적잖은 대화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운 전을 하며 손님과 분쟁이 있은 이야기, 지역별 시장 특성, 다른 셔틀 노선의 정보, 고참(?)이 신참에 게 전하는 조언, 지도 공부의 중요성 등 다양합니다. 누군가는 최근에 대리운전을 시작했다는 이에 게 이런 말도 했습니다. “한겨울 추위와 여름 장마를 다 겪어 봐야 대리운전 해 봤다 소리 할 수 있 는 거요.” 이 말이 들려올 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한여름 밤의 도회지 열기가 가장 힘들었는데.’ 아프리 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머물 때 그곳 사람들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한국의 한여름보다는 그곳 더위가 견딜 만하다고 그랬었지요. 인적이 뜸해진 한밤중 도심의 길 위에서 숨 막힐 것 같은 더위를 느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콜에 응하여 출발지까지 걷는 일이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 심한 더위 때문에 스스로 정한 지출의 규칙을 깨트리기도 했습니다. 대리운전을 하는 시간에는 호주머니 돈 지출의 기준을 평소와는 달리 정했습니다. 하룻밤 노동의 대가 수준에 맞추어 써야겠다 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약간의 허기를 채우는 방법은 용인에서 경험한 것처럼 컵라면을 먹는 거였습 니다. 고정 메뉴가 싫어질 때는 거리의 어묵 두 꼬치나 초콜릿 과자 하나를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도심지에서 유달리 더위를 견디기 힘든 밤이 있었습니다. 그때 눈 딱 감고 철야 영업을 하는 커피 집 에 들어가 사천 원이나 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쉬어 보았습니다. 차가운 커피가 그렇 게 맛있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퍼온 글] / 출처; 2020.02.27 06:56에 받은 자유칼럼그룹의 e메일 / 필자소개; 홍승철(고려대 경영학과 졸. 엘지 화학에서 경영기획 및 혁신, 적자사업 회생활동 등을 함. 1인 기업 다온컨설팅을 창립, 회사원들 대상 강의와 중소기업 컨설팅을 하고 있음) 진화하는 원격근무 모든 분야에서 세상 변화를 실감하지만 신문사만큼 상전벽해인 곳도 드물다. 한 세대 전 원고지와 납활자 조판에서 지금은 웹 기반의 기사전송・편집・조판 시대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문 선공(文選工)이 사라졌고, 조판대는 컴퓨터로 대체됐으며, 두꺼운 스크랩북은 컴퓨터파일과 포털이 대신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인 발전이 신문사 풍경을 바꿔놓은 것이다. 취재기자들은 편집국에 자기 책상이 없고, 주로 외부에서 원격근무를 한다. 기자의 가방에는 원고지와 볼펜 대신 노트북PC, 스마 트폰, 패드가 들어 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술 발전만이 아니다.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장 폐쇄(셧다운)가 잇따르면 서 기업의 근무환경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서울 용산 LS타워에서 확진자 1명이 나와 4000여 명이 일하는 건물이 폐쇄되고, 인근 아모레퍼시픽까지 재택근무로 전환한 게 단적인 예다.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재택근무에 나선 기업이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다. 그래도 회사는 큰 지장 없이 돌아간다.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IDC(인터넷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영상통화 등을 통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 변화를 코로나19가 새삼 일깨워준 셈이 다. 발빠른 증시에서는 약세장임에도 원격근무, 온라인교육 등 ‘언택트(untact・비접촉) 관련주’가 강 세다. 원격근무는 업무집중도 등 효율성이 여전히 논란이다. 최근 보수적인 일본 기업들 중에도 재택근무 를 도입한 곳이 많다. 반면 원격근무의 원조인 IBM 등 미국 기업들은 되레 줄이는 추세다. 어떤 근무 형태가 최선인지 정답은 없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도 원격근무가 폭넓게 확산될 전망이다. 더 높고, 빨라지고, 밀집된 일 터 환경이 감염 확산에 취약해 ‘언택트 근무’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그런데도 컨베이어벨트 공장 에나 어울릴 정시 출퇴근, 주 52시간제 등을 모든 업종에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 다. 페스트균이 중세를 무너뜨렸듯이, 전염병 유행은 크나큰 사회환경 변화를 몰고 온다. 4차 산업혁명 와중에 터진 코로나 사태가 근무형태를 어떻게 바꿀지 궁금하다. 이참에 선택근무, 책임근무 등 근 무형태 유연화를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다. 그런다면 지옥철, 교통체증, 집값 문제를 푸는 부수효과 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퍼온 글] / 출처; 한경닷컴 / 오형규(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2020.02.27 00:22 파리 코로나와 캠핑카 캠핑(camping)은 ‘일상에서의 탈출’을 꿈꾸는 도시인들에게 활력소가 된다. 캠핑의 사전적 정의는 ‘텐트 또는 임시 초막 등에서 일시적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다. 야영(野營)이라고도 한다. 캠핑의 유래는 깊다. 인류가 농사를 짓고 정착생활을 하기 전까지 대자연은 집이자 생활무대였다. 눈이나 비바람 등 자연의 위협과 호시탐탐 목숨을 노리는 맹수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건 인류의 생 존이 걸린 문제였다. 동굴이나 동물가죽으로 주거공간을 만든 것이 캠핑의 시발이다. 캠핑을 한 단 계 업그레이드시킨 건 전쟁이다. 로마제국 시절에 적의 기습을 막기 위해 평야의 넓은 캠퍼스(campus)에 텐트를 치고 병사들을 재웠 다. 병사들이 캠핑 기술을 익히는 것은 전투에서 살아남는 것 못지않게 중요했다. 전장에서 병사들 의 전투력과 직결된 캠핑 장비는 무기만큼 중요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인류에겐 재앙이었지만 침낭, 버너, 텐트 등 캠핑 장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 킨 계기가 됐다. 생존이나 전쟁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현대적 의미의 캠핑은 19세기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남 북전쟁을 겪은 미국에서 캠핑의 교육적 가치에 눈을 뜨면서 공동체 생활을 결합한 교육 캠핑이 시 작됐다. 유럽은 독일을 중심으로 ‘반더포겔 운동’이 불붙었다. ‘철새’라는 의미의 독일어인 반더포겔 처럼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심신을 다지는 청년들의 자발적 도보여행이다. 우리나라도 주5일 근무 제 확산으로 캠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콘크리트에 갇힌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사회성과 독립 성을 기르는 기회로 활용됐다. 캠핑의 유형도 장비를 메던 백팩킹에서 오토캠핑, 글램핑에 이어 캠핑카(카라반)로 진화를 거듭했 다. 얼마 전 한양대 캠퍼스에 때아닌 캠핑카가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 로 진료시설이 부족해지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학교 측은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 가운데 유증상자가 나오면 확진 판정이 나올 때까지 캠핑카에 격리한다. 캠퍼스의 낭만과는 괴리감이 있지만, 바이러스라는 대상만 다를 뿐 ‘전쟁’이라는 본연의 임무수행에 나선 것이다. 이쯤 되면 캠핑카의 변신은 무죄다. [퍼온 글] / 출처; 세계일보 / 김기동(세계일보 논설위원) / 2020-02-26 23:23:41 꿩의바람꽃 사재기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쓴 소설 ‘허생전’의 주인공인 허생은 1만냥을 빌려 과일 매점매 석을 통해 5년 만에 무려 100만냥으로 불렸다. “훗날 이런 방법을 쓰는 자가 생기면 나라를 병들게 할 것”이라는 허생의 입을 빌린 박지원의 경고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이 됐다. 매점은 물건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행위, 매석은 물건을 제때 팔지 않고 쌓아 두는 행위를 일컫는다.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인데, 일상생활에서는 사재기란 용어로 더 자 주 입에 오르내린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왜곡을 초래하거나 가격 급등을 불러오는 등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대표적인 행위다. 한때 출판사들이 자신들이 내놓은 신간 서적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서 점에서 재구입하는 게 오래된 관행이었다. 마케팅 전략으로 간주됐으나 사재기와 다름없다. 최근에 는 온라인 음원 사이트 순위를 조작했다는 ‘음원 사재기’ 의혹도 증폭됐다. 2015년 1월 담뱃값이 20 00원 인상되기 직전에는 차익을 노린 담배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사재기 현상이 코로나19 사태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마스크 수급에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일일 마스크 생산량이 1200만개로 충분 하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이었지만 사재기 현상을 간과했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마스크는 품절되 기 일쑤고, 가격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전보다 10배 이상 뛰었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 장 앞에는 구매객들로 장사진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우선 구매하는 데다 중국으 로의 수출물량이 급증하면서 시중에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돼 또 다른 의미의 매점매석 효과 를 내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큰 지금 안정적인 마스크 수급은 국민들이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 25일에야 마스크 수출 제한 등 긴급 조치를 발표해 뒷북 대응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재기 우려가 어찌 마스크뿐이겠나.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면 마스크는 물론 생활필수품 등 다른 물품으로도 사재기 현상이 번질 수 있다. 물론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점매석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후 처벌보다 사전 대비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국민들끼리 서로 삿대질하도록 놔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정부는 선제적 대비로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 줘야 한다. [퍼온 글] / 출처: 서울신문 / 장세훈(서울신문 논설위원) / 2020-02-27 03:12 런던아이 의술의 신 "의술은 죽음과의 싸움이다." 코로나19로 중국에서 의사들이 감염과 과로로 쓰러지는 것을 보며 떠 오른 말이다. 우리도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의료진이 애를 먹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에서도 코 로나19 환자를 치료하다가 목숨을 잃는 의사나 간호사가 나올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방역 인력도 과로 위험에 노 출돼 있다. 하루빨리 전염병을 차단해야 하겠지만 의료진과 방역 담당자들은 스스로 건강을 잘 챙겨 야 한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의술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지만 `의술의 신`은 죽음과 관련이 깊다. 아테네에서 의술의 신으로 숭배했던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론 신과 코로니스라는 여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아폴론은 태양신으로 유명하지만 의술과 역병도 관장하는 신이다. 아스클레피오 스가 의술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 것은 아폴론의 유전자를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탄 생이나 삶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코로니스는 아스클레피오스를 임신한 상태에서 부정을 저질렀다. 이에 처녀성과 출산을 담당하는 아르테미스 여신은 분노했고 화살을 쏘아 코로니스를 죽였다. 역병으로 죽은 다른 여인들과 함께 코 로니스가 화장을 당하기 직전 아폴론은 시체에서 아스클레피오스를 꺼낸 뒤 케이론이라는 의사에 게 보낸다. 세월이 흘러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사가 됐는데 그의 의술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지에 이르렀 다. 죽은 자를 살리는 비법을 터득했던 것이다. 문제는 신들이 이를 묵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스 클레피오스의 의술로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한 죽음의 신 하데스는 펄펄 뛰었다. 그는 제우스에게 불만을 터뜨렸고 결국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가 던진 벼락을 맞아 죽는다. 그러나 그는 아테네 사 람들에 의해 의술의 신으로 부활한다. 코로나19가 우리 생명을 위협하고 있지만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도 죽음과 싸우는 의술 의 신들이 많기 때문이다. [퍼온 글] / 출처; 매일경제 / 장박원(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 2020.02.27 00:04:02 AI 코페르니쿠스 [사이언스프리즘] 현실 물리학자 사고 방식 닮은 / AI 시스템 ‘사이넷’ 등장에 흥미 / 미래 양자역학의 발달 기대 속 / 물리학 종말 ‘스카이넷’ 우려도 올해 초 ‘신경 연결망을 이용한 물리학 개념의 발견(Discovering Physical Concepts with Neural Net works)’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물리학 학술지 ‘Physical Review Letters’에 발표되었다. 서로 다른 네 종류의 물리학 문제를 인공지능을 통해 살펴본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이 중 대중의 큰 관심을 끈 것은 바로 태양계에 대한 결과다. 지구에서 본 화성과 태양의 위치를 입력으로 이용해 학습시킨 인공지능 이 지구가 아닌 태양이 태양계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아냈다는 결과가 논문에 담겼다. 모두 알고 있 는 지동설을 찾아낸 것이 뭐 그리 신기한 일이냐고 독자가 생각한다면,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시길. 행성운동의 중심이 지구가 아닌 태양임을 밝히기까지, 우리 인류는 수천 년이 걸렸다. 이 일을 인공 지능은 아주 짧은 계산 시간 안에 해냈다. 논문 저자들이 사이넷(SciNet)이라 부른 이 인공지능 시스템에 몇 언론이 ‘AI 코페르니쿠스’라는 재 밌는 이름을 붙였다. 사이넷의 작동방식은 현실 물리학자의 사고방식을 닮았다. 여러 관찰데이터를 모아 물리학자가 먼저 하는 일은 데이터를 표상하는 단순한 모형 혹은 이론의 구축이다. 다음에는 모형을 이용해 주어진 문제의 답을 구하고 이를 실제의 데이터와 비교해 모형의 타당성을 검증한다. 현실에서 이 과정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여러 번의 반복을 통해 모형은 점점 정교해진다. 같은 데이터를 거의 비슷한 정확도로 설명하는 두 모형이 있을 때, 물리학자는 더 단순한 모형을 선호한 다. 결국 지동설이 천동설을 대체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중세의 천동설은 일식을 예측할 정도의 수 준으로 발전해 있었다. 과학자들이 마음을 바꾸게 된 계기는 지동설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 아니었 다. 지동설이 더 단순하기 때문이었다. AI 코페르니쿠스도 물리학자와 비슷한 방식의 구조를 가진다. 여러 개의 노드로 구성되어 있는 입력 층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은닉층을 거쳐 데이터의 표상을 담당하는 중간의 작은 연결망으로 전달된 다. 이 연결망이 바로, 물리학자 머릿속의 이론 모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적은 숫자의 노 드로 구성되어 있어서, 커다란 입력 정보를 적은 수의 변수를 이용해 표상하게 된다. 마치 현실의 방 대한 데이터를 설명하는 단순한 물리학 모형처럼 말이다. 이렇게 적은 노드가 담당한 데이터의 표상 은 다음에는 다시 큰 연결망으로 전달되어 주어진 문제의 답을 출력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출력한 답을 실제의 데이터와 비교해 둘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인공지능 신경망의 학습이 진행된다. 물리학자인 필자는 사이넷의 등장을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으로 본다. AI 물리학의 발달에 대해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분야는 양자역학이다. 현재의 양자역학 체계는 물리학자들에게 여전히 불만이 다. 만약 아무런 선입견 없이 관찰데이터에만 기반해 양자역학을 인공지능이 처음부터 다시 구성한 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 될지, 필자는 무척이나 궁금하다. 사이넷에 대한 필자의 우려는 ‘물리학의 미 래’에 있다. 논문의 저자들이 의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영화 터미네이터에 등장하는 인류의 종말을 바라는 미래 인공지능의 이름이 스카이넷(SkyNet)이다. 거의 철자가 비슷한 사이넷(SciNet)은 물리 학의 종말을 앞당기는 물리학자의 스카이넷이 될 수도 있다. 우주와 자연에 대해 이해하려는 기나긴 열정에 붙은 이름이 물리학이라면, 열정 없이 자연을 이해할 수 있는 획기적으로 발전한 미래 사이 넷의 시대에, 물리학이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인류의 지적활동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 을까. 오늘 소개한 이 흥미로운 연구에 대한 소개 기사가 저명 학술지인 네이처에도 실렸다. 기사를 프린 터로 출력해 읽다가 마음이 무거워졌다. AI 코페르니쿠스를 소개한 멋진 기사 바로 다음에는 대학입 시에 도움을 주려고 자녀를 학술 논문의 공동저자로 참여시킨 우리나라 과학자들에 대한 낯 뜨거운 내용을 담은 기사가 이어진다. 물리학의 자연법칙을 인공지능으로 발견하려는 멋진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는 동시대에 말이다. [퍼온 글] / 출처; 세계일보 / 김범준(성균관대 교수 물리학) / 2020-02-26 23:20:39 상하이 예원 SNS 속 코로나…걱정→공포→혐오로 [차미영의 데이터로 본 세상]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H1N1 신종인플루엔자, 2012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 후군) 그리고 2019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는 사태가 왕왕 벌어지고 있다. 항공과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촘 촘히 연결된 편리한 사회는 전염력이 있는 질환도 빠르게 확산시킨다. 그간 우리는 일련의 전염병 사태를 경험하며 다양한 배움을 얻었다. 손 씻기와 기침 예절, 가짜 뉴스 에 대한 경각심 그리고 바이러스성 질환과 관련된 의료 상식 등도 알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보건기구(WHO)는 여섯 번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그렇다면 국민 개개인 은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필자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SNS를 분석했다. SNS는 전염병에 대한 사회 관심과 내재한 감정을 추적할 수 있는 최적의 도 구다. 우리 연구진은 데이터 분석 기업 에이아이스페라(AI Spera)와 함께 지난 1~2월 트위터를 비롯 해 SNS 세 곳의 ‘코로나’ ‘우한’ 등을 언급한 글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시민들은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코로나19에 주목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 서는 한국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0일 이전에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소식을 언급하며 전염 우려 를 담은 글이 하루 평균 1만8000여 건 올라왔다. 공공 안내문이 설치되기 이전부터 손 씻기와 기침 예절, 예방 수칙 등이 SNS상에서 빠르게 공유됐다. 국내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대대적인 보도가 이 뤄지기 전부터 시민이 주도하는 저널리즘이 정보를 공유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는 의미 다. 가짜뉴스 비중・수명 모두 줄어 둘째, 코로나19와 관련해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확진자’와 ‘확진’으로 전체 글의 6% 에 해당했다. 이와 함께 확진자의 지역명, 단체명, 동선, 병원명, 마스크 등이 연관돼 많이 언급됐다. 확진자의 감염 경로와 행태까지 집단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경계 단계에서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 주안점인 ‘역학조사’ 및 ‘감염자 동선 추적 대응’과 맞물려서 주로 사람 중심의 토픽이 상위 키워드로 나온 것이다. 이와 상이하게 해외 SNS에서는 전염병 증상, 치료법 등 질병 자체에 대한 키워드가 많 이 등장했다. 셋째, 과거 전염병 사태와 비교해 가짜 뉴스의 비중과 수명이 줄었다. 2012년 메르스 사태 당시 김 치가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후문, 거짓 확진자의 신상, 병원 괴담 등 다양한 가짜 뉴스가 퍼져나갔다. 이번에도 거짓 정보는 존재했지만, 몇 시간 이내에 사실 확인을 거쳐 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여러 번에 걸친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시민들이 온라인상의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 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증거다. 넷째, 전염병에 대한 감정은 걱정에서 시작해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또 일부는 혐오감으로 표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1월에는 ‘입국’ ‘무서움’ ‘조심’ ‘불안’ ‘격리’ 등이 상위 키워드로 나타났다면, 2월에는 ‘심각’ ‘공포’ ‘혼란’ ‘혐오’가 상위 키워드로 등장했다. 혐오의 대상은 ‘확진자’ ‘중국인’ ‘정치인’ ‘종교 인’ 등으로 다양했다. 이뿐 아니라 혐오 감정을 기반으로 한 정치성 글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 다. 시간이 지나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자 불안과 두려운 감정이 특정 대상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 것이다. 뉴스에 노출될수록 '스트레스' 마지막으로, 분석 기간 중 SNS에 게시된 전체 글에 기반한 일자별 상위 100위 키워드 중 14%가 전 염병에 관련된 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아마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SNS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홀만 교수팀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2013년)에 따른 미디어 수용자의 태도를 분석한 결과, 지속해서 뉴스에 노출될 경우 실제 테러 목격자보다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잠시 미디어를 끄고, 건강 증진을 돕는 운동을 하며 혼란을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분석에 쓰인 데이터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스토어에 공개 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진은 코로나19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아마도 당분간 SNS에서는 ‘공포’와 ‘혼란’의 키워드가 이어질 것 같다. 하루빨리 ‘안도’와 ‘종료’가 상위 키워드로 등 장하길 바란다. [퍼온 글] / 출처; 한국경제신문 / 차미영(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KAIST 전산학부 부교 수) / 2020.02.27 00:07 KTX 안에서 점프해도 뒤로 날아가지 않는 이유 [과학을 읽다] 시속 300㎞로 질주하는 KTX 고속열차 안에서 점프를 해도 그 사람은 뒤로 날아가지 않습니다. 버스 나 지하철 안에서 점프를 해도 마찬가지로 승차한 사람들은 안전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은 KTX가 아주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사람이 점프를 하면 그 사람은 공중 에 떠서 정지한 상태이니 열차의 뒤쪽과 부딪혀야 맞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과학적 상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달리는 열차 안이나 버스에서 점프를 하면 어떤가요? 점프한 그 자리에 그대로 착지합니다. 그 이유는 '관성의 법칙' 때문입니다. 이는 뉴턴이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으면 물체는 일정한 속 도로 움직인다고 정의한 제1 운동법칙입니다. 고속열차 안에서 점프해도 뒤로 날아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쉽게 말하면, 고속열차나 버스 내부에 탄 승객은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열차나 버스와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시속 300㎞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점프를 해도 제자리 뛰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속 100㎞로 달리는 버스에 타고 창밖으로 옆차를 보면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또한 서 로 같은 속도로 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마찰력이나 공기저항, 중력 등 외부의 힘이 작용할 경우에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들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속열차의 지붕 위에서 점프를 한다 면, 강력한 바람(공기저항)으로 인해 뒤로 날아갈 수 있겠지요. 범위를 확대해보면, 고속열차 안에서 점프를 해도 뒤로 날려가지 않는 것과 지구에 사는 인류가 우 주로 튕겨 나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자리에서 매일 뺑뺑도는 것 같지만 지구의 자전속도는 엄청나게 빠릅니다. 지구의 자전속도는 초 속 463m, 시속으로는 1667㎞나 됩니다. 초음속 제트기의 속도와 맞먹습니다. 지구는 70억 명을 태우고 초속 30㎞로 비행하는 초대형 우주선과 같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태양을 중심에 두고 1년에 걸쳐 회전하는 지구의 공전속도는 더 빠릅니다. 지구의 공전속도는 초속 29.8㎞, 시속으로는 10만7000㎞에 달합니다. 자그마치 음속의 87배나 됩니다. 1초에 30㎞를 나아가 는 우주선의 속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속도입니다. 이렇게 지구가 빠르게 우주를 날고 있고, 원심력도 작용하지만 단 1명의 사람도 지구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습니다. 사람들도 지구와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구 안에 존재하는 많은 자동차와 열차들이 쌩쌩 달려도 지구라는 커다란 우주선이 달리는 속도에 는 못미칩니다. 사실상 지구는 70억명을 태우고 초속 30㎞의 속도로 태양의 주위를 비행하면서, 자 전축을 중심으로 매일 시속 1667㎞로 회전하기도 하는 초대형 우주선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퍼온 글] / 출처; 아시아경제 / 김종화(아시아경제신문 기자) / 2020.02.26 06:35 스페인 코로나가 확인해준 한국 대학의 나약함 한국 대학은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은 지 오래됐다. 이 때문에 지방대는 신입생 모집이 어려워 중국 유학생들로 넘쳐 난다. 다행히 서울 소재 대학은 지리적 이점 덕분에 전국에서 학생들이 몰려들면서 정원을 메꾸는 건 문 제없다. 그러나 10년 이상 동결된 등록금 때문에 사립대 재정은 열악해졌다. 서울 소재 사립대 역시 이를 보전하려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유학생의 `지원금`에 크게 의존한다. 대 학 정원 외로 외국 유학생을 추가로 선발할 수 있다는 제도를 십분 활용한 셈이다. 그 결과가 최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중국인 유학생 입국을 둘러싼 갈등이다. 현재 국내 대학 전체 유학생 중 중국 인 유학생 비중은 44%에 달한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번 봄학기를 앞두고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인 유학생만 7만명에 달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모두 입국하면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 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촉발된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이젠 전국적으로 다발할 위험이 크다. 그동안 대학 교육이나 행정에 간섭한 정부 정책이 이런 문제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특히 등록금이 란 일종의 시장가격에 개입하면서 발생한 문제다. 정부가 대학 정원 규제에도 나서면서 문제는 더 커졌다. 특히 과거 개발연대 잣대를 들이대면서 정원 규제에 나섰다. 대표적인 게 수도권정비계획법 이다. 대학들은 이 규제를 피하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늘리는 방법으로 사실상 정원을 늘렸다. 대학은 등록 금 수입을 늘릴 수 있어 좋고, 국내 학생들은 중국인 유학생이 학점을 깔아줘 `공생`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 대학들의 재정이나 행정적 허약함은 그대로 드러났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사립대에서 손을 떼고 자율에 맡기자. 사립대에 자율성을 준 만큼 지원 규모는 줄여도 된다. 그 대신 지방 국립대에는 더 많은 지원에 나서자. 국립대 학생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장학금을 지급 하고 지방 혁신도시 내 위치한 공기업에 지방 국립대 졸업생 의무 채용 규모를 늘려주자. 그러면 지 방 소재 학생들은 서울에서 비싼 돈 내고 대학에 다닐 필요가 없다. 대학생이 선호하는 공기업에 취 업만 잘된다면 굳이 서울에서 학교를 다닐 필요성이 감소한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 취업도 잘 안 되 는 수도권 대학에 갈 유인도 줄어든다. 지방도 살고 서울도 사는 대학 정책이다. 정원 규제를 축소하면 사교육도 대폭 줄어든다는 게 최근 학계 연구 결과(대학 규제와 사교육에 관 한 연구, KDI)이다. 정원 규제가 완화돼 정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중국 학생 대신 우리 학생에게 양질 의 교육 기회도 줄 수 있다. 다만 지방 사립대나 전문대에 대한 접근 방식은 약간 다르다. 미국식 커뮤니티칼리지를 고려해 볼 때다. 커뮤니티칼리지는 정규 대학은 아니지만 아무 연령대나 대학에 입학해 다양한 학습을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다. 학비도 싸고 능력이 되면 정규 대학에 진학할 자격도 주어진다. 은퇴자 재교육 기관으로도 활용된다. 지역사회를 위한 평생교육기관인 셈이다. 인구절벽에 고생하는 지방 사립대는 은퇴자를 위한 재교육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 부가 나서 과감하게 지역 거점 평생교육기관으로 키워도 된다. 대학에 최대한 자율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립대에 규제 선택권을 주는 게 낫다. 규제를 받지 않는 대신 정부 재정도 지원받지 않는 방안과 지금처럼 규제를 받으면서 재정 지원도 받는 방안 중 대학 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대학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다. 상당수 서울 상위권 대학은 첫 번째 방안을 택할 수 있다. 이때 절약하는 지원금이 바로 지방 대학 몫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드러난 우리 대학의 구조적 문제, 이제는 본격적으로 손볼 때가 왔다. [퍼온 글] / 출처; 매일경제 / 김명수(매일경제신문 국차장 겸 지식부장) / 2020.02.27 00:08:01 예측 [김범준의 옆집물리학] 가만히 손에서 놓은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져 바닥에 닿는다. 정말?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수백만 번 돌멩이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관찰했다고 해서, 지금 내가 들고 있는 바로 이 돌멩이도 잠시 뒤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물론 이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진다. 위로 거꾸로 솟는 것을 본다면 정말 내일 아침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는, 동쪽에서 뜨는 아침 해와 마찬가지의 확실성을 가진다. 이러한 확신의 근거는 무얼까? 뉴턴의 고전역학은 계의 미래를 결정론적으로 기술한다. 고전역학으로 기술되는 자연법칙 자체가 갑자기 변하지 않는 한,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지고, 내일 아침 해는 동쪽에서 뜬다. 물리학이 찾아낸 자연법칙이 우리가 가진 확신의 근거라 할 수 있겠다. 질문은 계속된다. 만약 물리학의 자연법칙이 확실성을 보장하는 것이라면, 근대과학이 태동하기 전 의 사람들은 돌멩이가 갑자기 위로 솟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말일까? 물론, 아니다. 중력법칙을 적용해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푼 것이 아니었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모두 모아서, 서쪽에서 뜨는 해 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 내일도 마찬가지로 동쪽에서 해가 뜰 것이라고, 증명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예측을 한 것이다. 경험에 바탕을 둔 통계적 예측을 동역학적인 예측으로 대체한 것이 뉴턴의 고전역학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내일 아침 해가 여전히 동쪽에서 뜨는 이유를 “지금까지 늘 그랬으니까”라는 경험적인 예 측에서, “지구 자전에 관계된 각 운동량이 보존되니까”라는 물리학의 자연법칙에 기반한 예측으로 바꿨다. 경험에 기반한 통계적 예측도 물리학에 기반한 동역학적 예측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예측이다. 물론, 확실성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은 경험을 통해 수없이 확인된 경험적 예측이라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했다. 초속 11.2㎞보다 빠른 속도의 돌멩이는 지구를 벗어나 땅으 로 떨어지지 않는다. 또, 아무리 물리학을 이용해 예측했다 해도 항상 그 예측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 다. 떨어지는 돌멩이를 옆 친구가 도중에 손으로 받아낸다면, 돌멩이는 땅에 닿지 않는다. 모든 예측 은 가정이 있다. 예측 시점에서 이용한 지금까지의 정보가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유지된다는 가정 이다. 손에서 놓은 돌멩이의 운동이나, 내일 아침 해가 뜨는 방향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다. 다른 예측도 있다. 이미 현재의 상황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만, 우리가 아직 관찰하지 않아 현재가 알 려지지 않았을 때의 예측이다. 내가 자주 하는 간단한 실험이 있다. 독자도 한번 따라 해보시길. 1. 한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의 숫자를 센다. 2. 전체의 10% 정도의 사람이 나의 질문에 손을 들 것이 라고 예측해 그 숫자를 모인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예를 들어, 100명이 모여 있다면 10명 정도가 손 을 들 것이라고 말한다. 3. 혈액형이 AB형이신 분들은 손을 들어 달라고 부탁한다. 이미 그 장소에 모여 있는 사람의 혈액형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정보다. 이미 정해져 있지만, 아직 측정하지 않아 모를 뿐이다. 이러한 방식의 예측을 현재의 예측(prediction of the present)이라 할 수 있겠다. 많은 경우, 현재의 예측은 통계적인 예측의 형태를 띠는데, 데이터의 크기가 커질수록 점 점 더 예측이 정확해진다. 우리나라에서 AB형은 약 10%다. 5명 중 AB형이 몇 명인지는 예측하기 어 려워도 5만 명이라면 AB형의 상대적 비율은 상당히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요즘 빅데이터라는 단 어가 각광을 받는 이유다. 통계적 예측의 단점도 물론 있다.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에 대한 예측을 하지 못한다. 위의 간단한 실 험에서, 몇 명이 자신의 혈액형이 AB형이라고 손을 들지, 개략적인 통계적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정 확히 누가 손을 들지는 아무런 예측도 하지 못한다. 여러 연구들이 생후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도 말로 표현하지 못해도 기본적인 물리학의 몇 원리를 이해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예를 들어, 손에서 놓았는데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물체를 화면에 보여주면, 아기들은 이상하게 생각해 아래로 자연스레 떨어지는 물체보다 더 오 래 쳐다본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몇 개월밖에 안 된 아기들도 어떤 의미에서는 물리학자다. 통계학 자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적인 관찰 결과를 모아서, 어떤 물리 현상은 가능하고 어떤 것은 불 가능한지를 나름 예측한다. 어린아이뿐 아니다. 우리 모든 인간은 항상 미래를 예측한다. 여러 신경과학자가 사람의 뇌를 ‘예측 기계’라 부르는 이유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환경의 정보를 모아서 인간은 가까운 미래에 무슨 일 이 벌어질지를 쉴 새 없이 예측하고, 현실의 결과와 비교해 끊임없이 수정해 간다. 우리가 늘 경험하듯이 예측이 늘 맞는 것은 아니다. 예측과 현실의 차이는 다음의 예측을 더 정교하 게 할 수 있는 자양분이다. 현재의 인공 신경 회로망도 마찬가지의 방법을 따른다. 입력층에 넣어준 정보는 정보 처리 과정을 거쳐서 일종의 예측 형태로 출력된다. 예측치와 현실의 정답과의 차이를 줄이는 방향으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인공지능의 지도학습 방법이다. 사람이나 인공지능 이나, 정확한 예측만 가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측하지 않으면 배울 수 없고, 배우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 [퍼온 글] / 출처; 경향신문 / 김범준(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 2020.02.26 20:54 북미 미국의 산, 붉은색 지층의 웨이브가 아름다움 소금 1톤을 함께 핥아 먹어야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한은형의 느낌의 세계] 사민 노스렛의 요리 프로 보다가 문득 깨닫게 된 소금의 존재 미역도 톳도 베이컨도 심지어 눈물도… 어찌 보면 소금 사람도 고전문학도 아주 오랜 시간 함께하고 음미해야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다 벌떡 일어난 적이 있다. 갈비를 사야 했으니까. 미소 된장도 샀다. 보고 있 던 음식 프로그램에 나오는 갈비 요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일단 소금으로 갈비를 절인 후, 간장과 미 소 된장으로 다시 재우고, 이걸 팬에 구워, 미소 된장을 푼 맛국물을 부어 오븐에 구웠다. 그녀가 그 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있던 프로의 내레이터, 사민 노스렛이었다. 즐거움과 확신에 찬 사민의 목소리와 표정은 정말이지 위력적이어서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말했다. 세 상에는 여러 종류의 소금이 있는데, 왜 한 종류의 소금만 넣으려 하느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나 또 한 여러 종류의 소금을 갈비에 덧입히고 싶다는 욕망이 들끓었고, 나는 그렇게 실험해서 이루어낸 결과물이 내가 먹어왔던 간장으로 양념한 갈비와 어떻게 다른지 어서 빨리 알아야 했다. '소금, 산, 지방, 불'이라는 프로다. 제목이 끌리지 않아 딱히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여러 번 멈추었다. 이를테면, 올리브 오일에 대해 말하면서 '바다와 산과 숲이 섞여서 내는 맛'이라고 하니 그럴 수밖에. 얼마 전 출판사에서 보내온 택배를 뜯었는데 '소금, 지방, 산, 열(salt, fat, acid, heat)'이 들어 있었다. 내가 당장 갈비를 사러 가게 하였던 그 프로그램을 요리책으로 만든 것이었다. 순서를 따지자면, 사 민 노스렛의 책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만든 것이니 요리책이 넷플릭스보다 뒤늦게 도착했다고 말 해야겠지만. 이 수상한 제목을 곱씹다가 사민 노스렛이 페르시아 문화권의 세례를 받고 자란 이란계 미국인이라 는 데 생각이 이르렀고, 그러다 페르시아의 고유한 정원 양식인 '사중(四重)정원'을 떠올리게 되었다. 페르시아에서는 정원을 사등분으로 나누는데, 각 구역이 '물'과 '불'과 '공기'와 '흙'을 상징한다고 들 은 적이 있다. '물' '불' '공기' '흙'만큼이나 '4'라는 숫자가 이슬람 세계에서 신성하게 여겨진다는 것 도 함께.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4'라는 숫자는 그녀의 세계에서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고. 비록 사중정원을 가꾸지는 않아도 소금・산・지방・불이라는 네 가지 요소로 일상의 정원을 가꾸고 있는 거라고. 그리고 이 네 가지는 당연하게도 그녀의 기억과 삶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 일러스트=이철원 "소금을 생각하면 나는 유년기에 꽤 많은 시간을 보냈던 해변부터 떠오른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흘 려보낸 수많은 시간, 파도를 얕보다가 입안 가득 바닷물이 들어차 꿀꺽 삼켜야 했던 순간, 해 질 무 렵 친구들과 함께 바위 사이에 고인 웅덩이에 모여 말미잘을 쿡쿡 찔러 보다 찍 뿜어낸 소금물을 그 대로 맞곤 했던 일들이 생각났다. 남동생들이 커다란 해초를 들고 쫓아와서 정신없이 달아나는 나를 붙잡으면, 우리는 흡사 저승에서 올라온 거대한 장식용 술처럼 그 짠 내 나는 해초로 서로 간질이며 장난을 쳤다." '소금, 지방, 산, 열'의 소금 부분을 읽다가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소금'이 있는지에 대 해 생각하게 되었다. 미역도, 다시마도, 톳도, 굴도, 바지락도, 할라피뇨도, 베이컨도, 심지어 눈물도, 어찌 보면 '소금'이라는. 또 나는 소금에 대한 이야기와 비유들을 좋아한다. 샐러리맨의 'salary'가 'salt'에서 왔다는 것이나 베 네치아 공국을 부강하게 만들었던 소금과 미국의 남북전쟁 때 북군이 남군의 제염소를 파괴한 이야 기라든가…. 최근에 들었던 소금에 대한 가장 쨍한 이야기는 이것이다.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적어도 1톤의 소금을 함께 핥아 먹어야 한다는. "소금 1톤을 함께 핥아 먹는다는 건,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을 다양하게 같이 경험한다는 의미란다. 소금은 보통 조금밖에 쓰지 않으니까 1톤이면 엄청 많은 양이 잖니. 그걸 끝까지 다 핥는 데는 긴긴 시간이 걸릴 테지. 그러니까 아무리 오래 알고 지냈더라도 인 간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그런 이야기가 아니겠니." 스가 아쓰코의 '소금 1톤의 독서'에 서 읽었다. 스가 아쓰코는 고전을 읽는 일을 소금 1톤을 핥는 일에 비유하고 있다. 오래고 오랜 시간 에 걸쳐 인간을 이해하는 일만큼이나 고전을 읽는 일도 오래 걸리고, 소금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비유의 멋진 점은 아무런 인연이 없을 것 같던 'A'와 'B'가 서로 눈을 마주 보게 한다는 데 있다. 소금 을 핥으며 못다 읽은 고전을 생각하고, 고전을 읽으며 아직 이 세상에서 미처 맛보지 못한 소금을 생 각하는 것이다. [퍼온 글] / 출처; 조선일보 / 한은형(소설가) / 2020.02.27 03:15 오해와 편견 없는 과학이 바이러스 물리친다 인류 역사는 고난 극복하며 발전… 바이러스 역시 과학으로 대처 필요 종교적 편견-무지한 행동은 경계, 공포 버리고 의료시스템을 믿어야 기나긴 인류 역사는 고난을 이겨내며 흘러왔다. 가장 두렵고 힘든 고난은 당연히 목숨을 위협받는 일이기에, 결국 질병과 싸우면서 이를 물리쳐 온 과정은 인류사의 큰 줄기인 셈이다. 그런데 자연 생 태계에서는 어떤 종(種)의 동물이건 주어진 수명을 다하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천적 (天敵)에게 먹잇감으로 희생당하거나 혹은 질병으로 중도에 생명을 마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은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어 천적은 없었다. 질병도 마찬가지였다. 20세기 초, 즉 1900년에 도 인류의 기대수명은 고작 30세였다. 이는 100명의 아기가 태어나서 절반은 영아기에 사망하고 절 반은 60세에 못 미쳐 세상을 떠나는 경우다. 얼마나 희귀했으면 나이 70을 고희(古稀)라고 불렀을 까? 그러나 이제는 모두 100세 시대를 이야기할 정도로 안전한 삶을 살게 되었다. 과학과 기술이 발 전하면서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과 그 매개체를 파악한 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오래된 적군인 바이러스는 가끔씩 인류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조금은 새로 운 형태여서 신종(新種)이라 부르지만 실은 이미 알고 있는 존재다. 최근의 바이러스는 전자현미경 으로 관찰한 결과 그 형태가 마치 개기월식의 경우처럼 주변이 밝게 보여서 코로나란 이름을 붙였 는데 이는 우리가 이겨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와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이들의 정체를 밝힌 과학의 힘을 빌리면서 합리적으로 대처하면 될 일이다. 과학은 자연현상에서 갖게 되는 인간의 궁금증을 풀어내는 지적(知的) 활동이다. 예를 들어 사과는 나무에서 땅으로 굴러떨어지는데 그보다 훨씬 무겁고 더 높은 곳에 있는 달은 어떻게 그 자리를 지 키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일이다. 밤낮이 바뀌고 사계절이 반복되는 것도 이제는 지구의 자전 과 공전 때문임을 알지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인류는 적어도 몇천 년을 고민했다. 그런데 양자역학이란 새로운 학문세계를 열면서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과학의 목표 가 자연의 진리를 찾는 그런 대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현상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제거하는 소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밝힌 천문과학은 우주의 중심 이 지구라는, 인류가 지녔던 크나큰 편견을 없앴다. 그리고 세균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신이 인간 세 상에 내리는 천벌(天罰)이 바로 질병이라는 아주 오래된 종교적 오해를 불식시켰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 확산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물리치는 일에도 오해 와 편견 없는 과학적 접근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해는 진실을 감출 때 발생하는데, 이것이 질 병에 관련된 경우에는 큰 피해를 갖고 온다. 한 개인에서부터 조직과 단체 그리고 정부에 이르기까 지 모두가 정보를 공개하면서 투명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모여도 하늘이 도와줄 것이라며 집회를 강행하거나, 혹은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이 마귀 짓이 라는 등의 종교적 편견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과학적 무지에 기인한 이런 일들은 정말 최악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피해를 가져온 스페인 독감은 1918년부터 약 3년간 계속됐다. 이는 당시 세 계 인구 19억 명 중에 5억 명이 감염되었고 결국 약 5000만 명이 사망한 재난 중의 재난이었다. 그 러나 그 무렵은 바이러스에 대한 과학적 지식수준과 방역 및 질병관리 체계가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열악했고, 또 전반적인 공중위생도 형편없던 시기였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 다. 그리고 한낱 독감이 엄청난 재앙이 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있던 독일, 영 국, 프랑스 그리고 미국 등이 자국 군인의 사기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그 현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 았기 때문이다. 전쟁에 직접 나서지 않았던 스페인은 그와 다르게 이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독감 퇴 치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했는데, 그 바람에 엉뚱한 누명을 쓰고 이름이 남았다. 스페인은 사실 스 페인 독감과 무관한 나라다. 우리는 세계적인 의료수준과 체계적인 질병관리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를 신뢰하면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그리고 투명하게 대처하면 코로나바이러스는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경각심은 갖되 공 포를 지녀야 할 일은 결코 아니다. [퍼온 글] / 출처; 동아일보 / 김도연(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 2020-02-27 03:00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1890)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