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말려지고 있는 덕장의 명태들 ⓒ copyright soodong-p
눈 가득 내려 덮힌 황태덕장을 보고 싶어 무작정 나선 밤길.
" 어디..가려구요? " 아내가 멀뚱 보며 묻는다.
" 눈덮힌 황태덕장 보러 가려는데 기왕 가는거 할복장도 보고 싶고 해서.."
" 지금?..이 시간에? "
시계를 보니 6시를 이미 훨씬 넘겼고 밖은 이미 어둡다.
" 할복은 밤에 한다니 지금 가야 볼 수 있을것 같구만, 덕장은 아침 일찍 들러보면 될거고.." 하니 아들놈이 쳐다본다.
" 너.. 아빠 따라 갈래? " 엄마의 눈치를 살핀다.
공부 하기 싫어 도망치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그 모습에 아내는 그냥 웃고 만다. 그 모습은 허락의 뜻이기도 하다.
그렇게 아들놈과 단둘이 나선 명태 찿아가는길..밤길의 국도를 버리고 고속도로에 오른다.
혹시나 내린 눈이 다 녹아 허무하지 않을까 라는 염려와 더불어 날씨는 더없이 포근하니 원망만이 가득하다.
강원도의 눈, 내리는 양은 많으나 이튿날이면 금방 없어지는 고로, 서둘지 않으면 볼수 없는 것이 강원도의 눈이고 운대와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눈 내리고 있는 설경을 맞이 할 수 없다. 물론, 오가며 보내는 길에서의 시간도 시간이지만 교통체증으로 인한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수 없다. 그러나, 막상 눈 앞에 보이는 자연의 모습. 설경의 하얀 세상은 곧 그러한 불쾌하고 피로한 기분을 날려 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것이 강원도의 겨울풍경이다.
밤9시, 주문진항에서의 명태할복장을 결국 찿지 못하고 못내 아쉬운 걸음을 돌려 설악을 넘는다. 겨울의 바다임에도 짜릿한 내음이 코끝에 걸리고 바다 끝 저 수평선에는 환하게 밝힌 오징어잡이 배가 두둥실 밤하늘의 별과 같이 떠있다. 이 또한 흔히 볼수 없는 장관이다.
미시령의 구길을 넘으려니 통제를 하지 않는다. 아뿔사! 눈이 이미 다 녹았는가? 어제 내린 눈이 만만치 않은 양이었는데..라는 아쉬움을 그대로 안고 고개를 넘는다. 좌로는 백담사요 우로는 진부령을 넘는다. 근처에 자리를 잡고 피곤한 몸뚱이를 소주한잔과 라면으로 적시고 곤히 눕는다.
이튿날 아침 7시,
일찌감치 나선 길. 용대리 황태마을이다.
역시 예상대로다 이미 잔뜩 덮여 있던 어제까지의 눈이 오늘 아침에는 이미 다 날리고 녹아 군데군데의 잔설로만 남아있는 덕장을 찿는다. 바닥은 발목까지 빠지는 눈이 그대로 이지만 덕장의 모습에는 눈 모습을 찿기 어렵다. 어딘지 모르는 아쉬움.
그러나 눈을 이고 있는 덕장을 보려는 것은 나의 이기심 일뿐이다. 이렇게 해야만 눈이 내리고 녹고, 바람이 불고 그치고 추위와 따듯함이 공존해야만 제대로 된 황태가 만들어지니 그 자연의 섭리에 감히 대들 생각은 없다. 적으나 넘침도 좋지는 않다. 황태가 만들어지는 동안에는 너무 많은 눈은 오히려 황태의 속을 썩히니 손을 보태어 눈을 털어 내야한다. 그렇게 적당한 찬바람과 적당한 일교차와 적당한 눈과 적당한 사람의 손길이 닿아 주어야만 비로서 황태는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황태는 하늘(자연)이 만들어 주고 사람은 거들 뿐이다' 라는 말이 있다.
렌즈를 맞춤에는 아쉬움이나 그 모습 그대로의 덕장 모습, 그 또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임을 길손은 안다.
황태마을 ⓒ copyright soodong-p
덕장의 풍경 ⓒ copyright soodong-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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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장의 모습을 렌즈에 담고 어젯밤 라면과 소주로 때워준 불쌍한 위장을 황태해장국으로 풀어준다.
그 맑은 국물의 시원함에 어제의 피로와 서운함이 말끔히 가신다. 아들놈도 맛있게 먹어주니 구수한 국물맛이 맘에 맞는가 보다.
자양강장의 효과도 있다하니 으랏차 기운도 나는것 같기도 하고 숙취에는 최고의 식품이라더니 정말 어제 마셔준 소주의 기분을 콧김으로 푹푹 내쉰다. 사각한 깍두기를 한입 씩 베어 물어 한술 뜨고, 수저 가득 올린 위에 잘익은 김치를 얹어 먹고, 시원한 국물 마저 시원하게 들이켜니 이마와 코잔등에 땀이 흐른다. 이제 배도 부르고 하니 나오는 길에..
덕장의 주인장께 여쭙는다.
" 이곳 황태들의 명태 할복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 거진항에 가야지요."
이런.. 그런것을.. 거진항인 것을.. 주문진가서 찿으니 나올리가 만무했던것.(주문진항에도 할복장이 있기는 하나 주위분들도 아는 분이 별로 없고 찿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아직 두 세달은 더 여유가 있다하니 결국 할복장과 덕장을 다시 찿기를 속내로 약속한다. '2월에 다시오마' 하고..
속 시원하게 해준 황태해장국 ⓒ copyright soodong-p
간소한 상차림에 찬의 맛 또한 소박하다. ⓒ copyright soodong-p
잘 익고 ⓒ copyright soodong-p
사각거림이 시원하고 ⓒ copyright soodong-p
아작아작 짠맛이 제대로이고 ⓒ copyright soodong-p
은근 얼큰한 맛이다. ⓒ copyright soodong-p
반면에 고소하고 ⓒ copyright soodong-p
달짝지근 하니 ⓒ copyright soodong-p
그 맛 또한 기분 좋은 그 맛이다. ⓒ copyright soodong-p
흠~..찬바람이 부는 오늘..더욱 네가 생각나는구나~ ⓒ copyright soodong-p
여행이란 때로 이렇게 허무 할수도 있는 것. 그러나 그 중에도 배움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마저도 추억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떠남의 매력이 아닐런지..
첫댓글 저두 황태마을 다녀왔는데 사진으로 보니 색다르네요... 저기서 일하시는분들 무지 힘들게 일하시던데.. 그래서 앞으로 황태 많이 먹어야 될꺼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어무이~~ 울 고향 동네래요~~~ 산천의 공기와 시원한 황태국의 유혹이 날 부른당~~~나돌아갈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