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영산에서 출발해 한 시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데
앞자리 후배가 지리산이나 들렸다 갔음 좋겠다 말하니
운장께서 그래? 그럼 지리산 올라갔다 올까?
하더니 바로 지리산 함양 이정표로 방향을 꺽는다.
앗, 신난다. 지리산 공기를 콧속에 넣고 오겠구나...이히~
산내에서 술 사고 뱀사골로 들어가는데 밤 11시가 되어간다.
평소엔 절대 차가지고 들어갈 수 없는 길,
뱀사골 매표소를 지나 등산로 입구 바로 옆으로 난
조그만 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지리산을 여러 번 온 운장도 처음 들어온 길이란다.
어제가 초하루니 달도 없는 캄캄한 밤이다.
분명 잎이 피고 울창할 때엔 그 모습을 알 수 없는 길을 따라
구불 구불 안으로 들어갔다.
간간이 전신주로 보아 사람이 살고 있을 곳이라는 안도로
따라가니 주정차 금지 표지 옆에 조그맣게
'와운마을(천년송)'이라는 표지가 꽂혀있다
조금 더 들어가니 불켜진 집 한 채가 보인다
차의 시동을 끄고 전조등도 끄니 세상은 고요한데
별빛은 초롱초롱하고 물소리만 들려온다.
작은 후레쉬 불빛을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니 우당탕탕 물소리가 요란하다
희끗희끗한 나무들과 하얗게 움직이는 물거품을 보며
이 밤중에 찾아든 길손들 용서해 주시고
아무탈 없이 집으로 돌아가게 보살펴 주시라고 가져온 술을
사방에 공양하고 큰 바위를 병풍삼아 앉아 술잔을 나눴다.
아,, 밤도깨비 따로 없구나
좋다!
차를 돌려 나오는데 언뜻 눈인가 싶었는데
성삼재를 향해 오르는 길에 눈발이 날린다.
심원휴게소에서 약수를 마시고 반야봉을 바라보니 구름모자를 쓰고 있다.
서쪽은 하늘이 맑아 별들이 찬란한데
동쪽은 구름이 끼고 눈발이 날아온다.
우리 이러다가 여수가서 해돋이 하는거 아냐 웃으며 차에 올라
정령치로 올라가서 지리산 연봉을 바라보기로 한 것은
길이 폐쇄 되어 안되고 성삼재로 올라가서 다시 되돌릴지
구례로 넘어갈지 결정하자고 성삼재로 오르는 길에 눈이 살짝 덮여 있다.
노고단의 불빛이 보이고 성삼재의 눈 덮인 주차장에서 맞은 찬바람.
구상나무들이 살짝 눈을 덮고 있다
서쪽 하늘 별들은 영롱하기도 하지
별들 하고 왜 이리 가깝냐
내가 돌아갈 그 곳.
지리산 신령님 천왕할매 마고할미께 인사하고 산을 내려간다.
조심조심 운장에게 마음을 맡기고 내려가는 길은
아직도 얼음에 덮여있고 차가 미끄러진다.
시암재까지 가는 길이 멀다....
꿈꾸듯 지리산을 갔다 왔다.
봄에 눈을 보여준 지리산.
겨울 눈 덮인 지리산을 보고 싶어 했는데
봄에 지리산에서 눈을 보고 온거다
달 없는 밤 하늘 별들 만 빛나는 지리산의 밤 하늘
겨울 끝에서 봄으로 치닫는 지리산의 밤 하늘
산수유가 망울진거 봤는데...
지리산
봄 지리산에 맘이 설렌다.
첫댓글 봄처녀님 산보고 맘설레지 마시고 님보고 설레이시길~ 그산이 아니옵니다~ 더불어 안부 여쭙니다~ 건강하시라요
언니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아프셨다더니 이제 몸은 괜찮아지셨나요? 언제나 가보고 싶었던 지리산을 다녀오셨어요,부럽네요~ 적어 놓으신 글을 읽으면서 다녀온듯이 눈안에 선한 지리산의 모습이 그려지네여... 언제 시간되면 같이 가보고 싶네요~~ 올라오시면 만나여
아프다면서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용감무쌍히 날라다니는 언니 모습이 넘 씩씩해서 보기 좋네~~ 언니는 그냥 언니가 아닌 것이여~~~모다 존경을 바치오며~언제나 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