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는 이름 아래
영화 '비스티 보이즈', '소원', '터널'의 원작 작가인 소재원 님의 사연입니다.
2015년 9월에 소재원 작가의 결혼식, 축의금 3만 원을 내고는 식비가 더 나온다며 밥을 먹지 않고 가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올라온 몇 안 되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는 짧은 편지만 놓고 빨리 내려가 버렸습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야간 일 들어가야 해서 먼저 간다. 미안하다. 진심으로 축하해. 넉넉하지 못해 작게 내서 미안하다. 그래도 마음만은 아끼지 않고 축하한다.'
사실 소재원 작가는 친구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일부러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지만 신문 기사에 뜬 결혼 소식을 접한 친구가 직접 축하를 건네기 위해 결혼식에 참석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5년 뒤 2020년, 소재원 작가는 집에 온 택배를 뜯어보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바로 그 친구가 보낸 것이었죠. 택배 안에는 따뜻해 보이는 아이 옷과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요즘 애들은 메이커 입힌다는데 미안하다. 그래도 장날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아기 옷이 눈에 보였다. 안 살 수가 없더라. 밖에 입히고 돌아다니기 좀 그러면 집에서만 입혀'
이 둘의 우정은 소재원 작가의 19살 생일부터라고 합니다. 13살 때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뒤 맞이한 19살의 생일날 그 친구가 케이크를 사주며 축하해 주었는데 10살 이후 처음 받아본 케이크였다고 합니다.
단 한 명이라도 진정한 친구를 만들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 계절을 맞아 소중한 친구와 후회 없는 우정을 가득 쌓아보면 어떨까요?
서로의 빈 마음을 대할 수 있는 사이. 서로의 빈 마음에 현재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사이. 그게 좋은 친구이다. – 법정 스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