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396)/ 스페인
부르고스 대성당(Burgos Cathedral; 1984)
카스티야이레온(Castile-Leon) 자치 지방, 부르고스(Burgos) 주에 위치하는 부르고스 대성당은 일 드 프랑스(Ile-de-France)의 대성당들과 건물들이 생겨나던 13세기에 착공해 15세기와 16세기에 완성되었다. 뛰어난 건축 구조, 성화, 성가대석, 제단 장식 벽, 묘지, 스테인드글라스 등 예술 작품과 독특한 소장품들을 지닌 성당에는 고딕 예술의 모든 역사가 집약되어 있다.
교회 건물과 회랑, 부속 건물로 이루어진 완벽한 고딕식 대성당의 탁월한 사례인 부르고스 대성당은 여러 시대에 걸쳐 건축과 조형 예술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대성당은 건축가・조각가・장인들의 창조적인 천재성을 보여 준다. 13세기 프랑스의 고딕 예술 양식이 스페인에 융합될 때 부르고스 대성당이 한 역할과 15세기, 16세기 작업 인력들의 국제성이 가진 중요성을 떠올려 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라인란트(Rhineland)・부르고뉴(Burgundy)・플랑드르(Flanders) 출신의 예술가들이 스페인의 건축가와 조각가들을 교육하여 중세 말에 가장 번성한 유파 중 하나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1221년에 공사를 시작해 1567년에 완성된 부르고스의 산타 마리아(Santa Maria) 대성당은 고딕 건축의 발전을 인상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성왕(聖王)’ 페르디난드 3세(Ferdinand III) 통치 기간에 마우리시오(Mauricio) 주교의 주도로 건축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1293년에 끝났다. 대성당의 바닥 평면은 유쾌한 비율의 라틴 십자 형태를 기반으로 했다. 3층으로 높이 시공한 점과 둥근 천장 공사, 창문의 트레이서리(tracery; 창문 윗부분의 장식) 등은 동시대의 프랑스 북부 지방 양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랑(袖廊)의 입구[남쪽은 사르멘탈 문(Puerta del Sarmental), 북쪽은 코로네리아 문(Puerta de la Coroneria)이 있음]는 프랑스 왕실 영지의 커다란 조각 유적군(群)과 비견할 만하며, 마우리시오 주교의 반짝이는 청동 묘지는 이른바 리모주(Limoges; 도자기, 금속공예로 유명한 프랑스의 도시)의 금속 공예품을 닮았다. 대성당 이후에 착공된 2층 구조의 회랑은 ‘프랑스 식’ 하이고딕(High Gothic) 건축의 형식에 맞춰 1280년에 완공되었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약 200년간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15세기 중반에 재개되어 100년 이상 계속되었다. 이 공사는 그 후에 이 건축물의 세계적인 명성을 보장해 준 엄청나게 화려한 장식 공사였으며, 작업 인력은 국제적인 조직으로 구성되었다. 가장 유명한 건축가 중에는 후안 데 콜로니아(Juan de Colonia)와 곧바로 그를 도와 참여한 아들 시몬(Simon), 많은 협력자의 도움을 받은 펠리페 데 보르고냐(Felipe de Borgona)가 있다. 시몬은 탑들과 파사드의 외부 첨탑・원수(元帥)의 예배실・성 안나 예배실 등을 만들고, 펠리페 데 보르고냐는 성가대석・둥근 지붕・수랑 교차점 위의 등탑(燈塔) 등을 만들었다. 1567년에 2명의 건축가 후안 데 바예호(Juan de Vallejo)와 후안 데 카스타네다(Juan de Castaneda)가 천장에 별 장식을 한 기발한 둥근 지붕을 완공했을 때, 부르고스의 대성당은 고딕 시대 최후의 걸작을 가장 많이 모아 놓은 곳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 걸작들은 프란세스코 데 콜로니아(Francesco de Colonia)가 만든 페예헤리아 문[Puerta della Pellejeria; 1516], 장식용 창살과 성가대 의자, 헌정된 예배실의 창살(1519)을 비롯해 힐 데 실로에(Gil de Siloe)가 만든 원수의 예배실의 제단 장식벽, 힐 데 실로에와 디에고 데 라 크루스(Diego de La Cruz)가 합작으로 만든 성 안나 예배실의 제단 장식벽, 디에고 데 실로에(Diego de Siloe)가 만든 수랑의 북쪽으로 뻗은 부분에 있는 계단 등이다. 또한 알론소 데 카르타헤나(Alonso de Cartagena) 주교, 아쿠냐(Acuna) 주교, 후안 오르테가 데 벨라스코(Juan Ortega de Velasco) 대수도원장, 페드로 에르난데스 데 벨라스코(Pedro Hernandez de Velasco) 원수(元帥)와 그의 아내 도냐 멘시아 데 멘도사(Dona Mencia de Mendoza) 등의 묘지도 포함된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대성당은 로드리고 데 라 아야(Rodrigo de la Haya)와 마르틴 데 라 아야(Martin de la Haya) 부부, 도밍고 데 베리스(Domingo de Berriz), 후안 데 안치에타(Juan de Anchieta) 등이 함께 만든 본당의 제단 장식벽, 카르데나스(Cardenas)가 만든 산타 엔리케(Santa Enrique) 예배실의 엔리케 데 페랄타(Enrique de Peralta)의 묘지, 성 테클라(Tecla) 예배실, 18세기에 만들어진 성가대 뒷벽의 장식과 같은 수많은 예술품이 모인 기념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