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시험을 볼 때 입고 갈 의상을 보여드렸다.
작년에 입었던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게 준비해보았다.
작년에는 셔츠와 슬랙스를 주로 입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여성스러운 느낌의 상의와 새로운 디자인의 풀치마를 입어보았다.
그리고 모두가 들은 코멘트..
"이게 최선이었니?"
......
정말 최선이었을까 생각해보았다.
분명 조금 더 입어볼 수 있었고 조금 더 신경쓸 수 있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 장소가 어떤 장소인지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 내가 다려지지 않은 셔츠와 구겨진 바지를 입고 시험을 보러 들어간다면...? 그게 곧 나의 태도이지 않을까
물론 겉모습이 다가 아니다.
그치만 겉모습은 중요하다.
내가 이 시험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얼마나 간절하고 또 얼마나 진심인지••
내가 만악 대충 준비해 간다면 보는 사람 또한 나를 진심으로 봐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노력한 것이 없는데 과연 그들이 날 진심으로 봐줄까?
내가 움직이지를 않는데 그들이 날 봐주길 원하는 건 정말 도둑놈 심보인 것 같다.
생각보다 의상이 주는 힘은 컸다.
의상을 환복한 동료들의 비포 애프터는 확실히 달라보였다.
사람 자체가 더 당당해보이고 더 밝아보였다.
10점에서부터 시작하는 사람과 11점에서부터 시작하는 사람.. 그 1점에서 만약 내 합격 불합격 여부가 결정된다면?
의상의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의상을 끊임없이 찾아보자.
그 의상을 입었을 때 나 또한 자신감이 생기고 여기에서 내 의상이 제일 예쁘다! 라고 생각이 드는 의상으로.
각자의 연기 독백에서 9개의 포인트를 찾아보라고 하셨다.
포커스를 딱 주고 싶은 부분 결국 감정이 변하는 부분.
내가 잡은 포인트들을 살려서 연기를 보여드렸고 처음에 준 포인트는 어떤 마음이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나는 "문호가 미령이에게 아버지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아버지라는 단어를 듣고 놀란 마음이 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인 것 같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이다.
결국 확실하게 알지 못한다는 뜻이겠지.
정확한 분석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놀란 것 같다? 놀랐어요도 아니도 놀란 것 같아요..
같아요는 뭐니..정말...
그리고 정말 놀랐는가?
상대가 나에게 하는 말을 정말 듣고 충동에 의해 그 놀란 마음이 나온것인가?
그냥 단순 쇼잉에 불과했다.
나 스스로도 정확하지 않으니 연기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겠지.
마지막으로••
왜 이렇게 항상 판을 깔아주시기만 기다리는 걸까
내가 직접 그 판을 이끌어갈 수는 없는걸까
레포트 과제만 보아도..
왜 선생님께서 제출하라는 말씀을 하시면 그제서야 제출 할 생각을 했던걸까••
이건 정말 반성해야할 것 같다.
배우는 판을 자기 것으로 만들 줄 알아야한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누가 그 판을 깔아줘서가 아닌..
직접.
오늘의 나는 그러지 못한 것 같다.
누군가가 먼저 말해주기만을 기다리고 먼저 이끌어가주기만을 기다리고••
배우로서의 자세를 가져보자.
더 부지런하게, 더 정성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