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모두 수주액 1조원 넘어서
현대건설 등 6개 건설사, 창사 이래 최대 실적
올 한해 건설업계 경기 체감 지표가 12년 만에 최악으로 내려앉는 등 건설 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정비사업(리모델링 포함)에서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인허가 문턱을 완화한데다, 수도권과 지방광역시를 중심으로 한 대형 사업이 많았던 덕분이다. 리모델링 시장이 활성화된 것도 한 몫 했다.
14일 건설 및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건설사들의 수주 활동이 마무리 된 가운데, 10대 건설사(2022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모두 수주액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 6개 건설사는 창사 이래 정비사업 최대 수주 실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건설사들이 자체사업을 줄이는 대신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정비사업은 허가 기간이 길고 대부분 도급공사로 진행되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 하락에 영향을 덜 받는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는 1위는 현대건설이다. 올해 총 14건(재개발 8건, 리모델링 4건)의 정비사업을 수주, 9조3395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단일 건설사 정비사업 역대 최고 기록이다.
2위는 총 17건(재개발·재건축 14건, 리모델링 3건)을 수주해 7조1476억원의 실적을 기록한 GS건설이 차지했다. 3위는 대우건설로 총 15건을 수주해 5조2716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DL이앤씨는 4위로 총 13건, 4조8943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5위는 포스코건설로 수주액 4조5892억원을 달성했으며, 리모델링 사업(8건)으로만 3조111억원의 실적을 쌓았다. 6위를 차지한 롯데건설은 총 4조2620억원(13건)의 실적을 달성했다. 7위는 2조1647억원의 실적(총 7건)을 올린 현대엔지니어링에게 돌아갔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위인 삼성물산은 1조8686억원(5건)의 수주고로 8위에 머물렀다. 예전부터 삼성물산은 정비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년 수주실적 9117억원의 2배를 넘어선 실적을 올해 거둬들였다.
9위는 SK에코플랜트(9건, 1조5207억원), 10위는 HDC현대산업개발(3건, 1조307억원)이 각각 차지했다.
반면,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밖 건설사 가운데 지난해 1조원 이상의 수주실적을 달성한 건설사는 쌍용건설이 유일할 정도로 중견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은 저조했다. 소비자들의 대형 아파트 브랜드 선호 현상이 커진 영향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몇 년 전만해도 정비사업은 중·소형 건설사 위주로 시장이 형성됐지만, 금융위기 이후 해외건설시장이 어려워지자 대형 건설사들이 진입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들이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어 중소 건설사는 입찰 경쟁에 나설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