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도 마이너스프리미엄(마피)이 붙은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청약 당시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이 됐지만, 잔금을 치르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급매로 던지면서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대단지에 입지가 좋은 아파트는 여전히 수억원대 웃돈이 붙고 있기도 하다. 강남 부동산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양상이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24년 1월 입주 예정인 송파구 오금동 송파더플래티넘 전용면적 65㎡는 분양가(14억726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싼 13억2260만원에 매물이 등록됐다. 같은 평형에서 지난해 9월 분양가보다 5000만원 싼 값에 매물이 등록돼 화제가 된 지 3개월만에 1억원이 더 빠진 금액이다.
이 아파트는 아남아파트를 리모델링한 단지로 328가구 규모다. 서울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 후 첫 일반분양을 한 단지여서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지난 1월 진행된 일반분양 당시 총 29가구 모집에 7만5382건의 통장이 접수돼 무려 259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급물량이 적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았고, 당시에는 계약 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점, 실거주 의무가 없는 점, 청약통장 없이 청약을 할 수 있었던 점 등이 매력 포인트로 꼽혔다.
오금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잔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집주인이 되도록 빨리 처분하려고 내놓은 매물”이라면서 “이 정도면 초급매”라고 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도시형생활주택인 더샵반포리버파크 전용면적 49㎡도 11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 평형 분양가는 15억~18억원 수준으로 당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단지다. 한강뷰 조망이 가능해 무리 없이 완판됐지만, 잔금을 치르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급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마피 매물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강남권 초소형 단지들도 마피가 계속 불어나는 중이다. 개포동 개포자이르네 전용면적 50㎡도 9억원짜리 매물이 등장했다. 이 평형 분양가는 11억8500만원이었으니 2억8500만원 빠진 금액이다. 이 단지는 지난달만 해도 마피가 5000만~6000만원 수준이었다. 이 뿐만 아니라 주상복합 아파트인 대치동 아티스톤도 마피 2000만원 가량 붙은 매물이 여러 개 나와 있다.
다만 강남에서는 여전히 높은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되는 인기 단지도 있다. 내년 2월 입주하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면적 84㎡의 프리미엄은 최소 8억원에서 최고 14억원까지 형성돼앴다. 매물 호가는 23억~35억원대다.
마찬가지로 개포동에 현대건설의 프리미엄 브랜드 ‘디에이치’를 적용해 2024년 1월 입주 예정인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는 전용면적 84㎡ 매물은 동이 났고,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돼있다. 가장 큰 평형인 전용면적 179㎡는 41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70억에 나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에서 마피가 붙는 곳과 플러스피가 붙는 곳은 잘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강남에서도 극단적인 손실회피 심리가 작용하면서 양극화가 아닌 차별화가 일어나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