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재보험 적용 근로자(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2호, 근로기준법 제14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목적)에 의하면, “이 법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사업을 행하여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 이에 필요한 보험시설을 설치·운영하며 재해예방 기타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을 행함으로써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산재보험의 기본적인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한 신속·공정한 보상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위와 같이 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 근로자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동 법에서 말하는 “근로자”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규정을 보면, 제4조(정의)에서 “임금”, “평균임금”, “통상임금” 등과 더불어 “근로자”에 대하여도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에 의한 근로자는 동법 제14조(근로자의 정의)에서 정의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므로 이에 해당하는 자는 원칙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1)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산업사회가 다변화되고 근로의 형태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과연 근로기준법의 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중심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인지 여부에 대하여 사례별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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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라 하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및 동법시행령 제3조에 의한 적용제외사업에 근로하는 자는 산재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다. 이는 사업종류 또는 사업의 규모 등에 따라 산재보험이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 근로자로 인정한 사례
가. 사건개요
정모씨는 2001년 12월11일 대전시 서구 갈마동 소재 ○○퀵서비스의 배달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하던 차량과 추돌하는 사고를 일으켜 뇌부종 및 두개골 골절 등의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으나 사망하였다.
망인의 부모는 위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공단은 위 망인은 사업주에게 종속되어 있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고, 이에 불복한 정모씨와 김모씨는 대전지방법원에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망인은 2001년 6월21일부터 위 퀵서비스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배달업무를 시작하였으나, 같은 해 12월5일부터는 매일 출근하여 배달업무를 수행키로 하면서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였다. 이에 따르면 망인은 입금한 배달 수수료의 70%와 1일 3000원씩의 식대를 지급 받기로 하였다. 배달에 이용한 오토바이는 망인의 소유이나 유류비 50%는 회사에서 부담하였다. 종합보험은 자신이 가입하고, 자신의 부주의에 의한 물적 피해는 자신이 책임지기로 되어 있으며, 회사는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 음주하는 경우에는 해고하고, 직원들을 위해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되어 있다.
망인은 오전 9시까지 사무실에 출근하여 첫 배달지시를 받고 배달을 하였고, 그 이후에는 사무실 밖에서 대기하면서 회사로부터 지시를 받아 배달을 하였으며, 오후 8시경 업무가 종료되면 사무실로 돌아와 그 날의 수입금을 모두 입금하고 퇴근하였다.
퀵서비스 배달원들은 원칙적으로 배달거부를 할 수 없고, 다만 오토바이로 운반이 어려운 물건의 배달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에 대하여 회사로부터 별도의 제재를 받는 경우는 없었으며, 배달원이 장기간 출근하지 않는 경우 회사는 그 배달원을 해고하여 왔다.
회사는 망인에 대한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는 않았으며,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은 가입하였으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나. 판결요지
망인은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아니하였고, 배달업무에 이용할 오토바이를 직접 제공하였으며, 배달을 거부하여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대기시간에 개인적인 용무를 볼 수 있었다는 점만을 보면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사정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거나 사업주로부터 지시가 있는 경우에만 오토바이에 소규모의 물건을 적재하여 배달을 수행하는 외근 업무의 특성에 기인한 것으로서 그러한 사정만으로 망인을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망인은 사업주가 정한 출·퇴근시간에 따라 출·퇴근하면서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배달업무를 수행하였고,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배달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근로계약서상 근무시간에 음주하면 해고하도록 되어 있고, 또 장기간 출근하지 않으면 해고되는 등 사업주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 온 점, 망인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배달 수수료를 회사에 전액 입금한 후 매월 1회 자신이 입금한 배달 수수료의 일부를 임금 조로 지급 받기로 되어 있었고, 매일 식비로 3000원과 배달용 오토바이의 유류비 중 50%를 지급 받아 온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4. 3. 26. 선고 2003두13939호 판결).
3.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은 사례
가. 사건개요
조모씨는 1993년경부터 1999년 10월1일까지는 “○○하이테크”의 생산부장으로, 그 다음날부터 사망시까지는 성과급을 받는 생산관리자로 근무하던 중, 1999년 12월29일 위 회사 소유의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때마침 마주 오던 유조 차량과 충돌하여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망인의 배우자인 장모씨는 위 망인의 사망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공단은 위 망인이 산재보험법 소정의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하였고, 이에 불복한 장모씨는 서울행정법원에 이 사건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망인이 근무하던 회사는 “주식회사 ○○하이테크”가 그 전신으로 1996년 이 회사가 부도가 난 후 망인 등 근로자들이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하여 설립하였다. 이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생산라인별 독립채산제 운영이 이루어지면서 망인은 그중 냄비본체 생산을 담당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망인은 원료를 구입하여 냄비본체를 생산하는 작업을 하였다.
회사로부터 근로자들의 채용 및 퇴직에 대하여 특별한 간섭을 받지 않았고, 작업수행 중 작업시간, 일정 등에 관하여 구체적 또는 직접적인 지시나 명령을 받지는 않았으며, 자신의 책임 하에 소속 근로자들을 지휘·감독하여 작업을 진행하였다.
망인은 근로에 대한 대가로 매월 일정액을 지급 받은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동안 완성·납품된 제품의 개당 단가에 의하여 계산된 돈을 지급받아 그 중 일부는 근로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하고, 일부는 운영비로 사용하며, 나머지는 자신의 수익으로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망인은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았으나, 가스, 전기 등의 운영비와 통근버스비를 분담하였다.
나. 판결요지
망인이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하고, 지휘·감독한 점, 망인이 부도나기 전의 기존 회사 사업주로부터 재료를 구입한 점, 망인이 공장사용에 따른 운영비 및 관리비 등을 분담한 점, 기존의 주식회사 ○○하이테크가 부도난 후 ○○하이테크를 설립하는 과정 등에 주도적으로 관여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이 사건 사고 당시 회사와의 관계에 있어 비록 별도의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을 경영한 것은 아니지만, 독립된 사업주로서의 지위에 있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종속적 관계에서 회사의 지배관리하에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 받은 근로자는 아니었다고 보는것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결국 망인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하고 있는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3두11599호 판결).
4. 해 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 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가 스스로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 참조), 이러한 사용종속성의 판단에 있어서는 노동관계법에 의한 보호필요성도 고려(대법원 2001. 6. 26. 선고 99다5484 판결 참조)하여야 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아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되는 이상, 근로자에 관한 여러 징표 중 근로조건에 관한 일부의 사정이 결여되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57498 판결 참조)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또한 종전에는 단순한 근로자에 불과하였다가 어떠한 계기로 하나의 경영주체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종전의 사용자(모기업)와 도급계약을 맺는 방법으로 종전과 동일 내지 유사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게 된 경우(이른바 소사장의 형태를 취한 경우)에 대하여도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스스로 종전의 근로관계를 단절하고 퇴직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형식적으로 소사장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는지 여부, 사업계획·손익계산·위험부담 등의 주체로서 사업운영에 독자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여부, 작업수행 과정이나 노무관리에 있어서 모기업의 개입 내지 간섭의 정도, 보수 지급방식과 보수액이 종전과 어떻게 달라졌으며 같은 종류의 일을 하는 모기업 소속 근로자에 비하여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여부 등도 아울러 참작하여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1995. 6. 30. 선고 94도2122 판결 등 참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근로자인지 아닌 지의 판단은 위와 같은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1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