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하지만 목표는 같다. 00-01시즌에 프로 첫 우승을 목표로 내건 삼성은 팀 이름처럼
‘세 개의 별’을 보유하고 있다. 문경은(29) 주희정(23) 이규섭(23). 각각 스몰 포워드, 포인트 가드, 파워 포워드로
베스트5 중 용병 두 명을 제외한 세 자리를 차지하며 밀레니엄 삼성팀을 이끌 간판스타들이다. 나이도 틀리고 걸어온 길도 사뭇 다른
이 세 명의 ‘삼성(三星)’이 삼성의 우승을 위해 뭉쳤다. 이들의 스토리를 살펴본다. 글 / 유병철 스포츠투데이기자
구겨진 자존심 회복에 나서는 람보슈터
문경은은 항상 화려했다. 신동파-이충희-허재의 대를 잇는 한국 최고의 슈터에 외모 또한 영화배우 뺨칠 정도로 출중하다. 언제나 동급 최고. 그만큼 농구인생도 순탄했다.
답십리 초등학교에서 운동을 시작한 문경은은 농구명문고 광신상고 때 이미 스타로 탄생했다. 출전만 하면 30점, 간혹 40점 이상을 퍼부으며 최고의 고교농구스타로 인정받았다. 신장도 190㎝가 넘어 덩크슛까지 가능한 대형슈터가 등장했다며 한국농구계가 흥분했다.
치열한 스카우트 싸움을 거쳐 연세대로 진학, 지장 최희암 감독의 조련을 거치면서 문경은은 대학시절에 이미 국내 최고의 슈터에 등극했다.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모 TV드라마와 함께 불어닥친 농구열기에 인기 또한 최고를 달렸다. 잘생긴 외모에 폭발적인 3점슛. 하루 팬레터가 가마니에 담겨 배달될 정도였다. 국가대표 간판슈터 자리도 선배 김현준(99년 작고)으로부터 물려받았다.
아버지가 세탁소를 운영해 집안도 남부러울 것이 없는 전형적인 서울의 중산층으로 문경은은 선택받은 행운아였다.
대학까지 최고의 길을 걸어온 문경은은 94년 삼성 입단 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기아와 모교 연세대 파워에 밀려 정상을 밟지 못했고 곧 상무에 입대, 군복무를 치렀다. 프로 두 번째 시즌인 97∼98시즌에 화려하게 복귀, 3점슛 1위 타이틀을 차지했지만 팀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 탓에 빛이 바랬다.
팀 성적이 저조하자 ‘슛만 잘 넣는 선수’,‘수비가 약하다’등 폄하의 목소리도 들렸다. 비록 삼성이 최근 두 시즌 4강에 오르며 명가의 자존심을 다소 회복하기는 했으나 문경은은 한 때 벤치를 들락거리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해에는 대학 이후 국가대표에서 처음으로 탈락하는 아픔까지도 맛봤다. 심지어는 팀의 간판스타로서의 지위까지 흔들리며 트레이드설에 간혹 연루되기도 했다.
문경은은 00-01시즌에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운동도 열심히하고 농구에 대한 열정도 강하다. “이제 농구를 하는 맛을 알 것같다. 우승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00-01시즌을 기대해달라.” 누구 못지않게 화려한 농구인생을 겪어온 서른살의 문경은이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