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열릴 배구 슈퍼·세미프로리그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남자실업부 3차전 삼성화재-LG화재 대결은 누가 승리할까?미안하지만 LG화재의 승리를 점친다면 억지다.삼성화재는 국가대표 주전의전부를 보유하고 있고 LG화재는 한 명도 없다는 점 하나만으로 더 얘기할 게 없다.
삼성화재가 시즌 6연속 챔피언의 금자탑을 세운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삼성화재로선 삼성 제일주의 위상을 천하에 확인시키고 드높였다는 우월감으로 뿌듯할 것이다.
그러나 배구계로선 함께 기쁨을 나눌 분위기는 아닐 것 같다.
배구에 관심을 보인 세대라면 1980년대 중반까지를 돌이키며 “아,옛날이여!”란 한숨이 절로 나올 법하다.관중동원이나 인기면에서 농구 정도는 능가했다.
지금 배구는 그렇지가 못하다.스포츠에서 관중이 제발로 경기장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스타가 있어야 하고 그들의 라이벌이 존재해야 하는 게 전제조건이다.지금 삼성화재는 라이벌이 없다.평소 훈련도 삼성화재 선수들은 다른팀보다 더 혹독하게 한다고 들린다.갈수록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승패가 확실한 게임처럼 재미없는 스포츠도 없다.
91∼99시즌 여자 LG정유 9연패,이후 현대건설 3연패,남자 삼성화재 이번 시즌까지 우승하면 6연패….이래서야 저마다 한국 최고라고 자부하는 재벌기업들이 질 게 뻔한 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구인들은 감사해야 한다.
배구인들에게는 최근 10년 새에 최소한 네번 배구인기의 판도를 뒤집을 만한 황금의 기회가 있었다.
●95년 김세진 등이 졸업할 때 삼성배구단 창단 ●96년 신진식 파동 ●98년삼성의 대학순위 1∼3위 싹쓸이 ●지난해 이경수 스카우트 등 대형 스타들이 배출된 그 시기다.그러나 이 절체절명의 기회를 법정소송,스카우트제도 시비 등으로 자기들끼리 오물만 흠뻑 뒤집어쓴 채 날리고 말았다.
배구와 상황이 아주 비슷했던 농구 사례를 보자.
96년 말 농구계에서도 (신진식처럼) 고려대 양희승을 놓고 스카우트 전쟁이한창이었다.더 심각했던 것은 그 이듬해 대학 4학년이 되는 초대형 스타 서장훈(연세대) 현주엽(고려대)을 놓고 벌일 재벌 팀들의 ‘무제한 돈싸움’이었다.당시 프로농구는 97년 말에 출범할 예정이었으나 양희승 문제를 빌미로 삼아 모든 실업팀의 결의 아래 농구대잔치가 끝난 (97년 초) 바로 다음주에 출범시켜버렸다.기업들은 샐러리캡(선수연봉상한제) 등으로 음성적인 스카우트 경비를 농구팬들을 위해 뿌릴 수 있었던 것이다.인기스포츠의 프로화는 이 시대의 ‘대세’다.
챔피언결정전조차 ‘어린 아이 손목 비틀기’가 돼버린 작금의 위기를 배구계는 감지한 것일까.협회는 지난 25일 프로배구준비연구팀을 구성해 프로화작업에 착수했다.사실 새로운 모습은 아니다.그동안 배구인들은 이 같은 작업을 열 번도 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