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내내 정말 힘들었고 마음 아프고 한편으론 나름대로 보람있는
하루를 보냈답니다.
발달장애아동(정서장애,자폐,정신지체)인,광주 선명학교(특수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박대영"군의 부모님을 대신하여 오후 일과 시간을 함께 했답니다.
대영이의 부모님(아빠:지체장애 4급1호/엄마:정신지체 3급)의 갑작스런 출타로
"박대영"군이 살고 있는 광주 동구 계림동엔 <비영리 민간 사회봉사단체>가
저희 단체외에도 4곳이나 더 활동하고 있지만 "자폐아동"이나 "정신지체 장애아동"들의
행동 반경을 잘 모른데다가 전문 봉사자들이 없는 관계로 대영이 부모님의
도움 요청을 받아들이는 봉사자들이 없었답니다.
저희 <나누미봉사회>는 5곳의 봉사단체 가운데 가장 소규모의 단체 인데다
그다지 두드러지게 활동 하는 바는 아니지만 회원 과반수가 "장애인복지/봉사 분야"에서
함께 활동을 하고 있고 작년에 한 차례 제 자신이 박대영군을 포함한 "발달장애아동"들과
"여성 성인 정신지체장애인"들의 놀이지도 프로그램 수업을 맡아 봉사했기에,
전날 사무실 이전 관계로 오전 7시에 퇴근한 후,줄 곧 제 자신도 많이 지쳐있었고
출근 시간과 겹쳐 있는 시간인지라 좀 망설였습니다.
하지만,대영이 아버님께서 오후 5시 까지는 귀가 하신다하여 평소 동네에서
어쩌다 대영이와 마주 칠때면 언제나 골목에서 놀다가도 저를 알아보구선
두 팔 벌리고 달려 오며 제 품에 안기는 대영이가 생각 나더군요.
모름지기 자원봉사자란,그 실 수효자가 원할 때 언제 어디에서든지 도움을 드릴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다 봉사자들의 편한 시간에 맞추는 자원봉사란,받아들이는 수효자들에겐
그다지 기쁨은 아닐겁니다.
물론 공식 일정에 맞추어 활동하는 봉사가 아니였다 하더라도요...
그래서 어제의 일정에 없는 봉사활동은 대영이 부모님 대신 대영이의 하교 시간에 맞추어
광주 선명학교 "통학버스"가 정차하는 광주 북구 중흥동 "건축자재의 거리"입구에서
대영이를 기다렸다가 대영이 부모님께서 오실 동안 함께 놀아주는 것이였는데..
당초 "통학버스"의 도착 시간보다 무려 1시간 30분을 더 기다리다 대영군의 집과는
약 800미터 되는 거리를 대영이의 손을 꼭 잡고 걸어왔답니다.
알 수 없는 괴성과 잠시도 시선과 행동을 멈추지 않는 대영이.....
자꾸만 편도 1차인 찻길로 뛰어 들려고 하니 오고 가는 자동차들을 피하는 일이
정말 쉬운 일은 아니였답니다.
또한 같은 계림동에 살면서 대영이와 함께 같은 학교에 다니는
영진(정신지체 2급)이와 진호(자폐아동)형제 .......
비록 부모님(아버님 :지체장애 4급/어머님은 정신지체 3)께서 함께하셨지만
세 아이를 인솔하며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영진이와 진호가 살고 있는 곳은 "통학버스"가 정차 하는 곳 까지는 무려 1키로 미터가
족히 넘는 계림2동 구 호남시장 방면.....
세 아이들을 인솔해오면서 도보로 1시간 넘게 꼬박 걸었답니다...
택시를 타고 가자며 제가 부모님께 말씀 드렸지만 아이들의 정서와 집에 돌아오는 길을
잠재시켜 주기 위해 일부러 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매일 등,하교엔 걸어서
"통학버스" 정차지 까지 걸어다닌다네요.
그 동안 시설원이나 가정에서의 수업이나 봉사활동이였기에 전혀 힘든걸 몰랐지요..
하지만,매일 같이 "통학버스"를 타기 위해 집과의 거리가 먼 버스 정류장,
그리고 "통학버스"는 왜 이리 먼 곳에서다 아이들을 내려주는지...
대영이나 진호,영진이집 근처에도 적당한 곳이있는데도..
아마도 부모님들께서도 아무 말 없으신 장애인들이라 그런건지...
담 주에 관계 구청 사회복지과와 학교측 관계자들을 방문하여 정식으로 항의 해야겠네요.
그 동안 부모님들께서 몇 차례 학교측에 사정도 하고 항의도 해 보셨다는데....
도무지 버스 코스상 안된다고만 하고선 받아들이지 않았다네요..
동구 계림동에 대영이와 영진이 가정외에도 가정이나 두 가정이 더 있는데도요..
우리 아이들이나 부모님들의 생각과 고통은 전혀 받아들이지도 않고서....
정말 우리 사회의 큰 병폐가 아닐 수 가 없네요...
저는 대영이 부모님께서 약속하신 시간에 귀가 하지 못한 관계로 출근도 하지 못하고,
저희 집에 데려 와서 함께 밥 먹구 저나 대영이가 넘~~오랫동안 걸었던지
그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잠이 들었답니다.
근데 대영이가 그만 오줌을 싸는 바람에 제가 놀래서 같이 잠이 깼답니다.
대영이의 집 대문이 잠겨 있어서 아이에게 옷도 갈아 입히지 못하고 걍~임시로
집에 있는 특대형 기저귀를 대신하여 임시 방편으로 팬티를 대신했답니다.
시간은 밤 7시 30분 경....아차 싶어서 대영이를 데리고 집으로 갔는데...
마침 대영이의 누나(여고 1년/비장애인)가 시험 끝나고 오늘은 일찍 왔다면서
대영이를 반갑게....그제서야 대영이도 환하게 웃더군요...
저는 직장에서 오는 전화도 받지 못하고 그만 무단 결근을 했네요.
그래도 대영이와 함께한 오후 시간들이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였답니다.
그 동안 봉사활동 하면서 이리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발달장애아동을 관찰 할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조금은 힘이 들었지만 제겐 또 하나의 소중한 시간이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