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학 첫날입니다.
점심먹고 나서 머리도 식힐 겸 우암산 기슭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조금 올라가면 생수터도 있고.. 생수를 한바가지 들이키고 나서 되돌아오는데 비가 와요.
어느 처마 밑에서 비를 피했지요.
멀리 산봉우리가 보입니다.
실은 우리 아들을 거기에 묻었어요.
97년 2월 18일생입니다. 태어나는 날이 죽는 날이었습니다.
인공호흡기를 댔지만...
이튿날 간호사가 나를 부르더군요. 아무래도 임종을 지켜보는 게 좋겠다고...
이제는 산소호흡기도 떼어내고 고무풍선 같은 걸로 숨을 불어넣어주고 있었습니다.
한쪽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고...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아들은 갔습니다. 맏딸 뒤에 얻은 아들이었습니다.
의료사고였지요. 분명 의료진들의 무책임과 과실이었지만.. 그들만을 탓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죄가 생각나는 겁니다. 회개할 수밖에요.
마침 그 병원에 정형외과 레지던트 과정을 받고 있는 제 조카가 있었습니다.
그 어머니인 누님을 통해서 전해온 말이..
“엄마, 아이가 너무 잘 생겼어요...”
저는 언제부턴지 이따금 한쪽 눈에서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납니다.
그때마다 아들 생각이 나지요. 숨을 거둘 무렵 한쪽 눈에는 눈물이 고였던...
“아빠, 왜 그러세요...”
눈물이 날 때나 아닐 때나 이따금 내 마음에 들려오는 소리입니다.
아까,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과 교수께서 쓰신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댓글을 꽤 길게 3칸에 걸쳐 달았는데 어떻게 된 건지 날아갔네요. 다른 한 분의 댓글과 함께.. 아마 카페를 정리하다가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좀 화가 났지만 다시 달 기력도 없고 해서 산책길을 나섰던 것입니다.
비가 옵니다.
그 비가 내 갈 길을 멈추게 하고 다시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나의 앞길을 막는 게 아니라 나를 진정시키고 도리어 나의 기력을 돕는 거지요.
저 산봉우리와 흐린 하늘을 바라보면서...
문득, “너 미쳤냐?”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거 아니라도 할일이 많은데 사실, 방학동안에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에 많이 빠져있었거든요.
개학해서도...
그러나 앞으로는 그렇게 자주 들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난 학기도 그럭저럭 보냈는데 이번 학기까지 그럴 수는 없잖아요.
시골에서 6년 있다가 시내로 와서 체육전담을 맡았습니다.
고등학교 동기들이 그 얘기를 듣고는 모두 의아해하더군요.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까...
참, 아까 댓글 올려졌었는데 없어진 거, 대충이라도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김혜영 교수의 글은.. 그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어쩌면 객관적인 시야에서 해결점을 찾고자 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은 서울국제중학교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서울국제중학교는 이미 설립을 전제로 논의되고 있는 듯합니다.
세상 모든 일이 장단점이 있습니다.
서울국제중학교만해도 어쩌면 부정적으로만 볼 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심대할 거라고 보는 것이지요.
그분은 말하기를 “학원교육을 멀리해 온 학생을 우선 선발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게 도무지 가능한 일입니까?
그리고 “일류대학, 미국 사립고, 특목고 진학 등에 관심을 집중하여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또한 실현가능성이 있기라도 한 일입니까?
공정택 교육감은 자신의 주요공약인 국제중학교에 대하여 그 설립취지를 대체로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합니다.
첫째, 조기유학이나 타지역(경기·부산) 국제중으로 빠져나가는 인재를 막고... 이거 이미 타지역에 설립된 국제중이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의무교육의 근간을 허물고 국적도 불분명한 이상한 중학교를 만들어놓은 것 아닙니까?
둘째, 이미 설립된 국제고와 연계시켜나가며...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국제사회의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아니 꼭 국제중이 있어야 국제고와 연계가 가능한 겁니까? 국제중이 있어야 국제적인 인재가 배출됩니까? 이걸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한국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기반 위에 국제인도 있는 겁니다. 그러므로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10년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한데, 이 국제중이라는 사안은 이것을 결과적으로 도외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더도 국가적 자부심을 필요로 합니다. 국적 있는 교육을 필요로 합니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을 무시하고 될 수는 없습니다. 이건 국수주의와 또 다른 것입니다.
글쓴이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우수한 인재를 잘 키워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사실 반대할 일은 아니다. 평준화 교육의 맹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평준화 교육의 맹점은... 국제중 같은 이른바 귀족학교를 만들어야만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교육과정의 개편 및 자율성 확보를 통해서 각 학교를 개성화 특성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제일 우려하고 있는 현실은 망국적인 사교육의 평준화입니다. 가난한 자나 부유한 자나... 하여, 서민의 삶은 날로 피폐하여가고 있습니다.
교육경쟁에서 낙오된 수많은 2세들이 좌절과 방황과 타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우리 어린 시절은 비록 가난했지만 인정이 있고 고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2세들은 어쩌면 그 모든 것을 상실 당한 채... 우리 시대보다 훨씬 나은 경제적인 풍요 때문에 도리어 그것이 짐이 되어 망가지고 있습니다. 사교육의 짐이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내 다시 말하지만 무슨 안경 쓴 아이들이 이렇게 많습니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적인 금메달감입니다. 이것도 자랑입니까?
그분은 또,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학부모의 37%, 교사의 65%가 국제중 설립에 찬성했다고 한다. 이 결과가 신뢰할 만하다면 사회적 동의와 요구도 확보한 셈이다.”라고 합니다.
그 여론조사의 신빙성 여부를 떠나서 아니, 학부모의 37%가 찬성한 것이 무슨 사회적 동의와 요구를 확보한 겁니까?
다시 말하지만, 국제사회에 진정으로 적합한 지도자의 양성은 국제중을 통해서 될 일이 아니라 교육제도의 전면 개편 내지 국민의 의식개혁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
내가 미쳤습니다.
왜 이렇게 혼자 열불을 낼까요?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그 사람이 곧 길입니다” 라는 브로슈어 첫마디에 위로를 받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송인수 윤지희 공동대표 및 모든 수고하시는 일꾼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카페 회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듣기 좋지요? 이건 충청북도 교육청 교육가족들이 언제부터인지 하는 인사말입니다.
저는 믿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를 감동시켜서 반드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을 이루어내도록 하실 거라고!
첫댓글 선생님, 개인적으로 그런 아픔의 세월이 있었군요... 마음 속 글을 남겨 주신 것 감사해요... 댓 글 지운 것이라는 오해는 풀리셨지요?^^ 앞으로 개학이 되면 바쁘시겠지만 그래도 여기를 계속 기억해 주세요... 샘의 정치 이야기, 교회 이야기, 대통령 이야기에 게시판이 후끈 달아올라왔었지요... 앞으로도 좋은 교육에 관한 이야기 기다릴게요. 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한 친절한 지체의 도움으로 aromi 님의 성공적인 국제중학교를 위한 제언이 사교육걱정희망 나눔터와 여기에 함께 실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친절한 댓글도 거기서 보았구요.
개학을 비교적 늦게 하셨군요...하나님 은혜가운데 2학기 잘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진솔한 삶을 나눠주셔서 맘이 뭉클합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그러한 아픔을 안고 살아가시는 분을 보았습니다. 표현하지 않으실때도 또 가끔 표현하실때도 그건 평생 가슴속에 남는 아픔이란걸.... 하나님께서 선생님의 마음을 위로해 주실길 기도합니다. 늘 좋은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까페를 드나들어 문턱이 닳을지경입니다. 같은 길을 걷는 다고 해도 목적이 모두 동일한 것도 아니고, 양상도 모두 같지 않습니다. 그 길을 그냥 지나가는 이도 있고, 뛰어 가는 이도 있고, ㅎㅎ 저처럼 길을 가면서도 늘 게으르고 회의하며 가는 이도 있네요. 샘의 확신에 차신 모습은 분명한 목적에서 비롯되겠지요. 전 이 사회에서 생존하는 방법 그 자체가 역겹게 느껴지는 사람입니다. ㅎ 확신을 갖고 사시는 것만으로도 샘은 행복하십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고등학교 3학년 때 세례를 받았는데 세례문답을 하면서 한 장로님이 하신 질문이 평생 남아 있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그분은 그러시더군요. "믿음입니다." 아, 근데 저는 믿음 없이 살 때가 많았습니다. 믿음으로 살았다면, 어떤 어려움 가운데서라도 믿음을 잃지 않고 살아왔더라면 더 나은 삶, 더 복된 삶, 더 의미 있는 삶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살았을 겁니다. 귀하신 지체들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어제 퇴근하면서 긴 선생님의 글을 인쇄해서 가져갔더랬습니다. 두 딸들 공부 시키면서 읽었습니다. 마음이 울컥했어요. 저도 사실 사교육걱정없는 세상이 열리면서 저의 삶의 모습이 달라졌어요. 카페나 인터넷을 즐겨하지 않는 저였는데 매일 아침 저녁 시간이 나면 들리고 글들을 확인하지요. 회원수도 확인하고요. 시간이 없어서 들리지 못한 날은 궁금함을 넘어서 어떤 글들이 올라오나 어떤 분의 눈물겨운 사연이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야기가 사교육으로 흘러가면 브로슈어를 드리면서 카페소개를 자연스럽게 하고 교회집사님께도 꼭 들러보시라고 드리고... 참 평소의 저와는 많이 다른 모습입니다. 샘~사랑합니다.
감사드려요.. 성경에 "하나님께 소망을 두었던 거룩한 부녀들" 이야기가 나오지요? 베드로전서 3:5, 사라, 십보라, 라합, 드보라, 한나, 룻, 아비가일, 아비삭, 나아만의 아내에게 수종들던 계집아이, 안나 선지자, 막달라 마리아, 열두해를 혈루증 앓던 여인, 루디아, 브리스가, 뵈뵈...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어두워진 세상에서는 이런 딸들이 더욱 그립지요. "나실 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 어머니 노래도 그렇구요. 저는 여자 아이들에게 종종 이야기 합니다. 여자들이 더 건강해야 해! 좋은 어머니가 되어야지요. 선생님의 삶이 우리 주님께 더욱 기억되기를 빕니다.
슬픔을 딛고 이처럼 따뜻하고 정돈된 글을 쓰시니 참 보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