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의 구성
촉매는 반응에 활성을 가진 주촉매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변형체(modifier)와 혼합하여 사용한다. 주촉매에 첨가하여 촉매의 활성과 선택성을 변화시키는 물질을 변형체라 하며 여기에는 부촉매, 조촉매 (promoter), 지지체 (support) 및 촉매독 (catalyst poison)이 포함된다. 부촉매는 조촉매에 혼합되는 물질로서 그 자체로서도 활성을 가지는 촉매이며 조촉매는 그 자체는 활성이 없으나 주촉매에 첨가되어 활성이나 선택성을 증가시켜 주는 물질을 말한다. 지지체 역시 활성이 없으나 주촉매를 담지 시켜 촉매의 특성에 변화를 주게 된다. 지지체에 담지된 촉매를 흔히 담지촉매라고 한다. 그리고 촉매독이란 촉매에 첨가되어 촉매를 비활성화 시키는 물질을 일컫는다. 촉매독은 원하지 않는 부산물의 생성을 억제하여 원하는 물질의 선택도를 증가시킬 목적으로 첨가된다. 예를 들면 메테인의 수증기 개질 반응에 황을 첨가하면 개질 반응이 억제되어 반응속도가 감소함으로써 발열량을 조절하여 반응의 열안정성이 높아지며 알킨의 수소화 반응에 첨가되는 납은 반응을 억제하여 중간 생성물인 알켄의 선택도를 높여 준다.
2. 1. 1 지지체
지지체는 활성촉매를 담지시키는 물질로서 그 자체는 활성이 없으나 다음과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많이 사용된다. 활성촉매를 지지체에 분산시키면 활성 촉매의 표면적을 넓히고, 소결현상을 방지하여 촉매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며, 촉매의 활성이나 선택성 또는 촉매독에 대한 저항을 향상시킨다. 촉매를 담지시키면 열을 방출하여 국부적 과열을 방지할 수 있다. 지지체가 이런 기능을 가지기 위하여 지지체를 선정할 때 지지체의 촉매활성 가능성, 담지촉매의 물리적 성질, 지지체의 표면적 및 세공도, 지지체의 구조, 지지체의 열용량 및 열전도도, 지지체의 입자 크기, 지지체의 밀도, 마모성, 경도, 압축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능을 가지기 위하여 지지체가 가져야할 성질은 다음과 같다.
1) 지지체는 열적, 기계적으로 안정성이 높아야 한다. 지지체 자신이 안정하면 촉매의 변형을 방지하고, 활성 촉매와 상호작용이 강하여 소결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발열량이 큰 반응에서도 활성이 저하하지 않게 할 수 있어야 한다.
2) 지지체는 물리화학적으로 안정하여야 한다. 반응물이나 생성물과 지지체가 반응하면, 촉매 활성이 변하고 세공 구조 변형으로 표면적이 감소할 수도 있다.
3) 지지체는 표면적이 넓어야 한다. 촉매 활성은 일차적으로 노출된 활성점의 수에 비례하므로, 소량의 활성물질로도 노출표면을 넓히려면 지지체의 표면적이 넓어야 한다.
4) 지지체는 가공성이 좋아야 한다. 구형 등의 일반적인 모양뿐 아니라 복잡한 모양도 쉽게 만들 수 있어, 반응에 적합한 형태로 촉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5) 지지체는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취급하기 용이하고 안전한 물질이어야 한다. 제조와 폐기에 규제가 없을수록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6) 지지체는 저렴하여야 한다. 활성물질에 비해 비싸지 않아야 촉매를 저렴하게 만들 수 있다.
지지체 중에는 활성물질을 지지하는 기능 외에도, 촉매 반응에 관여하거나 촉매 활성에 영향을 주는 물질도 있다. 촉매 반응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활성물질을 담지할 목적으로만 지지체를 사용하는지, 아니면 촉매 반응에도 기여하는지에 따라 지지체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1) 비활성 지지체: 실리카 (SiO2).
화학적으로나 열적으로 매우 안정하고 표면적이 넓은 지지체로서 활성물질을 분산 담지 시키기 위하여 사용한다.
2) 활성지지체: 알루미나 (Al2O3), 실리카-알루미나, 제올라이트 등.
지지체 자신도 고체 산으로서 촉매 활성이 있어, 활성물질을 분산 담지 시킬 뿐 아니라 촉매 반응에도 참여한다. 공업에 사용되는 촉매 제조에는 이런 종류의 지지체가 많이 쓰인다.
3) 활성물질과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지지체: TiO2, Nb2O3, V2O3 등.
환원될 수 있는 산화물로서 활성물질과 상호작용이 매우 강하다. 환원처리로 지지체의 산화 상태가 변하면 활성물질과 상호작용이 달라져 촉매의 활성도 크게 변한다.
4) 특이한 형태의 지지체: 모노리스 (monolith).
압력 감소를 줄이고 공간속도를 높이며, 열전달과 물질전달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형태로 제조된 지지체로서, 자동차 배기가스의 정화용 촉매에 지지체로 사용된다.
2. 1. 2 조촉매
조촉매란 자신은 거의 촉매의 활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나 촉매 제조시 소량(10%) 첨가함으로써 조촉매의 활성 및 선택성 그리고 안정성을 향상시켜 주는 물질이다. 조촉매는 크게 물리적 효과를 유발하는 물리적 조촉매 (textural promoter)와 화학적 효과를 유발하는 화학적 조촉매 (structural promoter)로 나누어진다.
1) 물리적 조촉매
물리적 조촉매는 극히 미세한 분말 형태로 활성 촉매에 첨가되어 촉매의 소결을 방지시켜 주는 물질이다. 이들의 역할은 활성 촉매가 응집되어 활성면적이 감소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촉매의 활성을 증가시킨다. 대포적인 예로 암모니아를 합성할 때 사용되는 촉매인 철을 도우는 알루미나의 작용을 들 수 있다. 물리적 조촉매로 일반적으로 용융점이 비교적 높은 Al2O3, SiO2, ZrO2, Cr2O3, CeO2, MgO, TiO2 등이 많이 사용된다. 조촉매가 물리적 촉진작용을 하는지의 여부는 조촉매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비표면적과 유효 활성화 에너지를 측정하여 두 경우에 차이가 없으면 물리적 조촉매 작용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2) 화학적 조촉매
화학적 조촉매는 활성 촉매의 화학적 조성을 바꾸어 화학적 효과를 유발하므로써 촉매의 활성을 촉진시키는 물질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1) 이원기능 조촉매 (dual action promoter): 두 가지의 기능을 하는 조촉매인데 대표적인 예로 파라핀의 이성화 반응1) 촉매인 Ni - Al2O3 - SiO2를 들 수 있다.
2) 격자결함 조촉매 (lattice defects promoter): 소량의 산화물을 첨가함으로써 격자결함의 수를 조절하여 촉매의 활성을 향상시키는 물질을 말한다.
3) 전자적 조촉매 (electronic promoter): 다른 금속을 합금화하면 빈자리의 d 궤도 비가 변하여 활성화 흡착상태, 즉 촉매 활성이 변하는데 이와 같이 전자수를 조절하여 촉매의 활성을 높여 주는 물질이 전자적 조촉매이다.
4) 계면 조촉매 (adlineation promoter): 두 금속의 상 사이 또는 결정 사이의 경계면을 형성하여 촉매 활성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다.
이 밖에도 원하지 않는 반응에 촉매독 작용을 하여 주반응을 촉진시키는 형태의 조촉매도 있다. n-헥세인으로부터 벤젠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Cr2O3 - Al2O3에 포타슘 염을 첨가하면 촉매의 산점이 피독되어 n-헥세인의 분해가 방지되고 대신 벤젠의 생성이 우세해진다. 화학적 조촉매의 여부는 활성화 에너지 또는 흡착등온선의 변화를 조사하면 알 수 있다.
조촉매와 비슷한 개념으로 공촉매 (cocatalyst)라는 것이 있다. 공촉매는 주로 올레핀 중합촉매계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지글러-나타 (Ziegler-Natta) 촉매의 경우, triethylalumium (TEA)이 공촉매에 해당하고 메탈로센 촉매의 경우 methylaluminoxane (MAO)가 공촉매에 해당한다. 조촉매는 자신만으로는 촉매 반응에 활성이 없으나 주촉매의 촉매 활성을 향상시켜 주는 역할을 하지만 주촉매만으로도 촉매 반응은 가능하다. 주촉매만으로는 촉매 반응에 활성이 없고 어떤 물질이 첨가되어야만 주촉매에 의하여 촉매 반응이 진행되며 또한 자신만으로는 촉매 작용을 하지 못하는 물질을 공촉매라고 한다. 그러므로 공촉매는 주촉매의 기능을 향상시켜 주는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이 아니라는 점과 이 물질이 없으면 주촉매만으로는 촉매 반응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촉매와 다르다. 그러나 촉매 반응이 공촉매에 의하여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촉매에 의하여 진행된다는 점에서 조촉매와 유사하다. 공촉매는 자신만으로는 활성이 없는 주촉매를 반응을 진행할 수 있게 활성화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2. 1. 3 촉매독
촉매에 극소량의 다른 물질이 들어가서 촉매에 강하게 흡착하던가 또는 결합하여 촉매의 활성을 감소시키는 현상을 피독 현상 (poisoning)현상이라고 하며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물질을 촉매독 (catalyst poison)이라고 한다. 촉매의 피독 현상은 촉매독 물질의 종류 및 양에 따라 재생이 되는 일시적 피독 (temporal poisoning)과 영구히 재생이 되지 않는 영구적 피독 (permanent poison)으로 구별된다. 일시적 피독의 경우 적절한 처리에 의하여 촉매가 재생될 수 있으나 영구적 피독의 경우 촉매의 재생이 불가능해진다. 촉매독의 대표적인 예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반응의 촉매인 철의 경우, 산소나 수증기는 일시적 촉매독이므로 적절하게 처리하면 피독이 해결될 수 있으나 황화물은 영구적인 촉매독이므로 그 영향이 촉매 활성에 치명적이다.
촉매독의 종류에 따라 촉매 활성점의 일부만이 피독되어 어느 특정 반응에 대한 활성만이 저하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현상을 선택적 피독 현상 (selective poisoning)이라고 한다. 니켈 촉매의 경우 촉매독의 종류를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반응만이 가능하도록 촉매를 피독시킬 수 있다. 하나의 피독물질을 사용하드라도 사용한 양에 따라 특정 반응에 대한 활성이 조금씩 없어져 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단계적 피독 현상 (gradual poisoning)이라고 하며, 마찬가지로 피독물질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반응만이 가능하도록 촉매를 피독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촉매의 피독현상은 높은 활성을 원하는 촉매 반응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촉매독이 촉매 현상에 반드시 부정적인 요소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임의의 촉매 반응에서 특정 반응이 우세하게 하여 특정 생성물의 선택도를 증가시키기 위하여 또는 지나치게 높은 촉매활성을 낮추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촉매의 피독 현상을 이용하기도 한다. 에텐을 부분 산화하여 산화에텐 (ethene oxide)을 제조하는 공정에서 은을 촉매로 사용하는데 생성물인 산화에텐의 폭발성이 매우 크므로 산화에텐의 농도가 폭발한계에 도달하지 않도록 은 촉매의 활성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ethene dichloride (EDW)를 촉매독으로 사용하여 은촉매의 일부를 피독시킴으로써 에텐 전환율이 일정수준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다.
촉매독은 촉매 비활성화 (catalyst deactivation)의 주된 용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넓은 의미에서 촉매독은 촉매 비활성화를 유발하는 모든 요인을 지칭하기도 한다. 촉매 비활성화를 야기시키는 형태에 따라 또한 촉매독의 작동형태에 따라 촉매독을 구분하자면, 반응 도중 생성되는 코크스 (cokes)의 경우처럼 촉매 활성점에 침적되어 촉매 비활성화를 야기시키는 침적촉매독 (deposited poison), 황화합물과 같이 촉매 활성점에 화학흡착하므로써 촉매독으로 작용하는 화학흡착 촉매독 (chemisorbed poison),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부 활성점을 선택적으로 피독시켜 원하지 않는 반응만을 억제시키는 선택적 촉매독 (selective poison), 반응물에 포함되어 반응 도중 촉매의 안정성을 약화시킴으로써 비활성화를 야기시키는 촉매독 (stability poison), 다공성 촉매의 기공을 덮음으로써 촉매 비활성화를 야기시키는 확산촉매독 (diffusion poison)으로 구분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