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 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테살 5,16)
최복순(아셀라ㆍ아브라함반)
나는 23살에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 30년을 넘으면서 40대에 가톨릭센터에서
보나 수녀님께서 가르치시는 베소라 성서 공부를 재미있게 배웠었다. 이때까
지만 해도 테살로니카 성서 말씀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하신 말
씀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어떻게 어렵고 힘들 때 감사할 수 있을까?
1998년 IMF때 남편이 명예퇴직 하고나서 직장이 공사라고 퇴직금을 연금으
로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아이들 둘이 이제 대학교 들어가기 시작인데 너무
걱정이 되었다. 남편이 퇴직금으로 사업한다고 아는 교우 권유로 함께 일하
다 온통 돈만 다 잃게 되었다. 사업을 한 5년 동안 인간관계에서 상처가 너무
나 커서 괴로웠다. 남편과 가정불화도 많았었고 함께 죽자고 까지 하며 괴로
워했었다. 한밤중인 두세 시에 너무 괴로워 아무도 모르게 일어나 촛불을 켜
고 인간이 잘못한 것 바른길로 인도해 달라고 울면서 기도 한 적도 많았었다.
매일미사를 하면서 이 죄인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시는 주님께 기도하면서
교우 언니 도움으로 사순절에는 일을 하면서 하루 세 시간만 자고 치명자산
에 십자가의 길 새벽미사를 할 수 있었다. 수입이 없으니 생활을 할 수 없어
남편은 택시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한 달 다니면서 불경기라고 돈도 벌지 못
하고 나중엔 접촉사고로 돈만 물고 고생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우들의 도움으로 우리 집에서 구역미사를 하게 되었을 때
였는데, 전에 다니던 직장에 전화로 일자리를 부탁한 결과 그 다음날부터 계
약직으로 출근하라는 것이었다. 정말 주님의 은혜로........
남편이 일 년쯤 근무하던 96년 1월 3일, 남편이 쓰러졌다고 119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가슴을 조이며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면서 택시안에서 주님만 믿
는다고, 주님께서 함께 해주실 거라고 기도하면서 달려갔다.
사장님과 직원들이 와 계셨다. 건물 2층 옥상에서 전화선 수리 하려다 떨어져
피가 흐르고 의식이 없는 걸 김치 공장 아주머니가 보고 신고하였다고 하신다.
뇌출혈이 머리 한가운데 있으면서, 또 머리 안과 밖에 출혈이 있다고 출혈이
계속되는지 C.T사진을 시간 간격으로 찍으면서 밤늦게 까지 비교하며 검사한
다. 좌측 팔, 다리가 힘이 없으면서도 다행히 의식이 있어 그것만으로도 하느
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응급실에서 이틀 만에 입원실로 옮겼는데, 옆 침대에는 뇌출혈로 한쪽 마비인
환자가 세 번이나 떨어졌다고 말도 못하고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며 병실에서
냄새를 풍기며 대변을 받아내는 환자의 너무 심한 상황을 보면서, 남편은 그래
도 이만한 것이 다행이라며 감사 기도를 하기 시작한다. 꼬박 하루 24시간, 남
편을 2개월 동안 간병할 때에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힘든 것을 모르고 지
냈던 것은 성서말씀, 매일 감사기도, 교우들의 기도, 정말 신앙의 힘이 컸던 것
이다.
남편이 퇴원하고 통원치료를 다니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에 김제에 사시는 시
어머님께서 숨이 차서 걷기가 힘들다고 하셔서 병원을 찾으니 김제 종합병원
에서 폐암인 것 같다고 소견서를 써주신다. 다시 대학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받
으니, 검사 결과 결핵성으로 폐에 물이 차서 그런다기에 옆구리에서 물을 빼는
시술을 하는데 어머님께서 병원생활이 처음이라 링거주사 맞을 때 불편하시다
고 잠깐 사이 주사바늘을 빼버려 피가 나기도 한다. 의사 선생님이 폐에 물 빼
는 호스가 빠지면 폐에 공기가 들어가면 큰일 난다고 하셨는데 한밤중에 화장
실에 그냥 가셔서 호스를 빼버려 놀란 적도 있었다. 하루 종일 시간마다 소변
을 보시니까 폐물주머니 들고 링거주사 굴리면서 밤새도록 따라다녀야 한다.
남편이 퇴원은 했지만 아직도 환자인데..... 친정어머님, 작은 아들, 딸 모두
서울 먼데 사니까 큰며느리인 내가 혼자 감당해야한다. 시어머니께서 아버님
식사 걱정 때문에 집에 가신다고 신경을 써서 혈압은 자꾸 오른다. 이렇게 폐
에서 나쁜 물이 나오는데 집에 가시면 더 악화되어 오래 입원하게 된다고 잘
듣지 못하시니까 몇 번이고 큰소리로 말씀드려야한다.
옆자리의 환자는 똑같이 약을 잡수시는데 토하고 힘들어 하는데, 그래도 어
머님은 빨리 좋아지는 것 같아 어느 날 밤 그런 어머님이 감사해 잠자리에 들
기 전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잤다. 이튿날 아침 담당 의사께서 따님인지
며느리인지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셔서 빨리 좋아졌다고 퇴원해도 되겠다고 하
신다. 어머님께서 입원해 계실 동안 기도하는 내 모습을 보고 그러시는지 큰
며느리 믿는 신앙만 믿는다고 하셔서 병원 수녀님께 말씀드리고 대세를 드리게
되었고, 매주금요일 오후 3시 입원 환자를 위한 미사 드릴 때인 어느 날, 신부님
강론 말씀 중에 모든 일에 감사기도 드릴 때 기적은 이루어진다는 말씀이 내 마
음에 와 닿았다.
정말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해야하는걸 깨달았다. 병자 방문 기도를 온 언니가
인심 좋은 부부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이 계속되는지 참 안타깝다는 말을 할
때, 나는 죽을 수도 있었던 남편을 살려주시고 어머님도 폐암이 아니라 결핵성
으로 약물치료로 나올 수 있게 해주신 이런 모든 일들이 “정말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했다.
성서백주간을 하면서 이러한 나의 체험을 대화를 나누면서 성서 말씀을 깨닫게
되는 것이 많아진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느냐?”(마태 6.25~26) 공중에 새도, 들꽃도
다 거두신다는 하느님 말씀!
어떠한 어려움에서도 항상 함께 하시는 하느님을 깨달은, 죄 많고 부족한 인간.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느님을 믿는 신앙이 없었다면 스트레스로 암 병을 얻었던
지 심한 우울증으로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어려움 중에서도 기도와 매일미사는 진정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아이들
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이 신앙을 유산으로, 인생에서 가장 유익한 삶을 살 수
있는 고귀한 신앙으로 물려주고 싶다.
아이들이 지금은 쉬고 있지만 주님께 영광 돌릴 수 있는 성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자녀 되게 해달라고 항상 기도하고, 현재 쉬고 있는 모든 형제자매들과, 하느님
사랑을 알지 못하는 친척들과 모든 이들을 위하여 기도와 매일미사를 드린다.
“저희에게 생명을 주시고 영원한 양식을 주시는 주님,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