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페낭 부킷자위GC]야자수·호수 어우러진 겨울골프 숨은 진주
말레이시아는 다른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비교적 붐비지 않으면서도 깨끗한 분위기 속에서 라운드를 즐
길 수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동양의 진주’라 불리는 페낭은 말레이시아와 태국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
충지이자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페낭공항에 도착해 자동차로 약 15분쯤 달리면 페낭섬과 말레이시아 본토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나온
다. 이 다리를 지나 다시 25분 정도 더 달리면 부킷자위골프리조트에 다다른다.
총 36홀 규모의 부킷자위GC는 힐코스와 레이크코스로 나뉜다. 부킷자위(Bukit Jawi)를 굳이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성스러운 언덕’쯤 된다. 과거 이곳은 비탈진 오일팜 농장이었으나 지금은 주거지역과 리조
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코스 경계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오일팜 나무는 여전히 당시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힐코스는 전체적으로 업다운이 많아 남성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코스도 길어 웬만한 파5홀은 챔피언
티 기준으로 500뻍가 넘는다.
시련과 도전은 첫 티샷부터 시작된다. 400뻍짜리 1번홀(파4)은 장타와 정확성 두 가지 모두를 요구한다.
버디를 잡겠다는 호기 어린 꿈을 애시당초 접게 만든다. 2번홀에서 잠시 숨을 돌렸다 싶더니 3번홀도 만
만치 않은 거리로 사람 속을 태운다. 고만고만한 거리의 4번홀에서 다시 한번 여유를 부리고 나면 2홀
연속 거리와의 싸움이다.
절정은 전반 마지막 홀인 9번홀에서 이루어진다. 대지의 지휘자인 코스 설계가는 이 홀을 540뻍짜리 파
5홀로 만들었다. 야드로 따지면 거의 600야드에 달한다. 힐코스의 홀 중 가장 길다.
후반 9홀도 만만치 않은 길이에 업다운이 많지만 전반 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단련된 심신은 비로소 주위
의 아름다운 풍광을 맛볼 여유를 제공해 준다.
마지막 퍼팅을 마친 후 그린을 떠나올 때 쯤엔 한편의 오케스트라 선율에 맞춰 18개의 홀을 돈 듯하다.
시련과 희열, 그리고 평온함 등의 감정이 오선지의 장단마냥 라운드 내내 곁을 맴도는 것이다.
힐코스가 남성이라면 레이크코스는 여자의 향취가 풍기는 코스다. 거의 모든 홀이 호수 사이사이에 또
아리를 틀고 있어 아기자기한 플레이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만만히 볼 수도 없다. 상대적으로 힐코스에 비해 짧지만 곳곳에 숨겨진 함정을 피하는 게 관건
이다. 힐코스와 마찬가지로 거리와 싸움을 벌여야 할 홀도 몇 개 있다. 특히 15번홀(파3)은 아일랜드 그
린이어서 정확성은 필수다. 호수 위의 바람도 염두해 둬야 하는 만큼 클럽 선택이 중요하다.
마지막 18번홀은 반전의 홀이다. 거리는 짧지만 문제는 호수가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있다는 것이다.
220야드 정도의 비거리면 충분히 넘길 수 있지만 사람의 심리가 어찌 마음대로 되는가. 티샷에 자연히
힘이 들어가게 되고 볼은 좌우로 휘기 십상이다. 자칫 잘 못 때리는 날에는 볼은 호수로 향하고 좀전까
지의 선전(善戰)은 물거품으로 변한다. 자신이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호수 중간에 섬처럼 자리 잡은 페
어웨이를 징검다리 삼아 가는 게 현명하다.
라운드 끝에는 깔끔한 호텔과 부대시설들이 여독을 풀어준다. 2004년 완공된 호텔은 최신 시설을 갖춰
다른 골프리조트와 차별성을 보여준다. 부대시설로는 드라이빙 레인지, 치핑 및 벙커샷 연습장, 수영장,
자쿠지와 사우나, 테니스코트, 휘트니스 센터 등이 있다. 페낭섬의 다양한 해양 스포츠도 매력적이다.
현재 대한항공이 화·토요일 페낭 직항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전문 여행사인 엠지엠골프
(www.mgmgolf.com,02-564-4030)에서 일정에 맞는 투어정보 등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