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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회 제 100회 관악산 산행기 (2008. 12.21. 맑음 / 조문형)
▣ 산행코스 : 낙성대역(1번출구) - 마당바위 - 헬기장 - 거북바위 - 남근석바위 - 사당역
▣ 참석 : 17인 ( 기세환, 김용우, 김정남, 김종화, 박형채, 신원우, 위윤환, 이경식, 이원무, 이재웅, 임삼환, 임용복, 전 작, 정해황,
조문형, 최영수, 한양기 )
* 뒷풀이 참석 : 4명 ( 나창수, 남기인, 이승렬, 한천옥 ), * 박찬재, 안순모, 장선식 동창회 전임회장 동참 *
▣ 오늘의 시 :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 (“입속의 검은 잎”에 수록)
▣ 뒷풀이 : 전주한정식 (“장원” - 교대역 11번출구, 하이마트 뒷편)
먼저 시산회 제 100회를 기념하는 관악산 산행기를 쓸 수 있도록 나에게 기회를 주신데 대하여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창시절 이후 처음으로 써 보는 글이라서 두렵기도 하고 떨리는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이왕사 쓰기로 하였으니 부족한 글이지만, 써 보긴 하겠으나 큰 기대는 갖질 마시기 바란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약간 춥긴하지만 산행하기 좋은 날씨이다. 상쾌한 기분으로 이른아침 7시경에 집을 출발하여 낙성대역에 도착하니 8시30분이다. '내가 가장 일찍 왔으리라?' 추측하며 1번출구를 나서는데, 우리 20회 동창회의 메신저이신 김 용우 총장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자초지정을 들으니 잠시나마 내가 어리석은 생각이란걸 알게 되었다.
김 총장은 산행때마다 항상 약속된 집결시간보다 1시간 먼저 도착하여 주변을 정찰하고, 주변의 시설환경이나 먹거리도 살펴보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있으면 간단히 아침식사도 하며, 오늘 산행에 대한 본인 나름대로의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서야 ‘역시 우리 동창회의 총장님은 다른 친구들이 본 받아야 할 점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해본다. 잠시 후 키가 훤칠하게 크고, 잘 생긴 최 영수 산우가 나타났다. 아직까지 서울생활에 익숙치 못해 지하철의 소요시간을 예상할 수 없어 택시를 타고 왔단다. 시산회에 가입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지만, 최 산우의 약속시간을 지키려는 마음이 가상하기만 하다. 약속시간이 닥아오자 언제 보아도 반가운 산우들이 한, 두명씩 연이어 도착한다.
집결시간인 9시 정각까지 오늘 참석하기로 한 예정인원 19명중 17명이 도착하였다. 김 총장은 부지런히 연락을 취하더니 당초 참석키로 되어있는 나 원장과 한 천옥은 갑자기 개안 사정으로 산행에는 참석치 못하고 납회(뒷풀이) 시간때에만 참석 한다고 한다.
오전 9시10분, 17명의 산우들은 낙성대역 1번출구를 출발, 잠시 슈퍼에서 막걸리와 소주를 보충하고 한적한 동네길을 지나 들머리로 들어섰다. 오늘이 금년도 납회 산행이라서 그런지? 아님, 산우들 모두가 100회 달성을 축하하고 싶은 마음에서 인지?는 몰라도 아마 내 기억으로는 참석인원이 가장 많지않나? 생각된다. 김 총장에게는 공지를 하였지만, 많은 산우들이 참석하여 뜻 깊은 산행은 될 것 같은데, 내가 준비한 과메기 안주가 모자라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하고 있는데, 김 총장은 금년들어 지금까지 산행기를 산우들이 돌아가면서 써 왔는데, 아직 쓰지않은 산우는 나와 용복이 뿐이라며 이번엔 나에게 산행기를 쓰라고 한다. 못 쓴다고 할 수도 없고, 뜻깊은 100회의 납회 산행인데,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차라리 진즉 써 버릴걸, 그러나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 또 한 가지의 걱정이 늘어 발걸음이 벌써부터 무거워 진다. 바람이 불지않은 그렇게 춥지않은 날씨인데도 자꾸만 한기가 온다. 하지만, 정겨운 산우들과 여담을 나누면서 약 1시간을 걷다보니 추위는 서서히 사그라지고 몸에 열이 날 즈음에 산우들중 누군가가 잠시 쉬어 가잔다.
의자와 평상이 설치되어 있는 쉼터에서 임 삼환 산우가 준비한 홍어와 복분자 술, 그리고 내가 준비한 과메기 안주를 내어 놓았다. 술을 좋아하는 위 산우와 정남인 과메기 안주엔 막걸리가 좋다고 하고, 누군가는 소주가 제격이라며 과메기가 적당히 아주 잘 만들어 졌다고 하며 다들 맛있게도 잘 먹는다. 부족할 걸로 생각되었는데, 그런대로 부족하지는 않은 것 같다.
산우들이 과메기를 그렇게 잘 먹을줄은 몰랐는데, 지난번 계룡산 산행에서도 너무 맛있게 자시기에 준비하여 왔는데, 모든 산우들이 좋아하니 올 겨울 산행때는 종종 준비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특히 과메기는 꽁치(옛날에는 청어)를 원료로 하기에 꽁치류와 같은 등푸른 생선은 오메가3-불포화지방산이 많이 축적되어 있어서 술하고 같이 먹으면 술이 취하지 않고 우리들 세대인 50대 중반의 남자들이 먹으면 스테미너가 넘쳐 정력도 좋아진다고 하여 나는 특별히 이 식품을 좋아하고 많이 먹고있는 편이다. 과메기 홍보대사는 아니지만, 경험자로서 과메기를 적극 추천하오니 많이들 애용해 주시기 바란다. 겨울철이 아니면 먹을 수가 없고 또 겨울철에 특히 맛이 있으니 이 자리를 빌려 겨울산행이 끝날 때 까지는 참석시 매번 준비하도록 노력하겠네.
배낭을 챙기고 출발하려 하는데, 정 해황 산우가 오늘도 반포 모싯떡을 꺼내어 골고루 하나씩 나누어 준다. 아침을 거르고 오는 산우들에겐 항상 반가운 선물이다. 모두들 맛있게 자시는데, 왕 회장님, 기 회장님과 김 총장에겐 특별히 2개씩을 드렸는데도 정남이와 김 총장은 2개 모두 마나님께 드리려고 하는건지? 배낭속에다 슬그머니 집어 넣는다. 아마도 몇몇 산우들은 혼자 먹기 아까와서 먹지않고 호주머니에 넣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좋은 현상이다. 함께 곁에 있으면서 재롱과 아양을 떨어 주어야 할 휴일날, 친구들과 산행하는 미안한 마음에 친구가 제공하는 따뜻한 정의 선물을 아껴두었다가 산행후 드리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모싯떡과 사랑’의 전도사 정 산우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부탁컨데, 자주 참석하여 앞으로도 계속 사랑을 전해 주시게나.
10시10분,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시 출발이다. 오늘 산행코스는 납회시간을 미리 예약을 해 놓았기에 1시30분까지는 교대역(“장원”)에 가야만 한단다. 약 4~5시간의 산행 길은 그동안 우리 시산회에서 평균 소요시간이다. 이제까지 올라 온 길은 평탄한 산책로 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암반으로 형성된 암릉 길이다. 주위의 나무들은 무성했던 나뭇잎을 떨쳐버리고 꿋꿋히 버티고 한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식물이지만, 생물은 모두가 똑 같은가 보다.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시기에 우리들의 삶에 산 교훈을 주는 것 같아 산행하는 도중 잠시 부족한 내 마음을 추스려 본다.
10시40분, 마당바위에 도착하여 100회 달성 시산회 증명사진을 찍고, 잠시 주변을 내려다 보니 썩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산우들에게 내가 엊그제 어떤 모임에서 들었던 “조개들의 속삭임”이라는 유머를 들려 주었더니 모두들 호기심이 가득하다. 그 유유머는 다름아닌 대하, 홍합, 피조개, 반지락이 모여 자기자랑을 하였는데, “大蝦가 자기는 크고 잘 생겼다고 말하자, 紅蛤曰, 너네들 털났니? 하니까, 피조개가 그럼 너네들은 피 나오니? 하고 물으니, 옆에 있던 반지락이 그러면 너희들 물 나오니?”하였단다.ㅎㅎㅎ 평소 유우머와 에피쏘드에 강한 기 회장님은 외우기 어려우니까 요약해서 사자성어로 ’大毛血水‘ 하면 되겠다고 한다. 역시 우리 기 회장님의 어휘 창작력은 타에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탁월하고 수준급 이상이다. 그러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산우들에게는 재탕, 삼탕 설명을 하여만 하였다.
11시30분경, 연주대 아래 헬기장에 이르다. 일부 산우들은 연주대를 다녀오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약속된 납회 시간에 쫏기다보니 오늘은 시간에 맞춰서 산행을 하여야 하였기에 아쉽지만은 이곳에서 날머리를 사당역 방향으로 하산 하기로 하였다. 하산 길은 암반으로 길이 좁고 가파른 길이라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마주치면 한참을 기다려야만 내려갈 수가 있었다. 때마침 ‘다솜산악회’란 명찰을 차고 올라오는 산객들과 마주쳤다. 좁은 길이라 내려가고 있는 우리일행이 한 동안을 양보하고서 후미가 끝날 즈음 내려 가려는데, 우리가 여기서 짜르자고 하자, 누군지는 모르지만, 상대방 젊은 한 산객이 ‘잡담하지 말고 빨리 내려오라’고 짜증을 부리면서 큰 소리를 지른다. 이를 그냥 못 본체 할리없는 우리의 왕 회장님!. 젊잖게 한마디 하시는데... 당신같은 사람은 산에 올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쏘아 붙인다. 옆에서 듣고있는 내가 속이 다 후련하다. 역시나 우리 왕 회장님은 불의에는 참지를 못하는 칼같은 성품이 믿음직스럽고 존경스럽데 그려...
12시30분경, 거북이 모양을 한 ‘거북바위’ 앞에 도착하여 사진발이 좋은 형채를 비롯한 몇몇 산우들은 증명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휴식을 취한후 하산을 서둘렀다. 한참을 내려오니 등산로 옆에 거시기를 닮은 ‘남근석바위’에 도달했다. 남성의 근본 모양의 자연석상 앞에서 신 이사는 짖궂게도 뭉툭한 거시기의 윗부분을 만지는 포즈로 한 컷 사진을 찍는다. 굵기가 너무나 컷기에 그동안 지나가는 여성 산객들에게 수 많은 시달림을 받은 것인지? 윗 부분이 맨드맨들 달아져 있는 것 같다. 산우들중 가장 체격이 우람한 신 이사의 보물하고 비스무레 한건지? 상상에 맡기고... 계속 날머리를 향해 산을 내려오다.
오후 1시30분경, 사당역에 도착하여 납회장소인 교대역(11번출구) 근처인 “장원”한정식식당으로 이동하였다. 교대역에서 내려 지하도에서 납회장소로 이동중, 뒷풀이 장소로 오기로 했던 한 교장을 만나, 약속시간인 오후 1시40분에 “장원”에 도착하였다. 식당에는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이미 몇 분 전에 왔다는 나 창수, 남 기인, 이 승렬 산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시산회 회원은 아니지만, 우리시산회 100회 산행 달성을 축하해 주기 위해 동창회 원년 회장인 안 순모 친구. 박 찬재. 장 선식 전임 회장님들도 초대하여 참석 하였다는 말을 기 회장님이 하신다. 작년 납회때도 참석을 해 주었지만, 정말 고마운 일이다.
납회는 김 총장의 주관으로 먼저 2년동안 우리 시산회의 기틀을 다져놓으신 기 회장님의 인사말씀에 이어 금년 한 해 동안 시산회 발전에 열심히 도움을 준 산우들에게 시상식이 있었는데, 그동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에 산행시 마다 많은 도움을 준 신 원우 산우, 그리고 매 산행때마다 산우들에게 사랑의 모싯떡을 제공해 준 정 해황 산우와 홍어무침과 과일, 떡, 과자류 등 푸짐한 먹거리를 항상 제공해 준 전 작 산우가 포상자로 상을 받았다. 상품(5만원 상당의 상품권)은 그동안 물심 양면으로 건강을 기원해 주시고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싸 주신 사모님들에게 드리라고 한다. 얼마 되지않은 것이지만, 포상자 선정에 있어서 회장단에서 많이 고심을 하였단다. 많은 산우들이 산행때마다 다들 먹거리를 제공하여 왔기에, 전년도에 이미 포상을 받은 산우들은 제외 하였다고 하니 집행부에서 잘 처리한 것 같다. 얼마되지 않은 소액의 상품이지만 여러사람 앞에서 상을 받는 입장에서는 대단히 즐거운 일이다. 또한, 먹산회의 전통은 계속 이어가자. 맛있는 것은 혼자만 드시지 마시고 산우들에도 좀..., 그러면 복 받을 테니까 말일세.
또한, 시산회의 사진사 이 원무 산우가 그동안 산행을 한 산들 중에 영원히 기억에 남을 설악산의 공룡능선과 비선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우리 시산회 발전에 초석을 다져놓은 기 세환, 김 정남 두 전임 회장님들께 선물 하였다. 정말 정겹고 고마운 일이다. 시산회 회원이 아니면 감히 그 누가 흉내 내겠는가? 좋은 착상을 한 이 원무 산우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정상에서 읊지 못한 동반시("질투는 나의 힘"/기형도)는 그동안 산행기를 쓰는 산우가 읊기로 되어 있어서 모처럼 내가 읊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2년동안 회장직을 무사히 마치신 기 회장님이 대신 읊었다.
그리고 지난 청계산 산행때에 나는 참석을 하지 못해서 몰랐었는데, 차기 시산회 회장님과 총무를 새로 선임 하였다고 한다. 새로 선임된 차기 회장은 김 종화 총장이 대를 이어받고, 총무는 이 재웅 산우가 맡기로 하였단다. 이어서 김 총장의 금년도 회비 결산과 인사말씀, 내년부터의 산행일정 조정(두 번째 일요일, 네 번째 토요일, 다만 1월은 구정연휴로 1,3주 일요일 실시)과 차기 회장단 선임방법(1년을 임기로, 회장은 총무가 승계하고 총무는 차기 회장이 선임) 등을 협의하였다.
모든 납회식을 마치고 이젠 먹고 마시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항상 즐겁기만 하다. 좋은 산우들과 즐거운 산행후에 먹는 즐거움은 그 어데?, 그 무엇에 비교하리요. 오늘 납회 식사비의 절반 이상을 흔쾌히 제공해 주신 기 회장님께 특히 감사드리고 싶다. 임기의 마지막 납회까지의 소임을 다 하고 있는 따뜻한 정이 고맙다는 뜻이다. 장원 한정식은 주 메뉴가 전라도 음식이었다. 삼합 등의 안주에다 김 종화 후임회장이 준비한 그 옛날 임금님께 진상하였다는 한산의 명주 소곡주(일명 ‘앉음뱅이술’)와 신 원우 산우가 제공한 양주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신임 김 종화 회장은 내년에는 무엇보다도 안전한 산행과 즐거운 산행에 주력하겠다고 한다. 맞는 말이고, 앞으로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지금까지 우리 시산회의 산행에서는 사소한 부상과 사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큰 사고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부디 회장단이 주축이 되어 앞으로도 시산회 모든 회원들이 한 마음으로 협조하는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산행을 할 수 없는 그때까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또한, 산우들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면서 산행후기를 맺는다. - Merry Christmas to you and happy new year. -
2008년 12월 24일 조 문형 씀.
첫댓글 우리 시산회 100회 산행기는 의미가 더한 족적의 기회이니 조문형 산우가 한편으로 부럽기도 한 일이네~~!!입담만 좋은 줄알았는데 역시나 글솜씨도 매끄럽고 깊은 여운이 남는것은 마음과 가슴이 전달해주는 진솔함과 열정의 힘일거라 믿네...과매기는 30마리나 가져온 것이고 참 졸깃하고 맛난 과매기였으니 모두가 든든하게 먹었다네...내년에 기회가 되면 나도 구룡포 과매기 가져올 생각이니 기대하시게~~좋은글/부지런한글/잔잔한 물결이 가슴으러 베어나는글 잘~~읽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