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서 감성돔 씨알이 한층 굵게 낚이고 있다. 몸체도 벌써 거뭇해지는 느낌이며 먹이에 대한 집념도 강해졌다. 지금 바다는 우악스런 힘을 과시하는 감성돔으로 가득 차 있다.
감성돔이 많은 상황이라면 누구라도 미끼만 담그면 손맛을 볼 수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도 복병은 있다.
가을은 감성돔의 활성도만 높은 계절이 아니다. 각종 잡어 역시 무시무시한 활성도를 보이며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다. 잡어에 비하면 감성돔의 먹이활동 쯤은 ‘새발의 피’에도 미치지 못한다.
잡어 많은 곳 명인도 피해간다
감성돔낚시의 중요한 테크닉 가운데 하나가 잡어 성화를 극복하는 것이다. 특히 가을낚시에서 잡어 극복요령을 모르면 고전을 면할 수 없다. 잡어는 실전에서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잡어 많은 곳은 ‘명인’도 피해간다고 할까.
피해갈 수 없는 잡어와의 전쟁
오랜만에 출조해서 서너 시간 만에 철수해야 한다면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수에 사는 사람들이야 언제라도 출조할 수 있으니 조금 덜하지만 외지에서 오는 꾼들에겐 허탈하기까지 한 일일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잡어 극성을 피하기 위해서다.
낚시꾼 치고 잡어에게 시달려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낚시를 웬만큼 다니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잡어퇴치법도 있을 것이다.
사실 언제나 효과적인 잡어 퇴치법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효과적이라 생각되는 방법들도 분명히 있다. 그동안 실전에서 효과를 본 방법 몇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이 알고 계시는 방법일수도 있고 색다르게 생각되는 방법일 수도 있다. 낚시터에서 잡어떼를 만났을 때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읽어주면 고맙겠다.
실전 어종별 잡어퇴치법
복 어
사시사철! 포인트 불문! 언제 어디서라도 낚시꾼 맞을 준비를 완료하고 있는 잡어중의 잡어가 복어다. 복어의 극성만큼 낚시꾼을 짜증나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미끼를 따라 내려가면서 따먹는 건 그렇다 쳐도 바늘까지 뚝딱 끊어먹는 데는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쁜 복어를 퇴치하기 위한 방법 몇가지를 소개하겠다.
첫번째 방법은 질투심과 호기심이 많은 복어의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준비물은 이쑤시개 몇개가 전부. 낚시 도중 복어가 극성을 부리면 몇마리 낚아 이쑤시개를 코에 꽂아 놓아준다. 그럼 이 복어가 쏜살같이 도망가게 되고 다른 복어들은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줄 알고 우루루 쫓아간다.
이쑤시개를 꼽은 모습이 닮았다 하여 일명 ‘인디언 복쟁이 전법’이라 부르는 이 방법은 생각하기에 따라 우습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효과가 좋으니 한번 사용해 보길 권하고 싶다.
만일 ‘인디언 복쟁이 전법’도 통하지 않는다면 ‘할복전법’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너무 잔인한 방법이므로 그리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도저도 안될 때 최후의 방법으로 사용해 볼만하다.
물고기 중에는 피를 좋아하는 무리가 있고 싫어하는 종류도 있다. 복어의 경우 싫어하는 축에 속하며 특히 자신의 피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이것은 순전히 경험에 의해 터득한 지식이며 학술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복어가 상층에 떠서 극성을 부릴 때는 얼른 학공치 바늘을 달아 복어를 낚아낸다. 학공치 바늘이 없다면 가지고 있는 바늘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을 사용하면 된다.
십여마리 정도 낚은 다음(많을수록 좋다) 배를 갈라 포인트에 다시 던져 넣어 보라. 넉넉잡아 20초 정도면 거짓말처럼 복어가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지만 몇번 사용해본 결과 확실한 복어 퇴치법이라는 걸 믿게 됐다.
고등어 전갱이 쥐치 망상어
여름부터 가을까지 낚시꾼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잡어가 고등어와 전갱이다. 일단 갯바위 부근에 이 어종들이 나타나면 낚시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가 되고 만다. 채비 던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채가는 통에 미끼가 남아나질 않기 때문이다. 채비를 무겁게 해서 빨리 가라앉힌다 해도 따라 내려가면서 물고 늘어지는 성화는 피할 도리가 없다.
쥐치나 망상어 역시 피곤한 어종인 건 마찬가지다. 어신도 없이 미끼만 따먹는 쥐치는 미끼도둑의 대표선수. 무더기로 몰려와 미끼 쟁탈전을 벌이는 망상어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미끼도둑이다.
이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미끼를 바꾸는 것이다. 근처 갯바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엄지손톱 크기의 홍합이나 게에 비결이 숨어있다. 이런 미끼를 사용하면 잡어 입질을 피하면서 감성돔만 선택적으로 낚아낼 수 있다.
학 공 치
나는 학공치를 잡어로 생각하지 않는다. 낚시꾼이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회가 학공치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공치 회는 낚시꾼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진미다. 살이 무르고 빨리 상하기 때문에 갯바위에서 바로 썰어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감성돔낚시 도중 만나는 학공치는 운명적으로 잡어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찌 주변을 맴돌거나 수면에 떨어진 미끼나 원줄을 가지고 놀 때면 신경질까지 날 정도다. 차이가 있다면 낚이는 족족 버려지지 않고 쿨러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뿐.
하지만 학공치는 비교적 극복하기 쉬운 잡어에 속한다. 유영층이 한정돼 있으므로 채비를 빨리 가라앉히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성화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금 질기거나 딱딱한 미끼를 사용하면 따먹힐 염려없이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극복 요령
잡어 떼를 만나면 아예 낚시하고 싶은 생각이 달아난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지 말고 잡어도 낚아서 즐겨보자. 특히 고등어는 집에서 환영받는 어종이다. 구워 먹어도 좋고 찌개거리로도 그만.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싱싱하기 때문에 훨씬 맛있더라는 게 먹어본 사람들의 주장.
학공치를 꼬들꼬들하게 말려서 구우면 훌륭한 안주거리가 된다. 생으로 구워먹어도 꽁치구이 이상 가는 맛. 한가지 주의할 점은 한겨울이 아니면 상하기 쉬우므로 집에 가져가서 회로 먹는 일은 삼가는 게 좋다.
쥐치는 살이 여물고 쫄깃거려 그보다 멋진 횟감이 없을 정도로 맛있는 물고기다. 낚이는 대로 팽개칠 게 아니라 피를 빼고 얼음에 잘 보관하면 집에 가져가서도 회로 먹을 수 있다.
망상어 역시 잘 말려 찜으로 먹으면 훌륭한 반찬거리가 된다.
잡어 많다고 짜증 내면 자신만 손해다. 낚시는 즐기기 위해 하는 것. 노리던 어종이 아니라 썩 내키지는 않겠지만 즐겁게 낚는 것만큼 효과적인 잡어 극복법은 없을 것이다.
홍합이나 게를 미끼로 쓸때는 흘려준다는 게 어려울 때가 많다. 따라서 미끼의 움직임을 조류에만 맡기지 말고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게 효과적이다.
1.과 같이 채비를 멀리 던진 다음 미끼가 바닥까지 가라앉았다. 싶을 때 2. 3.과 같이 슬쩍쓸쩍 끌어주는 동작을 가해 미끼에 움직임을 준다. 이때 찌매듭은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입질은 철저하게 초릿대나 원줄의 움직임으로 감지해야 하며 섣부른 챔질은 금물이다. 크릴이나 새우에 비해 미끼를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최대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채는 것이 좋다.
일반적인 미끼를 쓸때는 먼저 찌를 1. 잡어 근처에 던진다. 착수음을 듣고 잡어들이 몰려들면 2.과 같이 미끼를 바로 발밑에 슬쩍 놓아준다.
미끼가 철저하게 갯바위를 타고 내려가면서 감성돔의 입질을 유도하는 것이다.
갯바위 경사가 심한 곳일수록 효과적이다. 또 이방법은 바늘에서 찌매듭까지보다 짧은 거리만 공략 가능하므로 먼거리를 노릴때는 적합하지 않다. 째매듭이 없으면 약간 먼거리도 공략할 수 있지만 밑걸림이 심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첫댓글 ㅋㅋ 코뚜레전법, 할복전법.... 극복하기 힘들면 즐기는게 상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