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말, 대학 다닐 때 같이 공부하고 활동했던 여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어느덧 중년이 된 친구들과 서울 변두리의 밤거리를 헤매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시종일관 남편과 아들 얘기로 바쁜 J,
꽤나 큰 규모의 영어학원의 부원장이며 운동으로 골프를 한다는 K,
안성에서 남편과 여물통을 제작하고, 골동품(?)을 팔고 있는 M,
여성환경연대 동북지부를 꾸려나가는 S,
그리고, 아마도 춘천에서 뼈를 묻을 것 같은 I. ㅎㅎ
20년 세월은 어쩌면, 그녀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어 놓았나 봅니다.
들끓었던 이념은 켜켜이 묵은 과거가 되었거나,
자유와 평등의 가치는
이젠 열손가락 안에 들 수 없는
추상적인 구호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우울함을 남겼지만...
그래도 반가운 얼굴들이었습니다.
친구들의 표정, 말투, 몸짓, 이야기들의 행간을 읽으며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생각의 흔적들은
한편 유치하고, 또 한편 냉소적인
그 어떤 코미디 보다 진한 웃음을 던져놓았습니다.
그래서 춘천으로 돌아와 한 동안은 그 시간들을 계속 반복 재생하며
싱거운 웃음을 날리곤 했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닌데..
갑자기 그 때를 떠올리니 감회가 새록 떠올라 나도 모르게
넋두리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우리들이 눈가에 주름을 만들고,
고달픈 미소를 배워가는 시간동안
어느 여인은 바늘귀에 실을 꿰었고,
새로운 생리대를 만들고 있었다는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여성환경연대에서 활동하다 혈혈단신 동북모임을 차려 나간 친구의 사무실에서
생리대를 샀습니다.
빈손으로 찾아가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하여.
M 싸이즈가 오천원으로 조금 비싼 감이 있지만
방수가 되고(안쪽에 비닐을 넣었다고 하네요),
테두리도 바이어스로 처리하여 예쁜데다
안쪽 바닥은 아이들 내복감처럼 부드럽게 되어 착용감이 훨씬 좋습니다.
일회용 생리대가 여성들이 안심하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했던 시절이 있었고,
이젠 대안 생리대로 여성들의 몸과 건강을 생각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리대도 진화하고 발전해야 하겠지요.
친구들에게 대안생리대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설명했고,
강요는 하지 않았습니다.
M이 한 장을 사고,
J와 K는 엄두가 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ㅎㅎ
(생리혈을 우려내야하는 과정을 리얼하게 설명할 때 그녀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라니..ㅉㅉ)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친구들에게 한 개씩 선물을 했더라면 좋았을 걸요.
저도 처음엔 제 돈으로 사지 않았고,
한참 동안 서랍에 모셔 두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오랜 습관을 바꾸는 게 쉽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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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햐~울 위원장님 더 바빠지게 생겼네요. 이럴때 솜씨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거들어드릴텐데.. 이거 어쩌죠.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으니~~ㅋㅋ..위 생리대..애들도 좋아할 것 같아요. 보기에도 깜찍한게 방수까지 된다면~~위원장님!! 바늘에 실은 꿰드릴 수 있는뎅~~ㅎㅎ
시인의 이름도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데, 4.19세대 넥타이맨 중년의 남성들이 만나서 느꼈던 소회를 적었던 시와 비슷한 내용이네요. 그 옛날 나도 그 시를 읽으며 나는 절대 변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지금의 내 모습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갱년기 증후군 의심에, 남편한테 명절 증후군이라는 누명을 쓰는 찰라 생리가 터져서, 모든 것이 해명되었어요. 아! 고마운 면 생리대여~ 진화하지 않아도 현재의 그 모습 그대로 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