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올림픽축구, 그리스와 아쉬운 무승부
김동진 첫골ㆍ그리스 자살골 후반전에 내리 2골 내줘
태극전사들이 ’신화의 땅’에서 일궈내려 했던 첫 승의 꿈을 안타깝게 놓쳤다.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은 12일 오전(한국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본선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 43분 김동진의 선제골과 후반 20분 상대 자책골로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후반 막판 타라리디스와 파파도풀로스에게 만회골과 동점골을 잇따라 내줘 2-2로 비겼다.
| | | ▲ 12일 새벽(한국시간) 그리스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 경기장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축구 A조 첫 경기에서 한국의 김동진이 첫 골을 성공시킨후 환호하고 있다. /연합 | | |
승점 3을 먼저 8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었던 한국은 안타까운 무승부에 만족하며 승점 1을 챙기는 데 그쳐 조별리그 2, 3차전 멕시코, 말리전에 상당한부담을 안게 됐다. 수적인 열세와 홈 팬들의 광적인 응원을 강인한 정신력으로 이겨내고 기적같은승리를 일궈내는 듯 했으나 막판 집중력 난조가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한판이었다.
| | | ▲ 한국 조재진이 그리스 수비수와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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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전반 30분 수비수 김치곤이 퇴장당해 수적 열세를 맞았지만 촘촘한 조직력으로 상대 공세를 차단한 뒤 김동진의 결정적인 한방과 상대 자책골까지 겹쳐 승리를 잡는 듯 했으나 마무리 단속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 | | ▲ 첫골을 넣은 김동진이 조재진ㆍ이천수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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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그리스가 3번이나 골대를 맞혀 승리의 여신이 태극전사들을 향해 손짓했지만 마지막 운까지 따라주지는 않았다. 최태욱-조재진-이천수를 스리톱 형태의 공격진으로 세운 김호곤호의 출발은 불안했다.
한국은 거친 몸싸움과 한번의 긴 패스로 문전을 위협적으로 파고든 그리스의 공격에 주춤했다. 전반 4분 모라스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넘어간 뒤 3차례나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으나 ’거미손’ 김영광의 선방이 눈부신 위력을 발휘해 태극호를 실점 위기에서 구해냈다.
| | | ▲ 김동진이 첫 골을 성공시키자 김호곤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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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은 전반 6분 1대 1 찬스에서 날린 아그리티스의 결정적인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냈고 13분 파파도풀로스의 슛도 동물적인 선방으로 쳐냈다. 전반 29분 그리스의 파상 공세에서 아그리티스의 슛은 거의 골문으로 빨려들뻔했으나 김영광의 손끝을 스친 뒤 크로스바를 맞고 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고 누적으로 김치곤이 전반 30분 퇴장당하면서 한국은 더욱 수세에 몰릴 것같았으나 전열을 가다듬고 오히려 반격에 나섰다. 한국에 첫 승을 선사한 결승골은 ’김호곤호 철인’ 김동진의 매서운 발끝에서 터져나왔다. 김동진은 전반 43분 이천수의 코너킥이 골키퍼 펀칭에 맞고 나오자 페널티지역왼쪽에서 기다리고 있다 볼을 낚아챈 뒤 전매특허인 왼발 캐넌 슛으로 네트 상단을깨끗하게 갈랐다. 후반들어 한국은 일진일퇴의 공방을 계속하다 후반 20분 이천수가 오른쪽 미드필드 터치라인에서 올린 긴 크로스가 상대 미드필더 빈트라의 발에 맞고 골문을 비우고 나와있던 골키퍼의 키를 넘겨 들어가는 행운의 자책골로 2-0 리드를 잡았다. .
| | | ▲ 붉은 악마 응원단이 열띤 응원을 벌이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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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후반 21분 또다시 왼쪽 골포스트를 맞혀 그대로 주저앉는 듯 했으나후반 33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교체멤버 타라리디스가 김영광도 꼼짝 못하는 왼발 논스톱 슛으로 한골을 만회했다. 후반 34분 다시 한번 크로스바를 맞힌 그리스는 37분 페널티킥 찬스를 만든 뒤기어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최원권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상대 공격수를 마크한다는 것이 팔을 살짝 잡아끈 격이 돼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그리스 키커 파파도풀로스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테살로니키=연합뉴스
그리스, 대한민국전서 성숙한 축구문화 과시
테살로니키<그리스>=연합뉴스
“올림픽은 전쟁이 아니다.”
축구라면 죽고 살만큼 열광한다는 그리스 사람들의 축구 관전 태도는 의외로 차분하고 성숙했다. 12일 새벽(한국시간) 테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는 현지 축구팬들의 수준을 엿볼 수 있었던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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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일 밤(현지시간) 그리스 데살로니키 카프탄조글리오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그리스의 올림픽 축구 경기가 동점으로 끝나자 양국 응원단이 함께 응원을 펼치고 있다. /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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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열린 브라질과 호주의 여자 축구경기부터 관중석의 3분의 2를 채웠던 테살로니키 시민들은 홈팀 그리스가 입장하자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헬라스(Hellas.그리스의 원어 이름)’를 외치며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아테네 한국 교민들이 “그리스 축구팬들이 과격해 대사관에서 안전요원 3명을 보낼 정도”라고 전했던 대로 한국팬들의 기를 죽일만한 함성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관중들은 그리스에 대한 열렬한 응원을 보내면서도 한국 선수단이 소개될 때에도 박수를 치며 상대팀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경기 도중 심판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야유를 보내기도 했지만 한국의 선수단이나 팬들을 향해 공격적인 태도는 전혀 없었다. 관중석 한쪽에서 태극기를 펼쳐들고 한국을 응원하던 아나스타샤 알렉산드리돈(24)씨는 ‘왜 그리스를 응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올림픽 게임은 전쟁이 아니다”며승부에 집착하는 편협한 의식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리스 팬들로서는 1명 퇴장으로 불리한 싸움을 벌인 한국을 이기지 못했다는것과 슈팅이 여러차례 골대와 골포스트를 맞고 나와 어려움을 겪었던 불운을 고려하면 2-2라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할 법도 했지만 한국 선수단이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에서 물러나올 때 일제히 박수를 쳐주며 선전을 축하했다.
그리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열광적인 응원을 펼친 관객 코스타스(35)씨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한 팀과 맞붙어 영광”이라며 “한국이 우승후보는 아니지만 그리스가 유로2004에서 우승한 것과 마찬가지로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지난달 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 우승으로 변방에서 일약 축구 강국으로 떠오른 그리스가 적어도 관전 문화에서는 훌리건으로 악명 높은 종주국 잉글랜드보다 한수 위였다는 평가다.
다만 아나스타시오 아그리티스, 드미트리오스 파파도풀로스 등 그리스 선수들이“결과가 공정하지 못했다”, “한국은 엄청나게 운이 좋아 비긴 것 뿐”이라며 오만함을 드러내며 관중들이 남긴 좋은 인상을 다소 훼손한 것이 옥에 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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