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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선 시간 위로 외 4편 맹숙영
벼랑 끝에 매달려 발버둥 치던 고뇌의 시간은 피돌기를 멈추고 두 손을 놓아 버린 심장 그 찰나에 한 시간은 멈추고 한 세계도 멈추었네
아 가엾은 비둘기같이 차디찬 땅바닥에 떨어져 육신만 남겨놓고 영혼은 떠났네 이승과 저승의 경계선 상에서 서로 손을 놓지 않으려 기도의 줄을 붙잡고 그렇게 안간힘 썼지만 어찌하리
영육의 세계는 차원이 다르네 이미 갈라선 서로의 운명은 멈추어선 시간 위로 달려 나가는 또 다른 시간이여 3차원의 세계를 떠나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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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원의 세계는 안개꽃 너머 육신의 시야에서 사라지네 시나브로 희미하게 사라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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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택幽宅 풍경
이슬비 젖은 잔디 푸른 향기 맑은 햇빛에 금잔디로 빛을 발한다 계절 따라 찾아가는 꽃무리 보금자리 둥지 낮엔 유택 주변 감싸 도는 하얀 햇빛의 황홀한 춤으로 새들의 평화로운 날갯짓이 은빛 햇살 모아 묘택 안으로 또 하나의 우주로 가는 하얀 길을 튼다
밤하늘 금빛 달빛을 입고 별 무리에서 내려오는 은빛 고운 슬픈 이야기들 아련한 기적 소리 따라 멀리 아스라이 달려간다 따듯하던 어머니 자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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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묘택의 어둠 속으로 탯줄 여정 시공간을 감고 멈추어 드는 길을 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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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겨울 숲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뒤로 핀란드 가는 길 도로 양쪽 편 하얗게 덮인 눈밭 위로 끊임없이 펼쳐지는 자작나무 숲을 본다.‘닥터 지바고’의 영상이 클로즈업되어 마음은 이미 영화 속으로 빠져든다. 머릿속에 라 라의 테마곡이 흐르고 명장면 시베리아 설원이 오버랩 된다. 푸른 냉기 품고 뒤꿈치 들고 서있는 미끈한 키 그 우듬지 사이로 구름이 숨어서 지나간다. 바람이 소용돌이치며 숲을 휘몰고 지날 때마다 뼈들 정강이 부딪치며 나는 소리 자작자작 어릴 적 할머니 대가 댁 부엌에서 큰 가마 솥에 조청 고아 낼 때면 아궁이에서 타던 자작나무 타는 소리 귀에 신비 로웠다. 흰색 나목에 새겨진 여덟팔자 검정 각인은 스스로 생긴 나무의 흉터일까 오늘날 젊은이들 아름다운 다이어트 몸매에 입속 자일리톨 향기 퍼져 나오는 즐거운 모습 떨어진 씨앗들도 흰 눈밭에 보석처럼 박혀있다. 바람길 뼈들 소리 따라가는 북유럽 여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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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필드 Killing Fields -캄보디아 피의 역사
광란의 짓거리는 멈춤을 모른다 피가 튀고 살이 튀어나오고 길바닥은 핏물이 쏟아져 강을 이룬다 살육의 캄보디아 현장 급진 공산주의자 폴포트 크메르루주 그가 휘두르고 내리치는 죽창 칼과 연장으로 아수라장이 된 죽음의 들판 Killing Fields이다
이유도 모른 채 무고히 참변을 당한 국민의 사분의 일이나 되는 이백만 명을 가름해 보는 시체 나라 곳곳에 무더기로 파묻히고 전시된 유리 탑 안에 쌓인 해골과 뼈들 원한은 이미 힘을 잃었다 빈 허물로 초점 없는 휑한 눈이 허공을 본다 당시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했던 天人共怒라는 사자성어가 똑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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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흐르던 핏물은 그쳤지만 피맺힌 원망과 탄식은 어디로 사라질 수 있을까 안개처럼 걷힐 수 있을까 이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짓거리 대학살은 인류 역사에 오욕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지만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킬링필드 Killing Fields: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대학살로 집단 매장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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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다로까 CABO DA ROCA -포르투갈
나는 이곳에 서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땅이 끝나고 대서양 바다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 유럽의 최서단 땅 끝 마을 까보다로까 시작과 끝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하늘과 바다가 하나입니다 하늘이 바다를 물들였는지 바다가 하늘을 물들여 놓았는지 어느 쪽이 위이고 어느 쪽이 아래인지 나는 에메랄드 푸른빛에 생각도 몸도 물들어 있습니다
십자가 주변에 키 작은 선인장이 피워낸 노란 꽃밭은 한없이 넓고 큰 바다의 꽃술인가 봅니다 그 꽃술 안에 나도 들어있습니다 포르투갈 시인 까몽이스도 그의 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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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은 이곳에서 끝나고 바다가 시작 된다.“라고 말한 끝나고 시작되는 엄숙한 곳입니다
프로필// 맹숙영
창조문학 시, 수필 등단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한세대학교 대학원 졸업 문학 석사 시집 : 『사랑이 흐르는 빛』 『꿈꾸는 날개』 『바람 속의 하얀 그리움』(韓英 대역) 『불꽃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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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회장님 불볕 무더위에 수고하셨습니다.
말씀드릴 것은 1. 제 시가 쪽 수를 오버한 것 같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킬링 필드'를 빼 주십시요.
그리고 2.산문시 '자작나무 겨울 숲'은 우측도 정열이 맞아야 될 것 같습니다. 들어가는 시작에서만 한 글자
띄어서 쓰셔야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산문시에 대한 교열은 여기 등재된 것과는 달리 출판사에 갈 편집 파일에는 이상 없이 정리되어 잇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교정만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