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발전소
우포늪
경남 창녕에 있는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고의 늪이다. 습지가 땅으로 변해가는 과정인 늪은
수많은 동식물의 보금자리다. ‘생태계특별보호구역’, ‘람사협약 보존습지’, ‘습지보호지역’ 등
거창한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그 품에 들어가면 생명을 싹틔우고 양육하는 ‘생명 발전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시원하게 펼쳐진 우포늪. 꿈틀꿈틀 작은 생물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우포늪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떠나려는 저녁 무렵,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석양을 보았다. 생명을 가득 품고 있던 늪은 잔잔한 호수가 되어 산 그림자를
비추더니 이내 석양빛으로 물들어 또 하나의 하늘을 지상에 펼쳐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우포늪의 일몰을 꼭 보라고 권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넋 놓고 바라보다가 그만 사진
찍는 것을 잊었다. 가슴에 담았으니 나는 괜찮지만 멋진 우포늪의 일몰을 보여줄 수 없어서
독자들께 미안하다. 풍경사진을 찍는 많은 사람들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우포늪의
새벽과 일몰을 경남에서 최고로 친단다. 담아오지 못한 그 서정적인 여행은 방문객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고 우포늪의 매력, 생태 탐사 여행을 떠나보자.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늪, 쪽지벌
사람들은 보통 우포늪과 인접한 목포늪, 사지포늪, 쪽지벌을 통틀어 우포늪이라고 생각한다.
70만평에 이르는 거대한 우포늪이 단연 돋보이고, 제방을 쌓기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하나로 연결돼있었으니 그리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각각의 늪으로 가려면
방향을 달리 잡아야 한다. 우포늪으로 가려면 유어면 대대리 쪽으로,
목포늪은 이방면 안리, 사지포늪은 대합면 주매리, 쪽지벌은 이방면 옥천리로 들어서야 한다.
우포늪과 목포늪 사이에는 우항산(牛項山)이 나지막이 누워 있다. 소머리를 닮아
붙여진 이름으로 우포늪이란 이름도 이 산에서 나왔다. 전체 70만평 중 7만평이
물에 잠겨 있고, 수많은 수생, 수변식물과 동물들이 살고 있는 우포늪은 우리나라 최대의
내륙습지다. 목포늪은 우포늪의 축소판처럼 크기만 작을 뿐 비슷한 동 ․ 식물상을 보인다.
네 개의 늪은 모두 모래와 뻘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지포늪은 유난히 모래지대가 많고,
쪽지벌은 우포늪 한쪽 끝에 작게 자리 잡고 있다. 쪽지벌만 빼놓고 모두 정식지명이 한자로
표기되었지만 예전부터 이곳 주민들은 우포늪은 소벌, 목포늪은 나무벌,
사지포늪은 모래벌이란 우리말로 불렀다.
70만평의 전체 면적 중 7만여 평이 물에 잠겨있다.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아 한가롭게
산책하며 생태관찰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자연체험학습장으로 사랑받는다. 서정적인
우포늪 풍경들도 볼거리.
다양한 동식물의 보고寶庫
화왕산에서 시작해 창녕읍을 지나는 토평천은 우포늪으로 흘러들었다가 낙동강으로
빠져나간다. 하지만 배수가 원활하지 않고, 이곳에서 약 7km 떨어져 있는 낙동강에서
홍수 때 역류한 물도 가둬놓게 되어 늘 물이 고인 습지가 되었다. 우포늪은 차츰
습지에서 육지로 변해가는 생태적 천이의 중간 단계로 엄청난 종과 개체수의
생물다양성을 지닌다.
1997년, 경남개발연구원의 조사를 통해 창녕군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식물로는
가시연꽃을 비롯해 500여 종에 이르는 수생 ․ 수변식물이 살고, 새는 노랑부리저어새,
황조롱이, 황새 등 천염기념물을 포함한 텃새와 철새 60여 종이 관찰되며, 30여 종에
이르는 물고기와 그걸 잡아먹고 사는 수서곤충 50여 종, 양서․파충류 20여 종 등이 살고 있다
고 한다. 또 늪 주변에 발달한 초지에는 두더지, 족제비, 너구리 등 약 12 종의 포유류도 산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우포늪의 동 ․ 식물의 생태를 알아본다는 것은 야생 동 ․ 식물에 대한
상당한 식견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생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이곳이 살아 숨 쉬는 땅임을 느끼기는 어렵지 않다. 수많은 곤충들이 풀밭을 날고,
인기척에 놀란 새들이 푸드덕 날아오르거나 늪을 가로지르고, 작은 치어들이 무성한
수생식물 사이로 노니는 모습을 보면 우포늪이 다양한 생명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보금자리임을 알 수 있다.
가족 단위, 학교, 유치원 등 자연체험 학습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우포늪을 찾는다.
우포늪에서는 애써 관찰할 대상을 찾지 않아도 방문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할 요소는 충분하다.
관찰로를 걷다가도 불쑥 튀어나온 개구리나 곤충을 만나는 일이 흔하고, 물가에 쪼그려
앉아 물속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시간가는 줄 모른다. 그뿐 아니라 가던 길을 멈추고 벤치에
앉아 넓은 늪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늪으로 내려온 하늘이, 바람이, 새가, 물풀들이 말을
걸어온다. 이곳에서 자연은 인간이 훼손하지 않는 한 스스로 많은 생명을 보듬어 안는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좀더 깊이 이곳 생물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창녕환경운동연합(cn.kfem.or.kr)이나
(사)푸른우포사람들(www.woopoman.co.kr)에서 활동하는 생태 안내자들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알을 등에 업고 다니는 물자라.
응달에 피어있는 대극류의 꽃과 열매. 초록색 포엽이 앙증맞다.
쉽게 보기 힘든 불개미붙이.
벌사상자줄기에 앉아있는 산호랑나비 종령애벌레.
남색초원하늘소의 짝짓기.
노랑꽃창포.
기생파리류의 짝짓기.
우포늪에서 만날 수 있는 밀잠자리붙이 암컷 이색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