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월 21일은
여름에 이른다는 ’하지(夏至)‘
낮 길이가 가장 긴 절기입니다.
엊그제 이틀 동안은
때 이르게 한낮 기온이
37도에까지 치달아
폭염경보까지 내려졌습니다.
오늘은 비가 내라면서
선선한 기가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장마가 들이닥치고
한낮 기온이 30도 넘게 치닫고
밤에도 열대야를 보여가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겁니다.
장마철, 혹서기에
건강 유의하시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여름 한 철 보내시기 바랍니다.
하지 [夏至]
절기는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규칙적인 해와 달의 운행에
따라 정해져 있습니다. 그것이 섭리이며 이치인 것입니다.
동서고금에서 낮은 양(陽)입니다. 그 양기가 정점에 다다른
날이 ’하지‘로서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며, 모내기가 이미 끝난 시기이며, 장마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여름에 이른다는 때이기도 합니다.
또 하지는 태양이 머리 꼭대기로 지나면서 여름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때로서 24절기 중에서 열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이며, 24절기 중 망종과 소서 사이에 들며,
오야(午夜)의 달인, 오월(午月)의 중기로서
음력으론 5월, 양력으로는 대개 6월 21일 무렵부터
소서인 7월 7일 전까지의 약 15일간입니다. 동지와
더불어 24절기의 중심을 잡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월(午月)은 민속에서 지지가 午로 된 달을 말하는
것으로 음력 오월을 지칭하며, 오야(午夜)의 달이라는
뜻도 있음.
천문학적으로는 일 년 중 태양의 적위(赤緯)가 가장 커지는
시기입니다. 이 무렵 태양은 황도상(黃道上)에서 가장 북쪽
에 위치하는 황경(黃經) 90°에 왔을 때로서 그 위치를
’하지점‘이라 합니다.
북반구에서는 일 년 중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가
가장 높아져 낮의 길이가 가장 길게 됩니다.
’남중고도‘란 천체가 남쪽 자오선에 위치한 순간의 고도를
말하며 천체의 고도는 하루 중 남중할 때 가장 높아집니다.
그러나 남반구(南半球)에서는 북반구(北半球)와 반대로 하지에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습니다.
이때 북극 지방에서는 온종일 해가 지지 않으며, 남극 지방
에서는 수평선 위에 해가 나타나질 않습니다.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기
때문에 북반구의 지표면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일사 시간과 일사량도 가장 많은 날이
계속되므로 이 열이 쌓여서 하지 이후 기온이 상승하며
몹시 더워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지가 지나면 발을 물꼬에 담그고 산다.“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하지는 동지를 지난 180일째 되는 날로서 동지 때 가장
길었던 밤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여 이날 가장 짧아
지지만, 춘분이 지나며 길어지기 시작한 낮은 일 년 중
6월이 되면서 가장 길어져 무려 14시간 35분이 됩니다.
이때가 빛의 기운도 최고점에 도달하는 시기이며
여름의 극점이라는 뜻에서 ‘하지’라 하였습니다.
또 하지를 지나면서 다시 낮의 길이는 짧아지기 시작하면서
반대로 밤의 길이는 점차로 하루하루 길어져 갑니다.
옛사람들은 5월 중기인 하지 기간 15일을 5일씩 끊어 삼후
(三候)로 나누었는데, 초후(初候)에는 사슴이 뿔을 갈고,
차후(次候)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후(末候)에는
한약재로 쓰이는 반하(半夏-끼무릇, 한약재)의 알줄기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농사력에서는 하지를 전후해 장마와 가뭄 대비도 해야 하고,
메밀 씨앗도 뿌리고 고추밭의 풀도 매주고 알이 잘 영근
하지 감자도 캐야 하며, 마늘 캐기 및 건조, 보리 수확
타작, 그루갈이용 늦콩 심기, 대마 수확, 병충해 방제 등이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지기에, 이때가 농촌에서는 일 년 중
추수와 더불어 가장 바쁜 시기입니다.
‘농가월령가’에서는 바쁜 하지의 풍경을
“보리밭 찬국에 고추장 상치쌈을
식우를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
샐 때에 문에 나니 개울에 물 넘는다.
메나리 화답하니 격양가가 아니던가.”
풀이하자면
보리밥 냉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들 헤아려 넉넉히 준비하소
새참 때 문을 나서니 개울에 물 넘는다
농부가로 답을 하니 격양가 아니런가‘라고
이때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는 데, 따라서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는 뜻으로 “하지가 지나면 장마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린다.”라는 속담도 있으며 이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농작물은 물이 절대 필요하며,
물은 곧 비를 의미합니다.
비(雨, 우)에 관한 관심은 이미 단군신화에도 나타나 있습
니다. 환웅이 거느리고 하강했다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세신은 모두 비에 관한 신이니, 그때에도 비에
관한 관심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가 되면 우물가의 앵두나무에도 붉고 앙증맞은 열매가
맺히기 시작합니다. 앵두는 과일 가운데 가장 먼저 익고
모양도 예쁠 뿐 아니라 맛도 새콤달콤해 계절의 별미입니다.
‘앵두 앵(櫻)’ 자를 써서 앵도(櫻桃)라고도 하지만 꾀꼬리가
즐겨 먹는다고 하여 ‘꾀꼬리 앵(鶯)’ 자를 쓴 앵도(鶯桃)
라고도 합니다.
흰 꽃도 사랑스럽고 이름도 정겨운 앵두는 수분이 많고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라기에 주로 동네 우물가에 심었
습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밋자루 나도 몰래 내던지고…”로 시작하는 흥겨운 가요는
바로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흔히들 아름다운 여인의 입술을 ‘앵두 같은 입술’이라고
비유하곤 합니다. 예부터 하얀 얼굴에 붉은 입술, 그리고
흰 치아는 미인의 기준이었습니다.
앵두는 투명할 정도로 맑은 붉은빛을 띠는 데다 꼭 작고
도톰한 입술이 촉촉이 젖어 있는 모양새라 관능적이기까지
합니다. 앵두가 ‘빨갛고 예쁜 것’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연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또 하지가 되면 묵정밭(오래 버려두어 거칠어진 밭)과 산야는
희디흰 개망초밭으로 뒤덮입니다.
강원도지역에서는 파삭한 아린 맛이 나는 햇감자를 캐어 쪄먹
거나 이날 ‘감자 천신’(薦新-조상에게 바침)한다. 하여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먹었습니다.
“하짓날은 감자 캐 먹는 날이고, 보리 환갑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하지가 지나면 보리가 마르고 알이 잘 배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하지가 지나면 감자 싹이 말라 죽기
때문에 ‘감자 환갑’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풍속은 사라지거나 사라져 가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아쉽고 허전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세태가 아닐는지요.
※參考文獻
①韓國歲時風俗事典(한국세시풍속사전)
②東國,洌陽歲時記(동국,열양세시기)
③斗山百科
④韓國民俗大百科辭典(한국민속대백과사전)
-2023.06.21.(水) 金福鉉 카톡 房-
[100618, 修訂, 230619 ‘雪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