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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공에서 식사준비 중인 모습 ⓒ작공
지난 5월은 멘붕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작공에 아이들이 몰려 왔다. 그런데 그 아이들 모두 가출을 고민하는 아이들이었다. 가출한 아이들. 가출해서 대전으로 내려가겠다는 아이들, 친구들 따라 가출하겠다는 아이, 가출하고 싶다고 작공에서 재워 줄 수 있냐고 묻는 아이....
작공은 5월 내내 ‘가출’ ‘가출’ 이 단어가 여기저기 떠돌아 내버려둘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 상황으로 샘들 모두 다크써클이 턱 밑까지 내려오는 멘붕상태였다.
작공에 가출팸? 가출이라는 단어의 고민을 처음 안겨준 아이는 진하지만 어색한 화장을 하고 나타난 빈이었다. 훈이 오빠를 만나러 왔다며 작공에 들어선 빈이는 귀엽고 발랄하게 생긴 여자 아이다. 뭔가 원하는 눈빛의 아이에게 “배고프니? 밥먹어”하고 말을 건 게 시작이었다. “밥 먹어도 되요?”하고 묻더니 그 아수라장 사이에서도 꿋꿋하게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는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장보성 선생님이 “요즘 뭐하고 지내?” 라는 말에 아이 입에서 나온 내용은 우리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가출해서 친구네 집을 전전긍긍하다가 놀이터에서 노숙(?)을 하고 있단다. 엄마와 아빠의 폭력이 싫고 친구들이랑 자유롭게 지내는 것이 좋아 가출? 노숙? 생활을 계속할거라는 것이다. 게다가 빈이가 아이들을 불렀다. 머리를 짧게 자른 아이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가출한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헐!!
아빠라는 말에 공포가 있어요!
내가 처음 만난 가출한 아이는 5년 전 영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고 꼬시던 아이들 중 찬이었다. 가장 순진했던 찬이는 아빠의 폭력이 싫고 엄마와 같이 살고 싶은데 별거하고 있는 부모에 대한 분노로 '삐뚤어지겠다'라는 말과 함께 집을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배도 고프고 갈 곳도 없다는 아이를 마을 카페에서 재우면서 밤을 샌 기억이 난다.
그날 밤, 1년간 같이 살지 않은 엄마를 불렀다. 때때로 엄마 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쟁취했던 찬, 또 방학 때마다 형의 폭력이 싫어 자주 가출했던 영이가 있다. 그 아이를 찜질방에서 재우면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결국 엄마가 20일 만에 아이를 찾아오고 엄마의 눈물을 본 영이는 ‘고맙다’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들어갔다.
또 있다. 욱이, 아빠에게 맞는 게 싫다고 들어가지 않던 욱이를 온 가족이 적극 찾아 나섰고 다시는 아이를 때리지 않겠다고 아빠가 약속을 하자 집으로 들어갔다. 결국 가출의 해결은 부모다. 부모가 아이를 찾아야 하고 아이의 마음을 살펴주어야 한다. 아이가 왜 가출할 수밖에 없는지. 아이들은 분명 이유가 있다.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왜 집을 나왔니?” “ 2~3일 외박하고 집으로 들어갈려니 무서웠어요. 아빠의 폭력이 장난 아니거든요” “지금은 아빠를 이길 만큼 힘이 셀텐데” 그런데도 “아빠라는 말에 공포가 있어요,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라는 아이들. 아마 어려서부터 맞았던 폭력에 의한 공포가 이들을 집으로 들어갈 수 없게 하는 것 같았다.
“어디서 잘래?” “잘 데가 없어요” 그 아이들을 재워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놀이터에서 쪼그리고 자는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 책상을 치우고 침낭을 깔았다. 오늘밤만이라는 약속을 서 너 차례 하면서 재우게 되었다. 미성년자를 재워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경고(?)를 이야기 했더니 아이들이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그럼 놀이터에 있다가 문 열면 들어올게요.” 밤10시 같이 문을 잠그면서 나오고 아침 10시 문 열면서 들어와 밥 먹고 잠을 잔다. ‘힘들어야 집에 들어가지’ 라는 생각이 내게 깔려 있는 것을 보면서 나도 내 자신한테 놀란다.
그러나 가정 내 폭력을 참고 다시 들어가라는 말을 선뜻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집에 가서 이야기 해, 넌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설득과 위로를 반복하지만 아이 역시 두려움을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왜 부모가 두려움의 존재가 되었을까?’ 부모 상담과 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옆에 있어 주어 고마워, 그것도 살아서”
무조건 감당하라고 하기엔 아이들은 아직 어리다. 어른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아이들 역시 정서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아이들을 상담 및 1시간 학교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교육과 학교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던 아이들은 1주일 정도 신뢰가 형성되면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고 아이들의 표정도 밝아지기 시작했다.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나보다.
이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를 위해 작공 선생님들이 마음을 모았다. 그 기간만이라도 갈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부모와 연락해 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는 것과 동시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2~3일, 최대 1주일 정도 머무를 수 있는 쉼터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장우윤 시의원에게 간곡하게 부탁드렸다. 사방팔방 알아보니 서울에 있는 가출 청소년 쉼터가 비어 있어서 확대는 어렵단다.
아이들에게는 접근성이 제일 중요한데 여자 쉼터는 을지로다. 당연히 연신내가 주 무대인 아이들이 그곳으로 갈 리가 없다. 교육복지센터 라미영 센터장이 필요성을 담은 계획서를 준비하고 은평 천사원을 찾아갔다.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기대에 차서 돌아서면서도 지금 당장 연신내에 작은 쉼터가 있었으면 아쉬움을 갖는다. 놀이터에서 노숙한 아이들이 신나는 애프터센터에, 작공에 의자들을 모아 눈치 보며 잠자는 것이 아니라 쪽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고 씻고 나올 수 있는 동작구의 나무 쉼터같은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맘이다. ‘에이, 우리가 한번 만들어!’ 작공샘들은 늘어나는 청소년 지원과제에 어깨만 무겁다.
빈이는 작공에서 엄마를 만났고 그 후 자진해서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와 아이를 만나게 하는 과정에 빈이 엄마도 많이 울었다. 엄마 마음은 다 똑같다. 아이가 무사했으면 좋겠고 건강하게 잘 커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대화가 되지 않고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섭섭함이 사랑표현을 막고 분노로 표현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엄마도 많이 힘들어 보였다. 엄마가 이 상황을 잘 해결할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아이는 존재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옆에 있어 주어 고마워, 그것도 살아서”
*작공은 갈현동에 있는 청소년 징검다리 거점공간입니다.
이미경 작공 대표 2001mk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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