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량도를 작년 10월에는 삼천포에서 출발하여 내지항에 도착하여 당일로 지리산을 거쳐 옥녀봉에서 대항으로 내려가 다시 배를 타고 삼천포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이번에는 통영에서 출발하여 1박2일로 상도 하도를 다 타는 계획으로 현대차 4공장 산악회원 및 가족으로 구성된 10명이 05시30분에 울산에서 출발했다.
통영에 도착하니 09시5분전 표를 끊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꼬불꼬불 줄은 선 사람들이 얼마나 긴지 어디가 시작인지 끝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이런 줄 알았더라면 표를 끊는 사람은 04시 정도에 보내고 일행은 조금 늦게 출발을 하는 건데 예상치 못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09시 배는 많은 사람들을 뱃전에 남긴 채 슬그머니 뒤로 물러 나드니 물살을 가르고 사라져 가고 일행은 11시 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지겨운 2시간도 산자락에 내려앉은 포근한 봄 날씨에 금새 녹아버렸는지 정시보다 30분 일찍 배가 도착하여 출발을 하였다.
뱃길로 30분
봄눈 녹아 내린
눈 시린 바닷물
작년 9월이 옛날이 되어버린
그 해 사량도엔
끔찍한 태풍 매미의 활 킨 상흔만 있었다.
섬 일대 봄 찾아와
쓰러진 고목은 누운 채지만
흔적 없던 집터엔
푸른 지붕 붉은 지붕 하얀 지붕이
그 전의 모습보다 반듯하게
하나 둘 일어서고
그 때나 지금이나
오직 하나
짙푸른 바닷길만 변함이 없다.
섬으로 배를 타고 간다는 것 만으로 작은 흥분이다.11시에 금평항 진촌 선착장에 도착하니 분명 여기는 바다인데도 호수보다 잔잔하다.상도에서 선객 대부분은 내리고 일행은 하도의 덕동에서 하선을 하였다.
민박을 하기로 하고 집을 찾으니 나루터 횟집이다.그런대로 집도 반듯하고 주인 할머니가 인자하여 푸근한 마음으로 짐을 풀고 바로 산행준비를 하였다.
11시40분에 일행은 칠현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다.처음엔 입구를 못 찾아 왔다 갔다 하다가 재차 길을 물어 신축중인 조그만 관음사 뒤 찻길을 따라 0.5km정도 가니 등산로 팻말이 보이고 곧바로 산으로 올라갔다.
방목하여 털빛이 반지러한 염소가 여기 저기에서 낯선 등산객을 빤히 쳐다보며 음메에 하면서 울면 촌에서 자란 필자가 그의 흡사하게 맞받아쳐 울어주면 놀라서 쳐다보는 염소가 귀엽다.
산의 초입으로 접어드니 양지꽃과 보라색 제비꽃이 흩트려지게 피어있고 취나물이 여기저기에 새파란 싹을 제법 쑥 내밀고 있었다.집사람은 취나물이 탐이 나는지 어린 몇 잎을 뜯어도 본다.
20여분 오르니 산 능선이다.쪽빛 해안가의 모습이 섬 좌우로 짙은 제비꽃물을 풀은 듯 여기저기 뭉쳐있고 청옥 빛 바닷물이 뱃길 따라 길게 갈라져 있는 모습이 너무나 환상적이다.
하늘에 떠있는 조각구름이 바닷물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온갖 형상을 만들고 방금 작은 연락선 한 척이 상도와 하도 사이의 좁은 뱃길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일행은 섬의 좌우와 전방을 주시하며 발걸음을 띨 줄 모르다 산꼭대기에서 보면 훨씬 더 아름답다는 소리에 칠현산 산 능선을 따라 오른다.진달래꽃이 활짝 피어 반기고 야생화중에서도 아주 작은 꽃인 개별꽃과 귀한 현호색이 무리 지어 피어있다.
다들 현호색 꽃을 보고 감탄을 한다.이름도 아름답지만 바닷물 색보다 짙은 하늘색에 가까운 앙증맞은 꽃 무리를 보고 한참이나 들어다 본다.이렇게 호젓한 산길은 상도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하도만의 자랑이다.
때묻지않은 산길과 바위를 타 너머며 좌우에 펼쳐진 평화로운 어촌을 본다.완연한 봄의 아지랑이에 휘감긴 쪽빛 바다와 산야는 평화롭기 그지없고 금방 솜이불 같은 자욱한 안개가 저만치 떨어진 칠현봉 정상을 더듬다 떠나간다.
산길에 남겨두고 온 이야기를 주우러 가고싶다
추억을 가슴에 담으면
다시 가기 힘들다 고
산에 두고 오라던 누이가
구름 그림자에 가라 않은 아늑한 어촌을 본다면
어디다 두라고 말할까
가슴에 안겨 들다
저만치 비켜서는 바람소리는
나무에 걸어두면 되지만
이름 모를 산새의 조잘거림과
솜이불 같은 자욱한 안개는
어디다 두고 갈까
뒤 돌아다 보면
텅 빈 가슴
바위에 눌러놓고 떠난다
칠현산 정상 300m 전방에서 늦은 점심을 펼쳤다.13시30분이니 모두들 허기가 졌는지 허급지급 점심을 먹는다.정신없이 점심을 먹다 변 회장이 아무리 배가 고파도 주위 조망을 해보라고 하여 모두들 밥을 먹으며 좌우를 둘러보다 또 감탄을 한다.
은빛 물결이 남실대는 좌우의 호수 같은 바다를 산 능선의 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으며 바라보는 일행의 얼굴에는 근심걱정이라곤 아예 찾아볼 수 없고 평화로운 부처님 얼굴 그 자체다.
우측 산 등성이로 활짝 핀 진달래는 이제 만개하는 모습이 청순하기 이를 때 없고 아무도 밟은 적 없는 바위길이 무척 인상적이다.그만큼 하도의 칠현산은 찾는 사람이 적다 보니 깨끗하여 산행의 맛이 몇 배로 더 난다.
칠현봉(349m)에 도착하니 14시22분 약 2시간 만에 정상에 올랐다.일곱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있어 칠현봉으로 불린다는 정상에서니 내일 올라갈 상도의 옥녀봉과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조망 된다.
이제 지나가야 할 능선 길에 낙타등 같은 바위산이 군데군데 삐죽 히 일어서있고 칠현산 종주코스 맞은편쪽으로 은빛 바다 물결이 나비처럼 나풀거리는 모습이 눈에 부실정도로 아름다워 특히 집사람 외 여자 3명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을 자아냈다.
능선으로 이어진 종주 길을 걸으며 틈틈이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고 본다.고사리도 나오고 칡도 훌쩍 자라있다.현호색은 곳곳에서 반갑게 일행을 맞이하고 아주 귀한 흰색노루귀가 앙증맞게 피어있었다.
사량초등학교 읍덕분교로 내려오면서 말로만 듣던 해시계를 보았다.그때 시간이 4시였는데 해시계의 그림자가 정확히 4시를 가르키는 걸 보고 모두 세종대왕을 떠올리며 조상의 지혜에 감탄하였다.
사량초등교 읍덕분교는 한 폭의 그림보다 아름다웠다. 아마도 학생이 없어서 풀을 뽑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운동장 3/1즘이 풀로 덮여 있었는데 노랗고 흰 재래종 민들레와 고들베기가 예쁘게 피어있었고 텅 빈 학교유리창은 서쪽으로 기우는 햇볕에 푸른 바다의 은빛가루가 길게 반사되고 있었다.
교정 담벽 넘으로 재래종 동백이 피 토하듯 뚝뚝 떨어진 학교가 얼마나 좋은 자리에 터를 잡고있는지 몇 번이고 뒤돌아보면서 저런 자리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아보았으면 한다고 집사람에게 말하려다 핀찬 만 듣지 싶어 꾹 참는다.
은물결 금 물결이 해풍에 남실대는
남쪽 섬 끝 자락의 아담한 읍덕분교
야생화 운동장 가득 봄볕 속에 깔깔댄다
바람결 다홍비밀 봄볕에 까발리고
담장 넘어 길 위까지 흩뿌려진 피빛 반점
아이들 웃음 끊기자 목 채 떨군 동백꽃
섬 일주도로가 태풍매미에 파괴되어 중간중간 보수공사 하느라 덤프트럭이 흙먼지를 날리며 분주히 오가고 있었으며 물이 빠진 갯벌에는 조개를 잡느라 온 마을사람이 다 나와서 열심히 호미로 파고있었다.
민박 집에서 하룻밤은 너무 길고도 짧았다.총무인 이종철씨가 자연산 회에다 싱싱한 낙지와 꼬막 조개까지 준비를 하여 잘 먹지도 못하는 술이 몇잔 넘어간다.어제 경주 벚꽃 마라톤을 하여 피곤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섬에 와서 일찍 자기도 아까웠다.
주인집 젊은 아들이 어제 그렇게 술을 많이 마셨는데도 새벽에 자기 아버지와 배를 타고 일하러 나가는걸 보고 대단한 젊은이라고 여겨졌다.아침은 대충 라면을 끓여 해결하고 08시에 상도로 이동한 후 09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리산을 거쳐 옥녀봉을 거쳐 대항으로 내려갔는데 오늘은 금평항 진촌에서 옥녀봉을 거쳐 지리산으로 올라가니 거꾸로 오르는 셈이다.
유채꽃이 밭마다 활짝 핀 시멘트 길을 10여분 올라 산의 초입에 들어서니 양지꽃이 사방에 흐트러지게 피어있다.간단히 산행준비를 마친 뒤 급경사 길에 설치된 동그란 나무계단을 오르자 마자 평소 땀이 잘 안 나던 나도 삐죽 삐죽 나온다.모두들 엊저녁에 무리를 하여 고생께나 하지 싶다.
20여분 힘겹게 산 능선에 올라서니 산 좌우의 바다는 이미 아침햇살이 짙게 드리워져 청옥의 비취 빛 색깔로 물들여져 있었다.
그리움 안고 찾은 나를
사량도의 청자 빛 푸른 바다는
마치 블랙 홀 인양
송두리째 집어 삼킨다
산그늘 구름그늘 점점이 찍힌
제비꽃물 사이로
배 한 척이 흰 물살을 가른다
때 마침 푸른 창공의 제트 비행기가
찬 기온에 더운 열기를 뿜으며
만들어내는 하얀 구름 띠와 똑 같다
능선 하나에
바다가 둘 셋인 사량도는
나를 꽁꽁 묶는다
한시도 한눈 팔지 못하게 하며.
사량도 바위는 바위 결이 꺼칠꺼칠해 발이 잘 미끄러지지 않는다.그래서 조금만 암벽을 타는 사람은 곧잘 밧줄을 안 잡고 오를 수 있는 곳이 많다.
옥녀봉에 오르니 전설을 써놓았던 안내판이 없어져 버리고 옥녀봉이라고 쓴 표지판만 돌무더기에 꽂혀있다.아버지가 딸을 겁탈하려 하여 딸이 이 옥녀봉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자체가 너무 비속적이라 누가 치워버린 것 같다.
옥녀봉을 지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옥녀봉 바위인줄 아는 직벽의 가마봉이 가로막는다.밧줄로 나무토막을 묶어 만든 사다리가 거의 직각으로 붙어있다.지금은 좌로 돌아가는 길이 나있으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사다리를 타지않으면 전진을 못했다.
겁쟁이 집 사람이 용케 올라온다.맞은편쪽 내려갈 걱정을 하면 당연히 못 올라 올 텐데 모르니 올라오는 것이다.어쩜 이 가마봉에 오르는 것이 사량도의 중심이며 산행의 백미인지도 모른다.
사방을 둘러보고 경치에 취하는 것도 잠시 눈이 큰 집사람은 왜 올라오게 했느냐고 팔짝팔짝 뛴다.되돌아 내려가지도 못하고 밧줄을 타고 8m정도의 직벽을 타고 내려가지니 오금이 저리는 모양이다.
하도 겁을 먹고 날뛰니 한편으로 걱정도 되었다.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 맞고함을 치며 내가 먼저 밧줄을 타고 내려가며 그냥 여기에 살라 하면 그대로 있고 아니면 내려가자고 하니 울면서 밧줄을 잡는다.
그나마 월출산과 월악산에서 바위를 타본 경험이 있어서 조금은 자신이 있는지 시키는 데로 자세는 잡을 줄 안다.내 발로 스톱바를 만들어주며 한발한발 내려오는데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죽는다고 고함을 치니 어떤 분은 밧줄을 땡땡 히 당겨주고 어떤 분은 힘내라고 용기도 북돋워준다.정말 어렵게 바위를 타고 내려오니 박수가 터져 나오고 그제야 살았다고 안도가 되는지 좌로 둘러온 여자들에게 큰소리 치며 으스대는데 실지로 대단한 모험을 한 것이었다.
이 다음부터는 어려운 암봉은 없다.워낙 가마봉에서 힘을 탈진해버린 집사람은 그 다음 바위를 오르다 마지막 지점에서 힘이 하나도 없다 보니 몇 사람이 들다 십이 하며 끌어올렸다.
대항으로 내려가는 삼거리에서 아주머니가 오뎅과 막걸리를 팔고 있었다.아주머니에게 여태껏 주운 쓰레기 한 봉지를 주고 비닐봉지 한 개를 얻은 뒤 오뎅과 막걸리로 목을 축이니 아주머니가 멸치를 제법 많이 주면서 먹어보라고 한다.
인심 좋은 아주머니와 작별하고 불모산(399m) 달 바위를 향하여 출발하였다.바위가 칼날처럼 쪼개지는 바위를 오르며 지리산보다 1m높은 최고의 봉우리인 달 바위에 10시30분 경에 도착한다.
사방을 둘러본다
상도 하도의 고즈넉한 바다의 풍경은
어머니 품 같다
점점이 내려앉은 작은 섬 사이
바닷물은 한색이 아니다
마치 파스퇴르에 물감을 풀은 듯
섬 그늘 구름그늘에 물들고
바람이 요술을 부리는지 은빛의 너울거림은
어촌 가까이에 서 일어난다
배 지난간 흔적이 지워지지 않는 뱃길 좌우로
바다색이 틀리는 사량도엔
청자 빛,비취색,제비꽃물,하얀 포말이 어우러져
그림이 된다
진득한
그리움이 된다.
지리산을 향해가다 계속 쓰레기를 줍는데 또 한 봉지다.군데군데 아이스크림 파는 아저씨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비우고 또 줍는다.쓰레기가 너무 많다.좋은 일 한다고 한마디식 하지만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다.
가다 배가 고파 점심을 펼쳤는데 12시30분이다.동작 빠른 대원이 라면을 끓이고
아침에 챙겨넣은 밥으로 간단히 식사를 마쳤다.모든 게 부실하지만 라면덕택에 맛있게 먹고 일어선다.
지리산으로 향하며 집사람이 기운이 나는지 계속 바위를 타며 전진한다.우회 길도 있는데 이젠 바위길이 재미가 나나 보다. 1시40분 경 드디어 지리산이다.여기서 지리산 천황봉이 보인다 하여 지이망산이라고 부르다 현재는 지리산으로 굳었다.
실지 표지석에도 지리산(398m)이라고 표기되어있다. 모두 쪽빛 바다에 흠뻑 취했는지 내리막길을 달려 돈지리로 향하는 발걸음이 쏜살같다.
사량초등학교 돈지 분교에 도착하니 15시가 약간 지났다.여기 운동장은 깨끗이 정돈되어 있는걸 보아 학생이 그런대로 있는가 보다.
길가 상점에 들어가 버스를 부른 뒤 주인 아주머니가 시간만 있으면 돌 미역을 따갈 수 있는데 금방 버스가 올 태니까 어쩔 수 없다고 섭섭해 했다.육지와는 달리 사량도에는 얼마든지 돌 미역은 딸 수 있다고 하였다.
15시 30분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여객터미널에 오니 16시 여객선을 탈 수 있었다.멀어져 가는 사량도를 보며 한편으로 아쉬움이 밀려오며 갑자기 피곤함이 엄습한다.목젖이 간질간질하며 감기가 오는 것 같다.통영에서 마산까지 빠져 나오는데 너무 운전에 시달리다 보니 몸살도 오는가 한기가 들며 으스스하다.
산행에 참가한 모든 분들 쪽빛 바다가 부르기 전에 언제 또 바위틈에 끼워놓고 온 추억을 주우러 가야지요. 항상 건강하셔요.
※ 하도의 덕동에 들르시면 민박 집 나루터 횟집으로 가보셔요.그 집에서 직접 잡은 자연산 회도 맛이고 부모님 같은 어르신과 젊은 내외가 정성을 다해 손님을 모시는 게 퍽 인상적 있었습니다. 전화:055.649-8085,011-9314-8084 신 진실
첫댓글 사랑도.. 이름만큼 한번 쯤 가보고 싶네요... 글 읽고 마음은 사랑도에 벌써 가 있습니다.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