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디럼에서 열기구 타기

[보라들국]

어둔 새벽에 지프를 탔다. 길도 없고, 불빛 하나 없는 곳을 운전사는 잘도 달렸다. 한 시간 가량이 지나자 불빛이 나타났다. 곧 이어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왔다.

열기구는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서너 개 정도였다. 터키 카파도키아에서는 셀 수도 없는 열기구가 한꺼번에 떠오르는 게 장관이었는데... 그래도 쉭쉭 소리와 함께 타오르는 불꽃과 점점 몸을 부풀리는 풍선을 보니 곧 하늘로 오를 생각에 설렜다.

열기구 운전자 옷에는 터키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예상대로 카파도키아에서 일하다 이곳에 왔다고 했다. 숙련된 운전자라는 느낌이 들어 좀 더 편안하게 바구니에 올랐다.

드디어 조금씩 하늘로 떠올랐다. 때맞춰 해도 붉게 솟아오르고 있었다. 아직 사막은 회색빛이었다. 점점 더 높이 오르니 넓게 펼쳐진 사막, 와디럼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해가 제대로 비추기 시작하자 사막은 조금씩 붉어졌다. 붉은 사막 여기저기에 바위산이 솟아 있었다. 그래서 골짜기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았다. 풍선은 끝도 없이 올라갈 것처럼 높이 떠올랐다. 와디럼은 그만큼 멀리, 넓게 보였다. 바위 골짜기를 넘고 넘어 조금씩 내려왔다. 열기구가 모래에 착륙하자 꿈을 꾼 듯 아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