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卷九 歌類
희작화경가(戲作花卿歌)-두보(杜甫)
장난삼아 화경을 노래하다-두보(杜甫)
成都猛將有花卿(성도맹장유화경) : 성동의 용맹한 장군, 화경 장군이 있는데
學語小兒知姓名(학어소아지성명) : 말 배우기 시작한 어린아이도 그 이름 알고 있다네
勇如決鶻風火生(용여결골풍화생) : 날랜 매처럼 용감하여 바람과 불이 일어나고
見賊唯多身始輕(견적유다신시경) : 보이는 적군이 많아야 몸이 비로소 가벼워진다네
緜州副使著柘黃(면주부사저자황) : 면주부사 단자장이 모반하여 누런 천자의 옷 입어
我卿掃除卽日平(아경소제즉일평) : 우리 화경 장군이 쓸어버리고 바로 평정했었네子
璋髑髏血糢糊(자장촉루혈모호) : 단자장의 해골과 뼈에는 피가 흥건하여
手提擲還崔大夫(수제척환최대부) : 손으로 끌어 던지버리고 최대부에게 돌아왔었네
李侯重有此節度(이후중유차절도) : 이환은 다시 이곳 절도사로 돌아왔으나
人道我卿絶世無(인도아경절세무) : 사람들 우리 화경 장군을 세상에 다시 없는 분이라 한네 旣稱節世無天子(기칭절세무천자) : 세상에 다시 없는 장군이라 하는데 천자는 없는 것인다何不喚取守東都(하불환취수동도) : 어째서 다시 불러 동도를 지키게하지 않으시는가
제이존사송수장자가(題李尊師松樹障子歌)-두보(杜甫)
이존사의 소나무 가리개에 제한 노래-두보(杜甫)
老夫淸晨梳白頭(노부청신소백두) : 늙은이 맑은 아침에 흰 머리 빗고 있는데
玄都道士來相訪(현도도사래상방) : 현도 도사가 찾아왔다네
握髮呼兒延入戶(악발호아연입호) : 반가워 머리털 움켜쥔 채로 아이 불러 맞아 방에 들이니 手持新畵靑松障(수지신화청송장) : 손에 새로 청송 병풍 그림을 쥐고 있다
障子松林靜杳冥(장자송림정묘명) : 병풍 속 소나무 숲은 고요하고도 아득한데
憑軒忽若無丹靑(빙헌홀약무단청) : 툇마루에 기대어 보니 문득 물감으로 그린 것 아닌 것 같아
陰崖却承霜雪幹(음애각승상설간) : 그늘진 언덕에 서리와 눈 내린 소나무 줄기 이어있고
偃盖反走蚪龍形(언개반주두룡형) : 덮개인 듯 누운 가지 도리어 교룡모양으로 뻗어있다
老夫平生好奇怪(로부평생호기괴) : 늙은이 평생토록 기이하고 괴상한 것 좋아하였으나
對此興與精靈聚(대차흥여정령취) : 이 그림 대하니 흥취과 정령이 모여 집중되는구나
已知仙客意相親(이지선객의상친) : 신선 기골의 손님과 마음이 서로 통함을 이미 알았고
更覺良工心獨苦(갱각량공심독고) : 더욱이 뛰어난 화공의 마음 속 혼자의 고통을 알았도다 松下丈人巾屨同(송하장인건구동) : 소나무 아래 노인장과 두건과 신도 같으니
偶坐似是商山翁(우좌사시상산옹) : 나란히 둘이 앉은 것이 곧 상산의 네 노인들과 같구나
悵望聊歌紫芝曲(창망료가자지곡) : 창연히 바라보며 애오라지 자지곡을 불러보니
時危慘澹來悲風(시위참담래비풍) : 시국이 위태로워 참담히도 슬픈 바람 불어오는구나
희위언위쌍송도가(戱韋偃爲雙松圖歌)-두보(杜甫)
장난삼아 위언이 그린 쌍송도를 노래하다-두보(杜甫)
天下幾人畵古松(천하기인화고송) : 천하에 몇 사람이 노송을 그렸는지
畢宏已老韋偃少(필굉이로위언소) : 필굉은 이미 늙었어도 위언은 아직 젊다
絶筆長風起纖末(절필장풍기섬말) : 빼어난 필력으로 장풍에 일어나는 나무 끝과
滿堂動色嗟神妙(만당동색차신묘) : 방안 가득한 사람들의 감동한 얼굴빛까지 그려낸다
兩株慘裂苔蘚皮(량주참렬태선피) : 두 그루 소나무의 참렬히 찢기어진 이끼 낀 껍질
屈鐵交錯回高枝(굴철교착회고지) : 굽은 쇠줄 얽혀진 굽은 높은 나뭇가지도 그려낸다
白摧朽骨龍虎死(백최후골룡호사) : 흰 곳은 용과 호랑이 죽어 꺾이고 썩은 뼈같고
黑入大陰雷雨垂(흑입대음뢰우수) : 검은 곳은 태음의 세계로 들어간 우뢰와 비가 드리운 것다松根胡僧憩寂寞(송근호승게적막) : 소나무 뿌리에는 오랑캐 스님이 가만히 쉬고 있는데 厖眉皓首無住著(방미호수무주저) : 짙은 눈썹과 흰머리는 아무런 집착도 없어보인다
偏袒右肩露雙脚(편단우견로쌍각) : 오른쪽 어깨로 옷 걷어올리고 두 다리 드러내어
葉裏松子僧前落(엽리송자승전락) : 솔잎 속에서 솔방울 스님 앞에 뜰어진다
韋侯韋侯數相見(위후위후수상견) : 위 선생, 위 선생 우리 서로 자주 만었지
我有一匹好東絹(아유일필호동견) : 내게 한 필의 좋은 비단 있으니
重之不减錦繡叚(중지불감금수가) : 중하기는 수놓은 비단 못지 않다네
已令拂拭光凌亂(이령불식광릉란) : 이미 잘 털고 닦아서 광채가 요란한데
請公放筆爲直幹(청공방필위직간) : 붓을 놓아 곧은 소나무 하나 그려주시게나
유소부신화산수장가(劉少府新畵山水障歌)-두보(杜甫)
유보부가 그린 산수 병풍을 노래하다-두보(杜甫)
堂上不合生楓樹(당상불합생풍수) : 대청 위에는 단풍나무 자라지 못하는데
怪底江山起烟霧(괴저강산기연무) : 이상하게도 강산의 아래 쪽에서 안개가 피어오른다
聞君掃却赤縣圖(문군소각적현도) : 듣건대, 그대가 적현도를 쓸어 없애버리고
乘興遣畵滄洲趣(승흥견화창주취) : 흥에 따라 산수의 흥을 그려서 기분을 푼다지
畵師亦無數(화사역무수) : 화가는 또한 무수히 많지만
好手不可遇(호수불가우) : 진정한 화가는 만나기 어렵다지
對此融心神(대차융심신) : 이 그림을 보니 마음과 정신이 융합되니
知君重毫素(지군중호소) : 그대가 붓과 비단 화폭을 신중히 여김을 알겠네
豈但祁岳與鄭虔(기단기악여정건) : 어찌 가악과 정건 정도에 그치겠는가
筆迹遠過楊契丹(필적원과양계단) : 필치가 양계단보다 훨씬 뛰어나네
得非玄圃裂(득비현포렬) : 곤륜산의 현포를 잘라 갖다 놓은 것이 아이라면
無乃瀟湘飜(무내소상번) : 소수와 상수가 물결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悄然坐我天姥下(초연좌아천모하) : 초연히 나를 천모산 아래에 앉혀놓은 것이라면
耳邊已似聞精猿(이변이사문정원) : 내 귓가에는 이미 맑은 원숭이 소리 들리는 듯하네
反思前夜風雨急(반사전야풍우급) : 지난 밤 비바람 세차게 불던 일 도리켜 생각해보니
乃是蒲城鬼神入(내시포성귀신입) : 이는 바로 포성의 귀신이 들어온 것 아닐까
元氣淋漓障猶濕(원기임리장유습) : 천지의 원기는 질펀하고 병풍도 젖어있음은
眞宰上訴天應泣(진재상소천응읍) : 주제자가 상소하여 하늘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野亭春還雜花遠(야정춘환잡화원) : 들판 정자에 봄이 찾아왔으나 꽃 피기는 아직 이르고
漁翁暝踏孤舟立(어옹명답고주립) : 늙은 어부 어둠을 밟고 외로운 배에 서있구나
滄浪水深靑溟闊(창랑수심청명활) : 맑은 강물은 깊고 푸른 하늘은 넓고
欹岸側島秋毫末(의안측도추호말) : 언덕 곁에 기댄 섬은 자세히 그려있기도 하다
不見湘妃鼓瑟時(불견상비고슬시) : 상수의 왕비가 거문고 타는 것 보이지 않고
至今斑竹臨江活(지금반죽림강활) : 지금은 얼룩 대나무만이 강가에 살아있다
劉侯天機精(류후천기정) : 유소부는 천기에 정통하고
愛畵入骨髓(애화입골수) : 그림을 좋아하는 것이 골수에 박혔다네
自有兩兒郞(자유량아랑) : 아들이 둘 있는데
揮灑亦莫比(휘쇄역막비) : 붓을 휘두름이 비길 사람이 없다네
大兒聰明到(대아총명도) : 큰 아들은 총명함이 지극하여
能添老樹巓崖裏(능첨로수전애리) : 산 마루와 절벽에 오래된 나무 그려넣을 수 있다네
小兒心孔開(소아심공개) : 작은 아들은 마음의 창이 열려서
貌得山僧及童子(모득산승급동자) : 산승과 동자의 모습을 잘 그려낸다네
若耶溪雲門寺(약야계운문사) : 약야계와 운문산이 있는데
吾獨胡爲在泥滓(오독호위재니재) : 나만 홀로 어찌 진흙판에 사는가
靑鞋布襪從此始(청혜포말종차시) : 짚신에 버선 신고 이제부터 시작하자.
이조팔분소전가(李潮八分小篆歌)-두보(杜甫)
이조의 팔분소전을 노래하다-두보(杜甫)
蒼頡鳥跡旣茫昧(창힐조적기망매) : 창힐의 새 발자국 글자 이미 망연하여 모르게 되어
字體變化如浮雲(자체변화여부운) : 자체의 변화는 뜬 구름 같아졌구나
陳倉石鼓又已訛(진창석고우이와) : 진차의 석고체 또한 이미 와전되어서
大小二篆生八分(대소이전생팔분) : 다전과 소전이 팔분서를 낳게 했네
秦有李斯漢蔡邕(진유리사한채옹) : 진나라에는 이사가 있었고 한나라에는 채옹이 있었지만中間作者寂不聞(중간작자적불문) : 그 중간의 작자는 적막하여 아무도 전하지 않았네
嶧山之碑野火焚(역산지비야화분) : 진시황의 역산의 비석도 들불에 다 타버리니
棗木傳刻肥失眞(조목전각비실진) : 대추나무에 옮겨 새겨 전하나 자획이 굵어져 진품과 다르다네
苦縣光和尙骨立(고현광화상골립) : 고현에는 한나라 때 세운 노자비가 아직 우뚝 서있지만
書貴瘦硬方通神(서귀수경방통신) : 글씨는 여위고 굳어야만 신통하다네
惜哉李蔡不復得(석재리채불부득) : 아깝도다, 이사와 채옹은 다시 나오지 않으니
吾甥李潮下筆親(오생리조하필친) : 나의 생질 이조의 글씨씀이 그들과 가깝다네
尙書韓擇木騎曹蔡有隣(상서한택목기조채유린) : 상서 한택목과 병조 참판 채유린이 있다네
開元已來數八分(개원이래수팔분) : 개원 이래로 몇 사람의 팔분서를 쓰는 사람이 있는데
潮也奄與二子成三人(조야엄여이자성삼인) : 이조에게는 두 아들이 있으니 모두 세 사람이고
况潮小篆逼秦相(황조소전핍진상) : 더구나 이조의 소전은 진나라 제상 시사와 집진하니
快劒長戟森相向(쾌검장극삼상향) : 예리한 칼과 긴 창이 삼업하게 마주보는 듯하네
八分一字直百金(팔분일자직백금) : 팔분 한 글자는 백금의 값이 나가니
蛟龍盤拏肉屈强(교룡반나육굴강) : 교룡이 서리어 뒤틀려 근육이 억세게 보인다네
吳郡張顚誇草書(오군장전과초서) : 오군의 장전이 초서를 자랑하지만
草書非古空雄壯(초서비고공웅장) : 초서는 옛 것 아니고 부질없이 웅장하기만 하다네
豈知吾甥不流宕(기지오생불류탕) : 어찌 내 생질이 제멋대로 방탕하지 않은 것을 알겠는가
丞相中郞丈人行(승상중랑장인행) : 승상 이사와 중랑 채옹의 노숙한 행렬에 이르렀다네
巴東逢李潮(파동봉리조) : 파동에서 이조를 만났는데
逾月求我歌(유월구아가) : 한 달이 지나 나에게 노래를 지어줄 것을 요청하는구나
我今衰老才力薄(아금쇠로재력박) : 내가 이제 노쇠하고 재능도 보잘것 없어졌으니
潮乎潮乎奈汝何(조호조호내여하) : 조여, 이조여, 내 너를 어찌 노래할 것인가
천육표기가(天育驃騎歌)-두보(杜甫)
천육의 날랜 말을 노래하다-두보(杜甫)
吾聞天子之馬走千里(오문천자지마주천리) : 내가 듣건데, 천자의 말은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데
今之畵圖無乃是(금지화도무내시) : 지금의 이 그림이 바로 그렇지 않은가
是何意態雄且傑(시하의태웅차걸) : 이것이 얼마나 자태가 웅장하고 걸출해 보이는가
駿尾蕭梢朔風起(준미소초삭풍기) : 준마의 꼬리에슨 쓸쓸한 나뭇가지에 북풍이 일고
毛爲綠縹兩耳黃(모위록표량이황) : 털빛은 녹옥색, 두 귀는 노랗구나
眼有紫焰雙瞳方(안유자염쌍동방) : 눈에는 자주빛 화염이 일고 두 눈동자는 각지는구나
矯矯龍性合變化(교교룡성합변화) : 교교한 용과 같은 성질은 변화에 적합하고
卓立天骨森開張(탁립천골삼개장) : 우뚝선 뼈대는 삼엄하게 뻗어있구나
伊昔太僕張景順(이석태복장경순) : 옛날 태복 장경순이
考牧攻駒閱淸峻(고목공구열청준) : 기르고 길들이어 맑고 건장한 말을 알아보고
遂令大奴字天育(수령대노자천육) : 나침내 대노로 하여금 천육을 지키게 하였다네
別養驥子憐神俊(별양기자련신준) : 신통하고 빼어난 점을 좋아해 건장한 놈을 별도로 기르게 하였다
當時四十萬匹馬(당시사십만필마) : 당시에 사십 만 마리 말이 있었는데
張公嘆其才盡下(장공탄기재진하) : 장경순은 그 재질이 모두가 하급인 것을 탄식하였다네
故獨寫眞傳世人(고독사진전세인) : 그러므로 다만 실물을 그려서 세상에 전하게 한 것인데
見之座右久更新(견지좌우구갱신) : 좌우에 두고 보니 오래될수록 더욱 새로워지네
年多物化空形影(년다물화공형영) : 여러 해 지난 물건들은 변하여 공연히 형태만 있으니
嗚呼健步無由騁(오호건보무유빙) : 아, 굳센 발걸음으로 다리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如今豈無騕褭與驊騮(여금기무요뇨여화류) : 지금은 어찌 요노와 화류 같은 명마는 없는 것인가
時無王良伯樂死卽休(시무왕량백락사즉휴) : 이 시대에는 왕량과 백락이 없기에 그대로 죽어갈 뿐이라네
강남우천보악수(江南遇天寶樂叟)-백거이(白居易)
강남에서 천보 연간에 악공을 하던 노인을 만나-백거이(白居易)
白頭病叟泣且言(백두병수읍차언) : 머리 희고 병든 늙은이가 울면서 말하기를
祿山未亂入梨園(록산미란입리원) : 안록산이 난리 전에 이원에 들어가 있었다.
能彈琵琶和法曲(능탄비파화법곡) : 비파를 잘 타고 법곡도 잘 익히어
多在華清隨至尊(다재화청수지존) : 여러 번 화청궁에 있으면서 천자를 모셨다.
是時天下太平久(시시천하태평구) : 이 시절은 태평한 천하가 오래 지속되어
年年十月坐朝元(년년십월좌조원) : 해마다 시월이면 조원각에서 잔치에 갔었다.
千官起居環佩合(천관기거환패합) : 문무백관이 일어서고 앉으면 패옥 소리 나고
萬國會同車馬奔(만국회동차마분) : 온 나라의 사절들이 모여들어 수레와 말이 분주했다.
金鈿照耀石甕寺(금전조요석옹사) : 석옹사엔 여인의 비녀가 번쩍이고
蘭麝薰煮溫湯源(란사훈자온탕원) : 온탕원에 난초향과 사슴향이 피워졌다.
貴妃宛轉侍君側(귀비완전시군측) : 양귀비는 우아하게 움직이며 임금님 모시는데
體弱不勝珠翠繁(체약불승주취번) : 가녀린 몸매는 구슬과 비취의 무게도 감당치 못했다.
冬雪飄搖錦袍暖(동설표요금포난) : 겨울눈이 흩날릴 때는 따뜻한 비단 옷 입고
春風蕩漾霓裳翻(춘풍탕양예상번) : 봄바람 살랑이면 비단 치마폭도 펄럭였다.
歡娛未足燕寇至(환오미족연구지) : 환락에 물리도 않았는데 연 땅의 도둑 떼가 쳐들어와
弓勁馬肥胡語喧(궁경마비호어훤) : 강한 활, 쌀찐 말에 오랑캐의 말들이 소란하다.
豳土人遷避夷狄(빈토인천피이적) : 서울 백성들은 오랑캐 피하여 달아나고
鼎湖龍去哭軒轅(정호룡거곡헌원) : 황제가 서울을 달아나니 헌원황제를 울리었다.
從此漂淪落南土(종차표륜락남토) : 이 때부터 떠돌다가 남쪽 땅에 떨어져
萬人死盡一身存(만인사진일신존) : 만인이 모두 죽고 한 몸만 살아남았다.
秋風江上浪無限(추풍강상랑무한) : 가을바람 부는 강가에는 끝없이 물결만 일고
暮雨舟中酒一樽(모우주중주일준) : 비 내리는 배 안에는 술 한 동이 있었도다.
涸魚久失風波勢(학어구실풍파세) : 마른 못의 물고기는 오랫동안 풍파의 기세를 잃었고
枯草曾沾雨露恩(고초증첨우로은) : 마른 풀도 일찍이 비와 이슬의 은택을 적시었다.
我自秦來君莫問(아자진래군막문) : 내가 서울 장안에서 왔다고 그대는 묻지 말라.
驪山渭水如荒村(려산위수여황촌) : 여산과 위수는 황폐한 마을처럼 되어버렸다오.
新豐樹老籠明月(신풍수로롱명월) : 신풍의 나무는 늙어 밝은 달을 둘러싸고
長生殿闇鎖黃雲(장생전암쇄황운) : 황혼의 구름에 막히어 장생전 닫힌 문 어둑해진다.
紅葉紛紛蓋欹瓦(홍엽분분개의와) : 붉은 나뭇잎은 어지러이 기울어진 기왓장을 덮고
綠苔重重封壞垣(록태중중봉괴원) : 푸른 이끼 겹겹이 무너진 담을 묻어버렸다.
唯有中官作宮使(유유중관작궁사) : 오직 내시인 중관이 궁지기가 되어서
每年寒食一開門(매년한식일개문) : 매년 한식날에 한 번만 문을 열어준다오
장한가(長恨歌)-백거이(白居易)
장한가-백거이(白居易)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 황제 미색을 귀히 여겨 미인을 생각했으나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 천하를 다스린 지 몇 년 지나도 찾지 못했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 양씨 집안에 딸이 있어, 이제 막 성숙하여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 깊숙한 안방에 있어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다.
天生麗質難自棄(천생려질난자기) : 타고난 아름다운 본능을 스스로 어쩌지 못해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 하루아침에 뽑히어 임금 곁에 있게 되었다.
回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 눈동자 굴리며 한번 웃으면 온갖 교태 생겨
六宮粉黛無顔色(육궁분대무안색) : 육궁의 화장한 미녀들이 얼굴빛을 잃었다.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 : 봄 날씨 쌀쌀하여 화청지에서 목욕하는데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골세응지) : 온천물이 미끄러워 살에 낀 기름을 씻는다.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 예쁘고 가련하여 무력하여 시녀들이 부축하여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 이 때에 바로 새로 임금님 은혜를 받게 된다네.
雲鬢花顔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 구름머리, 꽃 얼굴, 걸으면 흔들리는 금장식물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 연꽃 장식 휘장 속에서 따뜻한 봄밤을 보낸다.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 봄밤은 너무 짧아 해가 이미 높이 솟으니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부조조) : 이 때부터 임금님은 아침 조회에 가지 않았다.
承歡侍宴無閑暇(승환시연무한가) : 기뻐 잔치를 벌임에 한가한 시간이 없었다.
春從春游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 봄에는 봄 따라 놀고 밤에는 새도록 놀았다.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 후궁에 미녀가 삼천 명이나 되지만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 삼천 미녀의 총애가 오직 한 몸에 머물렀다.
金屋粧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 금빛 궁궐에서 화장하고 교태로 황제 모시는 밤
玉樓宴罷醉和春(옥누연파취화춘) : 옥루의 연회가 마치자 취하여 봄날처럼 따뜻했다.
姊妹弟兄皆列土(자매제형개렬토) : 형제자매가 모두 봉토를 나누어 받았으니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 부러워라, 광채가 가문에 생생하였다.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 마침내 세상의 부모 된 사람들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 아들 낳는 일보다 딸 낳은 일을 귀하게 여겼다.
驪宮高處入靑雲(려궁고처입청운) : 여궁의 높은 곳으로 푸른 구름 모여들고
仙樂風飄處處聞(선낙풍표처처문) : 신선의 음악이 바람에 날려 곳곳에서 들려온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 느린 노래, 느린 춤이 악기에 어울려 행해지니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 종일토록 보아도 황제는 다시 보고 싶어 했다.
漁陽鼙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내) : 어양 땅에서는 전쟁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니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 그 놀라움에 예상우의곡도 소리가 끊기었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 구궁궁궐에서 전쟁의 연기와 먼지 일어나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항) : 수천수만 수레와 말들이 서남으로 피해갔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항복지) : 화려한 깃발 흔들거리며 가다가 다시 서며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 서쪽으로 대궐문을 나와 백여 리를 나갔다.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부발무나하) : 모든 군대가 움직이지 않으니 이를 어찌하나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 아름다운 양귀비가 임금 말 앞에 죽는데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 꽃비녀가 땅에 떨어져도 줍는 사람 없었다.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 취교와 금작과 옥소두 같은 장신구도 버려졌도다.
君王掩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 임금은 얼굴을 가리려 했으나 어쩔 수가 없어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누상화류) : 돌아보니, 피눈물이 서로 엉기어 흘러내렸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 누런 흙먼지 흩어져 자욱하고 바람은 스산한데
雲棧縈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 구불구불한 잔도를 지나가서 등검각에 올랐다.
峨嵋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항) : 아미산 아래에는 다니는 사람 드물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 깃발들은 빛을 잃고 햇빛도 엷어졌다.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 촉 땅의 물빛은 보석 같고 산은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 임금에게는 아침마다 저무는 마음이었다.
行宮見月傷心色(항궁견월상심색) : 행궁에서 보는 달도 상처받은 양귀비 얼굴빛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도 애간장 끊는 소리였다.
天旋地轉廻龍馭(천선지전회용어) : 난리가 평정되어 임금님 수레 돌아오는데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부능거) : 여기에 이르러서는 머뭇머뭇 차마 떠나지 못한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니토중) : 마외역 언덕 아래 진흙 땅 속에서도
不見玉顔空死處(부견옥안공사처) : 옥 같은 얼굴은 보이지 않고, 죽은 곳만 쓸쓸하다
君臣相顧盡沾衣(군신상고진첨의) : 임금과 신하 서로 돌아보니 눈물이 옷을 적시고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 동쪽으로 여러 대궐문 바라보며 말 가는 대로 돌아간다.
歸來池苑皆依舊(귀내지원개의구) : 돌아오니 연못과 동산은 옛날과 같고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 태액의 부용, 미앙궁의 버드나무도 그대로였다.
芙蓉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 연꽃을 봐도 양귀비 얼굴, 버들을 봐도 양귀비 눈썹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부누수) : 이런 정경보고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오.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 봄바람에 복숭아꽃, 오얏꽃 피는 날이요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섭낙시) : 가을비에 오동나무 잎 떨어지는 때이로다.
西宮南內多秋草(서궁남내다추초) : 서궁 남쪽 안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
落葉滿階紅不掃(낙섭만계홍부소) : 낙엽이 계단에 붉게 가득 쌓여도 쓸지 않는다.
梨園子弟白發新(이원자제백발신) : 이원의 자제들 이미 늙어 백발이 새롭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노) : 초방의 태감도 젊은 궁녀도 모두가 늙었구나.
夕殿螢飛思悄然(석전형비사초연) : 저녁 궁궐에 반딧불 나니 양귀비 생각 처량하고
孤燈挑盡未成眠(고등도진미성면) : 외로운 등불 돋운 심지가 타버려도 잠이 오지 않는다.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 느리고 느린 종소리를 처음으로 길게 느낀 밤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 밝고 밝은 별과 은하수, 하늘이 밝아오는구나.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냉상화중) : 원앙새 장식 기와가 차가워 서리꽃은 더욱 짙고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 비취빛 찬 이불을 누구와 함께 하나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 아득한 생사의 이별은 해가 지나가도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 그 혼백은 아직 돌아와서 꿈에도 들지 않는다.
臨邛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 임공의 도사로서 도성에 머무는 길손 있어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들일 수 있다고 하는구나.
爲感君王展轉思(위감군왕전전사) : 황제의 잠 못 드는 처지가 가련하여
遂敎方士慇懃覓(수교방사은근멱) : 마침내 방사를 시켜서 은근히 찾아보게 하였다.
排空馭氣奔如電(배공어기분여전) : 구름에 올라 공기를 타니 빠르기가 번개 같아
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 하늘에 오르고 땅을 들며 두루 찾아보았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낙하황천) : 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았으나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부견) : 두 곳이 너무 넓어 어디서도 찾아보지 못했다.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 바다 위에 신선이 사는 산이 있다는 말 들었으나
山在虛無縹緲間(산재허무표묘간) : 아득한 사이에 산은 텅 비어 있었다.
樓閣玲瓏五雲起(누각령롱오운기) : 영롱한 누각에 오색구름 피어나고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 그 안은 아름다운데 선녀들이 많이 있었다.
中有一人字太眞(중유일인자태진) : 그 중에 한 사람 있었으니 이름은 태진인데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삼차시) : 눈 같이 흰 피부, 꽃 같이 고운 얼굴이 양귀비 같았다. 金闕西廂叩玉扃(금궐서상고옥경) : 황금 대궐 서쪽 행랑에서 옥대문을 두드려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 여종인 소옥에게 전하여 쌍성에게 알려주었다.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 한나라 황제의 사신이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裏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 아홉 겹의 깊은 휘장 속에서 잠자던 혼이 놀랐다.
攬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 : 옷을 잡고 베개 밀어 제치고 일어나 배회하다가
珠箔銀屛迤邐開(주박은병이리개) : 주렴과 은병풍이 스르르 열리더니
雲鬢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교) : 구름 같은 머리 반쯤 기운채로 막 잠이 깨어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내) : 화관도 정제하지 못한 채로 방에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飄擧(풍취선몌표표거) : 바람이 부니 신녀의 소맷자락이 날리어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 예상우의곡으로 춤추는 듯 하였다.
玉容寂寞淚闌干(옥용적막누란간) : 옥 같은 얼굴에 고독이 깃들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 배꽃 한 가지가 봄비에 젖은 듯이
含情凝睇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 정을 품고 눈물을 머금고 황제께 감사하였다.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량묘망) : 한번 이별 뒤에 아련해진 황제의 음성과 얼굴
昭陽殿裏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 소양전각 안에서의 임금의 은혜 끊어진 뒤로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 봉래궁전 안에서의 세월은 길기만 하였습니다.
回頭下望人寰處(회두하망인환처) : 고개 돌려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니
不見長安見塵霧(부견장안견진무) : 장안은 보이지 않고 티끌과 안개만 자욱합니다.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 오직 지난날 쓰던 물건 가져다 나의 깊은 정 보이려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채기장거) : 자개함과 금비녀를 부쳐 보내려합니다.
釵留一股合一扇(채류일고합일선) : 비녀 한 개와 함 한 쪽을 증거로 남기려
釵擘黃金合分鈿(채벽황금합분전) : 비녀는 황금을 쪼개고 상자는 자개를 나누었다.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 우리의 마음을 금비녀와 금상 자처럼 굳게 가져서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 천상과 인간세상에서 서로 만나보려 합니다.
臨別殷勤重寄詞(림별은근중기사) : 떠나려 함에 은근히 거듭 부탁의 말을 하니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량심지) : 말 가운에 서약함이 있으니 마음으로 알리라.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 어느 칠월 칠석 날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 사람 아무도 없는 깊은 밤에 사사로이 나눈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련리지) :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었기를 원하였다.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 높은 하늘도 장구한 땅도 다할 때가 있지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 이들의 한은 이어져서 끊어질 때가 없으리라
육가(六歌)-문천상(文天祥)
여섯 노래-문천상(文天祥)
有妻有妻出糟糠(유처유처출조강) : 처가 있으니 내 처는 지게미와 겨 먹는 고난을 겪어
自少結髮不下堂(자소결발부하당) : 어려서부터 결혼한 이래 서로 헤어진 적이 없었다네
亂離中道逢虎狼(란리중도봉호랑) : 난리에 중도에서 호랑이와 이리 같은 놈들 만나
鳳飛翩翩失其凰(봉비편편실기황) : 봉새가 훨훨 날다가 황새를 잃었도다
將雛一二去何方(장추일이거하방) : 어린 아이 한둘과 떠났는데 어디로 갔는지
豈料國破家亦亡(기료국파가역망) : 나라가 깨어지고 집 역시 망할 줄 어찌 알았으리오
不忍舍君羅襦裳(부인사군나유상) : 그대의 비단 저고리 치마 입은 모습 차마 떨치지 못하니
天長地久終茫茫(천장지구종망망) : 하늘은 영원하고 땅은 변함없는데 끝내 아득하구나
牛女夜夜遙相望(우녀야야요상망) : 견우와 직녀처럼 밤마다 아득히 서로 바라보았네
嗚呼一歌兮歌正長(오호일가혜가정장) : 오호라, 첫 노래 부름이여, 노랫소리 길기도 하니
悲風北來起彷徨(비풍북래기방황) : 슬픈 바람이 북에서 부니 일어나 방황하노라
有妹有妹家流離(유매유매가유리) : 누이동생이 있으나 집안이 흩어져
良人去後携諸兒(양인거후휴제아) : 남편 떠난 뒤 여러 아이를 이끌어지냈다네
北風吹砂塞草凄(북풍취사새초처) : 북풍이 모래에 불어오고 변방의 풀은 차가운데
窮猿慘憺將安歸(궁원참담장안귀) : 궁한 원숭이가 참담하니 장차 어디로 갈 것인가
去年哭母南海湄(거년곡모남해미) : 지난 해 남해 가에서 어머님 죽음을 곡을 했으니
三男一女同噓欷(삼남일녀동허희) : 우리 삼남 일녀가 함께 울었다
惟汝不在割我股(유여불재할아고) : 오로지 네가 없어 내 살을 자르듯 하였다
汝家零落母不知(여가영락모불지) : 너의 집이 영락했음을 어머님이 알지 못했으니
母知豈有瞑目時(모지기유명목시) : 어머님이 알았으면 어찌 눈감으리오
嗚呼再歌兮歌孔悲(오호재가혜가공비) : 오호라, 두 번째 노래여, 노래가 몹시 슬프니
鶺鴒在原我何爲(척령재원아하위) : 할미새가 언덕에 있는데 나는 무엇을 했는가
有女有女婉淸揚(유녀유녀완청양) : 딸이 있다네, 딸아이가 있어 아름다운 모습 갖추어서
大者學帖臨鍾王(대자학첩임종왕) : 큰애는 서첩으로 글씨 배움에 종요와 왕희지를 임서하고
小者讀字聲琅琅(소자독자성랑랑) : 작은애는 글을 읽음에 그 소리가 낭낭하였다네
朔風吹衣白日黃(삭풍취의백일황) : 북풍이 옷에 불어 밝은 해도 누렇게 되고
一雙白璧委道傍(일쌍백벽위도방) : 한 쌍의 흰 옥 같은 내 딸이 길가에 버려졌다네
雁兒啄啄秋無梁(안아탁탁추무량) : 기러기 새끼가 먹이 쪼려 해도 가을에 곡식이 전혀 없고
隨母北首誰人將(수모북수수인장) : 어미 따라 북으로 머리를 돌려도 어느 누가 돌보리까
嗚呼三歌兮歌愈傷(오호삼가혜가유상) : 오호라, 세 번 노래여 마음이 더욱 아프니
非爲兒女淚淋浪(비위아녀누임랑) : 아녀가 아니라도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有子有子風骨殊(유자유자풍골수) : 아들이 있도다, 아들이 있어 풍모가 빼어나
釋氏抱送徐卿雛(석씨포송서경추) : 부처님이 안아다 주었던 서씨 집안 아들 같았다네
四月八日摩尼珠(사월팔일마니주) : 사월 초파일에는 마니주로다
榴花犀錢絡繡襦(류화서전락수유) : 석류꽃과 외 뿔 장식 동전을 저고리에 매달아 주고
蘭湯百沸香似酥(난탕백비향사소) : 난향 섞은 물 여러 번 끓여 몸 씻기면 향기롭기가 우유기름 같았는데
忽隨飛電飄泥途(홀수비전표니도) : 갑자기 나르는 번개 따라 진흙길로 날아가 버렸다네
汝兄十三騎鯨魚(여형십삼기경어) : 너의 형이 열 세 살에 죽었는데
汝今三歲知在無(여금삼세지재무) : 네가 지금 세 살인데 지금 어디에도 없음을 아노라
嗚呼四歌兮歌以吁(오호사가혜가이우) : 오호라, 네 번 노래여, 한숨으로 부르니
燈前老我明月孤(등전노아명월고) : 등 앞에 늙은 나는 밝은 달으로 외로워라
有妾有妾今何如(유첩유첩금하여) : 첩이 있도다, 첩이 있어 지금은 어떠한가
大者手將小蟾蜍(대자수장소섬서) : 큰 첩은 손에 작은 두꺼비 같은 아들 이끌고
次者親抱汗血駒(차자친포한혈구) : 작은 첩은 천리구 망아지 같은 아들을 안고 있었다네
晨粧靚服臨西湖(신장정복임서호) : 새벽에 화장하여 옷 차려입고 서호에 나가면
英英雁落飄瓊琚(영영안락표경거) : 아름답게 기러기 내려앉은 듯 패옥이 날리는 듯
風花飛墮鳥嗚咽(풍화비타조오열) : 바람꽃이 날아떨어지고 새가 지저귀는 듯
金莖沆瀣浮汙渠(김경항해부오거) : 금경화가 이슬 머금고 못이나 운하에 떠 있는 듯 하였다네
天摧地裂龍鳳殂(천최지열용봉조) :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찢어져 용과 봉이 죽으니
美人塵土何代無(미인진토하대무) : 미인이 흙먼지 됨은 어느 대엔들 없었던가
嗚呼五歌兮歌鬱紆(오호오가혜가울우) : 오호라, 다섯 번 노래여, 노래에 시름 서리니
爲爾遡風入斯須(위이소풍입사수) : 그대들 때문에 바람에 거슬려 한동안 서있으니
我生我生何不辰(아생아생하부신) : 나의 삶이여, 나의 삶이 어찌 때를 못 만났는가
孤根不識桃李春(고근부식도리춘) : 외로운 뿌리는 일찍이 복숭아 꽃 오얏 꽃의 봄을 몰랐다네
天寒日短重愁人(천한일단중수인) : 날이 춥고 해가 짧아 거듭 걱정하니
北風隨我鐵馬塵(북풍수아철마진) : 북풍은 나를 따라 철마의 먼지를 일으키는구나
初憐骨肉鍾奇禍(초련골육종기화) : 처음에 친척이 잇달아 재앙 맞음을 가엾게 여겼지만
而今骨肉重憐我(이금골육중연아) : 이제는 골육이 더욱 나를 가여워 하겠구나
汝在空令嬰我懷(汝在空令嬰아회) : 너희가 공연히 있어 나의 근심을 얽매게 하였으니
我死誰當收我骸(아사수당수아해) : 나 죽으면 누가 내 시신을 거두리오
人生百年何醜好(인생백년하추호) : 인생 백년에 무엇이 나쁘고 좋은 것인가
黃粱得喪俱草草(황량득상구초초) : 인생에 얻고 잃음이 모두 보잘것 없도다
嗚呼六歌兮勿復道(오호육가혜물복도) : 오호라, 여섯 번 노래여! 다시 말하지 말라
出門一笑天地老(출문일소천지노) : 문을 나가 한번 웃노니 하늘과 땅도 늙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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