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당신의 모습이 더 아름답다
임화선
독일은 그녀가 동독 출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나로 뭉쳤다
최장수 총리 메르켈은 과학자다
화학물리학자인 독일 지도자
그녀는
마트에서 케리어를 손수 끌고 다니면서 시장을 본다
한결같이 새로운 패션의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그녀는 노력했다
앙겔라 메르켈
도시 전체가 발코니를 나갔고
그녀는 6분 동안 따뜻한 박수를 받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강둑
임화선
둑길만큼이나 오래 된 이야기가 있다
강아지 풀
메꽃이 그러하다
흙먼지가 뽀얀 메마른 둑길에는
숱한 자국이 지나간 흩어진 길이 있다
그곳에는 그들만의 다양한 질서가 있다
운율이 있다 리듬이 있다
설렘
임화선
설렘은 풍선처럼 부푼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목적 없는 만남
대책 없이 무방비로
곧 닥쳐올 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기다림엔 늘 전율이 있다
만나기 전의 상상은
풍성하다
엔돌핀을 발사하는
설렘은 언제나 경이롭다
싸움닭
- 2023년 계묘년 토끼띠 해에 보내는 메시지
임화선
암탉이 새벽부터 시끌벅적이다 중국의 루쉰을 싸움닭이라고 한다 고요하고 조용한 첫 새벽 명상에 잠겨 하루를 시작하려 하지만 시끄럽다 루쉰처럼 약자의 편에 서서 위대한 일을 하다가 싸움닭이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그것은 괜찮은 싸움닭이라고 박수를 보내겠다 아니면 나라를 위해 비른 일을 하다가 목숨을 바친다면 말리지 않겠다 독립운동하는 것도 아니다 독기를 빼고 누그러뜨리고 말 좀 해 주면 안 될까 싶다 갑자기 한 번씩 불쑥불쑥 내뱉는 한마디가 상대방의 폐부를 찌르고 오래도록 상처를 준다면 그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리에 따라서 일의 경중을 가려서 제발 살살 좀 말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고언을 해 본다
올해는 쓸모없는 싸움닭은 되지 말자 토끼같이 순한, 그러나 꼭 해야 할 말은 하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임화선/약력
* 2001년 《해동문학》 가을 통권 35호 신인발굴추천작품 詩 부문
* 현 영남여성문학회, 부산여류시인협회, 청도문인협회, 청안문학회 회원
* 영남여성문학회 회장 역임, 부산여류시인협회 회장 역임
현 수영구문화예술회 문인회, 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산광역시시인협회 이사
* 제1회 『수영문예』 작품상 수상 (2018년)
* 2019년 12월 13일 《청도문인협회》 입회
* 2021년 《청안문인협회》 입회
* 현 청안문인협회 사무총장, 청안문단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