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박순자씨가 갓 볶아 낸 닭강정을 보이고 있다. |
상큼하면서 매콤한 닭강정은 이틀이 지나도 첫 맛 그대로 느낄 수 있다. |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라는 말이 있듯, 음식에도 잘 만든 메뉴 하나, 열 메뉴가 부럽지 않은 음식이 있다. 더욱이 수 천 수 만 가지의 음식들이 공존하고 경쟁하는 시장골목에서 입맛이란 잣대의 간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한 가지 음식에 승부를 걸고 20년 넘게 대박을 내고 있는 ‘잘 키운 딸’같은 음식이 속초에 있다.
속초의 음식하면 대부분 생선회, 함흥냉면, 아바이 순대, 젓갈 순으로 기억하고 있지만, 지역 사람들조차 ‘전국구 대박 음식’이 속초에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양념 개발에만 꼬박 1년 속초의 역사와 시작한 ‘3구 시장’이라 불리기도 했던 중앙시장에 이런 대박음식이 있다. 닭 강정 하나로 전국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는 <만석 닭 강정 632-4084>이다.
서 너 평 남짓한 가게 안에는 7개의 무쇠 솥이 걸려있다. 닭을 튀겨 내느라 하루 종일 불이꺼질 새가 없는 기름 솥 여섯 개에 양념을 볶는 솥 1개를 더한 숫자이다. 솥 숫자만으로도 어림짐작 하루에 만들어 내는 닭 강정 양을 짐작할 수 있다. 보기만 해도 정신없이 닭을 자르고, 튀기고, 양념을 하고 포장하는 일로 분주한 <만석> 닭 강정은 전국의 입맛들도 알아주는 명품 닭 강정으로 입소문 난 곳이다.
‘닭 강정 달인’ 곽승연(57)·박순자(47)씨 부부가 주인공이다. 시장 근처의 한 닭집에서 물엿에 깨가루만 넣어 만든 닭 강정을 처음 맛보고, 지금처럼 감칠 맛나고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거나 육질이 푸석거리지 않는 강정을 만들어 내기 위해 양념 개발에만 꼬박 1년을 매달렸다고 한다. 그 때 개발한 강정 양념 하나로 23년 째 닭 강정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마치 공장의 기계가 돌아가 듯, 비좁은 가게에서는 능숙하고 분업화된 7명의 직원들이 닭 강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강정으로 만들 닭을 먹기 좋게 잘라내면, 남편 곽씨는 튀김옷을 입히고, 기름 솥에서 튀겨 낸 닭을 아내 박씨는 양념 솥에 넣고 매우 빠르게 볶아 내다. 언뜻 별스럽지도 않을 것 같은 조리법으로 만들어 낸 닭 강정 같아도 중독성 강한 맛 때문에 주문을 전담하고 배송하는 직원이 따로 있을 만큼, 전국에서 밀려드는 주문량을 만들어 내기에도 하루가 빠듯하다.
택배는 한달 전 주문해야 이 집의 닭 강정 맛은 많이 먹어도 물리거나 느끼하지 않으면서, 이틀이 지나도 첫맛 그대로의 맛이 유지된다. 이는 20여 가지 과일을 혼합하여 즙을 내고 숙성시켜 만든 되직한 촉감과 진한 양념이 비법이다. 튀김 닭이 공기와 접촉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코팅 역할을 해주는 점착성의 농도와 비율이 비법으로, 택배를 받은 다음 날까지 강정 고유의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상큼한 과일 양념만으로 볶아 낸 강정이라면 자칫 느끼할 수도 있을 텐데, 볶아 내는 과정에 청량고추 몇 개를 툭툭 썰어 넣은 작은 배려 하나가 중독성 강한 닭 강정 맛을 내고 있는데, 가게로 직접 와서 사가지 않고 택배로 받을 경우에는 한 달 전에 미리 주문해야 먹을 수 있을 정도라니 속초의 명품이자 대박 음식임은 틀림없다.
음식의 신뢰도를 지키기 위해 개방된 가게구조도 믿음이 가지만, 흔하다고 눈 여겨 보지 않던 음식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그 맛의 성공을 이룬 후에도 현재의 맛보다 더 맛있고 좋은 닭 강정을 만들어 내고 싶다는 두 부부의 마음이 닭강정 만큼이나 맛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