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통진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2015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경기 RESPECT 28권역 4라운드 부천키커스 전에서 승리리 만들어 내면서 리그 개막이후 4연승을 질주한 통진고 오희천 감독의 모습 ⓒ 사진 이 기 동 기자
장기 레이스의 절대 강자인 통진고는 올 시즌에도 강하다. 공-수에서 탄탄한 밸런스를 자랑하며 어느새 권역 리그 4연패를 목전에 뒀다. 결과와 내용 모두 알차게 챙기면서 고교축구의 대표 강호의 본색을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통진고는 '2015 대교눈높이 전국고등축구리그' 경기 RESPECT 28권역에서 4연승으로 선두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위 광명공고와 3위 능곡고(이상 승점 9점)가 3점차로 압박하고 있지만, 승자승 원칙에서 두 팀을 앞지르고 있다. 남은 2경기에서 최소 1승만 거두면 권역 리그 우승은 자동적으로 확정된다. 공-수에서 빈 틈 없는 전력을 자랑하는 터라 향후 전망은 희망적이다.
사실 통진고는 시즌 첫 대회인 금석배 대회에서 16강에 머무르며 아쉬움이 많았다. 짜임새 높은 조직력을 앞세워 상위 입상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으나 전통의 강호 경희고(서울)의 벽에 막혀 목표 달성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금석배 대회 16강 탈락으로 인한 후유증도 엄청났다. 대학 진학이라는 일생일대의 중대 기로를 잘 부여받지 못한 심리적인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금석배 16강 탈락은 전화위복이 됐다. 자신들의 텃밭인 권역 리그에서 무결점의 위용을 자랑하며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복병 광명공고와 능곡고 등을 차례로 쓰러뜨리며 연승 가도를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다. 경기당 4골이 넘는 가공할만한 파괴력에 수비라인도 단 1골만 내주는 등 도무지 빈 틈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3차전 고양고 전에서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내리 3골을 뒤집는 등 선수단 전체의 응집력도 한층 끈끈해졌다.
"금석배 대회 때는 준비가 잘 되다가 군산으로 가기 전에 선수들의 응집력이 떨어졌었다. 하지만, 금석배 16강 이후 미팅을 통해 반성을 많이 했다. 권역 리그를 비롯한 남은 대회에서 꼭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있다. 4경기 모두 의도한대로 잘 이뤄졌다. 훈련 과정이 좋고 응집력도 생기고 있다. 이제 2경기 남았는데 준비만 잘하면 리그 4연패는 크게 문제 없을 것이다."
응집력의 향상은 팀 전체 분위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으면서 '퍼펙트 경기'를 연일 써내리고 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11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는 유기적인 플레이는 기존 팀들에 강력한 쓰나미를 몰고오고 있다. '더블 스쿼드'는 통진고의 가장 큰 힘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없는 고른 기량으로 탄력적인 선수단 운영을 펼치고 있다.
"이전에는 이기주의가 많았는데 지금은 하나로 뭉치는 힘이 생기면서 경기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대학팀들과 연습경기를 통해서도 확실히 좋아진 것이 눈에 보인다. 금석배 대회 때 단추를 잘못꿰는 바람에 응집력이 견고해졌다. 선수들끼리 서로 격려를 많이 하면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잘 안다. 지금은 원하는 수준의 8~90%까지 올라왔다. 몇몇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향상되면서 팀과 조화도 잘 이뤄지고 있다."
올 시즌 통진고는 일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며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에이스 한승빈이 최근 4경기 연속골로 절정의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고, 명선호와 강민구 등도 쾌조의 컨디션으로 팀 화력을 달구고 있다. '거미손' 이주현과 센터백 공호원이 이끄는 수비라인은 '통곡의 벽'이라고 불릴 만큼 극강의 위력을 자랑한다. 올 시즌 다소 주춤거리고 있는 강윤구의 페이스만 살아나면 '화룡점정'을 이룬다.
"중간에 부상 선수들이 발생했지만, 리저브 선수들이 공백을 잘 메워주고 있어 전체적으로 큰 굴곡은 없는 편이다. 현재 기존 선수들의 페이스가 많이 올라왔는데 (강)윤구가 지난 시즌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그래도 (김)민우, (이)재환이 등이 잘해주고 있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윤구가 지난 시즌의 컨디션을 회복하면 공격 밸런스는 더 나아진다. 수비라인은 지난 시즌부터 뛴 선수들이 많아 조직적으로 완성도가 더해지고 있다."
"윤구가 팀을 위해 희생하는 부분을 느끼면 전체적인 밸런스가 안정을 찾는다. 현재 민우가 부상을 입은 상황인데 복귀 후 제 폼을 찾으면 공격 옵션이 한층 다양해진다. 골키퍼 (이)주현이도 안정감 있게 잘해주고 있어 공-수 밸런스는 괜찮다. 지금 팀 분위기도 상당히 좋다. 계속 이기면서 선수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훈련 때도 자연스럽게 하다가 어떤 훈련이 주어지면 그 부분에 몰두하는 부분도 좋다. 학교 측에서도 많은 격려를 해주셔서 선수들의 능률도 좋은 편이다."
▲23일 통진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2015 대교눈높이 전국 고등 축구리그' 경기 RESPECT 28권역 4라운드 부천키커스 전에 앞 서 몸을 풀고 있는 통진고 선수들의 모습 ⓒ K스포츠티비
김두현(성남FC), 노동건(수원 블루윙즈), 박용지(부산 아이파크) 등 프로 선수들의 왕성한 활약상은 통진고의 밝은 분위기 조성에 결정적인 밑거름이다. 감정 변화의 폭이 큰 연령대인 만큼 선배들을 보면서 확실한 목표 의식을 갖추고 있다. 근면과 성실 등을 강조하는 베테랑 오희천 감독의 지도 아래 선수들도 훈련과 생활 면에서 어린 나이 답지 않은 완숙미가 철철 풍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기력도 좋아지는 중이다.
"항상 (김)두현, (노)동건, (박)용지, (김)원일이 등 제자들의 생활 태도와 정신적인 부분을 선수들에게 많이 강조한다. 훈련 때 충실하지 못하면 좋은 선수가 되기 어렵다. 인성적으로 잘 갖추고 학생으로서 태도가 잘 계승되면서 경기력 향상으로 직결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원하는 부분을 얻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지금 선수들도 선배들을 보면서 목표 의식을 나름대로 느낀다. 그 부분이 올바른 훈련 태도와 생활 습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권역 리그 4연패는 목전에 뒀지만, 통진고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많다. 이는 바로 심리적인 조급함과 공격라인의 늦은 수비 전환이다. 실제로 권역 리그 4경기를 통해 전반에 빨리 득점을 얻지 못하면서 득점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이로 인해 간혹 무리한 플레이가 속출하기도 한다. 공격라인의 늦은 수비 가담도 통진고의 남은 숙제다. 공격라인의 수비 가담이 더디면서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의 부담은 늘어난다. 협력수비가 좀 더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공격라인의 수비 가담이 더 빨라져야 된다.
"선수들이 전반에 득점 찬스를 일찍 살려야 리듬을 타고 편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다. 전반 초반에 득점을 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야 득점이 이뤄지는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 아쉽다. 찬스 때 빨리 득점을 성공시켜야 편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는데 골을 넣지 못하면 무리한 플레이가 발생한다. 심리적인 조급함으로 빚어지는 현상이다. 팀 분위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지금 선수들의 응집력은 좋다. 득점 찬스만 좀 더 빨리 해결해주면 어느 팀과 대결해도 해볼만하다."
"우리 팀은 수비와 미드필더 라인은 안정적이다. 다만, 공격라인 선수들의 수비 전환 속도가 늦다. 수비 전환 속도가 더 빨라지면 경기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수비가 잘되야 공격이 잘 이뤄지는 편이다. 공격라인의 수비 가담을 좀 더 주입시켜서 훈련에 매진할 생각이다. 모든 선수들이 공-수를 모두 안정감 있게 펼치는 축구를 지향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속도가 더 빨라야 된다."
통진고는 2013년 춘계연맹전 준우승 이후 토너먼트 대회에서 2% 부족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좋은 경기를 펼치고도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서 입상 문턱에서 주저앉은 경우가 다반사다. 시즌 첫 대회인 금석배 대회에서도 아쉬운 16강에 만족한 만큼 왕중왕전과 하계 전국대회 상위입상이라는 목표는 선수들에 또다른 동기부여다. 저학년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데다 부상 선수들도 속속히 돌아오는 중이라 '토너먼트 징크스' 타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6년 동안 권역 리그에서 5번 우승했고, 왕중왕전은 매년 출전했다. 4연패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그 부분이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요인이다. 팀 응집력도 한단계 결속시키는 요인이다. 1학년 (김)진성, (백)성진이 등도 3학년들에 못지 않은 기량을 갖췄다. 날씨가 더워지는 만큼 로테이션 시스템을 잘 활용할 생각이다. 일부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스쿼드가 더 안정된다. 왕중왕전과 하계 전국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이룰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이상 통진고 오희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