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흘림골에서 만난 산할아버지와 승무
1985년 설악산국립공원단이 흘림골을
자연 휴식년제를 선언한 뒤 20년후 2004년 9월에 개방
다시 2015년 17톤 중량의 바위가 떨어져서
등산객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사고로 다시 폐쇄 그후 위험 구간들을 안전시설 공사로 보강한후
2022년 7월 7년만에 다시 개방
개방 당시 몇몇 산우들과 예약신청을 해서 다녀왔다
안양한라에서 정기산행으로 올라왔을 때
이미 다녀왔는데 또 가야하나 망설이는 사이
이미 예약이 완료되어 버렸다
주변에서 설악산은 가도 가도 다른 모습이라고
또 다시 가면 그때와는 다른 감동이 있을거라고 해서
대기 신청을 했는데 운좋게 자리가 나서 다녀오게 되었다
대기로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안 다녀 오고 사진으로만 봤으면 엄청 후회 할 뻔 했다
산행 일주일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일기예보는 주말까지 비가 오락가락 할거라 하고
토요일 아침 집을 나설 때까지도 날씨는
비는 오지 않았지만 많이 흐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히 간다고 했나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막상 만남의 장소에 산우님들을 보니 좋다
늘 같이 다니던 왕소금언니가
요즘 무릎 관절이 안좋아 져서
당분간 산행이 어려워 혼자 나서는 산행길이
뭔가 허전하고 맥이 빠진다
이래서 아랫목에 누워있는 남편이라도
남편이 있는게 좋다고 하는건가?
늘 내가 챙겨 다녀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왕소금언니였는데 그래도 언니가 옆에 있는게
나에게 큰 힘이었나보다
어라~~~
분명 내 자리가 맨 앞에 길잡이님 옆자리였는데
출발하는 아침 지하철 안에서
좌석을 다시 확인하다 보니 내 이름이 없어졌다
뭐지?? 내가 다른 산행일자 좌석방으로 잘못 클릭했나
다시 나갔다 접속해봐도 내 이름이 없어졌다
하나하나 좌석을 다시 확인하다 보니
내 이름이 설나라님 옆자리로 옮겨져 있다
앗싸~~
드디어 나에게도 남자 짝궁이 생겼다.
왕소금 언니가 안오니 내게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허전했던 마음이 바로 사라진다
여자의 마음은 갈대~~ㅋㅋㅋ
늘 아침으로 주던 김밥이 없다
나의 롤 모델 코스모스님 올해가 칠순이란다
그 기념으로 오늘 아침은
코스모스 언니가 해 오신 영양 찰떡으로 대신한단다
떡이 널판지 만하다 거기에 촘촘히 박힌 온갖 고명들
체구는 자그마하신 분이 배포는 남다르시다
나하고는 거의 10년차가 가까운데
산행 하는 걸 보면 내가 할매다
선두에서도 선두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나는 저 나이까지 산행을 할 수 있을까?
열심히 노력해 보는 걸루~~
잠깐 사담을 하자면
언니는 기억에 없으실지도 모르겠는데
내겐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3년전쯤 일거다 내가 산행을 시작하고
코스모스 언니와 처음 만난게
어느 가을 관악산 파이프능선?? 맞나??
암튼 낙엽이 쌓인 그 길을 걷다 잠시 쉬는데
그때도 선두인 언니는 먼저 가서 쉬고 계셨고
난 후미에서 헥헥대고 쉬는 곳에 이르러
언니와 눈이 마추졌는데 헐떡이는 내 모습이
무안해서 씩 웃었는데
그때 언니가 하시는 말씀이
"단미는 웃는게 참 이뻐" 하신다
난 내가 웃는게 이쁘다는 말을 첨 들었다
늘 웃으면 잇몸이 많이 보여서
의식적으로 입을 다물고 웃었었다
그런데 잇몸이 훤히 드러난
내 웃는 모습이 이쁘단다
"에이 웃는거 별로 안이뻐요
잇몸이 다 보이는데~~"
그러고는 입을 다물었었다
수목원 길로 하산하다가 은행잎이 쌓인 길에서
갑자기 코스모스 언니가 나를 부르더니
저기 낙엽 위에 앉아서 아까처럼 웃어보란다
그리고는 사진을 찍어 주시더니
여전히 나에게 웃는 모습이 이쁘단다
그래서 난 그때부터 입술을 벌리고 웃기 시작했다
언니 아세요?
제가 그랬다는 거~~ㅎ
다시 제자리로
떡을 먹고 같이 준비해 오신
족발까지 한점씩 먹고 나니 목적지 도착
정상을 다녀오는 A팀과
조금 짧게 산행하는 B팀
잠시 B팀의 유혹에 갈등하다가
왕소금언니도 안왔는데 정상을 가보는 걸로
후미에서 오르기 시작
산행 시작부터 계단과 오르막의 연속
비는 오지 않지만 구름이 낮게 내린 습한 날씨에
얼굴에선 땀이 흐르다 못해 뚝뚝 떨어지고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에 걸음은 무겁고
B팀으로 갈 걸 그랬나
후회가 밀려올 때쯤 만난 여심폭포
왜 여심폭포일까?
가쁜 숨을 몰아쉬며 폭포을 한참 보다가
빙그레 웃음이 났다
왜 여심폭포인지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알았으리라
한숨 돌리고 다시 오르는 산행길
선두는 벌써 내달아 보이지도 않고
맑은 계곡 물소리와 작고 큰 폭포들
잠깐 허리 펴 올려다 보는 곳에서
구름모자를 쓴 산할아버지가
어여 올라오라고 손짓을 한다
딱 그랬다
"산 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
그 노랫말이 생각나는~~
산 할아버지 만나러 오르고 또 오르고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
선두는 이미 정상을 찍고 내려온다
만남 김에 여기서 되돌아 갈까?
정상 안올라 가면 후회 할걸요
얼마 안되니 어여 올라갔다 오세요
약올리고 내려 간다..ㅋ
그래 까이꺼
여기까지 왔는데 몇걸음 더 올라가지 뭐
그리고 마지막 힘을 다해 오른 정상
정말 한번 왔었다고 안 올라 왔으면
엄청 후회 할만 했다
내가 정상과 함께 구름 안에 들어 있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이
모두 구름에 휘감겨 있다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문득 떠오른 단어 하나
"승무"
교과서에서도 나왔던
조지훈님의 시 "승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절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
.
휘어져 감기 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
ㆍ
이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산위에 얹어진 구름도
산 허리를 휘감아 도는 구름도
산 아래 넓게 펼쳐진 구름도
하이얀 고깔을 접어 쓰고
긴 팔을 느리운 채 춤을 춘다
보이지 않는 느린 바람이
구름을 조금씩 움직여
춤 사위를 더 아름답게 한다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운무가 낀 날이면
여지없이 데려 올 기억이다
조심스레 내려오는 하산 길
마지막 내려 온 계곡물에 손을 담그니
오늘도 좋은 벗들과 좋은 산행을 했다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같은 시간
몇 번 함께 산행을 했어도
눈 인사나 고개 끄덕여 인사만 했던 산우님들과
웃고 떠들며 말도 텄고
처음 만나는 산우님들과 이야기 하다보니
같은 지역 주민 그래서 점심도 같이 먹고
산행 속도가 달라 산행길에 동행 못하는 산우님들과
뒷풀에서 객적은 농담을 나누며 술 한잔도 나누고
오래 보아서 반가운님들
새로 만나 설레는님들
그 모두가 함께여서 좋은님들
우리는 모두 만나면 만날 수록
좋은 산우님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또 만나요
좋은 산
좋은 만남
안양 한라
최고다~~~~
첫댓글 아주 좋네요 사진과 글이.반가웠습니다.
혈연, 학연, 지연..무엇으로든 연관을 지어 보려는 나의 습성?? ㅋ..
암튼 같은 지역주민이라는 연결고리~그래서 더 반가웠던 산벗님
산행에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단미님이 이번 흘림골
산행후기는 어떻게 느꼈을까!
읽어보는데 긴글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고
잼나게 읽어봤어요.
흘림골 운무에 보일듯 말듯
멋진경치를 시에다 옮겨놓은것도 단미님 글솜씨에 한몫 보태져서 누구도
흉내 낼수없는 멋진후기글이네요 .
단미님과 모스 인연을
소개한 글도 잘봤어요
관악산 만남 그때 그미소
사진 찍어줬던 기억들
다생각 납니다.
긴후기글 쓰느냐
수고 하셨어요.
고운밤 되세욤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요?
생각해보니 고래만 춤을 추는게아니라
고래 조련사도 같이 춤을 추는 것 같더라구요
코스모스언니로 인해 나도 다른 사람의 단점은 마음에 묻고
장점을 자꾸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긍정적인 사람으로 변해가더라구요
늘 언니의 격려 고맙고 감사합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단미작가님 이시군요...늘 눈으로 한번 스쳐읽고 지나가지만..짜임새 있고.마음에 와닿는 글...산행 후기라고 하기엔 아까운 ..수필입니다..
멋진글과 어울리는 사진.감탄스럽습니다.....
다음 팔공산 은 더많은 이아기가 숨겨져 있을텐데..기대됩니다....
제 짧은 지식과 아는 단어들로는 도저히 표현할 길이 없었던 설악산 흘림골의 위대함~~
느꼈던 감동을 어떻게 풀어낼까? 어설픈 글이 감동을 깨뜨릴까봐 안쓰려 했는데
산에서 떠올랐던 산할아버지와 승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컴을 켜놓고 앉아서도 한참을 멍하니~
한자 두자 쓰다보니 손가락이 정신없이 놀고 있더라구요
어찌 끝냈는지 쓰고 나서 보니 5시간이 훌쩍~
방에서 나와 보니 무언가에 열중해 있는 엄마한테
차마 밥 달란 말도 못하고 아들은 라면을 끓여 먹었네요..ㅎ
팔공산을 가게 되면 팔공산은 나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 줄 지 저도 기대합니다
긴 글 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글과 사진을 보니 단미님의 웃는모습이
떠오르며 흘림골의 여운이 오래갈것같네요
어쩜 요렇게 글을 잘쓰시는지 잘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해오름~~
붉은 해가 솟아 오르기 전에
펼쳐지는 해맞이 노을
해오름님과 딱 어울리는 닉네임입니다
언제나 환한 미소 주변을 살피는 섬김
해오름님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저두 사랑합니다 마니요~~~
흘림골에 상세한 설명과
리얼한 후기글에 감동입니다.
다음달 팔공산 후기도
기대해도 되겠죠 ㅎㅎ
산과 한라와의 인연을
오래도록 함께하도록
응원에 박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