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는 두엄 속에 묻어서 썩히는데
그 대표적인 고장이 나주라고 한다. 지리적인 이유이리라.
영상강을 거슬러 올라 나주에 도착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렸다.
이 천하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홍어를
방안에서 그리고 혼자서 먹는다는 것은 아무리 식탐이 많고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도 도저히 불가능하다. 홍어를 다 먹기 전에 암모니아 가스에 중독되어 쓰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널디 너른 나주 평야에 홍어를 풀어놓으려면 어지간히 삭힌 홍어라야 한다.
나주 사람들은 평야 지대에 사는 사람들이라서
삶이 좀 답답하고 지루하다.
그래서 이 곳 평야지대에는
소리, 글씨, 그림, 축제, 의식, 격식 등 문화가 발달된 것이다.
문화는 “Culture”라고 한다.
Culture라는 말은 “경작”이라는 뜻이다.
경작(耕作)하는 곳에서 문화(文化)가 나온 것이다.
이들은 이렇게 두엄 속에 넣어서 삭힐 만큼 확실히 삭혀서
이 엽기적인 냄새와 맛과 자극으로
안일한 일상의 지루함을 풀어내었다.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이런 엽기적 음식을 그리워한다.
한편 영산포에서 황포돛배에서 내린 어물을
가축의 등짐이나 달구지에 실려서 빛고을 광주에도 이른다.
그러나 광주 사람들은 그래도 도회지라서
나주 홍어만큼 팍 삭혀 먹지는 못했다.
홍어는 ‘평야의 음식’이기 때문이다.
강원도나 경상도 같은 작은 골짜기에서 먹는 음식이 아니다.
이 삭힌 홍어는 밀폐된 공간에서 조용히 몰래 먹는 음식이 아니고
일망무제 사방에 트인 곳에서
여럿이, 시끄럽게, 흥겹게 멍석을 깔고 앉아서 먹어야 제 맛이다.
그래서 홍어는 ‘마당의 음식’이다.
넓은 개활지의 음식이다.
징하게 삭힌 말도 못할 그 악취가
잔치 분위기를 만들었다.
홍어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소리 한가락이 나왔고
마당극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홍어와 농주, 시큼하고 칼칼한 김치
그리고
양념으로 南道唱이나 판소리 한 가락 더 한다면
홍어맛은 더 할 나위 없을 것이다.
홍어는 태생적으로 약간 신 김치와
막걸리와 함께 먹어야 하는 것은 숙명이다.
홍어의 연골형 뼈들은 시큼한 맛과 만나야
제격이다.
프랑스 평야지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홍어보다 더한 냄새를 발호하면서
썩은 악취를 풍기는 치즈를 침을 헐헐거리며 먹는다.
이들의 수준은
나주 평야나 호남평야 사람들 보다 훨씬 더하다.
이렇게 썩혀 놓은 홍어는 외지 사람들의 경우는
젓가락 한 번 가고 다시 가지 않는
엽기적이고 징그러운 음식이 되었다.
톡 쏘는 아릿한 맛을 느끼다보면
입천장이 다 벗겨져 버리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흑산 홍어는
인천이나 대청도에서 잡히는 홍어와 달리
몸에 끈끈한 점액질이 나온다고 한다.
이 점액질을 씻지 않고 항아리에 저장시켜야
쉽게 암모니아가 발생한다고 한다.
이 때 볏짚이 꼭 들어가야 잘 삭혀진다는군!
홍어는 두엄이나 볏짚 같은 도작(稻作) 문화권의 음식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홍어는 대부분 회와 무침, 찜, 드믈게 구이나 탕으로
호사가의 입맛에 殺身成仁한다.
지역에 따라서 고무동치, 물개미, 나무가리, 간쟁이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제 부르는 이름은 거의 홍어로 통일되었다.
홍어는 우리 삶과 고향,
우리 과거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DNA에 각인된 것이다.
홍어를 아는 것 역시 우리를 아는 것과 통한다.
이 엽기적인 음식이 왜 남도인들을 열광하게 만드는가?
전라도로 대표되는 상징적인 음식이 홍어일 것이다.
홍어는 많은 사색을 낳는다.
홍어를 이해해야
전라도 문화의 많은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이다.
홍어는 참 강하고 원초적인 느낌을 주는 음식이다.
다른 말로 너무 야하고 음탕한 음식이라는 생각이다.
사귀기 전에는 천박한 관능미를 풍겨서 싸구려로 배척받는 음식이지만
일단 사귀고 나면 헤어날 수 없는 사무친 맛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홍어의 마력은 음탕하고 야하며 천박한 여인의
사랑에 사로잡혀서 헤어나지 못하는 남정네를 연상시킨다.
사귀기 어려운 만큼 헤어지고 잊어버리기에도
힘든 이 강한 뉘앙스를 간직하고 있다.
이 물귀신 작전하듯 이 것에 빠지면
가혹한 운명의 장난을 겪어야 한다.
가볍고 경박한 인스탄트적 맛이야 쉽게 사귈 수있지만
가슴에 확 와 닿지 않는다.
가볍게 만나서 가볍게 끝나는 것이다.
이런 음탕한 음식을 먹어야
나중에 품위와 격식을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가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