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학의 과제
생명의학이 실현하려는 '완전한 건강'은 결코 꿈이나 환상이 아니다. 생명의학은 우리가 만들어가야 갈 새로운 세계의 청사진이며, 이를 위한 치밀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가 정립해야 새로운 생명의학을 위해 그 당면과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로 하자.
- 대체의학의 과학화와 통합의학 지향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서양의학과 한의학, 대체의학 간의 갈등이 비교적 심한 편이다. 우선 이런 소모적인 갈등이 해소되어야 하며 ① , 나아가 모두를 크게 아우르는 '통합의학'이 실현되어야 한다. 생명의학의 구체적인 내용은 결국 통합의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통합의료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조건은 의료종사자들의 열린 마음과 대체의료의 과학화이다. 확실하게 검증이 된 대체의학의 의료기법은 저절로 제도권의학에 수용되어 유효하게 사용될 것이며, 제도권의학과 검증된 대체의학은 서로 장점을 살리며 보완 발전함으로써 ‘통합의료’는 자연스럽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② 최근 국내 일부 병원에서 통합의료를 지향하고, 일부 의료인과 의료종사자들 간에 통합의학회 발족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와 대중화
의학은 질병의 치료가 목적이다. 환자 입장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치료 효과이지, 의학이나 의료서비스의 종류가 문제는 아니다. 서양의학이냐 한의학이냐, 대체의학이냐의 구별이 필요한 게 아니다. 환자의 시급한 질병을 속히 완전하게 치유하고 심신 건강을 크게 증진시킬 수 있는 적절하고 효율성 있는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문제이다.
현재 생명의학의 발전속도는 매우 늦은 수준으로, 발병률의 증가속도를 훨씬 밑돌고 있다. 가령, 당뇨병 환자는 20년 전 전체 환자의 1%에 불과했으나 현재 10%로 10배 증가했다. 현재 암(癌)환자도 5명 중 1명꼴이다. 한편 생명의학의 발전은 늦고 대중화가 안 된 현실 속에서 수많은 난치병 환자들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으며 안타깝게도 죽어가고 있다. 또한 대체의학은 건강보험에 적용이 되지 않아 대체로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기에, 현재 일부 특수계층에게만 기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기층 환자들을 위한 생명의학의 대중화가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생명의학의 제도화
우리나라는 한의학의 오랜 역사는 물론 무궁한 대체의학의 원천소스 등 실로 세게에 자랑할 만한 전통의학의 보고(寶庫)이다. "우리 전통에서의 의(醫)는 학문적 체계(의학)만을 뜻하지 않는다. 의(醫)는 학문(醫學)과 실천적 지혜(醫術)와 덕스러운 마음가짐(醫德)으로 완성된다."는 평가도 있다. ③
이 귀중한 민족의 의료자산을 현대화, 대중화,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연구예산 등의 준비와 함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서구에서는 엄청난 국가적 투자 등을 통해 통합의학의 신기술을 개발해 가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④
우리 정부도 대체의학 현황에 대한 본격적인 실태조사부터 실시하고, 각 대학과 기업체, 종합병원 및 의료단체들도 나서서 생명의학의 제도화를 위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셋(한의학, 양의학, 대체의학)을 함께 녹여낼 용광로이지, 의학이론과 기술과 행동강령을 따로 떼어내 입력하고 계산할 컴퓨터가 아니다." ⑤ 라는 절절한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의학이나 대체의학의 서비스는 비용이 비교적 많이 들기 때문에 국민들의 소득이 관건이다. 따라서 생명의학의 모든 프로그램을 사회보장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대체의학(통합의학) 전문병원의 설립을 서둘러야 하며, 이에 따른 국내법의 정비도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또한 전국 여러 대학에 생명의학과를 설치해 전인적 통합의료를 실시할 수 있는 전문의료인들을 배출해야 할것이다.
특히 첨단의 생명의학을 정립하고 시술하기 위해서는 의료인, 비의료인, 의료 종사자들 간에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열린 마음으로 함께 생명의학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서구에선 이미 여러 전문병원의 대체의료 시술팀 간에 활발히 교류하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예산과 정책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 비의료 분야에서의 노력
생명의학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비의료 분야에서의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우선 생명사상에 근거한 생명의 체육이 실시돼야 한다. 중국에서 전통무예인 '태극권'을 국민체조로 대중화한 것처럼, 우리도 전통의 몸학(무예, 무용, 도인법 등)에 기초한 생명체육 프로그램을 정책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생명의학 정보를 농업, 축산업 등에 활용해 생명력이 풍부한 초건강식품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논에 매일 생명의 음악을 들려주면 맛이 좋고 병충해에 강하며 결실률도 높은 건강한 벼가 자라게 된다. 또한 교육 분야에도 응용되어 전인교육, 인재교육 프로그램 등에 널리 활용해야 한다.
사회도 탄생 발전 소멸하는 하나의 생명이며, 이러한 전제하에 생명의 사회과학(社會科學)이 정립될 수 있다. 또한 생명학은 인문과학 분야에서도 깊이 연구되어야 하며, 새로운 생명의 철학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생활양식이 생명을 지향하는 문화로 바뀌어야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 - 가정에서 직장, 지역사회 등- 에서 다양한 생명 문화운동의 전개와 더불어 새로운 수행(修行)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 맺는 말
만물은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며, 우리의 미래 또한 예정된 것은 없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미래사회는 생명의 길로 가거나 혹은 공멸하는 반생명의 길로 갈 수도 있다. 기실 모든 인간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든 자신의 분야에서 생명의학을 연구 실천하는 사람들이며,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광의의 생명의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생명의학자로서 모든 생명에 내재하며 만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무한한 생명 에너지(氣)를 먼저 몸으로 체득하고, 이를 통해 자신과 주위는 물론 온 우주생명에 활력을 보내 주어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붐이 일고 있는 수행의 문화는 인류가 내면의 생명을 찾기 시작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수시로 '명상'이라는 생명의학의 실천을 통해, 우리의 생명이 온 우주임을 기억하도록 하자. 이 진리를 체득하면, 언제나 우리 내면에 생명력이 넘치고 완전한 건강을 이룰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삶의 현장에서 생명의학을 적극 실천하고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면 ‘큰나(大我) 곧 우리 안의 수많은 생명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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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서구에서도 서양의학과 대체의학 간에 갈등이 해소되고 제도권 내에 수용되는 중이다. 현재 서구에서 각종 대체요법의 인기는 매우 높으며 요가나 기공, 태극권의 붐은 우리나라보다 더 한 실정이다, 독일의 경우 기공치료, 요가치료에 일부 의료보험이 실시되고 있다. 서구에서는 거의가 비의료인의 대체요법 시술을 합법화하여 인정하고 있다. 비록 의사자격증이 없어도 민간단체가 발행한 자격증만으로 대체의학 전문가는 사무실을 개설하고 자유롭게 치료와 시술이 가능하다. 아울러 대체의학 전문병원도 성업 중이다.
② 김영균, 앞의 책, 23쪽. 과학과 '비과학'의 통합은 어렵다고 일부 서양의학자들은 주장하지만, 집단이기적 성향이 한 원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무리 없이 통합이 진행되는 서구 여러 나라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③ 강신익, ‘한국 의철학의 과제’, <한겨레신문> 2006년 3월 31일
④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국립대체의학연구센터(National Center for Alternative Medicine)가 1992년도에 설립되어, 대체의학을 학술적으로 조사 정리하는 데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03년도 한 해에만 책정된 예산만도 1억1382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 김영균, 앞의 책, 16쪽 참조
⑤ 강신익, 같은 글
글; 무애(無碍) 이명복(李明馥)/ 경기대 대체의학대학원 외래교수, 국제통합대체의학학회 상임이사, 한국선도학회장
- <생명론과 생명의학의 전망>, 『2002 세계생명문화포럼 논문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