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정지원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는 줄곧 의정부에서 살고 있으며 문예창작과에서 시공부를 했다. 대학 4학년 때 ‘오월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됐고, 1993년 『노둣돌』 3호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3년 첫 시집 『내 꿈의 방향을 묻는다』가 세상에 나왔다. 시집이 나오기 전부터 그의 시들이 노래로 만들어졌다. 특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정작 시인 정지원보다 더 유명하다. 저서로는 산문집 『내 영혼의 그림 여행』, 동화 『태양의 딸, 평강』 등이 있다.
어린이를 위한 인물 평전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그래서인지 쉽게 쓰여져 가독성이 좋고 윤동주 시인의 삶을 일대기적 구성으로 풀어내면서 모두가 알만한 대표작 이외에도 어린 시절에 쓴 시까지 곁들여 독자들로 하여금 시인의 유년시절까지 상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시기별로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인용하면서 이따금씩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시를 해설해주면서 시대적 상황들도 설명해주며 본인의 생각까지 담담하게 담아내었다. 작가가 시인이라 그런지 감성적인 표현들 덕분에 나는 눈으로 글을 읽고 있었지만 마치 누군가가 옆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조곤조곤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윤동주 시인은 어릴 적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책에서는 그의 아기 때 이름을 언급했는데 ‘해처럼 빛나라’라는 뜻의‘해환’이라고 했다.‘해환’이란 이름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그는 비록 짧았지만 그 이름처럼 지금 시대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빛난 삶을 살다 갔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2월, 윤동주 시인의 서거 79주기였다고 한다. 일본 유학 중 항일 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1945년 2월 16일 감옥에서 만 27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8월 15일 광복을 불과 여섯 달 남겨놓고 말이다. 암울한 일제강점기 시대, 창씨개명령이 시행되고 어수선한 시국을 살아가면서 답답함, 절망, 부끄러움, 슬픔의 마음들까지도 시를 통해 드러내었다. 내가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 중 하나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익히 보았던 시들과 ‘윤동주’란 이름이 친숙하였기 때문이었고 한편으로는 어린이를 위한 도서라 하기에 조금은 쉽게 보지 않았었나 싶다. 하지만 읽으면서 나의 무지함에 부끄러워졌다. 단순히 시인과 시, 그 이상도 이하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늘 독립을 갈망하며 뜨거운 마음을 품고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으려 애쓴 시인이자 독립열사 청년의 일대기에 마음이 뜨거워졌다가 안타까웠다가하며 널뛰었다.
무력으로 대항하고 몸소 움직인 독립운동은 아닐지라도 일본어 사용을 강요하던 그 시절 우리나라, 우리민족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순수 한글로 시를 써내려 간 그의 마음은 어떤 독립투사보다 묵직하고 올곧아 보였다. 책에 실린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어릴 적 쓴 단순하고 서정적인 시들에 비해 뒤 편으로 갈수록 절실한 목소리로 감정을 억누르며 시대를, 그리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느껴졌다. 몸을 던져 싸운 독립투사들이 죽어갈 때 시만 쓰고 있는 용기없는 자신의 상황을 부끄러워 하면서도 윤동주 시인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본인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후대 우리들 마음까지도 움직이게 하는 영향력을 남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책 75페이지에 실린‘팔복’이란 시가 나는 개인적으로 여운이 오래 갔다. 마태복음을 인용한 시라고 하는데‘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란 구절만 8번 반복하면서 어떠한 구원이라도 간절히 바라는 듯 보였지만 마지막 행에서‘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란 구절을 보니 어떤 변화도 없이 아무런 구원도 받지 못한 슬픈 현실을 말하는 것 같아 윤동주 시인의 고통스런 마음까지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였다. 절필 이후 처음 쓴 시여서 그런지 그간 억눌러온 마음을 단 9행의 시에 토해낸 것 같아서 애달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연한 의지로 묵묵히 시를 써 내려간 그가 1943년 7월 ‘조선인 학생 민족주의 그룹 사건’이라는 명칭 아래 체포되어 고초를 겪다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원인모를 주사를 맞으며 2월 사망에 이르고 만다. 일명 ‘마루타’라고 불리우는 ‘인체생체실험’으로 인해 죽음으로 이르게 된 것인 듯 하나 사건을 일으킨 자들이 입을 열지 않으니 비통하기 이를 데 없다. 나는 책보다 먼저 애청하는 프로그램 ‘꼬꼬무’에서 윤동주 시인 편을 시청했었는데 전쟁이 계속되면서 수혈용 혈액이 부족했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수용자들에게 바닷물을 강제 주입하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해수 속 세균으로 인한 감염으로 뇌일현이라는 사인이 결국 죽음까지 몰고 간 것이라고 하였다. 이리 허망한 죽음이라니 말도 안되었다. 117쪽 윤동주 시인의 장례식 사진 속 입술을 꽉 물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대신 말해주고 있다. 슬픔을 넘어서서 분노까지 고스란히 그들 표정 속에 담겨있으니 말이다.
아픔과 고통을 이겨내며 저항시인으로 27여년의 삶을 살고 간 그가 죽음 뒤에는 편안함에 이르렀을까? 책 속에 삽입된 사진마다 온화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들을 보자니 그가 좀더 살았다면 그토록 기다린 광복을 맞이하며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을 것 같다. 하지만 죽고 나서도 그는 동북공정 대상에 포함되었다고 하여 나는 바이두닷컴에 들어가서 윤동주 이름을 직접 검색하여 보았다. 국적이 중국으로 표기되어 있고 그를 ‘중국조선족애국시인’이라고 한다. 중국 길림성 용정시 명동촌 출생은 분명하나 윤동주 시인의 ‘파평 윤씨’는 경기도 파주시를 본관으로 하는 우리나라 성씨고 조선 국적을 버리고 중국 국적을 선택한 ‘조선족’이란 명칭은 1953년부터 시작하였기에 그는 절대로 중국인도 조선족도 아닌 것이다. 순수 한글로만 시를 지어왔던 그가 어떻게 중국인의 범주에 들어간 것일까? 뿐만 아니라 명동촌 윤동주 시인의 생가에도 중국조선족애국시인이란 표지석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욱하는 마음이 올라온다. 왜곡이 시정되어서 살아생전 온화했던 그의 미소가 저 먼 곳에서도 이어지길 바래본다.
함께 나누어요.
여러분들은 윤동주의 시 중에서 마음을 울리는 시가 있나요?
첫댓글 발제 준비하느라,
진행하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헤헷, 수고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