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토론문)
문학과 과학의 상생에 대한 방법론
김송배(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오늘 제52회 한국문인협회가 주최하는 한국문학 심포지엄(주제 : 문학과 과학의 생생)에서 ‘문학과 과학이 만나는 자리’라는 주제를 발표하신 우한용 교수님께 먼저 감사를 드리고 우리 참석 회원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지향점으로서 좋은 지침이었음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우한용 교수님은 발표문에서 ‘자연과학과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소통과 조화를 통해 인간의 가치구현을 위한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서 이러한 모임의 일차적인 의미가 있다’는 요지로 오늘 이 심포지엄의 개최 의미를 먼저 설정라고 한 언지도 매우 고무적이면서 앞으로 전개해야 할 문학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 교수님은 만해 한용운의 작품「알 수 없어요」에서는 ‘자연현상 가운데 존재하는 것들’과 ‘물리현상에 속하는 것들’, ‘인간의 몸과 연관된 사물들’ 그리고 ‘언어로 된 예술(시)’과의 상관성을 잘 살펴주셨고 ‘여기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물리현상을 비롯해서 자연사물은 물론 인간과 연관된 사물, 인간의 창조물인 예술품 등 다양하게’ 전개되어 있음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가람 이병기의 작품「별」과 미당 서정주의「韓國星史略」에서 예시한 ‘별’은 ‘전체적으로 별은 역사의 진전 과정에서 이념적 변화의 궤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은유적 매체에 해당한다. 그래서 천문학적으로 어떤 특별한 별을 지칭하는 것일 수는 없다. 다만 인간이 만들어가는 역사를 인간과 우주의 연관 속에서 고찰하게 하는 매개역을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별을 매개로 인간과 역사와 우주를 사색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은 시인의 탁월한 상상력이 아니면 안된다. 천문학에서 다루는 별이 시에서는 인간과 우주의 교감을 이루어내는 매개역을 한다는 점, 과학자들이 이해하는 데서 과학은 시적 상상력을 한편에 이끌어 들일 수 있을 것이다.‘라는 논지로 전개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교수님께서는 ‘과학자의 시적 에스프리를 일구어내야 하고 시인의 분석적 시각과 진리에 대한 열정이 세계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길을 터주게 되고 세계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시인의 상상력을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고양시켜 주기 때문에 시와 과학이, 문학과 과학이 어떻게 수행하는가를 고찰하고 이 둘이 서로를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지하는 일이 우리들의 과업이’라는 명쾌한 논지를 피력하였습니다. 그리고 우 교수님께서는 국어교육과 교수이시면서 월간문학에 소설로 등단하여 많은 소설작품집을 펴냈습니다. 아직까지 잘 읽어본 바는 없지만「생명의 노래」「시칠리아의 도마뱀」「불바람」등의 작품 제목에서 어쩐지 스스로 흡인될 수 있는 과학적인 이미지가 특이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편 오래전에 서울대에서 지구과학 교수로 퇴임한 안희수 시인이 펴낸 시집 『우주의 고도에서』가 있는데 본인이 시집 해설을 쓰면서 오늘과 같은 우리 시와 지구과학과 접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본 일이 있습니다.
깜깜한 밤에 / 밝은 태양을 생각한다 / 먼 우주 공간에서 / 허공에 뜬 지구를 바라본다 / 천만 겁으로 얽힌 인연 속에서 / 금생의 나를 생각한다 / 지금 이곳에서 / 매트릭스에 갇힌 / 나를 느낀다 / 저 아득한 곳 / 블랙홀로 이어진 / 또 다른 우주에서 / 음양으로 맺어진 내가 / 광속보다 빠른 영감으로 / 또 다른 나에게 / 따뜻한 마음을 보낸다 / 안부를 전한다.
그는 작품 「또 다른 나에게」전문에서 그가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이미지로 그가 지구과학자답게 이미 지구과학과 우리 시를 연결시켜서 많은 창작을 하였다는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분명히 안희수 시인은 이처럼 ‘또 다른 나에게’ 새롭게 창출해낸 시적 사유를 통해서 존재를 재확인하게 되는 것은 물론, ‘따뜻한 마음’과 ‘안부를 전’하는 등 자아 인식에서 있어서 차원 높은 교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신의 흔적은 그의 고뇌스런 소재 선택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도 동일한 발상과 그의 지향점인 존재의 명징성을 분사하고 있습니다.
작은 행성의 아늑함 속에서 / 행복한 인간들이여 / 눈을 들어 먼 우주를 보라 // 햇빛 찬란한 봄날에도 / 수백 킬로미터 상공에는 / 캄캄한 허공 속에 / 무섭게 번쩍이는 별들이 / 너의 작은 몸뚱이를 삼켜버릴 듯하고 / 안드로메다 성운이 굉음을 내고 있다 // 티끌 같은 이 별 / 미덥지 못해도 / 다른 곳을 찾아갈 수도 없구나.
그는 다시 작품「하나뿐인 지구」전문에서도 ‘우주를 보라’는 이미지가 부제로 붙은 ‘하나뿐인 지구’가 ‘티끌 같은 이 별’로 형상화 되었을 때 현실 속의 ‘나’라는 존재가 한낱 미물임을 자인하고 더욱 광활한 이상향을 ‘찾아갈 수도 없’는 고뇌의 요소가 비등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우주의 고도(孤島)’는 어디인가. 아마도 그곳은 ‘캄캄한 허공’과 ‘저 억만 겁 세월’로 공간과 시간이 교합하는 지점일 것입니다. 그가 갈구하는 그 ‘고도’, 거기야말로 신천지의 꿈이며 지구에서도 分化된 개척의 인내가 충만된 시의 세계가 아닐까 하고 유추하게 됩니다. 그는 이처럼 작품「우주의 한 모퉁이에서」「별똥별」「달나라 떡방아」「남십자성」「화성의 표면을 걷다」「다음은 어느 별에서」「석양의 말」등 지구과학과 시의 접점에서 ‘상호 보족적 작용’으로 그가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본인의 잡론이 너무 장황하였습니다만, 이러한 과학적인 시적 모티브나 테에마는 이 지구과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생명과학 나아서는 기계공학과 더불어 물리 화학분야까지도 동화하거나 투사하는 방식으로 접목되어서 우리 문학이 새로운 정서와 사유의 현장으로 소통하는 지향점을 탐색해야 한다는 소견입니다. 우 교수님께서는 오늘 발제하신 내용 이외에도 다른 논제로 문학과 과학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론에 대하여 구상한 것이 있거나 지금까지 창작 및 발표된 직접 사례가 있으면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토론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7.20. 백담사 만해마을에서 열린 한국문인협회 심포지엄 지절토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