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민족독립운동 보고서

제주 4,3 민족독립운동 보고서   칼바람을 맞으며 시뻘겋게 피어 섬을 덮던 동백은 지고 화려한 봄꽃이 완연한 4월이 왔다. 섬 곳곳을 가보아도 한껏 제멋을 뽐내는 꽃의 뒤엔 제주 섬의 과거가 붉게 물들어 아프다.   곤 밥(흰쌀밥)을 먹는 그때, 할머니의 첫 남편과 자식들의 제사를 모시는 즘에는 온 동네가 제사집이 아닌 곳이 없었다. 내가 아는 4.3은 그저 먹을게 풍족하지 않은 그 시절에 흰쌀밥에 고기반찬을 먹을 수 있었던 한때였기만 하였다. 그 가난한 시절엔 그저 곤 밥(흰쌀밥)에 고기반찬 얻어먹을 생각에 지꺼지기만(행복하기만) 하였는데 어찌나 철이 없던 생각이었는지, 할머니의 그리고 그 많은 알지 못하는 희생자들의 눈물의 밥이었음을 그땐 모르고 참 달다 하였다.   20년 전만 하여도 외할머니가 살아계셔서 이때쯤, 아니 늘 이리저리 아프니, 아프신 과거얘기를 하셨다. 그때는 그 말들이 그저 할머니세대에 모두 겪은 전염병을 앓은 거 마냥 듣고 말았다. 그 이면에 추악한 정치의 한 단면까지 읽어내기엔 난 너무 어렸고 무지하였으며 그저 알아서 좋을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이였던 나에게 할머니는 나만할 때 시집을 가서 아들 둘을 낳았지만 4.3폭동으로 남편도 두 아이도 잃었다고 하였다. 먹고 살기 힘들어 근근이 목숨을 붙여 살려고 지금의 외가댁에 첩으로 들어가 아들하나, 딸 둘을 낳아, 그야말로 지금은 없는 천민생활을 하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첩은 사람도 아니고 제대로 대우도 못 받고 천덕꾸러기 마냥 사신 것이다. 그것이 우리 할머니 잘못인가, 할아버지 잘못인가, 누구의 잘못도 아닌 시대를 잘못 태어나 그 시대에 하필 4.3폭동을 맞으신 것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빨갱이소굴이라고 이름 지어진 중 산간 가시리에 할머니의 터전이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세 아이를 그리고 큰댁에서 일곱을 줄줄이 낳아놓고 떠나가 버리니 오롯이 그 삶은 할머니 몫이었다. 그때는 모다 어느 집이라고 편히 세끼 밥 먹고 살지 못했다고 하였는데 할머니는 그리 고생만 하고 자식들도 모다 편하게 자리 잡고 사는걸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아니 지금처럼 4.3희생자 들을 위한, 모든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가슴에 자식과 남편을 끔찍한 세상을 묻고 사시다가 편히 살아보시지도 못하고 가셨는데 그전에 그런 저런 모든 한들을 풀어 드리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가슴 아프다. 그리고 그리 인자하고 착한 우리 할머니 밑에서 자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말씀도 채 못하고 보내 드린 게 맘이 짠하다.  살면서 나또한 그리 편편한 삶을 살지 못하였어도 그때 할머니께 받은 큰 사랑이 이렇게 긍정적이면서 용감무쌍히 나이 들어가는 손주를 보시면 한편으로 대견하다 하지 않으실까?   “아고 내 사과똥맥이(사과처럼 볼이 빨갛다고 할머니가 부르던 내 별명)!! 아꼬운, 세상에서 젤로 착한 내 강생이” 하셨는데 그래서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 착한 아이로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결국 폭도로 몰려 죽게 될 남편을 숨겨 주려다 할머니도 모진 고문으로 다리에 큰 상처까지 입었는데 그땐 그냥 죽는 게 쉬울 거 닮았다고 하시던 말씀도 생각난다. 이제야 4.3 특집방송도 보고 인터뷰도 보고 나니 그때 얼마나 무섭고 힘들게 세월을 사셨으면서도 어찌 그리 고운 마음으로 손주까지 키워내셨을까 생각하니 감사하고 감사하다.  오늘은 원래에는 오후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오전에 4.3 위령제를 보러갈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아버지 병원 외래가 잡혀서 아침 일찍부터 병원으로 촌으로 왔다 갔다 하는데 마침 일이 이리 되었으니 오가면서 4.3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아버지의 증언 - 그때, 매일 밤마다 궐을 섰쥬(당번을 정해서 마을을 지키는 일들을 어려도 사람이 없어서 하셨다고 하셨다.) 낮이나 밤이나 군인들이 드나들며 사람들을 잡아가서  오소록한 (어둡고 잘 안 보이는)  숲에 굴을 파고 나뭇가지 같은 거 덮어놓고 숨어있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그때 청년회장 같은걸 해가지고 신산리에 있는 경찰서에 잡혀가선 거의 초 구검이 돼서 돌아오셨지만 얼마 못사시고 돌아가셨다고 하셨다. 그리고 앞집 삼촌네 삼형제는 그때 마을리장하고 사이가 안 좋은 바람에 남로당이라고 고발이 들어가서 그 자리에서 총살당하고 그때는 믿을 놈도 없고 어찌 살아있기만 하여도 다행이었는데 그래도 삼달리엔 피해가 덜한 편이었다고 하셨다. 그때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던 성이 있어서 다행히 피해 다닐 곳이 있었다고 하셨다. 그 성들이 흔적도 없어서 난 우리 동네에 성이 있었던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다. 삼달리를 지나는 길이 험해서 마을 피해가 덜했었다고, 그래서 삼달리의 옛 지명이 와갱이었다. (거북이등껍질을 뒤집어 놓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지어진 지명이다)  어머니의 증언- 어머니는 그때 태어나서 외할머니께 들은 이야기가 전부셨는데 내가 기억하는 이야기에 보태자면 할머니의 첫 남편은 군인들이 끌고 가서 행방불명이 되었고 아들 중  한명은 증조할머니가 데리고 산에 갔다 굶어죽었는데 그때 그걸 보고 전해주신분이 애기가 죽은 할머니 젖을 물고 죽었더라고 전했다고 했다. 또 한명은 할머니가 데리고 다니다가 결국 굶어 죽었다.  그리고 몰랐지만 외할아버지도 결국엔 4.3때 끌려가 고문으로 고생하시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고 하셨다.  그 외에도 많은 얘기들을 하면서 그때는 왜 죽었는지 왜 끌려갔는지도 모르고 그리 당했는데 이렇게 좋은 세상 사는데도 그때만 생각하면 무섭다고 하셨다. 그러면 4.3은 왜 일어났나? 4.3유족회지 6회 양종훈의 기고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해방이 되자 제주도에는 귀환 인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일제는 조선 전체에서 값싼 노동 인력을 뽑아 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노동력시장’으로 제주도를 선택했다. 그리고 1920년대부터 제주~오사카 간 직항로를 개설, 여러 척의 정기여객선을 운항시켰다. 그들이 45년 ~46년 사이에 귀환한 것인데, 그 숫자는 자그마치 6만 명에 이르렀다. 인구 변동률25%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그러나 해방으로 부풀었던 기대감은 얼마 없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6만 명에 이르는 귀환 인구의 실직 난, 생필품 부족, 콜레라 등. 대흉년과 미곡 정책의 실패 등 악재가 겹쳤다. 특히 일제 경찰의 군정 경찰로서의 변신, 밀수품 단속을 빙자한 군정 관리들의 모리행위 등이 민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47년 3.1절 발포사건에서 일반 관람군중에 발포한 게 제주도민을 격분시킨 것이다. 미군정은 이때부터 제주도를 ‘붉은 섬’으로 보고 외부 물리력을 끌어들여 무력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1948년에 이르러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이 개입한 가운데 통일국가로 가느냐, 분단국가로 가느냐는 문제를 놓고 여론이 들끓었다. 그해 5월 10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제헌의원 총선거에서 제주도에서는 과반수 미달의 보이콧으로 선거가 무효 처리되었다. 제주도는 남한지역 내의 유일한 5.10 단선 거부 지역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그러나 단독선거를 추진해온 미군정에게는 그들의 정책을 거부한 제주도가 눈엣 가시 같은 지역이 되고 말았다. 유혈의 사태는 여기서부터 태동되었다.   과연 4.3사건이라는 것이 발발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가 조성윤 교수님이 4.3을 말씀하시면서 ‘한사회가 인권을 얼마나 보장하는가?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4.3사건이라고 불리는 이것을 과연 우리는 제대로 부르고 있는가?’ 하셨던 게 떠오르면서 나는 어떤 방향으로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인가를 생각하였다.   2003년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가 정부에서 나왔지만 아직도 4.3 특별법은 개정도 못하고 국회에 묶여 있으니 국회는 이것이 더 들어나길 원하지 않는가? 누구의 눈치를 보는가? 아니면 그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하는가?   스탠리코언의 ‘잔인한 국가 외면하는 군중’에서 사람들은 흔히 누군가가 고통 받는 현실을 아예 모른척하거나 이미 아는 사실임에도 미처 몰랐다는 식으로 반응한다. 아니면 정보 자체는 의식에 ‘등재’하지만 의미는 무시해버린다. 사태를 편리하게 합리화하여 자기 행동을 해명해버린다. 그는 이런 현상을 ‘부인’이라고 하였는데 현재 국가는 국회는 우리는 모두 부인병에 걸린 건 아닐까? 사회적 집단 기억상실에 걸린 것처럼 우리 모두 방관자적으로 4.3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오늘 MBC에서 방송된 4.3 수형인 재심관련  “희춘”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같이 울고 같이 화내고 그들이 과연 무슨 잘못을 하였기에 세대에 걸쳐 전과자가 되었으며 그 후세대조차도 말 못할 고통에 내몰았어야 했나? 과연 일본인들에게 우리가 욕을 할 자격이 있나? 하는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며 보았다.   제주 4.3 항쟁이 올해로 71주년을 맞아 여러 편의 다큐를 접하게 되면서 나는 4.3을 “제주 4.3 민족독립운동”이라고 부른 고우삼선생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제부터 그렇게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당시 제주인의 10프로나 되는 3만 명 이상이 죽었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희생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그것이 결론적으로 봤을 때 3.1운동과 마찬가지로 민족해방운동으로서 남북으로 나누려는 미군과 정권을 장악하려는 권력투쟁의 음모에 의한 희생이었다고 본다. 그때는 우리가 무지 몽매한 시민이어서 그렇게 당했지만 과연 현재 우리가 그런 일을 다시 안 당한다고 볼 수 있나?   멀리 갈 것도 없다. 북미 관계 속에 우리나라의 처지만 봐도 아니 사드 때도 그리고 북한에서 미사일을 한방 쏘기만 하여도 우리나라는 정말 온갖 주변국 뿐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관련된 수많은 나라의 이익에 의해 좌지우지 그야말로 좌불안석의 모양새다. 정말 힘없는 우리처지를 바라보고 있자면 한숨만 쏟아진다. 1948년의 그때나 지금 2019년의 봄! 지금이나 달라진 게 난 그저 소득수준이 높아져서 먹고 사는 게 좀 나아져 보이는 것 말고는 전혀 달라질게 없다고 본다. 우리가 북한을 통일하는 게 아니라 북한이 우리를 통일을 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모양이 현재 우리나라의 처지란 생각이 든다. 그러니 앞으로 4.3과 같은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거니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말도 안 되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일어나지만 근대 안에 멀리로는 유럽의 유대인 박해라든지 이라크내전, 보스니아 사태, 가까운 중국이 티벳에 저지르는 많은 일들에도 강대국의 눈치를 보는 많은 국제사회가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난 정말 우리가 겪었던 가까운 과거의 빚부터 청산하고 정리하고 되돌릴 건 되돌리고 그리고 나서 우리가 그런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우리의 힘을 길러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우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혹은 보고 싶지 않다고 외면하면서 과거를 묻어서 앞으로는 선진사회를 만들어야한다고 외치는 것은 모래위에 성을 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주도민으로서 47년을 살아가면서 71주년을 맞은 제주 4.3민족 독립운동을 이제까지 방관자 입장에서만 바라보았다니 내 무지몽매함이 너무 부끄럽다.   정녕 현재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렇듯 4.3은 나에게 풀지 못한 숙제 같은 것이다. 아직도 그 실체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제대로 알아야 할 일이 분명하고 후세에 알려 우리가 모르고 외세에 휩쓸리고 혹시라도 우리 일을 방관하면 이렇게 엄청난 일을 당하고도 그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우리 안에 적대심에 서로 상처만을 줄 뿐이다. 방관자가 아닌 나의 일로써 4.3에 대하여 진상을 밝히는 것은 물론 선행과제이고 이것을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휘둘리는 매개가 아닌 역사의 한 단계를 잘 정리하고 마무리 하며 앞으로의 우리의 과제를 차근차근 해결해가야 하는 게 맞다.    일부러 시간 내어 4.3 평화공원 전시관을 둘러본 시간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사진과 영상 속에서 할머니의 할아버지의 동네 삼촌들의 아픈 소리들이 들리고 만져지고 느껴졌다. 처음 평화공원이 만들어졌을 때 아이들 데리고 소풍을 왔던 생각을 하면서 의식이, 아는 것이,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인다던데 내가 딱 그만큼 보았던 것이다. 지금 애써 알려고 보니 나름 보인다. 그래서 다행이다 보다 그저 부끄럽고 안타깝고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았다. 봄이 시작되었으나 미세먼지가, 곳곳에서 산불이 천재지변이 일어나고 있다. 그렇지만 4.3은 천재지변이 아니었으니 우리는 그것을 대비하고 해결해야 하리라. 이렇게 마무리 안 된 채로 마무리를 하면서 내가 내년의 4.3을 어떻게 맞을지를 생각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