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생각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대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저희 가게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섬짓해 집니다. 상대방의 생각보다는 내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자존심이란 씨앗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작은 오해로 며칠을 고민하게 되었던 것임을 깨닫고 나의 어리석음에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가게를 하면서 생활하는데 지금의 가게에서 8년이나 주인댁과 아무 일 없이 살게 되었고 저희 부부는 열심히 생활한 덕에 아파트를 사게 되었습니다.
아파트로 이사한 지 2년이 되었지만 내 집 장만하고 생활하는 마음의 풍요로움에 근검절약이 몸에 배인 저희 부부는 30분 거리의 집과 가게를 왔다갔다 하면서도 피곤한 줄 모르고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작은 오해로 하마터면 가게를 옮기게 될 뻔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요즈음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이유로 저와 아무런 상의 한마디 없이 남편이 일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남편이 주인 아저씨와 가게 임대료에 대해 얘기를 나누던 중 임대료를 내려줄 수 없으면 가게를 빼달라고 대책없이 말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저와 남편간에 충분한 상의 뒤에 남편이 결정한 것으로 알고 가게를 빼려고 복덕방에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놀라서 온몸에 힘이 빠지며 잠을 자지도 못하고 밥을 먹을 수도 없을 정도로 아무런 의욕이 없었습니다.
무엇에 그리도 집착을 하여 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저는 의욕 없이 맥이 탁 풀어져서 정신없이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며 '관세음보살님 도와주세요. 저는 절대 가게를 옮길 수가 없습니다.' 하면서 기도를 하였습니다. 남편한테 다시 한번 주인아저씨와 충분한 대화를 나눈 다음 결정지으라고 애원하다시피 하였지만 남편의 마음은 자존심 때문인지 단호했습니다.
순간 저는 '부처님 제가 무슨 지은 업이 많아서 갑자기 이렇게 큰 고통을 당해야 합니까. 제가 지은 업이라면 어떠한 고통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이겠습니다.'라며 참회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관세음보살님께 매달렸습니다.
관세음보살님!
관세음보살님께서 저를 외면하시지 않으신다면 저좀 도와주세요.
저는 혼자서 간절히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드리다 너무나 답답한 마음에 길이 있으리란 믿음으로 제가 어려움이 있을 때 어떻게 기도하라 하시며 도움을 주시는 스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니 스님은 "걱정하지 말고 한 사람이 뒤로 한발 물러서서 다시 한번 잘 얘기해보고 기도를 열심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스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어 남편과 주인아저씨를 위해 아침, 저녁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세음보살님께 일심으로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게 '변하지 않는 주인 아저씨와 남편의 팽팽한 자존심의 신경전을 내가 대화로써 풀어보자.' 하고 주인아저씨께 말씀드렸습니다.
아저씨의 속마음은 먼저 대화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의 말씀은 제 걱정과 달리 제 생각도 남편생각과 같은 줄 알고 가게를 빼려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에요 아저씨! 저는 여기서 가게를 하고 싶습니다." 하였더니 아저씨의 대답은 제 걱정과는 달리 내 보내지 않겠다고 하였습니다.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 대화로써 상대의 작은 오해가 풀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팽팽하던 남편의 마음도 순순히 풀어지며 그냥 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혹시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망설이던 제 자신의 어리석음에 쓴웃음이 납니다. 혹시 주인 아저씨가 먼저 제가 살게 해달라고 해주길 원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생각도 해 봅니다.
저의 간절한 기도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관세음보살님의 가피가 없었고 제 마음을 털어놓는 대화가 없었다면 저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가게 얻는다고 노심초사했겠지요.
이번 일로 저는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나만을 내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고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보다는 내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는 불자가 되겠습니다'라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