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문화연구회>
2022년 4번째 답사
언제:4월 7일 목요일
장소:금산 신안사 용강서원 청풍서원
나주 벼룻길
회비:3만(자체결산)
참석자:이세희 반경호 이가경 이유인 이혜순 (가나다순)+게스트1명
회비잔액:125000원ㅡ59460=65540원
《상화賞花ㅡ꽃놀이 가다》
봄은 역시 꽃이다
살속을 파고들던 찬바람이 아직 기세를 떨구기도 전
흔들리는 바람에 성질 급한 녀석들 부터 하나 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더니
바람끝이 무뎌지고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는 어느날
돌아보면 온세상이 봄꽃 천지다
누가 먼저 시작했을까?
기특한 녀석들
동백
너부터였니?
매화
니가 먼저였어?
노루귀 바람꽃 복수초
너희들이 먼저였던 거야?
오래전 내가 어린 아이였을적에는
냇가에 노란 개나리가 먼저 인사를 건네고
먼산에 진달래도 피어나고 그러다 벚꽃이 피고 목련도 피고
그렇게 차례를 지켜 순서대로 피어나던 녀석들이 언젠가부터 다투어 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봄꽃을 찾아 떠난다
서둘러야한다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했을까?
사람 사는거 크게 다르지 않아 옛사람들도
봄이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꽃구경을 떠났다
꽃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리고 준비해간 술과 음식에 취해
거나하게 취기가 오르면 어떤이는 시를 짓고 어떤이는 노래를 하고
또 어떤이는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다 사그라들지 않은 여운이 남아 집에 돌아가서
그날의 일을 글로 기록하기도 하고 그림으로 남기기도 하였다
궁궐이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국조보감國朝寶鑑》에는
중종 때에 경회루 아래에서 상화연賞花宴을 열었다는 기록이 있고
정조는 창덕궁 북원(후원)의 연못에서 꽃놀이를 하면서
낚시를 즐기는 상화조어연賞花釣魚宴을 열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래 궁에서 꽃놀이는 당연히 창덕궁이 최고였겠지
그럼 궁밖에서는 사람들이 어디로 꽃놀이를 갔을까?
지금 서울에서는 여의도 윤중로 벚꽃을 비롯하여 여기저기 벚꽃구경이 최고다
지방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기록속의 꽃놀이 명소는 지금과 조금 다르다
우선 필운대의 꽃놀이가 유명하다
필운대 아래쪽 마을이 행촌인데 살구마을이란 뜻이다
봄날 화사하게 피어난 살구꽃을 보러 사람들이 필운대로 다투어 올랐다
겸재가 그린 <필운상화> 그림 속 분홍색이 모두 살구꽃인 셈이다
높은 언덕에 모여 앉아 시회詩會라도 열었겠지?
겸재보다 조금 후대의 사람인 송월헌松月軒 임득명林得明의 등고상화登高賞花도 필운대의 시회를 그린 그림이다
맑고 상쾌한 화풍 덕분에 그림만 보고도 기분이 좋아진다
신윤복의 그림에서는 여인이 머리에 진달래를 꽂았다
바위 위의 분홍 진달래도 봄소식을 전한다
분홍 진달래
머리에도 꽂고 눈으로 즐기고 화전 곱게 부쳐 입안에 넣으면
세상이 진달래빛이다
진달래가 필 때 열었던 유명한 상화연 겸 시회도 있다
안동에서는 농암 이현보와 퇴계 이황을 중심으로 월란척촉회가 열렸다
월란사에서 진달래 필 때 꽃놀이 겸 시회를 통해 우의를 돈독하게 다졌다니
아름다운 꽃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이어주는 가교역할도 한다
성북동의 복숭아꽃도 유명하고 동대문의 버들도 봄나들이에 한몫 거들었단다
그런데 요즘은 벚꽃이 대세다
왜일까?
여의도의 벚꽃이야 창경궁에 일본인들이 심어 놓은 것을 옮겨 심은 거고
또 일부는 해방후에 우리나라 가로수를 심을 때
재일동포들이 가난하고 헐벗은 조국 땅에 묘목을 기증했는데
벚나무 묘목이 값이 싸서 주로 벚나무 묘목을 많이 기증했다고도 한다
다른 지역의 꽃들도 그렇게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심은 것들도 많겠지?
그런데 백년이 넘은 고목들도 더러 있는 걸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뭐 꽃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
예쁜 꽃을 보며 예쁜 마음을 키워가면 되지 않을까?
그러니 떠나보자
<금산>
천안에서 일행이 다 모였다
휴게소에 들렀더니 금산은 터미널부터 다르다
이 녀석은 아침부터 옷도 안 입고 섹시게 앉아있다
차창 밖은 온통 인삼밭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꽃이 안피었지?
분명 서울보다 남쪽인데....
남녘엔 꽃들이 진다고 했었는데....
오늘 적당한 날을 잡아 최고의 꽃구경을 시켜주고 싶어 벼르고 벼른 이세희 선생님의 마음에 구름이 낀다
일주문도 불이문도 사천왕문도 없이 돌로된 표지석 하나
그리고 돌탑하나 덩그러니 서 있는 이 곳은 신안사身安寺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사찰의 모습
말 안 해도 왜 이곳에 왔는지 다 알겠는데 이선생님은 또 애가 탄다
이런 저런 문들은 없어도 이렇게 범상치 않게 생긴 바위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말없이 다가오는 편안함에 기분이 좋아진다
계단과축대와 고목이 이 절집의 이력이 심상치 않다고 말해준다
무염이 창건했다고도하고 자장이 창건했다고도하는데
증명할 수 없으니 그냥 아주 오래된 절집이라고만 해두자
그런데 이 절의 뒷산 너머에 영국사가 있다
그 곳에 있던 경순왕이 이절에 와서 심신이 편안하다고해서
신안사라고했다는데 신빙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이 편안해지는건 확실하다
눈에 힘주고 쳐다보는이 없고
오고가는 이도 거의 없어 오롯이 내것인양 편안하다
법당에서 사진을 찍어도 뭐라고 하는 이가 없다
무엇보다 이 집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여 더 편안하다
벚꽃피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사진 찍기 좋으라고
아직 연등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그 마음씀 덕분에
이곳은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 신안사이다
계단을 올라 울퉁불퉁 고목이 된 벚나무를 지나니
극락전 앞에 7층 석탑이 멋지게 서 있다
상층부는 밝은 색인데 하층부는 어두운 색이다
두 기의 탑을 하나로 만든 것일까?
그렇기에는 옥개석의 모양도 크기도 너무 일관성이 있다
현대에 보수한 건가?
안내판이 없다
전문가도 아니고 전공할 것도 아닌데 뭐
그냥 저 늘신한 모양을 한 탑의 상승감이 기분 좋다
안에 계시는 부처님도 좋으실거야
그렇겠지?
탑 앞에 입구쪽으로 배례석이 있다
이 절에 오거든 이 탑에 먼저 인사하고 부처님을 뵈러가라는 뜻인가?
그런데 이 배례석도 이상하다
원래부터 배례석이 아니라 탑이나 석등의 부재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확인할 길이 없다
일층 탑신석 아래에 연꽃무늬탑신받침(기단석인가?)의 무늬가
단정하고 수수한게 두드러지게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예쁘다
요즘 아이들이 보면 하트무늬라고 하겠지?
그 아래 사다리꼴 모양의 민흘림 기단석에도 뚜렷하지는 않지만 십자모양의 무늬가 있다
그런데 모서리가 깨어져있다
옥개석도 깨어져 있다
세월탓이겠지?
일층과 꼭대기층을 제외하고 옥개석의 크기는 거의 같은데
탑신석의 크기를 층수가 올라갈수록 작게 만들어 묘하게 상승감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거기다 사다리꼴 모양의 기단석도 상승감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극락전 앞에 서서 탑과 벚나무를 바라본다
갑자기 시그러운 소리로 요란하다
내 마음속에서 팝콘이 터지듯 저 수없이 많은 꽃봉우리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눈이 부셨다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세상이 더욱 환해졌다
이 절은 연등을 안달아도 되겠다
꽃들이 피면 그 환한 눈부심에 달이 뜨지 않아도 세상이 환할테니까
그래도 못내 아쉬운지 이선생님은 다음주에 가족과 다녀가라신다
아니예요
넘치게 충분히 느끼고 즐기고 있습니다
법당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라며 온몸으로 반기신다
나무로 뼈대를 만들고 흙으로 살을 붙여 만든 목심소조불이라는데
개금(금박을 입힘)을 해서 불상의 소재를 알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철불이 아닌 것은 알겠다
부처님과 눈을 맞추고 고개를 드니 더 기분이 좋다
부처님 뒤에 모신 탱화가 예사롭지않다
혹시 아쉬울까봐 모란도 연꽃도 예쁘게 피었다
대광전 활짝 열어젖힌 문너머로 인사를하고 돌아서는데
이 검둥이녀석이 심하게 시끄럽게 손님을 바라보는데
흰둥이 녀석은 무심히게 별 유난을 떤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
3천명이나 수용했었다는 이 절의 역사는 파편으로 남아 구석에서 뒹굴고 있다
625때 별로 거의 타버렸다고 한다
이리보고 또 저리보고 왔다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가는데
담장밑에서 수선화가 잘가라고 손을 흔든다
다리 건너기전 승탑도 찾아보고 이제는 정말로 신안사와 이별을 한다
신안사를 떠나 도착한 이 곳
산꽃순례길
벚꽃은 아직이다
언덕을 올라 보이네요 정자를 지난다
멀리 서대산도 보이고
벚꽃대신 소나무 사이사이로 진달래가 곱다
금강에서 직접 고기를 잡는 어부가 한다는 식당에 갔다
티비에도 나와 유명해진 곳이라는데 어죽도 도리뱅뱅이도 민물새우튀김도 다 맛있다
평소 음식사진을 찍지 않아 잊고 있다가 뒤늦게 도리뱅뱅이라도 찍어보았다
바삭하니 맛있게 잘 튀겨졌다
밥을 먹고 근처의 용강서원으로 갔다
보통 서원을 복원할 때 사당을 먼저 복원하는데 이 곳은 사당은 복원하지 않았다
숭문당의 글씨는 어째 예전 고교시절 남학생들의 모자에 붙은 글씨가 생각난다
서원앞으로 시원한 강이 흐르고 봄에 물오른 수양버들이 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왠지 여기서 공부를 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만 들뜨는게 꼭 봄때문만은 아닌것 같다
매화는 지고 벚꽃은 아직 피지 않은 곳에
민들레 제비꽃 무스카리 명자나무꽃 수선화 꽃다지 광대나물 등
봄꽃이 다투어 피고 있었다
왜 봄나들이를 가는지 알 것 같다
왜 궂이 봄꽃을 보러 떠나는지도 알 것 같다
겨우내 얼어붙은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고
마음속 머리속 기지개를 켜고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여 자연을 느끼고
우주와 보조를 맞추는 새로운 시작을 하기 위함은 아닐까?
호연지기가 뭔지도 조금은 알것도 같다
※청풍서원도 무주 벼룻길도 너무 좋았습니다
기회되면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앞섬·뒷섬' 산속 섬마을.. 물돌이 강변 따라 봄소풍 가는 길 [자박자박 소읍탐방]
https://news.v.daum.net/v/20220406043047426
- https://news.v.daum.net/v/20220406043047426
이가경 서울64
후기가 늦었습니다
내용이 길기도 하네요
3번이나 날려먹고 이제 막 끝냈습니다
황보명숙
@이가경 서울64
저도 다 쓰고 몇번 날려 먹었었는데...그 황당하고 막막한 맘 이해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가경 서울64
@황보명숙
그니까요
정말 기가 막히지요?
허망하고요^^
황보명숙
@이가경 서울64
내용도 좋습니다. 신안사 가보고 싶네요
이가경 서울64
@황보명숙
때맞춰 꼭 가보세요
환상적일거예요
지종석
작년 4월1일 만개한 풍경인데, 올해는 7일 가셨는데도 아직 꽃망울이네요. 근래 개화 시기의 변동이 너무 큽니다. 연등을 달려고 준비 중에 찍다 보니 사진이 좀 그랬기에 여름에 다시 갔을 때 주지스님을 만나 말씀드렸더만...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제가 봄날 다시 돌아와 제대로 사진을 찍을 때까지 연등을 미루고 계셨는지.... 이미 졌을꺼라고 짐작하고 포기했더만..ㅠㅠ
이가경 서울64
@지종석
올해는 일주일보다 더 많이 개화가 늦은 것 같습니다
지종석
석탑의 상층부와 하층부의 색이 다른 이유는 무너졌던 탑을 복원해 놓은 것인데, 하층부는 노출되어 있어 산화가 된 것이고 상층부는 매몰되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합니다.
이가경 서울64
@지종석
감사합니다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표지판도 없고 하여....
포스팅의 좋은 점은 바로 이런 댓글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알려 주세요 ~~^^
이세희(천안)
지금이라도 당장 꽃놀이 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내일 선배님들 모시고 다시 도전합니다. 지난 비에 꽃이 다 떨어졌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사실 꽃은 핑게이지요. 누군가와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겁니다.
선비문화로서의 꽃놀이, 잘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안에는 지금 배꽃 천지입니다.
이가경 서울64
헐
반칙입니다
가자고 하셔야지요~~
천안은 배나무가 많더라고요
그건 또 얼마나 예쁠까요?
이세희(천안)
네, 천안과 평택 사이 성환이라는 곳이 배로 유명합니다.
정유재란 때는 청나라가, 청일 전쟁 때는 일본이 각각 대승을 거둔 성환전투가 벌어졌던 역사의 장소입니다.
錦輪 최윤희
身安寺!
후기 보는데도 맘과 몸이 편안합니다.
賞花, 꽃놀이를 서두르는 것은
곧 꽃잎이 떨어지기 때문인데
곧 돌아가실 부모님 뵙는 것은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우리네 생활이죠.
부모님을 벚꽃 보듯 환희 속에 찾아뵙시다.
어버이날 길 막힌다 말고요.
이가경 서울64
@최윤희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찾아뵐 부모님이 계시는 것도 복이지요
錦輪 최윤희
금강벼룻길!
매우 인상적입니다.
김금복
이세희샘
경남 함안에 서원이 유달리 많더라구요.
아라가야의 유적지라 그런가 싶었어요.
혹시 후에 그쪽으로 답사 가시면
저도 꼭 동참하고 싶습니다.
무진정에 불꽃비가 떨어지는 낙화놀이하는 오월에 맞춰가면 더 좋을 거 같은데요~~
서원 다니시는 샘들 부럽습니다.
이세희(천안)
오우~~~
옛 써!
꼭 함안을 찝어서 말씀 하시는 겁니까?
海浪 이혜순
오랫만의 함께했음에도 편안했던 답사였습니다. 후기에 꽃내음이 실려오네요. 벼룻길 조만간 다시 가리라 벼르고 있습니다.
멋진후기 감사합니다~♡♡♡
이가경 서울64
@海浪 이혜순
저희
그날
참 좋았지요?^^
김금복
@이세희(천안)
넵
꽃불놀이가 보고 싶어서요.
여엉 맞춰지지가 않아서
못봤어요.
이가경 서울64
@김금복
그건 야간에 하는 거 아닌가요?
김금복
@이가경 서울64
아랫녁으로 답사는 하루만 가지고는 힘들더라구요.
오다가다 끝이라서리
이가경 서울64
@김금복
그렇기는 하지요
아직 박답사를 안해서요
쉽지가 않지요?
이세희(천안)
남 여가 유별한데, 밤의 꽃불놀이는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9월 말 하회선유줄불놀이 때를 기약해 봅니다.
김금복
@이세희(천안)
꽃불에 풍속을 해치기까지라시니
9월에 안동 줄불놀이가 있군요~~
기대 ♬♬♪
갈 곳도 많고
오라는 곳도 많고
몸은 안 따라주고~ㅎㅎ
이세희(천안)
안동 국제탈춤축제의 일환으로 개최됩니다.
올 해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오 김정환(9,16,17,18기)
지금, 여기....감사합니다 ^~^
@이세희(천안)
작년에 했으니 올 해도 할 듯 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첫댓글 개인적으로 가보지 못한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