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아내와 준혁이의 요구에 의해 홍조교 집에 놀러가게 되었다. 아내는 홍조교의 아들 준혁이를 보고 싶어했고, 준혁이는 선호를 보고 싶어했던 것이다.
집에 도착했는데, 선호가 아직 학원에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선호의 동생 작은 준혁이는 하정이랑 어울려 놀았고, 준혁이는 선호가 얼른 돌아오길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선호가 도착했는데, 선호가 제 엄마를 통해 준혁이에게 편지를 주었다. 알고 보니 지난 성탄절에 준혁이가 보냈던 카드에 대한 답장을 못썼다가 오늘 준혁이가 온다는 소릴 듣고 학원에서 메모지에 급작스럽게 편지를 써서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선호가 나름대로 답장을 보내지 못해서 맘이 무거웠는가 보았다.
준혁이는 주로 선호와, 하정이는 주로 작은 준혁이랑 어울려 놀다가 넷이서 같이 함께 놀기도 하였다. 그런데 중간에 소꿉놀이에서의 역할 분담에 하정이와 오빠가 문제가 생겨 트러블이 있기도 하였다. 얘길 들어보니 준혁이 녀석이 하정일 억지로 도둑을 시키려고 해서 하정이가 말을 안 듣고 반항을 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하정이더러 경찰을 하라고 하고, 준혁일 도둑으로 몰았다. 당연히 준혁인 투덜대었고, 하정이는 금방 칭얼거림을 멈추었다.
오후가 되어서 집에 돌아가자고 하니까 준혁이보다 선호가 더 서운했는지 입이 한움큼 나와버렸다. 나중에 또 만나기로 하고 아쉬움을 뒤로한채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들과 둔배미 공원에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준혁이의 두 발 자전거 연습을 위해서였다. 뒤에서 잡아주면서 연습을 시켰는데, 준혁이가 자꾸 겁을 내면서 제대로 타질 못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잔소리와 함께 혼자서 터득해보라고 하였다. 혼자 못 탈 것처럼 그러더니 수 차례를 시도하더니 아주 잠깐이었지만 성공을 하였다. 그 작은 성공에 준혁이도, 나도 무척 고무되었다. 준혁이는 그 때부터 자신감이 생겼는지 계속 시도를 하였다. 암튼 할 수 있으면서 해보지도 않고 죽는 소리하는 준혁이의 버릇을 고쳐야 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8/2
아이들을 데리고 과천 현대 미술관에 갔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백남준의 다다익선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나게 큰 텔레비전 탑이었다. 그리고 3, 4 전시실에 들려서 현대 미술을 관람하였다. 준혁이에게 설명해주면서 구경을 했는데 집중해서 듣는 모습은 아니었다. 준혁이는 거의 건성으로 보는 듯 했고, 하정이는 지루했는지 빨리 집에 가면 안 되냐고 조르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이런 미술관은 아이들이 더 커야 제대로 관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층으로 다시 내려왔다가 마침 가이드가 작품 설명을 하고 있어서 아내와 나만 열심히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는데 그냥 보는 것보다 세 배는 더 재미있는 것 같았다. 준혁이가 이런 설명을 잘만 들으면 좋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8/3
아이들과 수원에 있는 지도 박물관에 갔다. 아이들이 어려서 어제처럼 반응이 시큰둥할까봐 걱정했었는데,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너무 좋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특히 준혁이는 고지도에서 현재의 지도까지 살펴보면서 열심히 '안산'을 찾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버튼을 신나게 둘이서 눌러대며 호기심과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특히 항공사진 시뮬레이션과 자동차 운전 시뮬레이션을 끝까지 즐겼다. 그리고 준혁이는 컴퓨터 앞에 앉아 옛 한양 지도 퍼즐도 열심히 맞추었다. 암튼 두 녀석이 어찌나 즐기는지 집에 가자고 해도 도대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김정호 선생의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아까 보았던 대동여지도를 만드신 분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잘 알아들었는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암튼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해서 내 맘이 다 흐믓하였다.
8/4
오전에 하정이랑 재능영어를 함. 하정이가 무척 좋아함.
오후에 준혁이 한도 병원에 감.
건강검진함. 피를 뽑았는데도 아파하지 않음.
시력이 생각보다 안 좋음. 0.9 정도 나옴.
시력이 나쁜 건지 아니면, 요령을 몰라서인지 모르겠음.
안산예술문화회관에 가서 종이접기 전시관 구경함.
준혁이는 부채 만들기 체험을 함. 나팔꽃 부채를 만듬.
하정이도 무척 하고 싶어했으나, 해주지 못함. 대신 선물가게에서 부채를 사줌.
8/5
어머니댁에 갔다옴.
하정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배고픈줄 알고 땅콩을 먹임.
연신내쯤에서 결국 토를 함.
배가 아픈 거랑 고픈 거랑 구분 못해서 걱정됨.
아무래도 멀미를 한 듯 싶음
내 러닝셔츠를 입힘
준혁이가 하도 졸라서 잠자리채를 구입해서 할아버지랑 밭에 나가서 잠자리 채집에 나섰지만 실패함. 하정이는 방해만 되었다고 함. 마구마구 휘둘러서...
준혁이 저녁 때 국수를 먹음. 어찌나 잘 먹던지 하정이가 남긴 것도 다 먹어버림.
8/6
오전에 하정이랑 재능영어를 함. 좋아함. 준혁이가 시기를 함.
자전거를 타러 나감.
준혁이가 아주 잘탐. 처음엔 불안했는데, 요령이 생겼는지 공원을 몇 바퀴 돔.
아직 자신이 없는 듯 싶어 용돈을 주겠다고 했더니, 거기에 매달려서인지
무려 한 번에 10바퀴를 돔. 돈에 목숨 검.
구구단도 아주 잘 외움. 자신있게 외우는 모습이 보기 좋았음.
8/7
하정이 밥 먹는 습관을 고치는 것이 너무 힘들다. 하정이가 영 밥 먹는 속도가 굼떠서 아내가 주로 밥을 떠넣어 주었는데, 습관을 고치기 위해 저 혼자 먹도록 하였다. 그랬더니 세월아하면서 먹는 모습에 정말 답답해서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참고서 계속 혼자 먹도록 해서 좋은 습관을 들이도록 해야겠다.
준혁이는 툭하면 배가 아프다고 해서 걱정이다. 오늘도 태권도장에 가서 배 아프다고 해서 관장님이 침을 놓아주셨다는 것이다. 아내가 침을 맞았다는 얘길 듣고 많이 걱정을 하였다. 다시는 침 맞지 않고, 배가 너무 아프면 집에 와서 쉬는 것으로 하자고 준혁이에게 다짐을 받았다.
방학 숙제는 그림 일기를 아내가 시켰는데, 준혁이가 딴전을 피우면서 그림을 잘 안 그릴려고 하였다. 그림 그리는 것이 어려운가 보았다. 그래서 그림 일기 하루 쓸 때마다 용돈을 준다고 했더니, 그제사 나름대로 열심히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보니까 생각보다 잘 그리는 것 같았다. 암튼 엄살을 부리며 간신히 하루 일기를 완성하였다.
8/8
정말 오랜만에 연지네가 놀러옴.
준혁이는 연지와 알까기도 함. 준혁 우세
아내가 하정이 재능 영어 해줌.
하도 딴전을 피워서 너무 힘들었다고 하면서, 내가 여지껏 어떻게 했는지 용하다고 함.
8/9
하정이 저 혼자 밥 먹음. 아내가 오래 걸리더라도 참고 기다려줌. 한시간 먹음.
조금씩 퍼서 먹다보니 그렇게 오래걸림.
요즘 태권도장에서 국기원 갈 연습 중.
오늘은 발야구를 했는가 봄. 안타를 많이 쳤다고 흥분하면서 얘기함.
역시 승부욕이 강함.
중앙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옴. 준혁이는 거기서 읽고 있던 책을 다 못 읽고 나와서 시무룩해졌음.
중복이라 아내가 삼계탕 해줌. 식사 전에 우유와 라면을 조금 먹어서 그런지 배가 부르다고 많이 먹지는 못했음.
8/10
하정이 문화센터에서 잘 했는가 봄. 선생님이 아주 열심히 했다며 칭찬했다고함.
워낙 안 따라하는 기질이 있어서 걱정됨.
준혁이가 자꾸 하정일 놀려서 아내가 걱정함. 특히 미서 오빠랑 같이 하정일 놀려서 아내가 몹시 걱정함.
낮엔 단지 내의 분수대에서 재밌게 놈. 물놀이 못가서 미안.
8/11
하정이가 재능 영어를 공부하는데, 준혁이도 옆에서 동참을 하였다. 특히 준혁이의 발음이 기대 이상을 매우 좋았다. 제 엄마가 너무 고무되어서 준혁이도 따로 영어를 시킬까 어쩔까를 고민하였다. 일단 제 동생이 영어 공부할 때 옆에서 함께 따라하고 영어 테이프를 듣도록 하기로 하였다.
준혁이가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졸라대어서 저녁 식사를 한 후 둔배미 공원으로 나가서 자전거를 타게 해주었다. 전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자전거를 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출발할 때와 멈출 때가 아직 불안한 감이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익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8/12
오늘은 준혁이가 아주 바쁜 날이었다. 태권도장에서 국기원에 나가는 아이들을 위해 특별 훈련이 있어서 아침부터 서둘러 태권도장에 갔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나선 다시 단지내 분수대에 나가서 태권도장 아이들과 물총 서바이벌 게임을 하였다. 준혁이는 한참을 그렇게 놀고 와서는 관장님이 바가지 두 개를 들고오셔서 물을 아이들한테 끼얹었다며 무척 놀라워하고 재밌어 하였다. 준혁이가 그렇게 실컷 놀고 와서는 내가 하정이랑만 놀아준다고 투덜대는 심통을 여전히 부렸다.
8/13
아침 일찍 청계산 계곡에 가서 놀았다. 두 녀석 모두 수영복을 입혀서 물놀이를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물총까지 두 녀석 모두에게 건네주었는데, 정말 갖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갖고 놀았다. 특히 준혁이랑 나랑 서로 가위바위보를 해서 물총으로 맞추기로 했는데, 내 바지에 자꾸 쏘는 바람에 바지가 흠뻑 젖기도 하였다. 안되겠다 싶어서 하정이가 내 대신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나보다 승률이 더 높게 나와서 준혁이가 불리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였다.
물놀이를 마치고 점심 때 자장면을 먹으러 갔는데, 두 녀석 모두 배가 고팠는지 아주 잘 먹는 것이었다. 제 엄마가 먹는 짬뽕도 먹겠다고 해서 몇 가닥 주었는데, 매운 것도 잘 참고 아주 잘 먹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하정이랑 재능 영어랑 해법 수학을 같이 해주었다. 해법 수학은 예상보다 아주 잘 따라하였다. 숫자 1~5는 잘 아는 듯한데, 6~10은 조금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5살짜리 치고 꽤 집중력 있었다. 처음엔 많이 해야 그냥 서너장 할 줄만 알았는데, 하정이가 계속 요구하는 바람에 10여장까지 하였다. 사실 더 하겠다는 걸 간신히 말릴 정도였다.
8/14
아침 일찍 서둘러서 '몬스터 하우스'라는 영화를 보러 갔다. 하정이는 무서웠는지 나에게 딸 달라붙어 기대어 보았다. 마침 좌석이 커플석이라서 달라붙어 있기에 안성마춤이었다. 준혁이도 가끔 무서웠는지 달라붙기도 하였다. 암튼 영화 덕에 딸래미를 꼭 껴안고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피자를 먹으러 갔는데, 하정이가 배가 좀 고팠는지 주는대로 다 받아 먹는 것이었다. 그리고 제 엄마가 샐러드를 가질 가는 사이에 제 엄마가 볼새라 필사적으로 콜라를 마셔대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애절하던지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8/15
준혁이는 어제 만화 영화 몬스터 하우스를 보아서 그런지 꿈에 그 몬스터 하우스가 나와서 무척 무서웠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어제 그 영화가 녀석에게 많은 인상을 남겼는가 보았다.
준혁이가 시조는 외우기 싫어하고 알까기는 하고 싶어서 알까지를 해주는 대신 시조를 외우라고 꼬셨다. 시조를 외우기 싫어하면서도 알까기를 하고 싶어서 억지로 시조를 외웠는데 역시 예상대로 잘 외웠다. 알까시를 해주고나선 방학 과제인 한자쓰기 1차 연습도 마치게 하였다. 하정이도 재능 영어를 해주었는데 아주 잘 따라해주어서 2세트를 모두 나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쳤는지 해법 수학은 많이 하질 못했다.
저녁 땐 아내가 공원에 애들을 데리고 나가서 놀게 해주었고, 난 탁구장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공원에서 합류를 하였다. 준혁이가 인라인을 타는데 전과 달리 거의 넘어지지 않고 무난하게 탔다. 그래서 집에 돌아올 때 인라인을 그대로 타고 올 수 있게 해주었다. 하정이는 내 자전거 뒤에 앉아서 왔는데, 녀석이 무게 중심을 잘 잡지 못해서 자전거를 타기가 쉽지 않았다. 암튼 무거운 녀석이다.
8/16
준혁이 위 어금니 부분에 자꾸 양치할 때마다 피가 나서 오늘 치과에 가기로 하였다. 준혁이 미술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아내와 하정일 차에 태워서 학원 앞으로 갔는데, 방금 전에 학원 차로 준혁이가 갔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혹시 몰라서 아내는 태권도장으로 갔고, 나는 차를 몰고 집 앞으로 갔다. 다행히 집 앞 도로에서 준혁일 만나서 차에 태울 수 있다. 준혁이는 놀라서인지 울음을 쉽게 멈추질 못했다. 암튼 다음부턴 더 일찍 가서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권도장 앞으로 가서 아내를 다시 태우고 곧바로 병원으로 갔다. 치과 의사선생님께 준혁이의 이 상태를 알려주었더니, 곧 위 어금니 양쪽 두 곳(피가 나는 곳과 전에 이가 깨져서 보철을 해놓은 곳)을 엑스레이로 찍고는 설명해주셨다. 영구치가 이 밑에서 밀어올리는 바람에 이가 기울어지면서 상태가 안 좋아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먼저 보철을 해 놓은 곳을 오늘 발치하기로 하고, 일주일 뒤에 나머지 한 곳도 발치하자고 하였다.
그래서 마취 주사를 놓고 잠시 기다리는데, 준혁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가슴이 어쩌고 저쩌고 하였다. 이에 솜을 물고 있는 상황이라서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마취 주사가 아파서 그런가보다 생각하곤, 눈물을 닦아주면서 이따가 다시 얘기하라고 하면서 달랬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간단하게 발치를 하고서 지혈을 위해 솜을 물게 하였다.
치료를 마치고 나오는데, 아내가 묻기를 의사 선생님이 어떤 분이었냐고 물었다. 뚱뚱한 분인지, 아니면 마른 분인지를 물었다. 그래서 마른 의사 선생님이셨다고 하니까, 아내가 전에 그 마른 의사 선생님이 준혁이 이를 뽑을 때 가슴을 탁치면서 뽑아서 준혁이가 가슴이 무척 아팠다고 하였다. 그제서야 왜 준혁이가 가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울었는지 알게 되었다. 즉, 그 의사 선생님이 이를 뽑는다고 하니까 또 가슴을 팍 하고 때리면서 뽑을까봐 걱정되어서 그렇게 눈물을 글썽거린 것이었다. 암튼 무사히 발치를 해서 다행이고, 다음 주에도 오늘처럼 무난하게 발치를 마쳤으면 좋겠다.
8/17
아내가 준혁이 때문에 너무 속상하다고 하였다. 요즘 전혀 말도 안 들어서 화가 난다고 하였다. 오늘 같은 경우도 아내가 더우니까 집에서 팬티와 러닝셔츠만 입고 있으라고 했더니, 팬티 입기 싫다고, 반바지 입고 싶다고 거실에 앉아서 눈물을 뚝뚝흘리면서 반항을 한 것이었다. 아내는 이유도 없이 안 입겠다고 우기는 것도 답답하지만, 왜 그 상황에서 울면서 칭얼대냐며 화를 내는 것이었다. 별 일도 아닌 걸 가지고 우기는 준혁이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일단 상황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 내가 준혁이더러 입고 싶은 반바지를 꺼내서 입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준혁이더러 오늘은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부터 엄마 말 안 듣고 고집만 피우면 안 된다고 하였다. 준혁이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은 했는데 잘 지켜질지 사실 의문스럽다.
8/18
어제에 이어 오늘 준혁이가 또 다시 제 엄마를 긁어 놓았다. 오늘 준혁이가 다니는 태권도장에서 파주에 있는 백두산랜드라는 수영장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침 8시까지 태권도장에 보내야 될 상황이어서 아이들을 일찍 깨워 7시부터 아침 식사를 하게 하였다. 그런데 준혁이가 아침 식사를 꾸물거리며 50분동안 소비를 해버린 것이었다. 아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준혁이를 세수도 안 시키고 옷만 입히고 가방을 건네주며 그냥 보내버렸다. 그리고 나서 내게 통화를 해서는 너무 준혁이가 말을 안 들어서 속상하다고 하였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내가 확실하게 화를 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더러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라고 당부해 놓고서 저녁 때 따끔하게 잔소리해주겠다고 하였다.
준혁이는 저녁 8시가 되어서 돌아왔다. 내가 준혁이 밥을 챙겨주면서 아침처럼 밥을 얼른 안 먹으면 혼을 낼 거라고 해 놓고서, 엄마 말 안 들으면 정말로 혼낸다면서 엄마 말을 잘 들을 것을 다짐받았다. 정말 차후에 약속과 달리 엄마 말을 안 들으면 따끔하게 혼을 내줄 생각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준혁이가 좋은 습관을 들이기가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8/19
오늘 장모님 생신이어서 장모님이 안산으로 내려오셨다. 처제들과 함께 장모님을 모시고 시청 앞에 있는 '아리원'이라는 중국집에 가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코스 요리를 주문하고 지배인에게 부탁해서 아이들에게 탕수육을 먹을 수 있게끔하였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메인 요리인 탕수육을 먹으면서도 코스 요리를 조금씩 맛 보았다. 특히 요즘 새우에 맛이 들린지라 새우 요리를 무척 탐내었다.
오후엔 다같이 노적봉 폭포로 소풍을 나갔다. 날씨도 선선하고, 오랜만에 나온 소풍이라 그런지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였다. 특히 하정이는 신이 나서 열심히 돌아다녔다. 사진도 찍고 폭포 구경을 하고 나서 저녁으로 싸온 초밥을 꺼내서 먹었는데, 역시 준혁이가 제일 잘 먹었다. 소풍을 마치고 중앙역까지 장모님과 처제들을 배웅해주었는데,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하였다. 특히 하정이의 경우 막내 처제가 열심히 놀아주었던 탓에 가장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8/20
아내의 친구인 은희씨가 어제 순산을 했다고 해서 축하 인사겸 아이를 볼겸해서 아침부터 부산을 떨어서 서울로 올라갔다. 전철에서 잠 좀 자려고 했는데, 준혁이의 수다와 하정이의 달라붙는 만행으로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특히 하정이가 내 무릎에 앉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더욱 힘들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은희씨의 갓난 아기를 볼 수 있었다. 준혁이와 하정이가 눈도 잘 뜨지 못하는 자그마한 아기를 보고 무척 신기해하였다. 내가 너희들도 이렇게 작았었다고 했더니,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다시 안산으로 내려오는데, 준혁이와 하정이가 배가 고프다고 난리를 쳤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학교 근처 바상가 지하에 가서 떡볶기와 김밥을 주문해 주었다. 준혁이는 꽤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먹고 싶다고 하였다. 암튼 준혁이가 너무 잘 먹으니까 좋았다. 난 하정이 옆에 앉아서 챙겨주었는데, 하정이도 맵다는 소리 별로 안 하고 잘 먹었다.
8/21
준혁이가 이젠 친구 집에 제법 잘 놀러다닌다. 오늘도 태권도장에 갔다와서는 시현이네 집에 놀러간다고 갔다가 너무 열심히 논 나머지 재능 선생님보다 늦게 집에 돌아오는 실수도 하였다.
하정이가 심심해 하는 것 같아서 해법 수학을 하겠냐고 물었더니, 블록을 만지면서 하는 말이 "나, 이거 만들어야 돼~?"라면서 거절하였다. 평소엔 좋다면서 달라붙더니 오늘은 영 딴판으로 나왔다. 내가 본 것과는 달리 블록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이 재밌었나 보았다. 다음에 같이 블록 놀이를 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22
준혁이가 자꾸 하정이랑 싸워서 걱정이다. 싸우는 것을 보면 대단한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싸우는 일이 대부분이다. 오늘같은 경우 과자 봉지 하나를 놓고 싸웠는데, 준혁이가 혼자서 실컷 먹다가 그만 먹겠다고 식탁 위에 두었다. 하정이가 와서는 자기가 먹겠다며 과자 봉지를 들었는데, 준혁이가 다시 쫓아와서는 자기도 먹겠다며 과자 봉지를 통째로 뺏어서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하정이가 칭얼거렸고, 그 상황을 종료시키려고 준혁이더러 하정이에게 과자 봉지를 주라고 부탁했다. 그 부탁을 몇 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준혁이가 들은 척도 안 하고는 뭐라고 중얼거리며 말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준혁이가 하는 행동이 '이건 아니다' 싶어서 등짝 한 대를 때리면서 혼을 내었다. 당연히 울고불고하였다. 오늘 아침부터 나랑 약속했던 텔레비젼 보는 시간도 안 지킨 것까지 포함해서 몇 가지 준혁이의 잘못을 나열한 후에 어떻게 혼이 나겠냐고 물었더니, 울면서 하는 말이 3,000원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전에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으면 벌금을 물게 하겠다고 몇 번 으름장을 놓은 적이 있었는데, 준혁이가 그걸 기억한 것인지 벌금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아빠는 돈 필요 없으니까 등짝을 더 맞겠냐고 묻고는, 다시는 말썽피우지 않고,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동생이랑 사이 좋게 놀겠다는 다짐을 받고는 마무리지었다. 정말 다짐대로 준혁이가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 약속의 반만이라도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8/23
아내가 아이들 일로 바쁘게 돌아다녔다. 준혁이의 태권도 승단 시험 때문에 초본이 필요해서 애들만 집에 두고서 자전거를 타고 동사무소에 가서 준혁이의 초본을 떼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중앙도서관에서 대출해온 책을 반납해야 해서 다시 중앙 도서관에 가서 반납하고 다른 책들을 대출해 왔다. 그 바람에 아이들은 집에서 무려 2시간이나 텔레비젼을 보는 행운을 가졌다. 그 와중에도 준혁이는 서너차례나 제 엄마한테 전화를 해서 언제 오냐고 칭얼거렸다. 나중에 하정이 하는 말이 "오빠더러 전화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계속 전화했어요!"라고 그 때의 상황을 나름대로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준혁이가 조금 칭얼거리기는 했지만, 그 긴 시간동안 집을 잘 보고 있었던 것 같아서 무척 대견스러웠다.
8/24
오늘은 하정이가 혼이 난 날이었다. 목욕을 하고 있는데, 준혁이가 먼저 나가겠다고 하면서 저 혼자 후다닥 세수하고 머리까지 감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정이도 자기가 먼저 나가겠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서로 가위바위보를 시켜서 결정짓게 하였다. 두 번에 걸쳐 했는데, 모두 준혁이가 이겨서 준혁이가 나가게 되었다. 상심한 하정이를 위해서 다음엔 무조건 하정이 먼저 나가게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하정이가 하는 말이 기분이 안 좋다며 투덜거리더니 결국 제 오빠가 먼저 나가는 순간, 욕실에 주저앉아 우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하정일 위로하고 달래주며 머리를 감기려고 했는데, 전혀 협조를 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하정이가 혼이 좀 나야겠구나 싶어서 "그럼, 너 혼자 욕실에 있던지 맘대로 해!"하고는 나 또한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왔다. 그 때부터 하정이가 더욱 더 대성통곡을 하였다. 아내가 걱정을 하였지만, 오늘 단단히 혼을 내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저 혼자 욕실에 있게 내버려 두었다. 몇 십분이 흐른 뒤에 다시 욕실에 들어가서 하정이의 목욕을 마무리해주면서 다시는 떼쓰지 않기로 약속을 받고서 데리고 나왔다. 아내가 너무 크게 야단을 친 것 같다며 걱정을 했지만, 매번 쓸데 없는 것 가지고 두 녀석이 서로 다투고 울고불고하는 버릇을 조만간에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강수를 두었다. 물론 내 맘도 편하지는 않았다. 암튼 차후로 이런 일이 없도록 녀석들이 서로 사이좋게 잘 놀았으면 좋겠다.
8/25
오늘 준혁이와 하정이가 동시에 이를 뽑았다. 준혁이는 위 어금니 앞 쪽의 이를 지난 주에 이어서 뽑았다. 지난 주보다 뽑을 때 아팠다고 하였다. 하정이는 아래 앞니 옆의 이가 많이 흔들려서 뽑았는데, 하정이가 조금 일찍 이를 가는 것 뿐이라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혁이가 방학 숙제로 나온 시조를 많이 외웠다고 하였다. 그런데 내가 이런저런 일 때문에 바빠서 준혁이의 시조 외운 것을 확인하지 못해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준혁이가 아빠 앞에서 시조를 멋지게 외우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런 기회를 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했다. 내일 휴일이니까 꼭 시조 외우는 것을 듣도록 해야겠다.
준혁이의 줄넘기 솜씨가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다. 전에는 두걸음에 줄넘기를 하더니 이젠 한걸음에 줄넘기를 하면서 한 번에 100개 까지 넘는 것이었다. 역시 준혁이가 운동 감각이 꽤 좋은 것 같다.
8/26
정말 오랜만에 준혁이와 바둑을 두었다. 두기 전에 접전보다는 집짓는 법을 조금 알려주고 하였는데, 잘 이해하고 두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두 판을 내가 내리 이기니까 준혁이의 얼굴이 영 좋지 않았다. 준혁이의 요구대로 알까기를 했는데, 역시 내가 내리 세 판을 이겼더니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네번째판부터는 살살했더니, 준혁이가 연승을 거두었다. 어찌나 신이 났는지 금새 얼굴에 활기가 넘쳤다.
내일 모레가 준혁이 개학이어서 방학 숙제 중의 하나인 보고서를 준혁이와 정리했다. 일단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서 찍었던 사진을 보고서 양식에 넣어서 프린트로 출력한 후에 그 보고서 양식에 쓰도록 했다. 일단 연습장에 생각나던 것을 쓰게 해서 정리한 후에 옮겨 적도록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쓰는 것이었다. 정말 아내 말대로 독후감이나 신문을 읽고 같이 토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27
이젠 휴일 아침에 빵을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당연하게 된 것 때문에 오늘은 문제가 되었다. 빵을 준비하지 않아서 그냥 밥을 먹게 되었는데, 준혁이가 왜 빵을 안 먹냐고 반발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점심 때는 빵을 사가지고 와서 먹게 되었다. 맘모스 빵을 사가지고 왔는데, 생각보다 준혁이가 잘 먹는 편이었다. 물론 아주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왠만큼 그리고 꽤 빠른 시간 내에 먹는 모습을 보면 잘 먹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준혁이가 계속 자전거 타러 나가자고 했는데,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나가질 못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공원으로 자전거 타러 나가도록 해야겠다.
오후엔 준혁이 방학 숙제 중의 하나인 시조 외우기를 하였다. 정몽주의 시조를 외우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였다. 아무래도 용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열심히 외우더니 7~8개 정도의 시조를 거의 완벽하게 외웠다. 내일 더 연습하면 확실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8/28
하정이의 재능 영어 선생님이 지난 주부터 바뀌었는데, 준혁이가 그 선생님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무척 궁금해했었다. 그런데 오늘 기회가 되어서 뵐 수 있게 되었는데, 보자마자 자기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어서 그런지 곧바로 이상하게 생겼다고 말을 했다는 것이다. 아내 말에 의하면 아무래도 그 선생님이 준혁이의 말을 들었을 거라고 하였다. 아무리 아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무례한 모습이라고 판단되어서 아내와 내가 잔소리를 하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였다. 아내는 저번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있어서 잔소리를 했었는데, 오늘 또 그랬다면서 걱정을 하였다. 암튼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시켜야 되겠다.
8/29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낮에 이마트에 갔다왔다. 아내는 자전거 뒤에 하정일 태우고 가고, 준혁이는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갔다. 준혁이가 아직 완전하게 자전거를 잘 타는 것이 아니어서 속도를 내지 못해 거의 걸어가는 사람의 속도에도 못 미쳤다고 아내가 말해주었다. 그렇지만, 쇼핑을 하고 그 물건들을 가지고 오는 데 있어서 준혁이 덕을 톡톡히 보았다고 하였다. 비록 준혁이의 자전거 속도 등에 문제가 있긴 했지만, 아내 혼자서 가지고 올 수 없는 무거운 짐을 준혁이의 자전거에 나눠서 실었기 때문이었다. 준혁이가 좀 더 자전거 타는 연습을 해서 능수능란하게 자전거를 타면 이래저래 덕을 많이 볼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암튼 무거운 짐을 싣고 자전거를 타느라 고생했을 준혁이를 생각하니 무척 기특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8/30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윤수네 미용실에 갔다. 준혁이는 상고 머리로 깎았고, 하정이도 전보다 조금 짧게 깎았다. 하정이가 미용실에 들어서자마자 곧 짧게 깎는다는 소릴 듣고 안 깎는다고 버텼다. 아내가 조금만 깎는다고 간신히 달래서 다 깎은 후에 너무 예쁘다고 말해주었더니, 자기도 맘에 들었는지 웃음 가득 머금고는 무척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였다. 천생 여자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준혁이는 이발과 한자 공부 때문에 재섭이랑 놀기로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서 무척 속상했다고 하였다. 준혁이가 대신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하도 툴툴 거려서 그 소원은 들어주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역시 협상에는 일가견이 있는 녀석이라고 생각되었다. 어떻게든 자기 실속을 챙기려는 모습을 보면 정말 쉽지 않은 녀석인 것 같다.
8/31
어제는 자율학습 감독 때문에 늦게 퇴근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애들 얼굴을 못봤었는데, 오늘에야 아이들이 머리를 깎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준혁이는 상고머리였는데, 말끔한 모습이었고, 하정이는 약간 단발 스타일로 너무 귀여운 모습이었다. 머리를 찰랑거리며 뛰어다녔는데, 정말 깜찍한 모습이었다.
준혁이는 오늘 학교에서 한자 시험을 봤다고 하였다. 잘 봤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하나 정도만 틀린 것 같다고 하였다. 나중에 아내 말을 들어보니까, 방학 과제 유인물에도 나오지 않은 한자도 나온 걸로 안다며, 하나 정도 틀렸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하였다. 나도 준혁이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었는데, 아내의 말을 들어보니까 준혁이가 안 쓴 것이 하나 정도고, 나머지는 다 쓰긴 했지만, 제대로 썼다고 보기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자신 있어하는 모습이 나름대로 귀엽고 기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