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황마존 21
金剛寶傘의 威力 뇌공탑(雷公塔)-! 뇌정마찰의 중심부에 우뚝 서 있는 철탑(鐵塔). 모두 구 층으로 이루어 졌으며 높이 오십여 장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였다. 뇌공탑은 바로 뇌정마찰의 장경각(藏經閣)이라 할 수 있었다. 뇌정마찰의 역대 승려들이 고심참담하여 창안한 절기들이 그 뇌공탑 안에 비장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 외에도, 뇌공탑에는 뇌정마찰의 각가지 법기(法器)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금강보산(金剛寶傘)이었다. 금강보산은 뇌공탑의 가장 깊은 곳에 보관되어 있었다. 뇌정마찰 내에서도 그 금강보산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따라서, 금강보산에 어떤 능력이 숨겨져 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것은 금강보산이 천 년내 한 번도 세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뇌정마찰 내에서도 금강보산에 접근할 수 있는 자는 통틀어 오 인(五人) 뿐이었다. 당대의 장문인, 그리고 뇌공탑을 수호하는 사대금강(四大金剛)이 그들이었다. 사대금강(四大金剛)- 그들은 뇌정마찰 최고의 원로들이며 최강의 고수자들이었다. 당대 사대금강은 저 흉황활불의 사제들이었다. 그들은 흉황활불보다 별로 약하지 않은 존재들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이 뇌공탑을 지키는 한 금강보산은 절대 안전하다고 할 수 있었다. 저벅… 저벅! 문득, 지축을 울리는 육중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한 명의 훤칠한 체격의 청년이 뇌공탑 앞으로 성큼 들어섰다. 좌초백이었다. 좌초백이 뇌공탑 앞으로 다가선 순간, "아미타불…" "멈추게, 시주! 더 이상 들어온다면, 노납들은 살계를 범할 수밖에 없네." 천만 개의 거종(巨鐘)이 울리면 그와 같을까? 지극히 굉량한 불호성이 좌초백의 귓전을 울렸다. 순간, 좌초백은 흠칫 놀랐다. (고막이… 타지는 듯하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형을 휘청였다. 그만큼 불호성을 토한 인물들의 내공은 막강한 것이었다. 좌초백은 마치 내장을 송두리째 긁어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와 함께 그는 휘휘 주위를 돌아보았다. 칠흑같이 어두운 뇌공탑의 내부, 츠츠츠 …빠지직! 네 쌍의 마치 태양 같은 눈들이 좌초백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방 수십 장에 달하는 드넓은 뇌공탑 안에는 사방에 사상(四象)의 진세를 구축한 채 앉아있는 사 인의 노라마들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나이를 추측할 수 없는 노승들이었다. 좌초백은 네 명의 노라마들을 돌아보며 해연히 놀랐다. (강자(强者)들이다! 사계마왕(四界魔王)에 필적하겠는데…) 그는 한눈에 자신의 앞에 있는 노라마들이 더 할 수 없는 강자들임을 알아 본 것이었다. -사대금강(四大金剛). 그렇다. 노라마들이야말로 뇌정마찰의 최고배분인 사대금강이었다. 저 흉황활불의 사제가 되는 전전대의 고수자들, 배분상 천수존자(千手尊子)의 사숙들이며 천수존자보다 오히려 강한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좌초백은 그들의 내력을 알지 못했다. 다만, 눈 앞의 노라마들이야말로 그 자신이 출도 이래 만난 최강의 고수자들임을 알아보았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 "아미타불…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발 길을 돌리시게, 시주!" 사대금강 중 한 명이 좌초백을 주시하며 침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은 벼락치는 듯 강렬해 보였다. 하지만 좌초백은 담담하게 그의 눈길을 받아 넘기며 고개를 저었다. "대사의 분부를 따를 수 없슴을 용서 하십시오! 소생은 이 안으로 도망쳐 들어온 한 놈의 배덕자를 응징해야만 합니다." 그 말에, "무…어라고?" "천수(千手) 사질의 적(敵)이었느냐?" 쩌러렁… 빠지직! 사대금강의 눈빛들이 배로 강렬해졌다. 그들이 눈빛을 접한 좌초백은 동공이 터져 나가는 듯한 격통을 느꼈다. 그러나 좌초백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그들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자는 소생의 손에 죽어야만 합니다. 뇌정마찰의 성지를 적도의 피로 물들이고 싶지는 않지만…!" 그는 태연한 어조로 대답했다. 순간, 사대금강의 승포자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고이얀 놈! 감히 뇌정마찰의 중지로 난입하여 이같이 망령되다니…" "아미타불, 노납들은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었다. 그러니 이제 살계를 쓴다 해도 할 말이 없으리라." "너는 천수…사질을 볼 수 없다! 그 전에 노납들의 손에 해탈하게 될 테니…" 그들은 무섭게 분노하며 사나운 폭갈을 터뜨렸다. 위이잉- 고오오…! 그와함께 그들의 신형이 앉은 자세 그대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콰아아…! 순간 그들 사 인이 동시에 일으키는 강맹한 잠력의 소용돌이로 뇌공탑 전체가 지진을 만난 듯 뒤흔들렸다. 좌초백은 그 강맹한 잠력에 전신이 터져 나가는 듯한 압박을 받았다 . 그러면서도 그는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다행이다. 뇌정마찰에 이같이 초절한 분들이 계시다는 것은…) 자신을 지금처럼 강하게 키워준 사계마왕(四界魔王), 그들 중 한 명인 흉황활불의 사문이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이 그를 기쁘게 하는 것이었다. 한데, 좌초백이 미소를 지으며 사대금강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려 할 때였다. "후훗! 이 사질을 위해 힘을 쓰실 필요는 없소이다. 사숙들…" 돌연, 사대금강의 뒤쪽에서 한 소리 음울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 언제였을까? 위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통해 한 명의 인물이 훌훌 날아내리고 있었다. 다름아닌 천수존자였다 . 천수존자는 오른손에 하나의 우산을 들고 있었다. 그것은 보통우산이 아니었다. 전체가 황금빛이 도는 청동철판을 짜맞춘 기이한 우산인데 천수존자는 그것을 거꾸로 들고 있었다. 그 우산을 본 순간 좌초백은 흠칫했다. (저것이… 금강보산(金剛寶傘)!) 그는 검미를 꿈틀하며 천수존자가 들고 있는 청동우산을 주시했다. 금강보산(金剛寶傘)- 그렇다. 지금 천수존자가 들고 있는 것은 바로 뇌정삼보(雷霆三寶)의 첫째인 금강보산이었다. 용수존자(龍樹尊子)가 입적하며 만들어 놓았다는 신비의 항마법보(降魔法寶), 그것이 지금 뇌정마찰의 배신자 천수존자의 손에 들려있는 것이었다. 웅…웅… 무엇이 들어있는 것일까? 지금 불룩하게 솟은 금강보산의 아래쪽으로부터 나직한 진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 좌초백을 공격하려 했던 사대금강은 천수존자가 나오자 좌우로 갈라지며 그를 돌아보았다. "장문사질! 이 시주가 무엇 때문에 사질을 죽이려 하는가?" 그들 중 한 명이 의아한 표정으로 천수존자에게 물었다. 그러다가 사대금강은 흠칫했다. 천수존자의 손에 들려있는 금강보산, 그리고 그 자의 입가에 떠오르는 야릇한 음소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천수존자는 음흉한 표정으로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 "후훗! 알 필요 없소이다, 사숙들! 네 분도 곧 저 세상에 가게 될 테니…!" 이어, 그 자는 거꾸로 든 금강보사의 손잡이를 슬쩍 비틀었다. 그 순간, "천수… 네가…?" "쳐다보지마랏!" 사대금강의 입에서 분노와 경악에 찬 폭갈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경악성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철- 컹! 촤르르… 사대금강과 좌초백을 향한쪽의 금강보산이 순간적으로 확 펼쳐진 것이었다. 동시에, 쉬-하아악! 쩌저정! 금강보산 안에서 돌연 거대한 빛의 무리가 폭사되어 나왔다. 태양이 토해내는 그것보다 수백배 아니 수천배 강렬한 빛의 폭발… 그 직후, "크윽-!" "커-억!" 쿠쿵! 콰당탕-! 금강보산 안에서 쏟아지는 빛에 스치는 순간 사대금강과 좌초백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발하며 그대로 벌렁벌렁 나자빠졌다. 사방을 온통 새하얗게 탈색시켜 버리는 듯한 빛무리, 그것에 접한 순간 놀랍게도 모든 내공이 일시에 흩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좌초백 뿐 아니라 최절정에 달한 내공을 지닌 사대금강 역시 일거에 전 공력이 유실되어 버렸다 . 실로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금강보산-그 안에서 폭사된 빛에는 어떤 호신강기나 신공절기도 눈처럼 녹여내는 가공할 힘이 실려 있는 것이었다. 바닥으로 나뒹구는 좌초백은 사력을 다해 고개를 들었다. "크으… 이것이 금강보산의 비밀이었군!" 그는 금강보산쪽을 노려보며 둔중한 신음을 토했다. 반 쪽만 펼쳐진 금강보산의 안쪽에 하나의 구슬이 놓여져 예의 빛무리를 토해내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크기는 별로 크지 않은 구슬이었는데 가히 태양을 무색케 하는 강렬한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 구슬을 품고있는 금강보산, 그것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조개처럼 보였다. 좌초백은 경악과 절망의 신음을 토했다. "크으… 금강보산이 바로 저 쇄혼신주(碎魂神珠)를 보관하는 용기(容器)였다니…" 그는 참담한 어조로 중얼거리며 무기력하게 고개를 떨구었다. 전내공을 일시에 소멸당한 좌초백에게는 지금 머리를 쳐들고 있을 힘조차 없는 것이었다. 그때, 천수존자는 좌초백의 모습을 노려보며 득의의 표정으로 음험하게 웃었다. "크크큽! 네놈은 노부가 뇌공탑에 오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 스- 읏! 그 자는 금강보산을 들고 좌초백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런 그 자의 두 눈은 흉흉한 살기로 번득거리고 있었다. "흉황활불! 그 늙은이가 살아 남아 너 같은 후계자를 길러내었다니… 자칫 했으면 본 마교(魔敎)의 백 년 성원이 네놈으로 인해 물거품이 될 뻔했다." 순간, 바닥에 뒹굴고 있던 사대금강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 마교(魔敎)!" "크윽! 네놈이… 마교의 간세였단 말이냐, 천수?" 그들은 불신과 분노로 두 눈을 부릅뜨며 신음을 토했다. 천수존자는 득의의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 그 자는 사대금강을 돌아보며 가증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크큽! 그렇다. 본좌는 저 위대한 마교의 십대천마(十大天魔) 중 일 인이다. 그 동안 본좌를 여러모로 도와주어서 감사하다, 사대금강. 그 대가로 고통없이 죽여주마!" 순간, 부르르…! 사대금강은 피가 꺼꾸로 솟는 듯한 격한 분노로 전신을 떨었다 . "이…천인…공노할 놈." "크으… 활불 대사형(大師兄)의 실종도 네놈의 짓이었겠군." 그제서야 천수존자의 정체를 알아차린 사대금강, 그들은 엄청난 분노에 치를 떨었다 . 하지만 천수존자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크큽! 설명을 안 해도 잘들 아시는군. 이제 뇌정마찰은 위대한 마교의 서역분타가 되는 것이다! 눈의 가시 같은… 네 늙은이만 죽어 준다면 서역과 신강 일대에서는 그 누구도 본좌를 어쩌지 못할 테니까. 더군다나 금강보산마저 본좌의 손에 들어온 이상… 헉!" 득의에 찬 음성으로 말을 잇던 천수존자, 헌데 돌연 그의 안색이 홱 변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실로 놀라운 광경이 벌어진 때문이다. 츠츠츠… 고오오…! 돌연 금강보산에서 토해지던 빛무리가 급격히 사그러드는 것이 아닌가? 천수존자는이 뜻밖의 사태에 당혹함을 금치못했다. (이것이 어찌 된 일인가?) 그 자는 황급히 금강보산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그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지금 천수존자는 좌초백의 일 장 앞에 서 있었다. 한데, 츠츠츠… 고오오…! 금강보산에서 발해지는 광망은 급격히 좌초백의 전신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마치 물이 솜에 빨려들 듯이… 또한, "……!" 좌초백은 지금 두 눈을 부릅뜬 채 금강보산의 안쪽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두 눈은 경이와 흥분으로 가득차 있었으며 입 안으로는 무엇인가 끝없이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떤 무공을 연마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것을 본 순간, 천수존자의 안색이 썩은 돼지간 빛으로 변했다 ."바로 네놈이 원인이었군." 언뜻, 그의 눈에 금강보산의 안쪽에 수 많은 구결들이 적혀있는 것이 들어왔다. 금강보산이 토해내는 쇄혼신광(碎婚神光)에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구결, 그것을 좌초백이 발견한 것이었다. 좌초백은 범인보다 백 배 강한 안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빛의 장막을 뚫고 그 구결을 알아본 것이었다. 아마도 그 구결 때문에 쇄혼신광이 좌초백의 몸으로 흡수되는 듯했다. 천수존자의 안면이 흉측하게 이지러졌다. 다음 순간, "죽…어랏! 괴물 같은 놈." 그는 경악과 공포에 질려 발악하듯 외쳤다. 동시에, 꽈르르르릉-! 그 자의 손 끝에서 찬연한 황금빛 벽력이 일어 좌초백의 머리를 작렬했다 . 꽈릉-! 굉렬한 폭음이 들썩 장내를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후두둑! 하나의 인영이 훌훌 날아 오 장 밖으로 내려섰다. 바로 좌초백이었다. 쓰러질 듯 신형을 휘청거리는 좌초백의 어깨에는 시커먼 장인이 찍혀 있었다. 그는 간발의 차이로 몸을 움직여 천수존자의 천수인(千手印) 공력을 어깨로 받아낸 것이었다 . 보통 사람이라면 그 일장에 어깨가 통째로 으스러졌겠으나 무쇠보다 단단한 몸을 지닌 좌초백이기에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천수마(千手魔)! 이제 너의 죄악에 찬 일생도 마감할 때가 왔다." 좌초백은 창백한 안색으로 우뚝 선 채 천수존자를 노려보았다. 츠으… 츠으…! 금강보산에서는 다시 휘황한 광망이 폭사되고 있었다. 하지만 좌초백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듯했다. 그 모습에 천수존자는 자신도 모르게 휘청 물러섰다. "으으…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이군." 금강보산의 쇄혼광벽이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를 떨게 만드는 것이었다. 좌초백은 그런 천수존자를 냉혹한 눈으로 노려보며 냉갈했다. "용수존자(龍樹尊子)께서는 오늘 같은 날이 있을 것을 아시고, 금강보산에 한 가지 안배를 남겨놓으셨다. 이제 그 분의 안배로 너 배덕자를 처단하겠다." 이어, 그는 천천히 우수를 쳐들었다. 그런 그의 손에는 백 팔 개의 구슬로 이루어진 염주가 들려 있었다. 모니천강주(牟尼天 珠)- 바로 그것이었다. 모니천강주가 좌초백의 손에서 들려지는 순간!푸하---- 아아악! 백 팔 개의 구슬에서 돌연 새파란 빛의 줄기들이 작렬해 나왔다. 마치 새파랗게 날이 선 비수(匕首) 같은 빛의 덩어리들, 백 팔 줄기의 광망이 일시에 모니천강주에서 배어나오는 그 모습은 실로 신비하고도 장엄한 광경이었다. 빛의 칼날들이 폭출하자 모니천강주는 삽시에 하나의 거대한 빛의 륜(光輪)같이 변했다. 그 순간, "오오… 저…저것은!" "아미…타불! 광극대법륜참(光極大法輪斬)이다. 용수(龍樹) 조사님이 남기셨다는 본문의 최후 항마법력(降魔法力)인…!" 보고 있던 사대금강의 입에서 일제히 놀라움과 환희에 찬 탄성이 터져나왔다. 모니천강주! 그것을 본 순간 그들은 좌초백의 신분은 알아차린 상태였다. 그들 네 명의 노라마들은 감격에 겨워 주책없이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때, "활불(活佛) 사부시여… 제자의 보온을 받으소서…!" 좌초백의 입에서 한소리 음울한 일갈이 터져나왔다. 고오오오! 그와 함께 거대한 빛의 륜(光輪)으로 변한 모니천강주가 좌초백의 손을 떠나 천수존자에게로 날아들었다. 그다지 빠르지 않은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드는 모니천강주, 하지만 직경 일 장에 이르는 그 빛의 륜 은 천수존자가 피할 수 있는 모든 방위를 차단하며 다가섰다. 다음 순간, "안…돼!" 천수존자는 두 눈을 부릅뜨며 단말마의 비명을 터뜨렸다 . 꽈르릉… 우르르… 그와함께 그는 본능적으로 양손을 떨쳐 수백, 수천의 수영(手影)을 일으켰다. 마교의 십대절기의 하나로 알려진 천수벽력참(千手霹靂斬)의 공력이 펼쳐진 것이었다. 그러나, 스- 아악! 카가각! 천수존자가 일으킨 천수영(千手影)은 빛의 륜(輪)에 닿는 순간 썽둥썽둥 잘나갔다 . 그와 함께 천수영(千手影)을 가른 빛줄기는 뒤이어 천수존자의 몸을 수평으로 긋고 지나갔다. "카아아악!" 다음순간 천수존자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스파앗! 기이이잉-! 일 장 넓이의 광륜(光輪)이 거대한 원형의 톱날처럼 천수존자의 몸을 양단하며 지나간 것이었다. 천수존자의 몸은 어떤 신병이기로도 상처낼 수 없다는 법륜금강(法輪金剛)으로 방호되고 있었다. 하지만 모니천강주의 광륜은 법륜금강을 종이찢듯 베고 들어간 것이었다. 쿵… 쿵! 광륜(光輪)이 스쳐 지나가자 천수존자는 쓰러질 듯 신형을 휘청거렸다 . 일견하여 겉으로 보기에 천수존자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겉보기에 불과할 뿐이었다 . 빛의 칼이 스쳐지나가는 순간 천수존자의 내부는 이미 산산이 으스러진 상태였다. 고오오… 츠츠츠…! 천수존자를 스쳐지나간 광륜은 크게 휘돌며 좌초백의 손으로 되날아 들었다 . 그리고 다음 순간, 스스스…! 일 장 길이의 빛의 칼들이 일시에 소멸되며 예의 검붉은 모니천강주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 일시에 대전 안은 정적으로 뒤덮였다. 좌초백과 천수존자, 그들은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 누워 있던 사대금강들도 숨을 죽인 채 양인을 주시하고 있었다. 문득, 천수존자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실룩거렸다. "빌어… 먹을…! 본좌의… 패배다!" 그는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주르르…! 입을 여는 순간 그의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 피 속에는 갈가리 찢긴 내장 조각들도 섞여있지 않은가? 천수존자는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좌초백을 노려보았다 . 그리고 괴이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크큽! 노부를…죽였다고 좋아할 것 없다. 비록 본좌가 십대천마(十大天魔)의 일 인이지만… 사실 마교 내에서는 서열 백 위(百位) 안에 겨우 드는 하수에 불과하니까!" 그는 죽어가며 문득 히죽 웃었다. "크큽! 머지않아…마교의 형제들이 네놈을 죽여 복수를 해주리라! 그것을 알기에…안심하고 죽을 수… 있…다." 마지막 한 마디를 쥐어짜듯 내뱉은 천수존자, 쿠- 웅! 마침내 그의 몸이 고목처럼 앞으로 나뒹굴었다. 퍼-억! 헌데 바닥에 나뒹구는 순간 천수존자의 몸뚱이는 놀랍게도 폭죽 터지듯 산산이 으스러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실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으… 음!" 피모래로 화한 천수존자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좌초백은 암울한 한숨을 내쉬었다. 천수존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그의 가슴을 천근, 만근의 무게로 짓눌러왔기 때문이었다 . -나는 마교 내에서도 서열 백 위(百位) 안에 겨우 드는 하수에 불과하다! 천수존자가 득의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실로 엄청난 놀라움이라 할 수 있었다. 천수존자, 그가 누구인가? 당대 뇌정마찰의 방장이었으며 마교 십대천마의 일 인이 아닌가? 뇌정마찰과 마교의 절기를 한몸에 이은 최강의 마종, 한데 그런 천수존자가 스스로 자신이 마교 서열 백 위 안에 겨우 낀다고 말한 것이었다 . 좌초백은 침중한 안색으로 검미를 모았다. (천수마(千手魔) 정도가 하수(下手)라면 도대체 마교의 최강자들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자들일까?)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암암리에 탄식했다. 이어, 그는 천수존자의 시신 옆에 구르고 있는 금강보산을 집어들었다. 츠으… 츠으… 여전히 굉량한 빛의 무리를 토하고 있는 금강보산, 그 안쪽에는 좌초백만이 읽어낼 수 있는 아주 난해한 구결이 직혀 있었다. <가장 어두운 암흑(暗黑)의 시대가 도래하면 금강보산(金剛寶傘)이 열리리라!> 그 글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저 전설상의 신승(神僧) 용수존자(龍樹尊子)가 남긴 것이었다. 그는 천기(天機)를 읽을 줄 아는 능력자였다. 그래서 그는 좌초백이 위기에 처하리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안배를 얻도록 해놓은 것이었다. 처음에 적힌 글 아래로는 지극히 난해한 한 가지의 심결(心訣)이 적혀 있었다. <광극대법륜참(光極大法輪斬) 요결(要訣).> 이것이 그 심결의 제목이었다. 방금 좌초백이 천수존자를 쓰러뜨릴 때 시전한 무공이 그것이며, 용수존자가 남긴 뇌정마찰 최후최강의 절예가 바로 그것이었다. 좌초백은 일성의 성취로 광극대법륜참(光極大法輪斬)을 펼쳤다. 한데, 천수존자는 대항조차 못하고 죽음에 이른 것이었다. 광극대법륜참은 주변의 빛(光)을 끌어모아 그것으로 적을 살상하는 무공이었다. 그것의 단점은 반드시 어떤 종류든 간에 빛(光)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광극대법륜참이 십이성에 이르면 스스로 빛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경지에 이르려면 꼬박 백 년 이상 참수해야 할 것이다 . 어쨌든, 금강보산의 빛이 좌초백의 몸으로 흡수되는 듯이 보인 것은 바로 그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금강보산 안의 보주(寶珠), 그것이야말로 바로 용수존자가 남긴 원정내단이었다 . 용수존자, 그는 불문최고의 항마심결인 광명대법신(光明大法身)을 십이성 연마해낸 유일무이의 고수자였다. 그러하기에 그의 원정내단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법광(法光)을 흘려내는 것이었다. 좌초백은 금강보산을 다시 접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활불(活佛) 사부님! 당신의 원수는 갚았습니다!) 그는 우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금강보산이 접혀지자 다시 뇌공탑의 내부는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그때 무기력하게 바닥에 누워있던 사대금강들이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그들이 다시 내공을 회복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대금강의 노안은 온통 격동과 환희의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 그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가슴 벅찬 기쁨을 나누었다. "아미…타불! 활불(活佛) 대사형(大師兄)의 전인인 줄 몰랐네!" "허허! 전설상의 법륜지존(法輪至尊)이 당대에 나타나다니… 본문의 흥복이네!" 이어, 그들은 비틀거리며 좌초백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 "헤헤! 천존(天尊) 형님께서 이기실 줄 알았습니다!" "크큽! 마교의 졸개 따위가 위대하신 이세(二世) 지옥천존(地獄天尊)님의 적수가 될 리가 없지!" 스슥… 화라락! 서로 다른 웃음소리와 함게 몇 개의 인영이 질풍같이 뇌공탑 안으로 날아들었다 . 삼남이녀(三男二女), 그들은 물론 지옥사패겁(地獄四覇劫)의 지존들이었다. 그 중 용후(龍后) 사예설의 품에는 대막여왕 철옥정이 축 늘어진 채 안겨 있었다 . 그런 철옥정의 얼굴은 타는 듯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도화음독의 독기가 절정에 이른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좌초백은 따뜻한 시선으로 혼절한 대막여왕 철옥정을 바라보았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누님!) 이어, 그는 금강보산을 사대금강에게 주고 용후 사예설에게로 다가섰다. 용후 사예설은 다가오는 좌초백을 보고 옥용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이미 남녀관계를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따라서, 그녀는 철옥정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좌초백은 용후 사예설에게서 조심스럽게 철옥정을 받아안았다. (머지않아 중원(中原)을 구경하시게 될 것입니다. 그래도 한때는 누님의 선조들이 지배했던 고토(古土)를…!) 이어, 그는 철옥정을 안은 채 성큼성큼 걸어 뇌공탑 밖으로 걸어나갔다. 스으… 스으… 어느덧, 뇌정마찰의 동쪽 하늘로 붉은 기운이 뭉클뭉클 일고 있었다 . 뇌정마찰, 이곳은 서역(西域)의 지배자 뇌정마찰의 심장부인 뇌공탑(雷公塔)이었다.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