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
페르세우스의 사설탐정 사무실엔 조수가 생겼다.
바로 큰아버지였다. 큰아버지는 집에서 지내시기가 갑갑하실 것 같아 매일 사무실로 모시고 나온다. 나오시면 청소를 같이하고 함께 차를 마시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몸소, 체득을 통해서 배우신다. 큰아버지는 무얼 시키면 일을 마냥 즐겁게 하신다. 그게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을 부치는 따위의 하찮은 일일지라도.
처음 사무실에 나오셨을 적에 큰아버지께서 테이블에 놓인 고가의 카메라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에서 보기 드문 카메라라고 하셨다.
“북에서 이런 카메라를 하나를 딱 메면 뭇사람의 존경과 경의를 받는 물건이지.”
카메라는 일본 제품이었다.
광명 안과의 전리품이니 페르세우스도 그 가격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고가일 것이다. 카메라는 다 포맷이 되어있다. 사진이 한 장도 없는 빈 카메라다. 큰아버지는 카메라의 가격을 물었지만, 페르세우스는 사건을 해결하다가 덤으로 따라온 물건이라고 했다.
페르세우스는 마음에 든다는 카메라를 큰아버지께 하나 선사했다.
디지털이라 필름이 없이 가능했고 찍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지우고 다시 찍는 방법 정도를 큰아버지께 알려 드렸다. 핸드폰에도 카메라가 있다고 했지만, 큰아버지는 이런 거 하나 메야지 자세가 나온다면서 자세, 자세를 강조하셨다. 망원렌즈를 사용하는 방법은 큰아버지께서 쓰시다가 스스로 터득하신 것이다. 큰아버지는 가끔 도립도서관 정원으로 더 나아가 시청 정원과 등기소 마당으로 출사를 나가시곤 했다. 꽃을 즐겨 찍으시는 모양이었다. 페르세우스는 그 사진을 노트북과 연결해서 출력을 해드리면 들고 사뭇 신기해하시며 좋아하신다. 마음에 드는 사진은 출력해서 큰아버지의 방에 붙여둔 것도 더러 있다.
아버지 산소의 석축 공사와 좌판, 비석을 세우는 작업은 이미 마쳤다.
큰아버지께서 돌아와 처음 하신 일이 그것이었다.
페르세우스와 함께 석재 공장을 돌아다니시며 돌의 재질을 보고 견적을 받았고 가장 만만한 타입으로 비석을 제작하고 그 석재 공장에 위임해서 굴착기를 동원해서 이틀에 걸쳐 석축 공사까지 깔끔하게 마쳤다.
큰아버지께선 그 공사에 감독하셨다. 큰아버지는 공사를 진행하시면서 아버지의 산소 옆에 적당한 크기의 공터를 닦아두고 거기에도 석축을 쌓았다. 장차 큰아버지 자신이 가실 자리라고 했다. 그 자리에도 새로 잔디를 입히고 페르세우스에게 벌초하면 그 자리도 잔디가 잘 자라게 하자고 하셨다. 그 공사에 들어가는 경비는 모두 큰아버지께서 부담하시고 공사를 마치고 어머니와 셋이 가서 간단하게 제를 올렸다. 아버지 산소에서 그 제를 올릴 적에는 페르세우스가 제주가 되었다.
큰아버지는 무엇보다 페르세우스가 하는 일이 상당히 신기한 모양이었다.
가끔 의뢰인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전화 상담을 하면 큰아버지는 귀를 기울여서 들었다.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큰아버지와 상의를 했다.
“참 희한한 사업도 다 있구나.”
큰아버지는 사설탐정을 처음에는 사업이라고 하셨고 의뢰인을 전혀 이해하시지 못하셨다. 그런 일은 혼자서 처리하지, 돈을 주고 맡긴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해 보인다고 하셨다. 차츰 시간이 가니, 문제를 푸는데 고민을 같이 해주시기도 한다. 사무실에만 따라다니던 큰아버지께 친구가 생긴 것이다. 아니, 찾은 것이다.
큰아버지의 중학교 동기들이라고 했는데 지금 해평시에 사시는 분들이다.
페르세우스가 혼자 다니시는 큰아버지께서 측은해 보여 인터넷으로 전화번호를 찾아 해평중학교에 연락했다.
왜 그 생각을 진즉에 하지 못했을까?
교무실에서 전화를 받은 사람은 교감이라고 했다.
혹시 총동창회장의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작년에 나온 소형 책자가 어디 있을 거라며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 기다렸더니 분명히 책자가 있었는데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며 법원 앞에 있는 이상화 변호사가 총동창회장이라며 그 변호사 사무실을 114 안내에 물어보라고 했다.
이상화 변호사 사무실은 대충 어디쯤 있는지 페르세우스도 알고 있었다.
이상화 변호사에게 전화해서 해평중학교 이야기를 했다. 이상화 자신은 18회라고 했다. 12회 동기회는 혹시 없느냐고 했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다. 아마도 총동창회에서 나온 안내 책자를 뒤지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왜 그러느냐고 지나가는 소리로 물었다. 페르세우스는 월남전에서 49년 만에 살아 돌아온 12회 설효진 상사가 친구들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상화 변호사는 깜짝 놀라면서 신문을 보고 알았고 동창회가 발칵 뒤집혔다고 하면서 이상화 변호사는 전화하시는 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큰아버지라고 했더니 금세 아버지의 이름을 대며 아들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참 훌륭한 집안이라면서 이제는 큰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을 덧붙였다.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으니 다들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상화 변호사는 찾아냈는지 12회는 송정동의 행복공인중개사의 김재환 중개사가 동기회장이고 그 사무실을 동기회 사무실로 쓴다고 하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페르세우스는 전화를 해보니 웬 아가씨가 받았다. 위치를 물어보고는 송정동에 있다는 중개사 사무실로 큰아버지를 모시고 갔다.
신문을 뒤적이고 있던 김재환 중개사는 깜짝 놀라며 큰아버지를 한동안 얼싸안았고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아이고, 이 사람아! 죽을 운이 아니었네.”
김재환 중개사는 이미 신문을 통해서 큰아버지께서 돌아오신 사실을 알고 계셨는데 아무리 찾아도 연락처를 알 수가 없다고 해서 어떤 방법으로든 연락이 올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던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평중학교 교문에 현수막을 걸었었다고 했다. 그것도 보름이 넘도록 걸어두었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클릭해 보여주었다. 사진은 여러 장이었다. 페르세우스도 큰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사진을 보았다.
경축, 해평중학교 12회 설효진 상사 월남 참전 49만의 무사 귀환, 이라는 기다란 현수막의 사진이었다.
큰아버지를 만난 김재환 중개사가 두서없이 여기저기에 전화를 넣는 것을 보고, 페르세우스는 즐겁게 친구분들을 만나시라고 인사를 하고 나와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날을 기화로 큰아버지는 페르세우스의 사무실이 시들해진 모양이다.
아침에 같이 나왔다가 청소를 마치고 중개사 사무실이 문을 열면 그쪽으로 가시는 눈치다. 페르세우스의 사무실에서 송정동까지는 철로 굴다리를 이용하면 운동으로 걷기에 알맞은 거리였다. 말씀은 안 하셨지만, 집에 계시면 제수씨가 되는 어머니가 상당히 불편하신 모양이라 페르세우스를 따라 출근은 하신다. 그러나 이젠 종일 사무실에 붙어 계시지는 않는다.
큰아버지는 동기들끼리 또 한 번 환영회로 식사자리를 가졌다.
며칠 전 저녁에 해평시에 사는 동기들이 거의 다 모여서 거대한 회식을 하신 모양이다. 다봉산성이라는 큰 식당에서 저녁 늦도록 환영회를 했던 모양이다. 그날부터 큰아버지의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페르세우스의 사무실에 있으면 카톡이 날아오고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다. 전부가 중학과 초등학교 동기생인 친구들이었다.
전화가 오지 않으면 큰아버지가 먼저 전화를 해서 점심 약속을 잡곤 하셨다. 큰아버지 혼자서 돌아다니시고 적응을 하시는 게 그저 보기가 좋았다.
오늘도 큰아버지는 사무실까지 같이 나오셨다가 전화를 받고는 임수동으로 나가셨다.
도시가 팽창되어 변했다고 하지만 소도시라 큰아버지께서는 그 지명을 다 알고 계시니 길을 잃을 일은 없을 것이다.
큰아버지께서 마음 놓고 나다니시니 페르세우스는 홀가분하다.
어떤 날은 친구들과 술자리가 길어진다면서 늦은 저녁에 돌아오시곤 했다.
“민수야! 오늘은 또 어떤 친구를 오십 년 만에 만났지. 그 친구가 뭘 하느냐 하면,”
가끔은 페르세우스에 친구를 자랑하시기도 했다. 큰아버지의 행동반경은 넓어져서 기차를 타고 대구까지 내려가시는 모양이다.
가끔 대구에서 친구를 만나고 있는데 늦지 싶으니 저녁을 먼저 먹으라는 내용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어머니는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신화를 세 번이나 읽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참 재미가 있었다면 스스로 다나에라고 칭했다. 어머니의 공황장애는 큰아버지께서 돌아오시고 현저히 호전을 보였다. 이제는 페르세우스를 동행하지 않고 정신과에 혼자 가셔서 의사와 마주 앉아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아 오시는데 가끔 약을 잊고 잡수시지 않을 때가 있다.
그 약은 잊고 잡수시지 않을 때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약이다.
페르세우스는 도립도서관을 들락거리며 어머니께서 읽을만한 책을 빌려다 드리는 게 일이었다. 어머니가 책을 읽고 변한 것이면, 안드로메다를 두고 김지현이나, 지현이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 안드로메다’라고 부른다는 점이다. 그리스 로마신화의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사이를 확실하게 아시는 어머니였는데 그렇게 부른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우리 안드로메다?
좀 어색하고 우습긴 했지만, 어머니의 삭막하고 메마른 가슴에. 진정 간절한 마음으로 정을 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어머니는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아냈는지 가끔 안드로메다와 통화를 하시는 눈치였다. 그게 어머니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청량제 구실을 할지도 모른다고 페르세우스는 생각하니 안드로메다에게 고맙기 그지없다.
아. 예쁜 처녀!
페르세우스는 이상하게도 안드로메다를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성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안드로메다에게는 전화가 자주 온다.
꼭 볼일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사설탐정이 뭘 하나? 궁금해서 하는 전화라고 했다. 전화를 받으면 ‘페르세우스여! 안녕!’이라는 인사를 주문처럼 던진다. 항상 발랄한 목소리다. 심하면 하루에 두 번 이상 오기도 하지만 페르세우스는 귀찮거나 싫지가 않다. 어쩌다 전화가 오지 않는 날이면, 오히려 이 아가씨가 바쁘나? 궁금하기도 하다.
오늘도 큰아버지가 나가시고 나서 안드로메다의 전화를 받았다. 탐정에 관한 영화가 신작으로 나왔는데 언제 짬을 내서 보러 가자는 내용이었다. 그런 영화를 보면 탐정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페르세우스는 그러자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안드로메다와 같이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해평넷과 벼룩시장에는 광고가 계속 나가고 있는지 문의 전화는 끊임없이 온다. 페르세우스는 전화로 먼저 상담을 하고 개입할 가치가 있는 사건만 수임을 받는 형편이다.
확실히, 억울함을 고소함으로 전환, 이라는 문구가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전화를 받으면 모두 그 말을 먼저 들먹인다.
점심을 먹고는 세무서에 납세 증명서를 떼러 가야 한다.
의뢰인이 부탁한 건인데, 납세 증명서를 세목별로 떼서 지번을 확인해야 전체 재산의 규모를 파악할 수가 있으며 어느 물건의 공시지가가 얼마인지 파악할 수가 있다.
의뢰인은 육십 대 배춘자 아주머니였다.
그 아주머니가 찾아왔을 때는 큰아버지도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던 아침나절이었다. 큰아버지도 그 아주머니의 사연을 소상하게 다 들었다.
아주머니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부터 늘어놓았다.
삼십 대에 남편이 죽고, 십 년이 넘게 혼자 살다가 사십 대에 어느 상처한 홀아비의 후처로 들어와 전처소생의 아이를 셋이나 키웠다고 했다. 원래 남편에게는 아이가 없었느냐고 옆에 앉은 큰아버지가 묻자 없었노라고 했다. 그렇다면 오로지 의지할 곳은 다시 맞은 남편과 그 아이들뿐이다.
딸 하나에 아들 둘, 제 자식처럼 키웠는데, 키우고 보니 병아리가 아니라 미운 오리 새끼였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자신이 뻐꾸기 둥지 역할을 했노라고 비유했다.
아이들을 그렇게 헌신적으로 키웠는데 일곱 살이 더 많은 남편이 지난해 가을 무렵에 추수하면서 경운기를 끌고 도로에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참 딱한 입장이었다.
아이들이 몇 살이냐고 묻자. 다 장성해서 막내가 작년에 결혼했노라고 했다.
그런데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이 나오자 딸 하나와 아들 둘이서 아주머니 몰래 합의를 하고 받아서 나누어 가지고 아주머니에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는 소행을 보니 남편이 죽으면 재산 분배과정에서 다툼이 있을 것 같아 미리 자신의 몫을 확보해 두기 위해서 어느 땅이 얼마나 하는지 알아보고 법적 자기 몫을 챙겨 노후를 대비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 말을 하면서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믿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남편은 아무래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다면서 병원에서 간병인 노릇을 하다가 답답해서 병원에 굴러다니는 벼룩시장의 광고를 보고 잠시 찾아왔노라고 했다.
혼인신고는 정식으로 되어있느냐고 페르세우스가 물었다.
혼인신고는 되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 사연을 들은 큰아버지께서 섣불리 격분했다.
“배은망덕한 놈들! 내가 그냥,”
그 말을 하면서 나서는 큰아버지의 팔을 페르세우스는 슬쩍 잡아당겼다.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냉정하게 사건을 보고 다루어야 한다. 냉정해져야 한다. 한쪽 이야기만 듣고 감정으로 다가서면 법적으로 낭패를 당하는 일이 생긴다.
“호적에 확실히 그렇게 되어있으면 상속에 대해 유언을 하시지 못하고 돌아가시더라도 반은 배우자인 아주머니의 몫입니다.”
아주머니의 말씀 요지는 자신이 들어와서 아이 셋을 키우면서 농사일을 도왔기에 농토를 늘려가며 살림을 살았고 특수작물이라고 참외 농사를 짓는데 뼈가 빠지도록 일을 했노라고 농토를 늘린 이야기를 했다. 이런 아주머니에겐 신세 한탄을 들어주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된다.
농토가 어디냐고 묻자. 근방에 있는 남면이라고 했다.
시골 땅이라 어느 게 얼마인지 다 합치면 재산이 현금으로 따지면 얼마쯤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자기는 면사무소조차 가본 일이 없는 무지렁이 농촌 아낙네라고 했다. 올해 농사는 간병인 노릇을 하느라 짓지 못하고 이웃에게 맡겼다며 병원에도 들르지 않는 자식들을 생각하면 잠을 설친다는 요지였다.
큰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듣고 계셨다.
배춘자라고 실명을 밝힌 아주머니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게 법적인 자신의 권리나 몫을 좀 명확하게 알아달라는 것이었다.
병석에 누운 남편에게 희망을 걸기는 늦은 것 같다고 하면서 착수금이라며, 들고 온 손가방을 뒤져 현금을 내밀었는데 꼬깃꼬깃 접은 지폐들이었다. 얼마나 어렵게 모으고 간직했는지 그 꼬깃꼬깃한 지폐, 여러 장이 생의 애환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이런 아주머니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페르세우스는 배춘자 아주머니와 남편의 인적사항부터 파악하고 연락처를 받고 알아내서 병원으로 들르겠다고 하고는 돌려보냈다.
이런 일은 대충 하루면 끝이 나는 일이다.
문제는 아주머니가 안심하고 간병인 노릇을 하게 알려주는 일뿐이다. 보존등기나 가압류를 하면 더 확실한데 괜히 그런 짓을 해서 자식들과의 불화의 싹을 틔울 필요는 없는 일이다.
일삼아서 시청에 가서 무인기로 주민등록을 열람하니 남편의 정확한 부인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안심이다. 보험금은 아주머니의 도장을 도용해 받고 합의를 했더라도 이 호적은 자식들이 어쩌지 못한다. 문제는 지가였다. 얼마쯤 된다고 딱 부러지게 명시해 주어야 안심을 할 것이다.
점심을 햄버거로 때우고 세무서를 가려고 준비하는데 도경의 최경욱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보고, 이 작자가 웬일이지? 한참 생각하고 페르세우스는 느긋하게 전화를 받았다.
큰아버지는 잘 모시고 왔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적응을 잘 하시느냐고 물었다. 역시 적응을 잘 하시지. 최경욱은 큰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서 인사를 하고 아버지 사건을 아직도 들추고 있느냐고 물었다.
목적은 바로 그것이었다.
전화를 받으면서 페르세우스는 생각했다.
찔리는 구석이 있지? 이 뱀의 혀를 지닌 작자야!
함정에 말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최경욱,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아마도 투서를 넣어 경찰을 움직이게 할 정도의 선이라면, 여당의 지도부가 아닐까, 하고 아버지의 편에 서서 얘기를 했다. 페르세우스도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더니. 당시의 여당 대표는 장진수였는데 그도 낙선해서 정계를 떠난 인물인데 조사를 해보니 지금 충남 보령으로 낙향해서 초야에 묻혀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당시에 날고기던 여당 대표지만 낙선하니 그 꼴이라며 국민의 표심은 실로 대단한 것이라고 했다.
페르세우스는 이미 장진수가 보령으로 낙향했다는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최경욱은 그렇게 초야에 묻힌 작자에게 보복성 탐색을 하고 책임을 따지면 무방비의 시민이 다친다고 하면서 가능하면 마음을 정리하고 사건을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는 요지였다.
페르세우스는, 그대가 이런 억울한 경우를 당해도 그런 말을 할 수가 있겠느냐고 되물으면서 아직 심리적으로 종결하기에는 이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경욱은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할까 두려워 전화했노라고 하면서 자신은 어제부로 총경으로 진급을 해서 단밀의 경찰서장으로 발령을 받았노라고 했다. 단밀이라면 해평시와 붙은, 이웃 군이다.
강력계에서 뼈가 굵은 자가 경찰서장으로 간다? 그럼 강력계는?
페르세우스는 의아했지만, 그 점은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했다.
강력계와는 달리, 시골인 군 단위 경찰서장으로 가면 시간이 많을 것이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를 달라고 했다. 페르세우스는 지금도 아버지께 미안한 심정이 없느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고 언제 시간이 나면 그 경찰서에 차를 마시러 들르겠노라고 했다. 최경욱이 말한 단밀의 경찰서는 마음만 먹으면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는 가까운 군청 소재지다. 최경욱은 언제든지 환영한다며 큰아버지를 잘 모시라는 말을 하고 끊었다.
최경욱의 전화를 받고 나니 페르세우스의 기분이 고약했다.
응징할 대상이 자꾸 줄어든다는 기분이었다.
기분이 왜 이럴까, 생각하며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기억하고 가방을 챙겨서 세무서를 향했다.
*21.
아침에 같이 출근하신 큰아버지에게 호출이 왔다.
송정동의 김재환 중개사 사무실로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는 전화였다. 어머니에겐 이미 연락을 했으니 준비를 하고 계실 터이니. 빨리 집으로 가서 모시고 오라는 것이었다. 페르세우스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와보면 안다는 것이었다.
“큰아버지! 조수가 바쁜 사수를 오라, 가라, 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그 말을 하고 일어섰다. 점심을 먹고 난 다음이었다.
점심은 큰아버지와 함께 먹지 않았다.
큰아버지는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사무실을 나가셨다.
점심은 미용실의 주선미 누나와 미용실 근방의 중국집에서, 누나가 먹고 싶다는 짬뽕으로 때웠다.
점심나절이 거의 다 되어 큰아버지께서 사무실을 나가시고 나서 바로 주선미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누나라 반가운 마음으로 받았다. 누나는 먼저 바쁘냐고 물었다. 그렇지는 않다고 했더니 미용실로 급하게 좀 오라는 것이었다. 직감적으로 무슨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무슨 문제일까?
사무실에서 미용실까지는 차로 오 분 남짓한 거리다.
급하게 나섰다. 도착하니 미용실 문을 열려있었지만, 손님은 없었다. 누나는 형광등을 가리켰다. 형광등 커버에는 또 몰래카메라가 붙어 있었다. 형광등 커버가 새것이라 카메라는 단박에 표시가 났다.
“이런? 또 시작이군. 저걸 떼어 드릴까요?”
“그럴 필요는 없어. 알고 있으면 그만이야. 저게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면 그대로 달아두는 게 서로가 편해.”
언제 발견했느냐고 물었다.
“어제저녁에 집에서 테이블 위에 던져둔 미용실 열쇠를 슬쩍 들고 나가기에 눈치를 챘지.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나와보니 저렇게 달려 있었어. 이젠 상관이 없어. 동생 이리로 앉아! 머리를 잘라줄게.”
머리를 잘라준다? 싫다고 했더니 남자가, 잘 생긴 총각이 왔다가 그냥 가는 걸 알면 의심할지도 모른다면서 막무가내로 앉으라고 했다. 페르세우스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자르려고 앉았다. 머리를 자르며 누나는 조용히 말했다. 임신이라고. 페르세우스는 귀를 의심했다. 임신? 그런 반가운 소리를 남의 일처럼 이렇게 태연하게 할 수가 있을까?
“그래요?”
누나는 입덧이 심하고 산부인과에 검사했더니 임신이 정확하다고 했다. 김종칠이 그 사실을 알고 매일 뭐가 먹고 싶으냐고 묻고는 사 들고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몰래카메라를 달아요?”
누나가 페르세우스에게 묻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저 몰래카메라를 단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무슨 심리인지 그걸 알고 싶다는 거였다.
“그동안 머리가 많이 길었네! 가끔 들러! 내가 다듬어 줄게.”
누나는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성과나 안심에 대한 확고한 보상심리가 아닐까요?”
“그렇지? 의심해서라기보다는 그런 심리도 남자에겐 있지?”
주선미 누나는 머리를 자르며 헛구역질을 두 번이나 했다. 정말 입덧이 심한 모양이다. 주선미 누나가 페르세우스를 부른 이유는 근황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분명히 그 자랑을 하고 싶었을 터이다.
머리를 다 자르고 나서 머리를 감고 주선미 누나는 짬뽕을 들먹였다. 갑자기 그게 먹고 싶다는 거였다. 한 그릇 사 달라고 했다. 근방의 맛있게 하는 중국집이 있다고 해서 누나를 따라갔다. 짬뽕을 먹으면서도 헛구역질을 두 번이나 했는데 페르세우스가 보기에는 껄끄럽다기보다는 그렇게 예쁘게 보일 수가 없었다. 누나의 등을 두드려주고 짬뽕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페르세우스는 집으로 향하면서 차의 룸미러에 비친 머리를 살폈다.
단정한 게 참 마음에 들었다. 누나의 솜씨는 탁월하다.
아파트 마당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미리 문단속하고 현관 앞에 나와 서성이고 있었다. 화단의 꽃을 살피는 중이었다.
“큰아버지께서 무슨 일이래요?”
“누구에게 꼬임을 당했는지 갑자기 아파트를 산단다.”
“아파트를 산다? 그럼 따로 사시겠다는 말씀인가요?”
어머니는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가보자고 했다. 가보면 안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그 말을 하면서 안드로메다를 들먹였다. 웬 안드로메다? 페르세우스는 화들짝 놀랐다. 눈썰미가 있는 처녀이니 있으면 같이 가서 꼼꼼하게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
페르세우스는 자신과 어머니 다나에를 버린 외할아버지에게 원한을 품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외할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여러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터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해 있었다. 하지만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는 달랐다. 그는 그동안 페르세우스의 행적을 전해 듣고 외손자가 돌아와서 자신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는 마침내 손자 페르세우스가 아르고스로 자신을 찾아온다는 얘기를 듣고는 지레 겁을 집어먹고 부리나케 이웃 나라 라리사(Larisa)로 피해버렸다.
그러자 페르세우스는 외할아버지의 오해를 꼭 풀어드리고 싶었다. 그는 어머니와 아내는 아르고스에 남겨둔 채 라리사로 외할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마침 라리사의 왕 테우타미데스(Teutamides)는 아버지 기일을 맞아 축제를 벌이며 원반던지기 경기를 개최했다. 원반던지기에 자신이 있고 즐기던 페르세우스도 그 원반던지기에 참가해서 차례가 되자 몸을 돌리며 힘차게 원반을 던졌다.
그런데 한참을 반듯이 날아가던 원반이 마침 갑자기 불어 닥친 강한 바람 때문에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다. 마침내 원반은 관중석으로 날아가더니 머리가 허연 노인의 정수리를 맞추어 그 노인은 머리가 터져 죽게 된다. 그런데 그 노인은 바로 외손자를 피해 라리사로 몸을 피신하여 관중석에서 원반던지기 대회를 구경하던 페르세우스의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오스였다. 비탄에 잠긴 페르세우스는 외할아버지의 시신을 아르고스의 아테나 신전에 정성스레 묻어 드렸다.
#
방이 네 개였다.
평수는 마흔네 평이고 지은 지가 사 년밖에 안 된 새 아파트라고 김재환 중개사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좁은 집에서 제수씨와 함께 사니 이 친구가 여간 불편하고 거북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조카가 거실을 쓰는 것도 그렇고, 이 집은 꼭대기 층인 까닭에 덤으로 옥탑방이 하나 더 있어요. 이 친구의 서재로 꾸며서 낮에 이용하면 그만이지요. 이 정도면 한 공간에 사셔도 전혀 불편한 게 없을 겁니다.”
큰아버지의 중학 동기, 김재환 중개사는 어머니의 승낙이 있어야 가능한 것처럼 어머니에게 설득을 시도했다.
어머니는 혼잣말로, 염치가 없어서, 라고 말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주방의 구조를 살피고는 수도꼭지를 틀어 물이 나오는지 확인을 했고 이방 저방 문을 다 열어보고는 또 염치가 없어서, 라는 말을 했다.
페르세우스는 어머니의 표정을 살폈다.
평온한 표정이었다.
생각하니 어머니가 마음에 들고, 들지 않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눈치를 보니 이미 큰아버지께서 이 집을 답사하고 마음을 굳힌 듯했다.
페르세우스는 옥상으로 난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았다. 두어 평 되는 작은 방이 매달려 있었는데 큰 창문이 달려서 별을 보기에 그만일 듯했다.
큰아버지는, 어머니가 마음에 들기를 바라고 있는 눈치였다. 페르세우스는 아파트의 가격을 물었다. 김재환 중개사는 많이 깎았다고 하면서 금액을 말했는데 페르세우스가 예상했던 금액에 상당히 못 미쳤다. 큰아버지가 한꺼번에 받은 월급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금액을 말하는 중개사의 얼굴과 큰아버지의 표정을 번갈아 보며 페르세우스는 포세이돈을 떠올렸다.
#
제우스가 보여주는 냉철한 현실감각과 탁월한 정치력은 포세이돈에게서 기대할 수 없다. 그는 이것저것, 요모조모 따지는 타입이 아니다. 술수도 모르고 전략도 없다. 그저 순간적인 감정과 느낌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좌충우돌 식이다. 하나는 알되 둘 이상은 모른다. 충동적이며 즉흥적이다. 성급하고 직선적이며 변덕스럽다. 좋게 보면 순진하고 감상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성격이다. 제우스가 현실주의자라면, 포세이돈은 낭만주의자다. 계산을 모르는 순정파다. 제우스와 포세이돈 중 누구를 친구로 삼겠느냐고 묻는다면 후자를 택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를 조직의 보스로 삼겠느냐고 물으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제우스는 득실 관계를 냉철하게 따져보고 득이 되면 하기 싫어도 하고, 실이 되면 하고 싶어도 안 한다. 그러나 포세이돈은 그저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스타일이다.
#
“이 친구가 얘기는 안 했지만, 무엇보다 화장실을 쓰는 게 불편하겠죠. 그러나 이 아파트는 화장실과 세면실이 세 개라 그런 점에서 확실히 다르지요. 또 공단 경기가 조금만 살아나면 가장 먼저 가격이 오를 아파트입니다”
김재환 중개사는 투자성에 관해서 얘기했다.
페르세우스는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다. 듣고 보니 그랬다. 화장실을 사용하기가 엄청 불편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조금 상기된 낯빛으로, 집을 보았으니 공인 중개사 사무실로 가서 얘기하자고 했다.
공인 중개사 사무실에 가서는 그 집의 서류를 살폈다.
이미 중개사가 등기부 등록을 인터넷을 출력해놓았다. 아가씨가 커피를 대령했다. 전주인이 근저당을 설정하고 얼마를 대출했는데 계약금을 지급하면서 법무사에게 시키면 법무사가 전 주인을 데리고 가서 갚고 바로 근저당이 해제된다고 어머니께 설명하며 서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페르세우스는 어머니의 고소공포증을 우려하며 큰아버지께 왜 꼭대기 층을 고집하시느냐고 묻자, 사람은 자고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어머니는 말을 아끼고 있었다.
대신 큰아버지의 친구인 김재환 중개사가 나서서 어머니를 설득하는 조로 말했다. 페르세우스가 보기엔 모든 권한은 어머니가 쥐고 있는 듯이 보였다. 내용을 모르는 그 사무실 아가씨가 보기에도 그랬을 것이다.
아닌데?
늙은 중개사의 설명에 따르면 나중을 생각해서 명의 이전은 페르세우스 앞으로 하고 지금 사는 소형아파트는 팔지 않고 그대로 세를 놓았다가 페르세우스가 결혼하면 살림집으로 주고, 지금 사는 아파트가 어머니의 명의로 되어있으니, 페르세우스의 앞으로 하면 일 가구 이 주택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그 말에 페르세우스가 냉큼 대꾸했다. 자신은 결혼하더라도 큰아버지와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살 생각이라고 했다. 그 말에 큰아버지는 마른 헛기침을 하셨고 어머니는 페르세우스에게 눈을 흘겼다. 김재환 중개사는 마음은 갸륵하지만, 이 시대에 그렇게 산다고 하면 시집올 처녀가 없을 거라며, 큰아버지를 대변해서 집이 좁고 화장실이 하나라 불편한 입장을 조목조목 따지듯이 설명했다.
큰아버지께선 대변인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는 듯이 묵묵히 듣고만 계셨다. 사실이지 큰아버지는 그 아파트가 비싼지 싼지 아직은 모르실 것이다. 작금의 현물 시세에 아직은 그만큼 밝지 못하신 것이다.
“집이야 마음에 들지만, 염치가 없어서,”
어머니는 또 그 말을 했다.
“염치가 없기는 뭐가 염치가 없습니까? 모시고 같이 사는데, 그럼 승낙하신 것으로 알고 계약을 추진하겠습니다. 사시는 아파트는 제가 책임을 지고 빨리 세를 놓아드리겠습니다. 제수씨!”
중개사가 어머니에게 제수씨라고 하면서 못을 박았다. 김재환 중개사는 따지면 아버지의 선배가 된다. 생각하니 제수씨라고 부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어머니는 그 말에 침묵했다.
중개사는 어머니의 표정을 살피며 아가씨에게 계약서를 가자고 오라고 일렀다. 계약서는 아직 매수자의 이름이 적히지 않은 빈 용지였다.
“어머니 고층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고소공포증을 생각하며 페르세우스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는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는 괜찮은 것인가?
김재환 중개사는 그 용지에 등기부를 보고 주소와 아파트 면적, 부대 면적 등을 적어넣고 페르세우스에게 신분증을 달라고 해서 페르세우스의 인적사항을 직접 기록했다.
매도자는 조금 있다가 오기로 했으니 그때 인감까지 받으면 되고 매수자는 인감도장이나 인감증명서 없이 사인만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페르세우스는 계약서를 들고 대충 읽었다. 특별할 것이 없는 주택 매매계약서였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공인 중개사가 중재에 나서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었다. 페르세우스는 어머니의 눈치를 힐끔 보고 이름을 적어넣고 사인을 했다.
그리고는 큰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어머니를 집에 모셔다드렸다. 큰아버지는 아마도 매수자를 만나고 김재환 중개사와 은행에 가서 계약금을 송금시킬 것이다.
어머니를 아파트 주차장에 내려 드리고 페르세우스는 바로 사무실로 나갔다. 남은 일은 어제 준비한 배춘자 아주머니를 만나는 일이 남았다. 어제 등기부와 시세파악은 다 하고 병원에 들르지 못했다. 그녀를 안심시키는 일이 급했지만, 잠시 인터넷으로 아파트의 시세를 검색하고 나가기로 했다.
이제 페르세우스는 마흔네 평의 아파트 소유자가 되는 셈이다. 페르세우스는 인터넷에 들어가 아파트 시세를 살폈다. 서울과는 달리 이 도시는 자꾸 인구가 줄어서 그런지 오르기는커녕, 아파트값이 자꾸 빠지는 추세다. 그 단지에 매물로 나온 다른 아파트를 살펴보니 그 정도의 가격이면 적당하다. 큰아버지는 아파트의 시세를 모르고 친구가 권하는 아파트를 정하고 그냥 같이 은행에 가서 송금만 시킬 것이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