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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의 시와 십현담주해十玄談註解 ․ 2
1.『님의 침묵』과 십현담주해
1.1. 군말
님만 님이 아니라 긔룬 것은 다 님이다. 중생이 석가의 님이라면 철학은 칸트의 님이다. 장미화(薔薇花)의 님이 봄비라면 마시니의님은 이태리다. 님은 내가 사랑할 뿐 아니라 나를 사랑하나니라.
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이름 좋은 자유에 알뜰한 구속을 받지 않너냐. 너에게도 님이 있너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어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기루어서 이 시를 쓴다.
십현담 心印
批 畵蛇已失 添足何爲(뱀을 그리는 것도 이미 그르쳤는데, 여기에 발까지 그려서 무엇하리)
註 心本無體 離相絶跡 心是假名 更用印爲 然萬法以是爲準 諸佛以是爲證 故名之曰心印 本體假名 兩不相病 心印之旨明矣
[마음은 본래 형체가 없는 것이라. 모양도 여의고 자취도 끊어졌다. 마음이라는 것부터가 거짓이름인데 다시 인印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나 만법은 이것으로써 기준을 삼고 모든 부처는 이것으로 증명을 하였기에, 이것을 이름하여 심인心印이라 한다. 본체와 거짓이름이 서로 병病이 되지 않는 데서 심인의 뜻이 밝아진다.]
[해석과 감상 포인트]
a.긔룬 것은 다 님이다에서님의 정체와 상징적 의미.
b.나는 해저문벌판에서 도러가는길을일코 헤매는 어린羊이 긔루어서 이 詩를쓴다에 나타난 나의 시작(詩作)의 의미.
c.길과집의 이미지.
d. 군말과 사족(蛇足). 그리고 심인(心印)
1.2. 달을 보며
달은 밝고 당신이 하도 기루었습니다.
자던 옷을 고쳐 입고, 뜰에 나와 퍼지르고 앉어서 달을 한참 보았습니다.
달은 차차차 당신의 얼골이 되더니 넓은 이마 둥근 코 아름다운 수염이 역력히 보입니다.
간 해에는 당신의 얼골이 달로 보이더니 오늘 밤에는 달이 당신의 얼골이 됩니다.
당신의 얼골이 달이기에 나의 얼골도 달이 되얏습니다.
나의 얼골은 그믐달이 된 줄을 당신이 아십니까.
아아 당신의 얼골이 달이기에 나의 얼골도 달이 되얏습니다.
십현담 破還鄕
批 一步更奇於一步(한 걸음 한 걸음 갈수록 기이하다.)
註 非徒松逕不通 全山莫開 進之無路 退亦無門 勢至於百尺竿頭 更尋活路於萬法之中 而觸處便塞 至是而可謂勝地絶景 當恁麽時如何 (打拄杖一下云) 雲中峰巒
[소나무 오솔길만 통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산 전체가 꽉 막혀 나아가자니 길이 없고 물러서자니 문이 없으니, 형세가 마치 백척간두에 이른 것만 같다. 다시 만법 중에서 활로를 찾으려 하나 부딪히는 곳마다 문득 막히니, 이에 이르서서야 가히 승지절경勝地絶景을 만났다고 이를 것이다. 이럴 때를 당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장자를 한번 내리치고 이르기를) 구름 가운데 산봉우리다.]
[해석과 감상 포인트]
a.달의 이미지와 상상력
b. 百尺竿頭와 勝地絶景 : 破還鄕― 一帶峰巒雲更遮
c. 한문시와 국문시 대비
見月 / 한용운
幽人見月色(유인견월색) : 그윽한 사람이 달빛을 보느니
一夜總佳期(일야총가기) : 이 한밤 아름다운 기약을 다하네
聊到無聲處(요도무성처) : 애오라지 소리 끊어진 곳에 이르러
也尋有意詩(야심유의시) : 뚯 있는 시를 찾네
1.3.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최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골입니까.
꼿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슬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돍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꼿 같은 발꿈치로 갓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십현담 心印
批 千眼失明(천 개의 눈이 밝음을 잃었다.)
註 超古超今 萬色俱泯 不異不立 異者何物 (良久云) 滿地蘆花 一天明月
[고금古今을 초월하고 만색萬色이 모두 없어졌다. 다르지 아니함도 존재하지 않는데 다르다는 것은 또 무슨 물건인가. (오래도록 말이 없다 이르기를) 땅에 가득한 갈대꽃이요, 하늘에 한결같은 밝은 달이다.]
[해석과 감상 포인트]
a. 유와 무, 그리고 반유
b. 오동잎-발자최, 하늘-얼골, 향기-입김, 시내-노래, 저녁놀-시.
c.얼굴은 침묵과 말 사이 마지막 경계선이다.,얼굴은 말이 튀어나오는 벽이다.(막스 피카르트,『침묵의 세계』).얼굴은 열려 있고 깊이를 얻으며, 다른 것으로 환원이 불가능하며 게시에 가깝다. 얼굴은 생물학적 사건이 존재론적 범주로 전환되는 사건이다.(에마뉘엘 레비나스,『시간과 타자』)
d. 不異不立 異者何物-동일성과 차이
1.4.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얕으나 급한 여을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이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어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십현담 祖意
批 天下之金鱗 不死於網 而死於水者多矣(천하의 금빛 물고기들이 그물에서는 죽지 아니했으나, 오히려 물에 걸려 죽는 놈이 많다.)
註 金鱗之魚 脫於漁網 可謂出死入生 猶未免滯水之憂 至於非水 則其危立至 水與非水 縱橫自在 是謂神龍 三賢十聖 能脫世間煩惱網 猶未忘法見之浸水 如何不滯水 (堅起拄杖云) 自從泥牛入海後 木魚盡在白雲中
[금빛 비늘의 물고기가 그물에서 빠져 나왔다면 가히 죽음에서 벗어나 삶으로 들어간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물에 걸리는 근심을 면하지 못해서 물이 아닌 데에 이르러서는 곧 위험에 빠지게 된다. 물과 물이 아닌 데에 종횡자재해야 이를 신룡이라 이를 것이다. 삼현보살과 십성十聖들도 능히 세간 번뇌의 그물은 벗어났지만 오히려 법이라는 견해가 물에 잠기는 것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였으니, 어떻게 하여야 물에 걸리지 아니할까? (주장자를 세우며 이르기를) 진흙소가 바닷속으로 들어간 뒤에 나무물고기가 흰구름 속으로 들어갔구나.]
[해석과 감상 포인트]
a. 나와 당신, 나룻배와 행인(行人)
b. [祖意] 그물과 물
c.기다린다는 것은 의미를 뛰어넘은 장소로 나아가는 가능성이다.(와시다 기요카즈.『기다린다는 것』)
1.5. 사랑의 존재
사랑을 ‘사랑’이라고 하면 발써 사랑은 아닙니다.
사랑을 이름 지을 만한 말이나 글이 어데 있습니까.
미소에 눌려서 괴로운 듯한 장미빗 입설인들 그것을 슬칠 수가 있습니까.
눈물의 뒤에 숨어서 슬픔의 흑암면黑闇面을 반사하는 가을 물결의 눈인들 그것을 비칠 수가 있습니까
그림자 없는 구름을 거쳐서 메아리 없는 절벽을 거쳐서 마음이 갈 수 없는 바다를 거쳐서
존재? 존재입니다.
그 나라는 국경이 없습니다. 수명壽命은 시간이 아닙니다.
사랑의 존재는 님의 눈과 님의 마음도 알지 못합니다.
사랑의 비밀은 다만 님의 수건에 수놓는 바늘과 님의 심으신 꼿나무와 님의 잠과 시인의 상상과 그들만이 압니다.
십현담 塵異
批 春草王孫今何在 黃沙白骨共無邊(봄풀과 왕손은 이제 어디에 있는가. 황사와 백골이 모두 끝이 없구나.)
註 菩提性空 煩惱本寂 一切平等 無有高下 妄分別 故有悟有迷
[보리菩提는 자성이 강한 공이요, 번뇌는 본래 없는 것이다. 일체가 평등해서 높고 낮은 것이 없는데, 망령되이 분별심을 내는 까닭에 깨달음이 있고 혼미함이 있다.]
[해석과 감상 포인트]
a. 사랑과 존재.사랑의 神聖은 표현에 있지 않고 비밀에 있다.(「칠석七夕」)
b.사랑의 비밀은 다만 님의 수건에 수놓는 바늘과 님의 심으신 꼿나무와 님의 잠과 시인의 상상과 그들만이 압니다.
c. 塵異-菩提煩惱等空平
1.6. 꼿이 먼저 알어
옛집을 떠나서 다른 시골에 봄을 만났습니다.
꿈은 이따금 봄바람을 따러서 아득한 옛터에 이릅니다.
지팽이는 푸르고 푸른 풀빗에 묻혀서 그림자와 서로 따릅니다.
길가에서 이름도 모르는 꼿을 보고서 행혀 근심을 잊일까 하고 앉었습니다.
꼿송이에는 아츰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아니한가 하얏더니 아아 나의 눈물이 떨어진 줄이야 꼿이 먼저 알었습니다.
십현담 達本
批 回憶自生憐(돌이켜 생각하니 저절로 슬픔이 인다.)
註 不知萬法生於自心 妄隨情量 空費許多歲月 紅顔已失 能無慨乎
[만법이 자기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 줄 알지 못하고, 망령되이 망정妄情과 헤아림을 따라 공연히 허다한 세월을 허비하고 홍안을 잃어버렸으니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석과 감상 포인트]
a. 꽃이라는 道와 名, 色과 空.
b.꼿이 먼저 알(다)란 말의 내포
c. 꽃과 터-있음. 꽃과 達本
1.7. 수繡의 비밀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도 짛고 도포도 짛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짛지 아니한 것은 적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 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 밖에는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는 마음이 아프고 쓰린 때에 주머니에 수를 놓으랴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러서 바늘구녕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리고 아직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널 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이 적은 주머니는 짛기 싫여서 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짛고 싶어서 다 짛지 않는 것입니다.
십현담 廻機
批 風起花香動 雲收月影移(바람이 이니 꽃향기가 일어나고, 구름이 걷히니 달그림자가 옮겨진다.)
註 轉位卽廻機隨之 一廻二廻 不存軌則
[위位가 올라가면 기틀 돌이킴도 이를 따르나, 한 번 돌이킴에는 정해진 법칙이 없다.]
[해석과 감상 포인트]
a. 옷을 짓다 vs 시를 짓다. 수(繡)의 비밀과 시의 비밀.
b.이 적은 주머니는 짛기 싫여서 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짛고 싶어서 다 짛지 않는 것입니다.
c. 風起花香動 雲收月影移
1.8.「?」
희미한 졸음이 활발한 님의 발자최 소리에 놀라 깨어 무거운 눈썹을 이기지 못하면서 창을 열고 내다보았습니다.
동풍에 몰리는 소낙비는 산모롱이를 지나가고 뜰 앞의 파초 잎 위에 빗소리의 남은 음파가 그늬를 뜁니다.
감정과 이지(理智)가 마조치는 찰나에 인면(人面)의 악마와 수심(獸心)의 천사가 보이랴다 사러집니다.
흔들어 빼는 님의 노랫가락에 첫잠 든 어린 잔나비의 애처로운 꿈이 꼿 떨어지는 소리에 깨었습니다.
죽은 밤을 지키는 외로운 등잔불의 구슬꼿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야 고요히 떨어집니다.
미친 불에 타오르는 불쌍한 영(靈)은 절망의 북극에서 신세계를 탐험합니다.
사막의 꼿이여 그믐밤의 만월(滿月)이여 님의 얼골이여.
피랴는 장미화는 아니라도 갈지 안한 백옥인 순결한 나의 입설은 미소에 목욕 감는 그 입설에 채 닿지 못하얐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달빗에 눌리운 창에는 저의 털을 가다듬는 고양이의 그림자가 오르락나리락합니다.
아아 불(佛)이냐 마(魔)냐 인생이 티끌이냐 꿈이 황금이냐.
적은 새여 바람에 흔들리는 약한 가지에서 잠자는 적은 새여.
십현담 塵而
批 一二三
註 妙體無名 大法不二 小乘不知 無名處 强立名字
[묘한 본체는 이름이 없고, 큰 법은 둘이 아닌데, 소승은 알지 못하고 이름 없는 곳에 억지로 이름을 붙인다.]
[해석과 감상 포인트]
a. 시제(「?」)의 의미―아아 불(佛)이냐 마(魔)냐 인생이 티끌이냐 꿈이 황금이냐.
b. 妙體無名
c. 만해 시의 서정과 지성
1.9.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나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음으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主人)은 “거지는 인격(人格)이 없다. 인격이 없는 사람은 생명이 없다. 너를 도아주는 것은 죄악이다.”고 말하얐습니다.
그 말을 듣고 돌어나올 때에 쏟어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
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야 민적(民籍)이 없습니다.
“민적 없는 자는 인권이 없다. 인권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 하고 능욕(凌辱)하랴는 장군(將軍)이 있었습니다.
그를 항거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화(化)하는 찰나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아아 왼갖 윤리, 도덕, 법률은 칼과 황금을 제사 지내는 연기(烟氣)인 줄을 알었습니다.
영원의 사랑을 받을까 인간 역사(人間歷史)의 첫 페이지에 잉크칠을 할까 술을 마실까 망성일 때에 당신을 보았습니다.
십현담 演敎
批 無數黃葉葉 盡作止啼錢(수없이 많은 누런 나뭇잎을 모두 울음을 그치게 하는 돈이라 하였다.)
註 如來爲衆生 故無言說處 更生言說
[부처님께서 중생을 위하여, 짐짓 아무 것도 말할 것 없는 곳에 다시 말할 것을 만들었다.]
[해석과 감상 포인트]
a. 당신은 무엇을 보았다는 말인가,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b. 시와 민중, 시와 생명
c. 말과 말함(die Sage). 鶴樹終談理未玄.
2. 남는 문제
1) 詩와 禪 ― 不立文字․以心傳心․心心相印․敎外別傳.
2) 국문(『님의 침묵』)과 한문(『십현담주해』) 표기에 나타난 현실의식과 초월의식
3)『님의 침묵』은 설법인가 노래인가?
4) 만해 시의 전통과 근대(성)
5) 만해 글쓰기의 사상적 근거
6) 타고르와 만해의 시 비교
其他
나의 노랫가락의 고저장단은 대중이 없습니다./ 그래서 세속의 노래곡조와는 조금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나의 노래가 세속 곡조에 맞지 않는 것을 조금도 애닯어 하지 않습니다./ 나의 노래는 세속의 노래와 다르지 아니하면 아니 되는 까닭입니다./ 곡조는 노래의 결함을 억지로 조절하랴는 것입니다./ 곡조는 부자연한 노래를 사람의 망상(妄想)으로 도막쳐 놓는 것입니다./ 참된 노래에 곡조를 부치는 것은 노래의 자연에 치욕입니다./ 님의 얼골에 단장을 하는 것이 도로혀 험이 되는 것과 같이 나의 노래에 곡조를 부치면 도로혀 결점이 됩니다./ 나의 노래는 사랑의 신(神)을 울립니다./ 나의 노래는 처녀의 청춘을 쥡짜서 보기도 어려운 맑은 물을 만듭니다./ 나의 노래는 님의 귀에 들어가서는 천국의 음악이 되고 님의 꿈에 들어가서는 눈물이 됩니다.// 나의 노래가 산과 들을 지나서 멀리 게신 님에게 들리는 줄을 나는 압니다./ 나의 노랫가락이 바르르 떨다가 소리를 이르지 못할 때에 나의 노래가 님의 눈물겨운 고요한 환상으로 들어가서 사러지는 것을 나는 분명히 압니다./ 나는 나의 노래가 님에게 들리는 것을 생각할 때에 광영(光榮)에 넘치는 나의 적은 가슴은 발발발 떨면서 침묵의 음보(音譜)를 그립니다.
-한용운,「나의 노래」전문
이처럼 나는 님의 기쁨으로 가득합니다./ 님은 내게로 오셨습니다./ 오, 모든 천상(天上)의 주인이시여,/ 만일 내 아니면 님의 사랑 어디에 주실 겁니까?// 님께선 나를/ 모든 행복의 반려로 택하셨습니다./ 내 가슴 속에는/ 님의 기쁨의 끝없는 유희가 있습니다./ 내 생명 속에는/ 님의 의지가 끝없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왕 중의 왕이신 님은 내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름답게 치장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 속에 녹아들고/ 두 사람의 완전한 결합 가운데/ 비로소 님의 모습 보입니다.
-타고르,『기딴잘리』56
(다음 주 강의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