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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의 편지 48, 독도 가는 길-무지개 너머
서현아!
이 할배가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때의 일이다.
그때 이 할배를 궁금케 하는 풍경이 하나 있었다.
바로 무지개 풍경이었다.
그 전에도 있었던 풍경이었지만, 학년이 높아지면서 어느 날 문득, 그 무지개는 왜 생기는 것이며, 왜 일곱 색깔인지 하는 등등의 궁금증이, 내 생각의 세계에 파고든 것이다.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 보라 해서, 일곱 개 색깔이 반원을 그리면서 하늘에 뜨는 무지개 풍경은 내게 두 가지의 생각이 일게 했다.
한 생각은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었고, 다른 한 생각은 신비로움 그것이었다.
그 신비로움이 내 그 궁금증의 시작이었다.
서현아!
그때쯤에 내가 본 무지개 풍경 중에서 특히 아름다웠던 것은, 바로 우리 모교인 점촌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보던 것으로, 동녘 하늘에 뜨는 무지개였다.
우리 점촌초등학교는 야트막한 동산위에 아담하게 자리를 잡고 있던 학교로서, 동쪽으로 너른 들판을 지나고 강 건너 마을인 영순까지 내다보일 정도로 시야가 넓게 트였기 때문에, 거기에서 바라보는 동녘 하늘의 무지개는 특히 더 크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크고 아름다운 무지개였으니, 내 생각의 세계에서 그 무지개에 대한 이런저런 궁금증이 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궁금증이 깊었던 것은, 그 무지개 아랫마을이 어디일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참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바로 손에 잡힐 것만 같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뜨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산 너머 까마득한 곳에서 뜨는 것 같기도 해서, 그 마을이 어딜까 늘 궁금했었다.
그렇게 궁금증만 일으켰을 뿐,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난 그 궁금증을 오랜 세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그 마을이 어디인지를 최근에 내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장흔기라는 친구로부터 들어서 알게 되었다.
그 친구 말에 의하면, 그 마을 이름이 ‘동무지’라고 했고, 자기 고향이 곧 거기라고 했다.
즉 ‘동쪽에서 무지개가 뜨는 마을’이라고 해서 그리 이름 지어진 것이라고 했다.
내게 궁금증이 든 이후로 거의 반세기만에 그 답을 얻은 것이다.
서현아!
그리스 신화에도 ‘이리스’(Iris)라고 해서 무지개를 상징하는 신이 등장한다.
신의 제왕인 ‘제우스’(Zeus)를 비롯해서 올림포스 신들의 전령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이 할배가 즐겨 들춰보는 Daum백과사전에는 이렇게 그 설명을 붙여놓고 있었다.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타우마스와 바다의 요정 엘렉트라의 딸이라고 전한다. 헤시오도스의 작품에서 그녀는 신들이 신탁을 내릴 때마다 스틱스 강에서 물을 긷는 의무를 지녔다고 한다. 그 물은 어떤 신이라도 위증했을 때에는 1년 동안 의식을 잃게 할 수 있었다. 예술작품에서 이리스는 보통 날개가 달렸고 사자의 지팡이나 항아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걸쳐진 다리처럼 하늘과 땅을 잇는 무지개 풍경에서, 옛 사람들은 신의 전령을 생각했을 성싶다.
서현아!
이 할배와 할매가 탄 배가 강릉항을 출발해서 동해 먼 바다의 섬인 울릉도를 향하여 달려가기 시작했다.
2013년 10월 5일 토요일 오전 8시 30분의 일로, 결국은 울릉도를 거쳐 독도 땅까지 밟아보는 2박 3일 여정의 그 시작이었다.
시속 100여km 정도로 빠른 쾌속선이어서인지, 뱃전에는 물보라가 심히 일고 있었다.
바로 그 물보라에 무지개 풍경이 담겨들고 있었다.
독도란 땅, 과연 어떤 곳인지, 내 나이 65세까지 이르도록 궁금했던 그 신비로움을, 그 무지개가 풀어주겠거니 했다.
첫댓글 어제 청계산 일정을 뒤로 하고 저때문에 교촌으로 가셔서 그 깊으신 배려심에 또 감사합니다.덕분에 교촌에서의 모든 시간들이 행복으로 가슴에 가득 담겨졌습니다.
태풍도 저 멀리 보내고 독도까지 다녀 오심에 큰 행운이 있는거 맞지요???후일에 서현이가 이 글을 읽게 되면 할배의 자랑을 울매나 할지요???그런 자랑스런 할배를 둔 서현이가 엄청시리 행복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