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자 장동선도 비껴못간 트라우마
“어린 시절 극단적 선택 세번이나 시도했다”
장동선 박사는 젊은 시절 세번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했었다. / 조선일보
“모든 빛이 차단되어 나 혼자만 이 세상에 있는 느낌이었다.”
뇌과학 박사이자 한양대 조교수인 장동선(43)은 10대와 20대, 30대에 걸쳐 극단적인 선택을 세 번이나 시도했었다며, 그때의 기분을 지난 12일 공식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 된 ‘세상을 바꾸는 15분(세바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를 우울증으로 빠지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였다.
그의 어머니는 어린 장 교수와 함께 누워 죽자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이처럼 부모가 정서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계속 보고 자란다는 것은 아이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되는데, 자신이 바로 그 사례에 해당한다는 것이 장 교수의 고백이었다.
그는 지금도 그때의 절망감 때문에 힘들 때가 있다고 고백하며, 힘든 삶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마음이 보내는 구조신호를 잘 알아차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나도 놓치기 쉬운 내 마음의 구조신호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절망감’은 장 교수와 아내를 이어주는 인연의 끈이 되었다.
자신과 같은 절망과 허무의 구멍을 아내의 마음 속에서도 본 장 교수는 아내에게 그 구멍을 메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것은 아내가 장 교수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난 2017년, 장 교수 부부는 함께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다.
그리고 그제서야 장 교수는 아내가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마음은 모른채, 강연과 방송 등 외부활동에 전념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처럼 타인의 마음이 보내는 ‘구조신호’는 물론, 자신의 마음이 보내는 신호 역시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고 장 교수는 말했다.
◇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의 3가지 특징
하지만 그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는 노릇. 우선, 자신의 신호만이라도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장 교수는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느끼는 마음의 3가지 특징을 말했다.
첫 번째는 실패와 실패의 낙인에 대한 두려움이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이는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뇌섬엽과 공포 등의 부정적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과도하게 예민해진 상태이다.
두 번째는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린 무기력과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도저히 출구가 보이지 않은 함정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는 뇌의 전두엽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문제의 인지와 그것을 해결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삶에서 희망의 요인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소식이나 의지할 사람이 도무지 없다고 느낄 때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게 된다고 장 교수는 말했다.
삶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을 때 우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 셔터스톡
◇ 우울⸱트라우마를 안고 현명하게 사는 법
장 교수가 이처럼 우울증의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는 그 자신도 그러한 고통을 겪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이다. 그의 꿈은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낮추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 역시 아직 우울증의 덫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그는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완치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현명하게 우울증이나 트라우마와 같은 ‘독이 든 캡슐’을 삼킨 채 사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럼에도 한 없이 구렁텅이로 빠지는 기분이 다시 들 수도 있는 것이 사람이다.
이때, 그 구렁텅이에서 나올 수 있는 돌파구는 바로 ‘이타심’이다. 가장 우울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내는 것이라고 장 교수는 강조했다.
자신의 아픔과 치유과정을 나눈 장 교수의 강연에 청중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출처 : 마음건강 길
https://youtu.be/5n7ay2TbI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