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5 – 10. 19 팔레드서울(T.02-730-7707, 통의동)
Sensitive 21
뉴런회전
글 : 뉴런전시기획부
김은_Untitled(219-Ld13BRB) 180x45cm Mixed media 2019
문화의 세기인 21세기 중심에 서 있는 우리는 뒤로는 산업의 세기였던 20세기를 거쳐 왔고,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중심이 될 사회 환경이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과도기 시대의 중심에 놓여있는 ‘예술가들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앞으로 다가올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에 예술적 감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환경의 예술사회가 도래하게 될까?’ ‘미래 사회에 Artistic sentiments은 어떤 개념으로 자리 잡을까?’라는 문제에 대해 이 시대의 예술가라면 누구나 한 번 쯤 고민해 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20세기 현대미술계는 철학, 정치, 사회 환경의 변화에 대한 고민으로 많은 이즘들이 출현했고, 21세기인 현재에도 이러한 이즘들의 토대 위에 미술은 다양한 시련의 극복과 예술적 정체성에 새로운 담론들을 던지며 전통과 아방가르드가 공존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게다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시대의 길목에 서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하며 이 시대를 살고 있다.
이미 인공지능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적’인 영역에까지 그 걸음을 내딛고 있고, 놀랍게도 창의성이 응집된 영역이라 여겨지는 ‘예술계’까지 그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음악은 물론이고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크리스티 경매시장에서 고가로 낙찰되면서 미술계에 큰 충격을 던졌고 ‘AI 아트’로 불리는 새로운 미술장르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미술 NFT’ 시장의 확산은 기존의 미술 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사회 환경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NEWRUN회 작가들은
‘예술을 통한 인간관계의 소통과 화합’이 AI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수적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의 발전이 인간생활을 위협하는 어떤 것을 개발하고 탄생시키더라도 인간의 본성인 희노애락에 대한 감성은 인공지능의 원리처럼 수리적으로 계산하여 실천할 수는 없기에 우리는 더욱더 NEWRUN회의 정체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왜냐하면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것은 ‘사유’가 아니라 ‘연산’이기 때문이며, 화합을 향한 인간관계의 형성은 ‘수리적’인 것이 아니라 ‘사유와 감성’이 지배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NEWRUN회는 다양한 장르가 모여 오히려 신선한 전시환경을 발산한다. 즉 각자 다른 코드의 해석을 통한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여 조형 언어, 소재, 재료 등은 물론 표현 형식에까지 탈 장르화 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 은 작가는 한지나 천을 직접 찢고, 태우고, 죽이 될 때까지 으깨기도 하고, 선택된 오브제에 의지해 우연적 형태를 기다리며 흘러내리게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실험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흔적들 즉, 우연적이고 비정형적인 형태들을 조합/집적하여 탄생시킨 작품은 닮은꼴의 조합과 같은 착시효과를 이루며 오묘한 군집 미를 발산한다. 김철성 작가의 Decorum은 절제와 균제를 통한 여백미를 자아낸다. 극명하게 요약된 화면 속에 등장한 대상들은 미니멀아트의 전형을 보여준 경영위치(經營位置)가 매우 정갈하면서도 단정하여 신선함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작품에 나타난 여백은 그냥 비어있는 공간이 아니라 관념과 사유가 머물고 떠나가는 흔적의 공간으로서 비가시적인 여운과 함께 비움의 관념을 시각화했다.
백종환 작가는 흙의 물성을 활용하여 형태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그 흙은 일반적인 흙이 아니라 1100˚로 구운 도기용 흙가루를 활용하여 자연에서 채취하는 흙과는 차별화되는 질감과 색상을 구현한다. 조형적으로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사라져버린 ‘반치음’, ‘여린히읗’ 등과 현존하는 자음의 글꼴들을 차용하여 ‘잊힌 것과 현존하는 것’의 가치에 대한 회화적 의미를 찾고 있다. 신현대 작가는 현존하는 공간을 초월하여 회화적 공간으로 시각화한다. 물고기나 거북이 같은 형상들이 하늘을 유영하고 새들이 물속을 나는 등 이원론적 사고에서 벗어난 자유를 화면에 담아낸다. 신정옥 작가는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고유의 리듬과 흔들림을 갖는다.’고 인식하며 하나의 고정된 시각이 아닌 움직이는 시선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매순간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존재를 꽃에 비유해 표현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음악적 리듬이 가져오는 마음의 움직임을 꽃의 형상에 비유해 회화적으로 표현하였다. 마치 춤을 추듯 꽃의 내부로 향하는 울림과 외부로 뻗어나가는 울림을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해, 선과 색으로 자유로운 움직임을 표현하였다.
우명애 작가의 식물이 모티브인 작품은 화면에 붓으로 수(繡)를 놓듯 가지런히 채워 식물의 잎과 잎 사이를 섬세하게 연결해 놓는다. 그녀의 화면은 식물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듯 식물의 잎을 해체하고 재해석해서 식물의 구조를 형상화한다. 나열된 점을 선으로 잇는 으로 이루어진 화면은 식물과 사물 혹은 반려가 되는 무엇들이 포함되어 다른 형태의
‘짜임’이 되고 있다. 이군우 작가의 매화 작품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재료의 활용이다. 순지, 장지 및 천을 사용하여 흙, 먹, 칠보, 야광채색 등으로 혼합 사용하여 재료의 변용과 수용에 있어서 수묵과 채색이라는 전통적 회화에 변이를 이룸으로써 단순히 혼합매체의 수용이 아니라 작품의 깊이를 형성해가는 작업 철학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야광채색은 하나의 화면에 밤과 낮을 동시에 표현해내는 독특한 작업방식이다. 그의 작품은 어둠의 공간에서는 또 다른 이미지의 매화로 피어난다. 이렇듯 작가는 전통회화의 가치를 재해석하여 독창적 화법으로 작품을 구현해내고 있다. 이인경 작가는 한지에 채색으로 Kairos를 표현하여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계속되는 영겁(永劫)과 같은 것이자 찰나이다. 작가는 이러한 시간을 하나로 통합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간다. 이 작품들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시간임을 암시한다. 최고의 시간을 기다리는 것과 스스로 시간이 다가오기를 소망하는 자전적(自傳的) 시간에 존재하는 일상 속에서 기쁨, 감사, 행복, 외로움, 고독, 사랑 등이 반복되는 일상 속 성찰의 시간을 담아낸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내포하고 있다. 이지수 작가는 빛으로 인해 생기는 사물의 왜곡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통해 형상화한다. 모든 사물은 빛을 만나야 색상과 형태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빛을 받은 사물은 어떤 색을 입는지에 따라 인체의 한 부분처럼 보이기도 하고, 자연의 일부로 느껴지기도 한다. 전주희 작가의 작품에서 보이는 익숙한 듯 낯선 풍경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부유하는 현대인들에게 삭막한 도시환경을 벗어나 인간의 본래 모습인 자연에 대한 성찰의 세계로 인도한다. 화면 속 자연은 현실을 환원한 가상의 공간이거나 때로는 자연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속성에 대한 성찰의 공간이다
NEWRUN회 작가들은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환경을 인식하고, 기계의 ‘연산’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인간의 ‘사유와 감성’이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며 “Sensitive 21”전을 2021년 10월 05일 시작으로 17일까지 서울 자하문로에 위치한 갤러리 ‘팔레 드 서울(Palais de Séoul)’에서 개최한다.